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2)
눈물이 핑 돌고, 폐가 찢어질 듯이 아파 왔다. 발바닥도 허벅지 근육도 당겨 온다. ‘그러고 보니, 화산의 수련은 악명 높았었지!’ 잊었던 기억 중 하나가 떠올랐다. 화산파가 괜히 대문파가 아니다. 무공 자체가 뛰어난 것도 있지만, 제자들의 단련도 기가 막히게 잘한다. 근데 그 단련법이 많이 엄하다. 어린아이건 청년이건 간에 육체가딱 망가지기 전까지만 굴린다. 그런데 그 경계선을 기가 막히게 또 잘 아는 데다가, 평시에 교두(敎頭)를 붙여서 조절하게 만든다. 감시하다가 정말로 한계가 올 것 같으면 쉬게 만들거나, 내공을 불어넣어 준다. 그 덕에 몸이 지칠 만하면 회복하게 되어 결국 어린아이의 몸으로도 낙안봉에 오를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이 구간과 수련에는 낙안지옥(落雅地獄)이라는 명칭이 붙게 됐다. 낙안지옥을 끝내고 수련동에 도착하면 수련 정도에 따라서 또 나뉘게 된다. 자신의 경우, 낙안봉에 도착하는 것만으로 끝난다. 좀 더 나이가 있는 사대제자들은 간단히 검법을 펼친다. 더 위로 가면 비무까지 하는 사대제자도 있다. “수고했다. 저기 있는 벽곡단으로 조식(朝食)을 한 뒤에 내려가도록 해라.” 교두가 턱 끝으로 벽곡단이 쌓인 식탁을 가리켰다. 주서천은 남은 힘으로 교두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벽곡단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은 벽곡단을 씹자마자 ‘우웩!’ 하구 맛이 없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벽곡단은 영양 성분이 가득하지만 맛은 없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 아니다. 그렇지만 주서천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 전생에서 워낙 많이 먹었기에 아무렇지 않게 삼켰다. 그리고 약 일각(一刻 : 15분) 정도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내려갔다. 내리막길이기에 힘들지는 않았다. “사부님 다녀왔습니다.” “오늘도 고생했구나. 힘들었지?” 유정목이 쓴웃음을 흘렸다. 화산파의 제자라면 천재건 뭐건 간에 낙안지옥에 대한 고통은 누구나 다 안다. “마음 같아선 좀 더 쉬게 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구나. 이 사부를 용서해다오.” 유정목은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지었다. 아침 수련 일명 낙안지옥은 어디까지나 근육과 체력을 키우는 기초에 불과하다. 수련동을 다녀오면 각자의 스승을 찾아가 오전 지도를 받게 된다. “괜찮습니다, 사부님!” 주서천은 그 누구보다 자상하고, 또 고운 마음을 가진 사부의 배려에 적잖이 감동했다. 전생에서도 그렇지만 현생에서도 여전히 스승은 자상하기만 하다. 부모님의 부재에 아무렇지 않았던 것도 이런 유정목이 있어서 그랬던 걸 지도 모른다. “좋아, 그럼 운기행공에 들어가도록 하자구나. 매화기공(梅花氣功)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테니 내 도와주도록 하마.” 유정목은 제자리에 앉은 뒤, 자신의 앞에 앉으라는 듯 지면을 툭툭 쳤다. 주서천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짚은 자리에 가서 등을 보인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자, 일단 내가 부르는 구결부터……” 유정목은 주서천에게 매화기공의 구결을 읊어 주면서 그 뜻에 대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강연해 주었다. 매화기공은 총 십이성(十二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성(五成)이 되기 전까지는 주화입마의 위험이 있어 이렇게 운기행공을 감독해 준다. 참고로, 매화기공이란 건 화산파에 입문하게 되면 제일 먼저 배우게 되는 기초적인 내공심법이다. 화산파의 대표적인 기초 정공(正功) 중 하나로서, 단전을 쉽게 형성시켜 주고 기맥(氣脈)을 다져 준다. 내공심법 자체는 난해하지 않아서 대성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다만 정공이 응당 그렇듯, 내공이 쌓이는 양이 정말 적고 속도도 상당히 느리다. “하나, 애초에 기초를 다져 주는 내공심법인 데다가 매화기공을 연공한다고 다른 걸 배우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서 특별히 걱정할 건 없단다.” 비록 화산파 내에선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기초적인 무공에 속하나 강호에선 일류에 속했다. 괜히 구파일방, 대문파의 무공이 아니다. “예!” 주서천은 힘차게 답했다. ‘끙, 다 아는 사실인데.’ 제자를 위해서 열심히 강연한 사부에겐 정말로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주서천에게 있어서 매화기공은 이미 옛적에 대성한 기초 무공이고, 또 무위도 전생에 이룬 것이 있어 무공에 대한 이해도나 깨달음이 스승보다 높다.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훗날 미래에 밝혀질 매화기공에 대한 비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 같은 스승 앞에서 지루해하며 흘려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피곤하기는 해도 열연을 보이면서 강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선 곧바로 대성하고 싶다.’ 전생의 기억과 경험이 있으니 대성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러면 당연히 눈에 띄게 된다. 천재니 뭐니 하면서 강호에 소문이 난다. 그게 마음에 걸려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아직 이르다.’ 영웅의 삶을 동경했으나, 그렇다고 어릴 적부터 주목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반대로 사절이다. 쓸데없는 주목을 받게 되면 행동에 제한이 생길 뿐만 아니라, 미래에 있을 불온한 세력의 목표가 된다. ‘조심해야 해.’ 전생에서 어찌어찌 평화를 찾을 수 있었지만, 그건 결코 쉽게 얻은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있을 전란의 시대에서 활동하는 세력들은 보통이 아니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괴물들 뿐이다. 그중에선 미리 방해가 될 싹을 자르는 자도 있어, 눈에 띄면 곤란했다. 그래서 아직 힘을 키우기 전까진 되도록 얌전히 지내는 편이 좋았다. 그러니 겉으로는 눈에 띄지 않는, 전생과 똑같이 평범한 모습을 보이면서 살아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정말로 그럴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무공에 대한 깨달음과 지식이 있는데 그대로 썩히는 건 너무나도 아까운 일이다. 또한, 전생처럼 유년기를 보낸다면 또 그건 그거대로 의미가 없다. 주서천은 자신의 분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남들보다 특별하다곤 하지만, 그건 재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기억과 지식뿐이었다. 진짜 괴물들을 상대하려면 보다 빨리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을 할 수 없게 된다. 화경에 오르는 데 한평생이 걸렸고, 또 그것도 회광반조의 힘으로 올랐던 것뿐이다. 화경에 오르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막막하다. 어쩌면 영원히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보다 빠르게…… 아니, 많은 시도를 하여 앞서가야 한다. 그래야 숨통이 트인 채로 싸울 수 있다. ‘그러니 매화기공을 유지하여 세간의 눈을 속이되, 또 다른 내공심법을 연공한다.’ 매화기공은 연공하는 도중에 다른 내공심법을 익혀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 무림에서 손에 꼽힐 정도인데 굳이 비교를 하자면 무당파나 소림사의 심법 정도 밖에 없다. 물론 매화기공을 연공한다는 건 초심자라는 의미이고, 다른 내공심법을 배워 봤자 도움은커녕 헷갈리고 힘만 더 들며 제대로 익힐 수 있을 리 없다. 하나 주서천은 언제든지 매화기공을 대성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바로 자하신공(紫霞神功)을!’ 남존이라 불리는 무당파에 삼대신공(三代神功)이 있다면, 화산파에는 자하신공이 있다. 자하신공은 일정한 경지에 오르게 되면 내기를 운용할 시, 자색의 기류가 생기는 특징을 가졌다. 또한 그저 겉멋만 대단한 것만이 아니라, 그 위력도 경천동지할 정도다. 허나 이 자하신공은 오직 화산의 장문인에게만 전승된다. 설사 화산오장로라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서천이 그 구결을 알고 있는 건, 그때의 상황이 좀 예외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란의 시대에선 사람이 정말 쉬이 죽었고, 그건 장문인처럼 고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설마하니 장문인이 그렇게 돌아가실 줄은 몰랐지.’ 먼 과거, 화산의 장문인이 목숨을 잃게 된다. 이후 그 제자가 뒤를 잇게 되었지만, 불안이 남게 됐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장문인이 된 그에게는 자신의 뒤를 이을 제자가 아직까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자신이 전대의 장문인처럼 돌연사할 상황을 걱정하여 자하신공의 구결을 오장로에게만 알려 주었다. 원래라면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지만, 그만큼 혼란과 전란으로 가득한 세상이어서 만약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여하튼 이러한 사정 덕에 주서천은 장문인의 제자가 아님에도 자하신공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하신공은 일정한 경지에 오르기 전까진, 눈치채기가 정말로 힘든 특징을 지녔다.’ 경지에 올라 자색의 기류를 내보이게 되면, 하수라도 그 정체를 알 만큼 특색 있는 무공이 자하신공이다. 하지만 반대로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는 그다지 대단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눈치채기도 힘들다. 어차피 자하신공은 워낙 난해하기도 하고, 전생에서도 구결만 알았던 무공이기에 느긋하게 연공하면 된다. 그럼 적어도 전생보단 좀 더 앞선 출발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 ‘나중에 눈치재서 추궁을 받게 될 무렵이라면, 벌써 전란의 시대다. 그 때가 되면 적당한 핑곗거리가 있겠지.’ 아직 기감도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고, 단전이나 기맥도 제대로 다져있지 않기에 당장은 배울 수 없다. 하지만 후에 장문인에게만 허가된 화산파의 신공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됐다. 3화 第二章매화기공(梅花氣功) 회귀 전, 전생에서 희수(喜壽 :77세)가 넘는 삶을 살아왔다.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에서도 그나마 희미하게 기억나는게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매화기공이다. 화산파에 입문한 이후 처음으로 전수받은 내공심법. 단전을 형성하고 기초 내공을 쌓기 위해 배웠던 무공을 결코 잊을 리가 없다. ‘당시에는 어떻게든 기를 느끼려고 노력했었는데 . ’ 어릴 적, 스승에게 거둬진 이후 매화기공을 연공하면서 걱정한 것이 하나 있었다. 만약 무공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버림받지 않을까? 이는 주서천뿐만 아니라 고아 출신에 굶주림을 경험한 아이들 입장에서 공통되는 불안감이었다. 화산파의 수련은 비록 힘들고 고난했으나 그래도 적어도 밥을 굶게 하지는 않았다. 또한 매년 겨울마다 동사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 달콤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도 무공수련에 진지하게 임했다. 다만 그 노력과 달리 재능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라, 한참 고생하면서 매화기공을 연공했지만. ‘하, 그런데 지금은 억지로 늦춰야하다니.’ 정신적인 깨달음 자체는 화경에 있어서, 매화기공처럼 기초 내공심법을 대성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매화기공은 자하신공처럼 절세신공도 아닌데 단시간에 대성한다고 단번에 고수가 되는 건 아니다. 허나 문파의 어르신이나 스승님이 눈치채게 되면 소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직접 진맥을 짚어 가늠해 보지 않는 이상 천하제일인이 와도 눈치채기 힘들지만, 지금은 스승이 딱 달라붙어서 감시하고 있으니 별수 없이 인내심을 가지고 참아야 했다. * * * 일 년이란 시간이 번개같이 홀렀다. 주서천은 아홉 살이 됐다. “오, 드디어 오성 (五成)에 들었구나. 장하다.” 유정목이 자상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주서천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래도 기쁜 듯 희미하게 웃었다. 처음에 아이 취급을 당했을 때는 조금 곤란했다. 겉은 아이지만 속은 칠십 세가 넘은 노인으로, 머리를 쓰담 받을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그걸 알 리가 없는 유정목은, 뭐만 하면 잘했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칭찬해 줬다. 주서천도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익숙해졌다. 부끄럽기는 해도 꼭 나쁘지는 않았다. 혼자뿐이었던 전생, 유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