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237)
되며 적을 압박한다. 걸려든 자는 주변에서 좁혀 오는 검풍을 보고 어찌할지 고민하는데 이와 같은 행동이 도리어 잘못됐다. 시간이 지나 공간이 좁혀질수록 회전하는 검풍이 중첩되고, 위력이 상승해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처음에 서로 뭉치지 않고 넓게 펼쳐졌을 때 억지로라도 무리해서 돌파해야 생존 가능성이 높다. 이를 모르고 가만히 있다간 결국 마지막에 검풍에 둘러싸여 버리고, 최후에는 단검까지 날아와 맞는다. 바람만으로도 위협적인데 마지막에는 그 바람 속에 숨겨진 칼날이 나타나 숨통을 끊는 합격진이었다. “크하하하! 쉽구나! 쉬워!” “뭐가 검룡이냐! 뭐가 매화정검이냐!” “정파의 영웅이 이리도 약할 줄이야!” 마인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넓게 퍼졌다. 초장에 압도당해 얼었던 게 부끄러웠다. “하하!” 풍은대주도 괜히 겁먹었다면서 웃었다. 방금 전까지 불안해하고 걱정했던 게 머저리같이 느껴졌다. 역시나 정파의 애송이. 입만 산 놈이었다. 바람이 걷혀 어떻게 난도질 됐을까 기대됐다. 그러나 풍은대주는 기대 대신 기시감을 느꼈다. 파바바밧! 바람이 걷히나 싶더니만 아까처럼 빛줄기가 안에서부터 쏟아져 나온다. 마치 유성비가 내리는 듯했다. 한일자로 그어진 궤적은 깔끔하게 쭉 뻗어져 냐와, 풍비은진을 펼쳤던 수하들에게 닿았다. 푹! 푹푹푹! “꺽!” “윽!” 서른에 이르는 외마디 비명. 그들은 부릅뜬 눈으로 자신들에게 벌어진 일들을 믿지 못했다. 이마 혹은 목, 또는 심장이 있는 곳 위. 방금 전에 던졌던 단검들이 돌아와 꽂혀 있었다. “……!” 풍은대주는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걷혀진 바람 속에서 나타난 건 옷깃 하나 베이지 않고 아까 본 그대로의 모습을 한 주서천이었다. 그는 어깨 위에 올라온 먼지를 아무렇지 않게 툭툭 쳐내곤, 피식 웃었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군.” 풍비인진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본 적은 있었다. 이 합격진에 목숨을 잃은 정파인들은 적지 않다. 풍마대를 보면 풍은대의 존재를 잊지 말아야 하며, 풍은대가 있다면 풍비인진을 유의하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걸려들지 않는 것이 제일이고, 화경 정도 되는 고수는 대응법만 알면 충분하다. 검풍이야 좁혀지는 순간에 맞춰 호신강기를 펼쳐 전방위로 막아 내면 된다. 그리고 곧바로 날아올 바람 속의 숨은 칼날. 단검을 주의하면 완벽하게 막아 낼 수 있다. 물론 말이야 쉽지 위험하긴 하다. 검풍이 좁혀 오는 순간을 맞추지 않아 호신강기를 미리 펼치면 내공의 소비가 극심하고, 늦게 펼치면 그대로 당해 문제다. 그리고 성공해도 호신강기를 펼치고 난 뒤에는 보통 힘에 부쳐 단검에 당해 버린다. 어릴 적부터 영약을 수없이 처먹어 내공의 바닥이 잘 보이지 않아야 가능한 무식한 수법이었다. “삼십구. 이제 몇 명 남았니?” 주서천이 섬뜩하게 웃었다. “날아다니네요.” 낙소월이 시선을 슬쩍 돌렸다가 감탄했다. “한눈팔지 마.” 담향이 낙소월을 지적하면서 머리를 옆으로 젖혔다. 목 옆으로 적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제대로 보고 있는 걸요.” 낙소월이 왼발을 축으로 삼아 빙글 돌았다. 회전력을 실어 쭉 뻗은 검이 담향에게 검초를 날린 적의 옆구리부터 파고들어 갈비뼈를 지나 심장을 찔렀다. “이, 이년들이!” 풍은대원들이 화가 났다. 무시당해서가 아니었다. 여태껏 어떠한 공격도 맞추지 못해서였다. 이십여 명 정도가 여섯 명을 둘러싸서 맹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다. 매화검수의 삼재검진은 강했다. 난공불락의 성처럼 수비는 굳건했으며, 몇 명이 덤벼들건 어이없을 정도로 막혔다. 그리고 공격을 회수하기도 전에 다른 방향에서 들어오는 공격은 빠르고 강맹했다. 막을 수가 없었다. 이십사수매화검법. 화산의 최상승 무공이자 절기는 사실 개개인이 쓰는 것보다는 이렇게 여럿이 쓰는 게 위력이 더 크다. 이십사수는 각각 폭검이나 산검, 환검 등으로 나누어져 있고 대기와 공격, 수비 역시 따로 있다. 세 명이 각각 공격이나 수비에 걸맞은 초식을 맡고, 중앙이 되는 한 사람이 공수를 전환하면 알맞다. 공격도 수비도 완벽한 합격진이 완성됐다. “크악!” “뭐, 뭔 계집이 공력이 이리도……” 풍은대는 처음에 낙소월을 보고 우습게 봤다. 매화검수라 할지라도 나이가 어렸고, 또한 여자다 보니 별로 대단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의하기는커녕 낙소월의 아름다움을 자기들이 먼저 탐하겠다며 바짓가랑이를 주무르며 조롱했다. 그러나 정작 부딪치니 상황이 달라졌다. 낙소월과 검을 맞댄 이들은 하나같이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사형이 건네주신 영약 덕이야.’ 낙소월이 살짝 웃었다.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보는 이가 홀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다수와 싸울 경우,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 있지 않은 이상 장기화로 이어져 지구력이 요구된다. 이 지구력이란 즉 내공이다. 그렇다 보니 보통의 경우 내기를 필요한 정도만 조각내 담고, 목이나 심장처럼 일격에 목숨을 끊는 순간에만 힘을 실었다. 그러나 낙소월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폐관 수련에 들어가기 전, 주서천이 건네준 소환단과 매화검수에게 주어지는 영약 덕에 내공 증진을 이루었다. 그녀 역시 주서천 정도는 아니나 웬만한 중년의 무인들만큼의 내공량 이상을 지녔다. 풍은대원 여럿이 전력을 다해 덤벼들었지만, 그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튕겨 내거나 막아 냈다. 가끔씩 힘을 줘서 공격하면 적들은 무지막지한 공력을 버티지 못하고 수비가 꿰뚫렸다. ‘폐관 수련 때도 느꼈지만……’ ‘매화검수 역대 최고의 천재일지도 모르겠구나.’ 화산에서 날고 기는 기재들 중에서도 천재라 불렸던 몽각과 담향조차도 그녀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매화검장, 위지결도 낙소월의 실력을 확인하자 눈빛이 변해 그녀를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한때 주서천을 매화검수로 만들지 못해 무척 아쉬워 했는데, 낙소월이 들어오자마자 그 미련을 버렸다. 배우는 자세부터 시작해 개개인의 재능이나 신체 능력, 반사 신경, 무공에 대한 이해도, 습득 속도 등 전부 따져 봐도 완벽하지 않은 게 없었다. “크으읏!” “이 새끼들아! 뭣들하고 있어! 빨리 안 도와줘?” 고전하던 끝내 지원을 불렀다. “크아아악!” 그러나 도와줄 대원이 없었다. 당가의 남매를 상대하게 된 풍은대원 역시 고전하는 건 매한가지였다. 독룡과 독봉! 아무리 정파의 후기지수라 하지만, 독공이라는 한계가 있으니 여럿이서 근접하면 끝일 거라 여겼다. 확실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옳지는 않았다. 당명인과 당혜는 일반적인 독인이 아니었다. “적련독장!” 적련독장은 장법. 그것도 거리를 두고 장풍을 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가격해야 하는 수를 써야 했다. 그 말은 근접전 역시 나름 자신있다는 뜻이었다. “대단하구나.” 당명인이 당혜의 일장을 보고 놀랐다. “네 무명(武名)을 익히 들었긴 했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오라비는 네가 자랑스럽다.” “……아니요. 별거 아니에요.” 당혜는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낙소월이 주서천의 칭찬에 떨떠름해하는 것과 비슷한 경위였다. 당명인은 이미 어렸을 적부터 두각을 보였고, 성년이 지났을 무렵부터 흑영부에 들어가 활동했다. 그가 세운 공적은 대부분 기밀이라 전부는 듣지 못했으나, 그 일부분을 들어 보면 누구나 놀란다. 당가의 권세는 더러운 일을 맡게 되면서 나오기도 하지만, 당명인이 맡게 된 이후로는 더더욱 강해졌다. “컥!” “도, 독룡이 이리도……” 실제로 당혜도 대단했지만, 당명인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당명인은 장법이나 권각술을 쓰지는 못했지만, 그의 용독술은 천하에 손꼽히는 수준의 독공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선 장법이냐 권각술을 굳이 배울 필요성을 못 느꼈다. 발밑을 폭발시키듯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간 마도의 고수들조차 당명인에게 닿지는 못한다. 그 증거로 풍은대원이 순식간에 덮쳐 끝내려고 했는데 당명인의 근처에도 가 보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독에 내성이 있건 없건, 버틸 수 있는 내공이 있건 없건 전혀 상관없었다. 당명인이 주변에 살포한 연기나 아지랑이 같은 것에 닿기만 하면 죽거나 마비됐다. 용독술이란 독공의 기본이요, 일종의 제어술이다. 그리고 이를 연마할 경우 체내에 독기를 쌓아 두는 것은 물론이고 자유자재로 외부로 뿜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체내의 진기를 독기로 변형하여 독연(毒煙)을 만들어내 지금처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었다. 시각이 닿는 곳은 물론이고 사방팔방으로 두르면 고수라 할지라도 섣부르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러면 멀리서 처리하면 그마……켁!” “크악!” 당명인은 당가의 적통답게 암기도 출중했다. 당가에서도 다루기 까다롭다는 추혼비접(追魂飛蝶)조차 그 손에 쥐어지면 장난감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룡삼봉 중 독룡이라는 칭호는 더러운 일을 도맡아 얻은 게 아니다. 순수한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이렇게나, 강하신데……’ 새삼 무림의 독에 대한 취급이 원망스러웠다. 세간에서의 평가조차도 과소평가된 듯했다. 후기지수의 수준은 일찍이 넘었거늘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사실이 싫었다. 그 분노를 토해 내듯, 풍은대원의 목숨을 앗아 갔다. 이십여 명 정도의 풍은대원들은 별다른 힘도 내지 못하고, 당가의 남매에게 무참히 살해 당했다. “켁!” “큭!” “어디냐! 누가 숨어 있다!” 그 사이에서 소령이 활약했다. 그녀의 먹잇감이 된 이들은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죽었다. 거의 오십에 가까운 인원이 고작 여섯 명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 이럴 리가…… 없다……” 풍은대주가 주변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굳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도 쉬이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악몽이라면 얼른 깨고 싶었다. 혹시 마성이 과하게 잠식되어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웃기지 마!” 풍은대주가 바람이 됐다. 풍은대의 이름에 걸맞게 그 움직임은 은밀했다. “다 보인다.” 그러나 그 은밀함도 고수의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활성화된 감각이 풍은대주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풍은대의 마공 특징은 바람에 의한 눈속임이다. 일단 눈을 뜨기도 힘든 돌풍을 만들어 낸 다음, 그 안에 녹아들어 순식간에 접근해 공격해 온다. 풍마대와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니는 것도 제일 효율적이라서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풍마대도 없을뿐더러, 그 상대는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현경의 절대고수였다. “죽여 주마!” 풍은대주의 분노가 극에 치닫자, 마성이 반응했다. “쯧쯧.” 그 모습을 본 주서천이 혀를 찼다. 풍은대가 일반적인 마인들과 다르며 무기로 쓸 수 있는 건 이성의 제어와 침착함이다. 그런데 이를 포기한다면, 풍은대가 아닌 그저 그런 마인에 불과했다. 그 증거로 굳이 고수가 아니라 해도, 살의가 워낙 진득해 바람 속에 숨건 말건 훤히 보였다. “십일.” 풍은대주라는 돌풍에 숨겨 진 칼날이 열 명이었다. 아무래도 남겨진 대원들을 박박 긁은 듯, 그 이상의 존재감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간다.” 주서천이 친절하게 알려 주며 진각을 밟았다. 콰아앙! 발바닥이 지반을 무너뜨리고 깊숙히 들어간다. 용천혈에서 뿜어진 무시무시한 공력이 땅을 흔든다. 반경 오 장 내의 지반이 반구형으로 움푹 가라앉았다. 위에서 보면 거미줄처럼 땅이 쩍쩍 갈라졌다. “헛!” 침착함을 버리고 멧돼지처럼 돌격을 택한 풍은대원들은 지반이 갑자기 꺼지자 균형을 잡지 못했다. 마교의 보법 대부분은 최고 속도의 돌격에 맞춰진, 정말 무식하게 그지없는 방식이다. 그러니 이렇게 갑작스레 지형이 바뀌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