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200)
마! 쿨럭!” 주서천이 답답함을 날려 버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비명을 내질렀다. 말을 할 때마다 피를 울컥 토해냈다. “아파아아! 아프단 말이다아아아!” 조각나 버린 뼈가 위로 올라간다. 어깻죽지부터 시작해 뼈가 이어지고, 제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그 위로 꽃잎처럼 비산한 살점이 하나둘씩 붙더니만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꿈인지도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팔이 폭발해 치유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터지지 않은 것인지 모를 정도로 뇌가 돌아가 있었다. 영약의 흡수, 나아가 운기조식 중 말하는 건 위험한데도 주서천은 짜증을 내듯 마음껏 소리 질렀다.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올라가 주마!’ “매화정검, 궁귀검수……”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낮은 음은 아니었다. 여자가 아닌 남자의 것이란 건 알 수 있었다. “참으로 재미있구나.” 피식.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몹시 차가웠다. 백여 개의 계단 위. 화려한 옥좌의 주인. 보이는 건 발끝 밖에 없었다. “……” 암천의 주인 아래, 칠성사의 네 명 밖에 남지 않은 우두머리들이 부복한 채로 숨도 멈춘 채 가만히 있었다. 특히, 외팔이인 천기의 얼굴이 좋지 못하였다. ‘이럴 수는 없다.’ 그동안 있었던 일은 악몽 그 자체였다. 고작 반년. 일 년도 되지 않은 시간이거늘 오랫동안 준비해 온 대계가 둘이나 박살이 났다. 충격의 시작은 일 년 전 이맘때쯤, 천선의 사망 이후 반야신공이 소림사에 전달되고, 맹강이 연달아 목숨을 잃으면서 녹룡채가 무너졌다. 확실히 화가 나긴 했으나 다음번에 계획된 일을 처리하면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정말 크나큰 노력과 자금이 소모됐다. 다른 걸 제쳐 둘 만큼 중요한 계획이었다. 천기는 빈틈없는 성격답게 자만하지 않고 심혈을 기울이며 여러 신경을 쓰면서 관리했다. 그리고 뼈가 시릴 정도로 바람이 부는 나날. 패륜의 반란이 시작됐다. 사도천의 중추인 사도팔문의 반절을 움직여야 했는지라 정말로 여러모로 힘을 많이 썼다. 회주가 직접 관여했을 정도로, 암천회에 있어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미래를 위한 대계(大計)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하오문의 장로, 아니 궁귀검수라는 변수가 등장하여 천권을 죽임으로 망쳐 버렸다. 담리백이 반란에 성공할 거라는 건 기대도 하지 않았다. 장기화한 내전으로 세력을 약화시키길 원했다. 실제로 그러기 위해서 여러 손을 써 두었다. 머리털이 다 빠질 정도로 여러 곳을 조종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 반란이 실패할 것은 예상했지만 그 결과가 원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약화하기는커녕 암천회의 손바닥 위에 올라온 인형들이 별 힘도 쓰지 못하고 제압당했다. 즉 하루아침에 몇 년 동안 투자한 첩자들이나 끄나풀 등이 별 쓰임도 없이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무엇보다 칠성사의 우두머리인 천권까지 잃었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두 귀를 의심했다. 반란의 대실패, 천권의 사망 등 하나같이 혈압이 오르게 했다. 꿈일 것이라며 현실 도피까지 했다. 그러나 전부 현실이었다. 거짓이 아니었다. 아니기를 빌었으나 그건 바람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사도천주는 치명상은커녕 조금 지친 것으로 끝났고, 세심한 성격 어디 안 가는지 집요하게 사도천 내를 뒤지면서 끄나풀들을 처리했다. 마음 같아선 궁귀검수인가 뭔가 하는 놈을 데려와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반란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라졌다.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 실패로 인한 회 내부의 결과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수복해 보려 했으나 사도천주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고, 결국은 반 이상을 잃어버렸다. 복수할 대상은 사라졌고, 원했던 것은 하나도 얻지 못했다. 그뿐이랴, 불과 며칠 전 사상 최악의 소식을 듣게 되면서 암천회의 전 수뇌가 한자리에 모였다. ‘도감부장이 당했다고?’ 천기성이 회주의 두뇌이고, 개양성이 오른팔이라면 도감부는 왼팔이었다. 그것도 그냥 왼팔도 아니라 칠성사라는 일곱 개의 기관과 견주는 도감부의 수장이었다. 회의 설립 이후 돈벌이나 회유 방책, 그리고 전력을 높이기 위한 영약과 내단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도감부의 역할은 몹시 중대하다. 그래서 되도록 방해되지 않도록 공통된 계획에 전부 빠져 있었으며, 독자적인 행동을 허가받았다. 이렇다 보니 당연히 그에 맞는 무력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회주 다음으로 강자인 개양의 바로 아래였다. 특히 지닌 내공만큼은 그 개양성을 상회한다고 하니 그런 도감부장이 죽은 게 믿기지 않았다. ‘주서천 …… !’ 천기가 속으로 이를 뿌드득 갈았다. 매화정검. 또 그 이름이다. 정성스레 준비한 칠검전쟁을 망친 것부터 시작해, 사사건건 방해해 왔다. 이름만 들어도 혈압이 오른다. 정사의 영웅이라 불리는 이들이 교대로 암천회를 들쑤시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회의 존재가 알려졌다. “죽여 주십시오!” 쿵! 쿵! 쿵! 천기가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어찌나 강한지 한 번 부딪칠 때마다 찢겨진 피부 사이로 피가 터졌다. “매화정검과 궁귀검수. 그 둘은 더 이상 눈엣가시의 수준으로는 볼 수 없도다.” 암천회주는 무림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다. 그 눈에 들어오는 것도 대단한데, 매화정검과 궁귀검수는 회의 적수로 인정받았다. “살계부에 그 이름을 상천십좌와 동일한 위치에 올리고, 다소 희생이 있어도 상관없으니 척살하여라.” “존명!” 네 명밖에 남지 않은 칠성사가 사라졌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로군.” 암천회주가 불쾌한 듯 중얼거렸다. 시간을 쪼개서 심혈을 기울였던 게 무산됐다. 왼팔까지 잘려 나갔으니, 기분이 좋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무엇보다 계획대로가 아닌, 회의 존재가 탄로 난 것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도와 사도, 마도가 서로 싸우다가 지쳤을 때 등장하여 비웃어줄 생각에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주서천.’ 궁귀검수를 추적하는 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터. 그래서 정파의 영웅 먼저 끌어내기로 마음먹었다. * * * 고수가 깨달음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폐관 수련에 들어가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다. 일주일, 이 주일 정도 연락 하나 없이 연무장 바깥으로 나오지 않아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인이 아닌 의원인 신의는 불만이었다. “혹시 도중에 주화입 마에 빠져 위독한 상태일 수도 있지 않은가?” 구희의 신단을 복용한 뒤의 반응이 궁금했다. 마음 같아선 문을 박차고 얼른 내려가 보고 싶었지만, 호법을 선 단하성 등이 기겁하면서 뜯어말렸다. “자칫 잘못하면 큰일이 나는 건 신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일반적인 운기조식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 이상 괜찮지만, 깨달음의 경우는 좀 다르다. 원래의 환경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어떠한 소음에 의해서 깨달음을 얻는 데 실패할 수도 있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를 확률로 그리된다면 원수가 되어도 할 말이 없다. 특히나 이류나 일류도 아닌 화경의 고수가 깨달음을 얻을 것 같다면서 들어가지 않았는가. 신의 역시 무인은 아니지만, 무림인인지라 그러한 상식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의원으로서의 원초적인 호기심이나 탐구심 등이 괜스레 촉박하게 만들었다. “쩝.”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물러났다. 그러나 그 답답함도 잠시, 하늘도 그 마음을 알아준 건지 그 날 저녁 굳게 닫힌 문이 열렸다. “오! 드디어 끝났는가!” 신의가 백 년은 기다린 것처럼 주서천을 반겼다. “오랜만입니다.” 주서천이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인사했다. 옷은 누더기처럼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는데 , 거지꼴과 다르게 눈만은 어딘가 모르게 맑고 투명했다. 호수를 연상시키는 눈이었다. “주 대협, 수고 많았네.” 단하성도 환한 얼굴로 주서천을 반겨 줬다. “혹시, 계속해서 호법을 서 주신 겁니까?” 주서천이 단하성을 보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구희의 신단을 복용한 뒤에 지하 연무장에 틀어박힐 당시에도 단하성이 문 앞에 서 있던 게 떠올랐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나, 제법 지난 것 같았는데 단하성이 같은 자리에 있으니 놀랄 수밖에. “당가와 교대로 호법을 섰으니 걱정하지 말게나. 그보다, 눈을 보아하니 성취가 있는 듯한데……” “그리 대단하진 않지만……” 주서천이 조금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것참 경사로군! 정말로 축하하네!” 단하성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웃어 주었다. 그저 말뿐만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졌다. ‘좋은 사람이다.’ 거의 아들뻘이나 되는 무인이 또 성장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거기에 질투도 느끼기 마련인데, 단하성은 거짓 하나 없이 순수하게 축하해 줬다. “경사로군, 경사야. 그것보다 꼴이 말이 아니구먼.” 그에 반면 신의는 예의상 축하의 인사를 건네곤, 눈을 반짝이면서 손목을 낚아채 진맥을 짚었다. “몸에 무슨 문제라도 있으면 큰일이니 얼른 진료를 봐야겠네. 안 그런가?” ‘의술에 미친 늙은이.’ 주서천이 질린 듯이 혀를 내둘렀다. 하기야, 이렇게 미쳐야 신의 정도는 되지 않겠나. “제가 들어간 지 얼마나 됐습니까?” “보름일세. 방해되니까 입 좀 다물게나.” 불만이 입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참았다. ‘보름이나 됐어?’ 사방이 막힌 곳이라 시간의 흐름은 확인할 수 없었다. 체감상으로 ‘일주일 정도 지났겠구나.’ 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제법 지났다. 신의는 그동안 지어 본 적 없었던 진지한 표정으로 진맥을 보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여전히 나이에 맞지 않은 내공일세. 하나, 이상하게도 전과 비교해선 그리 많이 늘지 않았군.” 신의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청석유야 ‘조화’에 쓰였으니 내공을 얻지 못한 건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희의 신단은 달랐다. 신단이 품은 양기가 얼마나 방대한지는 그것을 제조한 신의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한데 그걸 복용했는데도 내공 양의 증가가 생각보다 적었다. 신의가 의아한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자, 주서천은 예상했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곤 눈동자를 옆으로 돌려 뒤에 서 있는 단하성에게로 옮겼다. “단 대협, 죄송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켜 주시지 않겠습니까?” “알겠소. 위에서 기다리고 있겠소.” 단하성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갔다. 지하 연무장의 정문 앞에 둘밖에 남지 않자, 주서천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팔을 슥 그었다. 벌어진 피부 위로 핏방울이 피어오르며 한일자를 그었고, 신의는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일각이 다 지나기 전에 신의의 입에서 억 소리가 났다. “그런가! 이것이 불로불사의 정체였군!” 누더기로 된 천으로 피를 슥 닦아내자, 검에게 벌어진 피부가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극양의 단면. 생명의 원천으로 인한 회복 능력의 극대화였구나!” 구희는 불사의 요정이다. 그러나 그 힘의 원리 등은 신의 영역. 사람이 오를 수 없었다. 그래도 그 후예들은 구희의 피를 이어 불로불사는 아니나,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회복이 빠르고 노화도 늦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조상인 구희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구희의 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