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236)
하지만 제대로 된 위력을 내기는커녕 펼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괜히 그를 보고 유례없는 대천재라거나 혹은 괴물이라 부르는 게 아니었다. “전 장문인께서 자하지로 저 정도의 위력을 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하셨거늘……” 몽각도 머리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놀라는 것도 적당히 해라. 서천이에게 전부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매화검수의 힘을 보여 주자.” 매화검수로 이뤄진 삼재검진이 움직였다. 검진은 누구나 알고 있는 기초적인 합격진, 삼재검진이나 그 구성원들이 손쉬운 대상이 아니었다. 화산의 최정예가 아니던가. 개개인의 무력도 무력이지만 호흡 역시 완벽히 맞춰 마치 한사람 같았다. “으아아악!” “커헉!” 매화가 흔들릴 때마다 피 안개가 흩뿌려졌다. 풍은대는 마성을 뽐내며 고작 셋밖에 되지 않은 검수들을 죽이려고 덤벼들었지만, 도리어 당해 버렸다. 그사이 독룡과 독봉, 당가의 남매가 각자 소매에서 암기와 독을 흩뿌리며 주변을 집어삼켰다. “뭐, 뭐야! 누군가가 숨어 있다!” “커헉!” 풍은대원 몇몇이 독인들은 근접전이 취약하다는 걸 알고 접근했으나, 다가가지도 못하고 죽었다. 풍은대조차 간파하지 못하는 고도의 은신술을 숨 쉬듯이 응용할 수 있는 자객, 유령곡의 소령이었다. 소령은 주로 당혜와 당명인 주변을 돌면서 위험할 만한 싹을 짓밟았다. “검룡과 동행하시는 분이 어떤 기인이신지는 모르겠으나, 그 실력이 보통이 아니로구나.” 당명인의 입에서 감탄사를 흘렸다. 주서천은 사전에 소령에 대해 소개했다. 당연히 정체에 관해선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강호에서 우연찮게 만난 기인인데 위기에서 구명하여 그 보답으로 호위를 맡은 거라 설명은 해 뒀다. 누가 들어도 수상쩍었으나, 사정을 아는 당혜와 낙소월이 옆에서 거들어 줘서 어찌어찌 넘어갔다. 참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소녀라는 걸 모른다. ‘말도 안 돼!’ 풍은대주가 속으로 경악했다. 아무리 오룡삼봉이나 매화검수라지만 이렇게까지 압도적일 줄은 상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하나 이렇게까지 활약할 수 있던 것도 주서천이 대다수의 풍은대원을 상대했기에 가능했다. ‘과연. 이것이 답습의 힘이로구나!’ 한편, 주서천도 경천동지할 위력을 보고 놀랐다. 심상구현은 답습과 회귀. 그중 답습이란 이름 그대로, 배워오던 것을 또다시 행하여 무공의 성취를 높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습득의 속도가 몰라보도록 빨라졌다. 세간에선 고금 제일의 대천재라 알려졌지만 그건 틀리다. 어디까지나 전의 성취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화산 외의 무공들은 대부분 기존의 깨달음이 있어서 그럭저럭 빠르게 올릴 수 있었다. 그게 비밀이다. 만중검이 특히 그랬고, 일월신궁은 좀 늦었다. 즉, 새로운 부류를 배우려면 재능이 평범하니 습득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수준도 낮았다. 하지만 이 답습을 손에 넣은 뒤로는 달라졌다. 반복 학습을 거듭할수록 정말 대천재의 효능을 냈다. 그래서 거의 다섯 달 가까이 정휘련을 가르치면서 스스로의 단련도 열심히 해 여러 가지를 습득해 뒀다. 중도만공으로 습득한 무공의 경우 전부 오성을 이뤘다. 선행백변 역시대성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발전을 이룬 건, 자하신공과 자하검결이었다. 검선 우일문과 동일하게 대성을 이뤘다. “오거라, 풍은대! 이번에는 이쪽이 괴롭혀 주마!” 아흔다섯 대 일곱. 싸움이라는 개념이 아니다. 성립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다수가 긴장했고, 소수가 여유를 부렸다. 이상한 광경이었다. 마교도는 포악하고 호전적이다. 이렇다 보니 언제나 선공을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선공은 정파의 도사, 검수가 취했다. “후웁!” 숨을 들이쉬자 근육이 오그라진다. 그 육신이 활등처럼 굽어졌다. 전체적으로 수축된 느낌이었다. 파앙! 굽어진 등이 확 펴졌다. 오그라진 근육이 쫙 풀렸다. 순간순간에서 나온 탄력을 이용해 튀어 나갔다. “궁신탄영!” 누군가의 놀란 목소리. 경악성. 주변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는 게 피부 위로 느껴졌다. 튕겨져 나간 몸은 적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다. 동시에 손에 쥔 검도 화려하게 휘둘렸다. 스걱! 하늘과 땅을 나누듯 수평으로 그어지는 선. 검이 지나간 곳은 정말로 갈라진 것처럼 둘로 나뉘었다. 푸화악! “어어?” 풍은대원 넷은 어리둥절했다. 시야가 제멋대로 빙글 돌아갔다.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몰라 파악하려 했으나, 무심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안 돼!” “내 몸!” 상반신과 하반신이 나뉘었다. 한일 자로 그어진 선 하나에 절정에 이르는 고수 넷이 순식간에 당했다. “이러면 여자랑 할 수 없잖아!” 뇌가 하반신에 달려 있기라도 한걸까. 죽음을 바로 앞에 둔 풍은대원의 절규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간이 느긋하게 흘러갔다. 주변인들이 헛바람을 들이 켰다. 그들은 멈춘 것처럼 꼼짝도 못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시각을 비롯한 감각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한다. 어째서 몸이 둘로 나누어진지는 알겠는데, 비유가 아니라 정말 눈을 껌뻑하자 벌어졌다. 족히 몇 장 밖에 있었던 정파의 영웅이란 놈이 몸을 튕기곤 이동해와서 동료를 동강 내 버렸다.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이었다. 그사이 주서천이 가볍게 착지했다. 공중에 떠 있던 발바닥이 땅을 밟는다. 그리고 자세를 바로잡기도 전, 반대쪽 발을 내디뎠다. 이번 걸음에 내공이 용천혈로 향해 축적됐다. 쿠아앙!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자 용천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일정량의 내공을 한꺼번에 분출해 지면을 찼다. 겨우 아래로 떨어졌던 몸이 다시 떠오른다. 심지어 폭발력을 이용해 그 속도가 배는 늘어났다. “허엇!” “흡!” 풍은대원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가만히 있다간 목숨이 위험한걸 알고 급하게 퇴보했다. 순간을 잘 맞춘 덕분일까. 주서천이 재차 휘두른 검신이 아슬아슬하 게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섯 명이나 되는 풍은대원들의 입가에서 미소가 번졌다. 당할 뻔했지만 당하지는 않았다. 이제 보니 별로 대단하진 않았다. 확실히 빠르긴 해도 피할 만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그리 생각했다. 퓻! “어?” 회피를 무사히 성공했다고 생각한 풍은대원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분명히 피했다. 옷깃만 스친 것을 느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갈라진 배 사이로 내장이 쏟아졌다. 장기가 길게 늘어지며 앞으로 튀어나왔다. “아홉.” 사신이 부르는 숫자는 현실이 됐다. 아까 전 넷에 추가된 다섯까지 아홉. 그들은 죽게 되는 연유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죽었다. 얼어붙었던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침묵은 없었다. 그 대신 경악어린 외침만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풍은대주가 혼란에 잠긴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목소리는 미지의 광경을 목격해 동요로 가득 찼다. “이 정도인가.” 주서천이 검 끝으로 바닥을 툭 쳐서 묻은 피를 털어 낸다. 무심한 목소리는 풍은대주와 상반된다. ‘정말로 수준이 다르구나.’ 주서천도 새삼 신기한 듯 놀라워했다. 풍은대 탓이 아니다. 스스로의 무공이었다. 초절정과 화경의 벽 역시 그 차이가 크지만, 화경과 현경의 차이는 그 수준을 달리했다. 육체가 두뇌에서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시간은 빠른 게 아니라, 없다시피 했다. 무의식 수준이었다. 굳이 집중, 아니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움직였다. 생각이라는 과정을 생략한 반응 속도다. 혈마 때도 경험했지만 다시 훑어보니 입이 절로 벌어졌다. 적은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느리게 움직였다. 절정의 수준인데도 멈춘 것 같았다. 무엇보다 무형강기가 정말로 쓸 만하다. 강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이리 위력적일지는 몰랐다. 하수가 아니라 동수에게 쓰는 경우를 상상하니 괜찮은 무기가 된다. 그만큼 내공의 소모도 배는 들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주서천에게 있어선 전혀 신경 쓸 게 아니었다. “……!” 풍은대주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무심코 떨리던 팔과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찰나라는 순간에 벌어진 일들이 충격적이었다. 본능이 위험하다고 경종을 울린다.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무언가가 등골을 훑고 지나가 오싹해졌다. ‘정말로 저자가 나와 같은 경지란 말인가?’ 풍은대주는 기밀 부대 특성상 알려져 있지 않으나, 천하백대고수에 능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강자다. 정사로 치자면 화경. 즉, 극마지경에 있다. 주서천이 설사 화경에서도 최상승에 있다 해도 전혀 겁낼 것 없었다. 마공은 여러 부작용이 있는 대신 평균을 웃도는 힘을 준다. 동수라 해도 마공이 보다 강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눈은 주서천의 움직임을 좇아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화산의 무공 중 극쾌의 성질은 없다. ‘하면, 저놈이 극마를 넘어섰다는말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사람은 상식에서 너무 벗어난 광경을 보게 되면 직접 보고도 믿지 않는 동물이다. 풍은대주도 그랬다. “합격진을 펼쳐라!” 풍은대주가 불안한 생각을 떨쳐내듯 소리친다. “죽여!” 대주의 명이 떨어지자 대원들이 달려들었다. 그 수만 해도 무려 서른이었는데, 그들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달려와 빠져나갈 공간을 막아 냈다. 주서천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기만 했고, 그사이 풍은대원들이 시커멓고 불길한 아지랑이를 내뿜었다. 형상화한 기의 자락을 보는 이의 기분이 저절로 나빠지는 걸 보면 마공 특유의 마기(魔氣)가 분명했다. 마인들의 몸에서 뿜어진 마기는 이윽고 바람이 되어 대기의 압력을 변화시켰다. 콰드드득! 바닥에 쌓인 자갈과 모래가 바람에 휘말리더니, 나선형으로 돌며 쳐 올라가 바람의 벽을 형성했다. “마교의 진법이군.” 희귀한 광경이다. 마교도에게 협력이란 건 잘 없다. 한번 싸움에 임하면 혈교도만큼은 아니지만 흥분이 이성을 삼킨다. 그렇다 보니 진법처럼 서로 호흡을 맞추고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수법은 잘 쓰지 못했다. 섭혼술 등의 주술로 세뇌를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이 정도 수준의 합격진을 하려면 고생 꽤나 해야 한다. “크하하핫!” 풍은대원들이 정중앙에 서 있는 주서천을 비웃었다. “피할 수 없는 걸 느끼고 살기를 포기했구나!” 아무리 고수라 해도 합격진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서른 명에게 포위됐으니 빠져나갈 곳도 없다. 심지어 그들이 만들어낸 시커먼 바람의 벽도 거대했다. 풍은대원들은 비웃음을 지우지 못했다. 마성으로 들끓는 그 눈은 환희로 빛났다. “아니.” 주서천이 감회가 새롭다는 듯 바람의 벽을 살폈다. “이게 이리도 작았었나 생각했을 뿐이다.” “미친놈!” 마교도만큼 미친놈이다. 너무 겁먹은 나머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풍은대주도 그리 생각했다. 밖에서봐도 빠져나갈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죽음의 진법에 걸려들었다. 생문이 있다 할지라도, 그곳을 찾아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만신창이가 될 모습을 떠올렸다. “죽어라!” 콰드드드드득! 시커먼 바람의 기세가 더더욱 격렬해지더니, 그리던 원이 점차 좁아져 적을 완전하게 집어삼켰다. “마무리!” “알고 있소, 대주!” 서른이나 되는 마인들이 검을 쥐지 않은 팔을 휘둘렀다. 소매가 펄럭이더니 그 안에서 단검이 나왔다. 일직선으로 쭉 뻗어진 단검은 적의 숨통을 확실히 끊기 위해 시커먼 바람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풍은대의 자랑인 풍비인진(風秘刃陣)! 풍비인진은 이름 그대로 칼날 폭풍을 만들어 내는 합격진이었다. 멋모르는 자가 본다면 기후 현상을 일으키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 원리는 검풍의 집합체였다. 검기를 뽑아내 뭉쳐서 바람을 만들어 내고, 풍압을 넓게 쏟아 냈다가 일정한 영역 안을 회전시킨다. 그러면 시커먼 바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