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25)
제자. 아니, 연화각원이라고 해 봤자 이제 막 성년이 된 어린아이다!” 막원갑이 뒤로 물러나려는 무사의 등을 발로 찼다. “애초에 십사검협도 참전했다는데 그를 따라가지 않은 건 그만큼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 겁먹지 말고 빨리빨리 제압해라, 이 쓸모없는 놈들아!” 막원갑의 호통에 설득된 것인지, 아니면 겁을 먹었는지는 모르나 사도천의 무사들이 다시 칼을 고쳐 잡았다. 그들의 눈 대부분이 주서천에게로 향했다. “어째 정파보다 말이 많은데.” 주서천이 웃음을 거두면서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주저리주저리 떠들지 말고, 검으로 대화하자!” 주서천의 말을 끝으로 사도천의 무사들과 옹안 지부의 무사들이 다시 재격돌했다. “주 소협의 말씀을 떠올려라!” 삼류 무사들의 방어가 뚫리거나 버거워하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지원을 해 주던 이류 무사가 외쳤다. 불과 한 식경(食頃 : 30분) 전, 주서천은 삼류 무사와 이류 무사들을 데리고 짤막하게나마 작전을 세웠다. 처음에 무사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주서천이 무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주서천은…… “혼자 도망쳐서 살아남은 뒤, 너희가 재물을 들고 도망치려다가 실패해서 죽었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릴테다. 가족이 고향에 있는 무사들이라면 그 가족이 어떻게 될지는 알겠지?” “마, 마라(魔羅)! 마라가 여기에 있다!” ……라는 식의 협박으로 억지로 말을 듣게 했다. 대부분 어차피 자포자기했기에, 군말하지 않고 주서천의 말을 들어주고 따라 주었다. 사실, 전술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정말 간단했다. 대문 앞에 대기해서 안으로 전부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 근처를 포위해서 경계만 하는 것뿐이었다. 또한 이류 무사가 돌아다니면서 뚫릴 곳이 있으면 보완해 준다. 마지막으로, 정면 중앙에 위치한 주서천이 갈 곳 없는 사도천 무사들을 각개격파해서 승리한다. 처음에 그 작전을 들은 무사들은 주서천을 미쳤다고, 또는 자신의 무위를 너무 과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하다. 연화각원이라 해도 열두 살밖에 되지 않은 애송이다. 그것도 무림 초출이다. 처음으로 살인을 하고 어떤 반응을 할지 모르는데, 모든 걸 맡겨 달라니. 어이가 저 멀리까지 출타했다. 뭐라 따지기도 전에 사도천의 무사들이 가까워졌고, 결국 다들 절망하면서 작전을 시행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아니, 작전이 문제가 아니었다. 주서천이 보인 무위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처음 봤을 때, 다들 눈을 껌뻑이면서 의심했다. 그러나 한 명을 쓰러뜨리고, 이어서 세 명을 순식간에 처리하는 걸 보고 드디어 믿게 됐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상식과 어긋나는 무력이다. 하지만 의문보다는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싹트자 다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좌익(左翼), 너무 파고들고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숫자는 우리가 적으니 조금은 진정하세요!” 주서천이 검을 휘두르면서도 전황을 살폈다. 많지는 않지만 회귀 전에 그럭저럭 지휘 경험도 있었다. “예!” 삼류 무사가 진중한 목소리로 답했다. 방금 전까지 가득했던 절망감은 없었다. 수적으로 몰린다. 사기도 떨어질 대로 떨어졌었다. 희망은 없었다. 보이는 건 암흑뿐이었다. 뒤에는 부상자들이 있었다. 싸울 수 없는 사람들이 겁을 먹은 채 숨어서,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들을 잠깐이라도 버리겠다는 생각을 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걸 반성하며 몸을 움직였다. ‘있다.’ 삼류 무사들은 보았다. ‘화산의 등이, 있다.’ 누구보다 든든한 등을 보았다. 청년도 되지 않은 소년의 등. 부끄러울지 모르지만, 그 소년의 등에 의지한 채 명령에 따르면서 격렬하게 싸웠다. “죽어랏!” 사도천의 무사가 악을 지르면서 달려왔다. 주서천은 옆에 었던 사도천 무사의 가슴에 꽂았던 검을 빼낸 뒤, 몸을 비틀면서 검을 휘둘렀다. 쐐-액! 듣기만 해도 매서운 파공성이 터졌다. 피를 머금은 검이 수평선을 그었다. “으… 으합!” 사도천의 무사가 예상했다는 듯, 목이 꺾일 정도로 뒤로 젖혔다. 턱 끝을 검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하하하! 끝이다!” 사도천의 무사가 환희로 가득 찬 목소리를 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해도 검을 회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터, 무사는 목을 원래의 위치로 돌리기도 전에 손에 든 칼을 강하게 휘두르려 했다. “호, 제법.” 주서천이 칭찬하면서 다리예 힘을 주었다. 잘 단련된 하체 근육이 울긋불긋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러고는 발끝에 내력을 돌려, 그대로 다리를 힘껏 휘둘러 무사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끄아악!” 빠악, 하고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사는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다리뼈가 부러져 무너졌다. “화, 화산파의 검수란 놈이 대체 뭔……!” 정파인, 특히나 검에 대한 자부심을 지닌 화산파 출신의 제자들은 검공 외에는 잘 쓰지 않으려 한다. 매화권이 있다 해도, 싸우다가 검을 놓치거나 잃어버리면 그 수치심에 자결하는 자도 있을 정도였다. 하물며 상대는 화산파의 자존심이라고도 칭해지는 매화각이 아닌가. 발을 쓰는 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도 정말로 위험할 때 아니면 잘 안 써. 그리고 전란을 겪게 되면 정파인들도 자존심을 좀 많이 꺾게 되더라.” 주서천도 원래는 그런 전형적인 정파인이었다. 그러나 몇 번 죽을 뻔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사고방식이 조금 바뀌었다. 그건 주서천 뿐만이 아니다. 잔뜩 굳은 사고를 갖고 있던 정파인들은 전란의 시대를 겪으면서 많은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살려 ……” “뭐라고? 사도천 무사라서 잘 안들리는데?” 서걱! 사도천 무사의 머리가 목과 분리됐다. “히이익!” 정면을 돌파하려던 사도천 무사들이 기겁했다. 그 뒤에 있던 무사들도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들은 애초에 삼류. 이렇게 압도적인 무위 앞에선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나 사파인들의 경우, 자존심이나 명예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겁이 금세 전파됐다. “버, 벌써 삼십 명이나 당했다고!” 누군가가 기겁하면서 소리쳤다. 백이었던 무인들은 칠십 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생각해라! 삼십 명 정도와 목숨을 걸고 싸웠으니 놈들은 틀림없이 지쳤을 것이다!” 막원갑이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절대 여기서 물러나면 안 돼. 다른 놈들은 몰라도 책임자인 나는 도망쳐도 기필코 추격을 받는다.’ 막원갑은 침을 꿀꺽 삼켰다. 책임을 지는 자리는 그만큼 실적을 쌓기 쉽지만 처벌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나 사정을 봐주지 않는 사도천은 더더욱 그렇다. “밀어! 밀어! 밀어붙이란 말이다!” 막원갑이 수하 무사들의 등을 발로 걷어찼다. 칼을 높이 들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누구든지 저 꼬맹이의 목을 자르는 자, 내가 상부에 고해서 금자를 내리도록 하겠다!” 막원갑에게 그런 능력 따위는 없다. 그러나 공포감에 짓눌려서 아무렇게나 지껄였다. “우와아아!” 금자라는 말에 사도천 무사들이 반응했다. 사파인, 특히 하류 인생을 사는 자들은 자존심이나 명예보다 돈이라는 물질적인 것에 환장했다. “이, 이런!” 옹안 지부 이류 무사가 사색이 됐다. 한참 잘 막고 있었지만, 사도천 무사들이 홍분하여 한꺼번에 돌격하자 버티기가 힘들었다. 지금까지는 주서천이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 소극적인 태도였지만, 이제는 그 반대가 됐다. “주, 주 소협!” 이류 무사가 애달픈 목소리로 주서천을 불렀다. 삼류 무사들도 주춤주춤하더니만 점차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런!’ 주서천이 아차, 하는 얼굴로 얼른 돌아가려 했다. “죽어라아아!” 하나 사도천 무사들이 몰려와 주서천을 막았다.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지원을 가기가 힘들었다. 이렇게 뚫리나 싶을 때, 전장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야 이 새끼들아!” 퍼엉!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폭음이 터졌다. 쇄새새색! 소리에 대한 정체를 판명하기도 전, 사도천 무사들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끄아아악!” “아악, 이게 대체 어디서 날아온 거야!”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터졌다. 멧돼지 같은 기세로 돌격하던 사도천 무사들이 기겁했다. 머리 위에서 떨어진 건, 화살이었다. 그것도 최소 이십 개에 달하는 숫자였다. “으… 하하하!” 주서천도 사도천 무사들 한가운데에 있었기에 화살을 맞았다. 하지만 검으로 쳐내서 피해는 없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줄이 달린 대나무 통을 들고, 잔뜩 성이 난 표정을 한 제갈승계가 있었다. “제갈세가, 이 새끼들 진짜 더러운 놈들이네 ” 죽통노(竹簡綺) 죽통에다가 화살을 집어넣은 뒤, 죽통에 달린 실을 잡아당기면 화살 몇 개를 뿜어내는 암기였다. 몇십 년 뒤, 사천당가에서 새로운 암기라고 전란의 시대 때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 어째서인지 사천당가의 사람이 아닌 제갈세가의 사람이 죽통노를 사용하고 있었다. 즉, 그 말은…… “승계가 개발했던 게 암기라서, 그게 정파인으로서 부끄러워 쓰지 못하니 사천당가에 돈을 주고 팔아?” 기분은 나빴다. 하지만 이걸로 확신할 수 있었다. “하하! 성공했다!” 제갈승계가 죽통노를 들고 두팔을 벌려 기뻐했다. 무언가의 도전에 성공한, 순수한 기쁨이었다. ‘틀림없는 만각이천이다!’ 第一章영약맹약(靈藥盟約) 제갈승계는 사도천의 습격 소식을 듣자마자 모습을 감췄다. 지레 겁을 먹고 숨은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였다. 철저하게 오해하고 있었다. 제갈승계는 숨기는커녕, 옹안 지부의 화살이나 죽통 등의 물건들을 모아서 암기를 만들었다. “아, 암기?” 막원갑이 당황했다. ‘사천당가?’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암기다. 그런 암기를 쓸 만한 인물은 정파에서도 사천당가뿐이었다. “하하, 성공이다! 성공이라고!” 제갈승계가 펄쩍펄쩍 뛰면서 환호했다. 잘했다, 제갈승계! 주서천은 일부러 제갈승계를 호명했다. 주변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제갈세가?” 막원갑이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아니, 제갈세가가 왜 암기를 써?” 정파인들은 사천당가를 제외하고 암기를 쓰는 걸 치욕으로 여긴다. 쓰지도 않지만, 설사 연공을 할지라도 사문 측에서 엄중히 벌하며 금하는 편에 속했다. “헉! 나, 날 봤어!” 제갈승계가 날뛰던 걸 멈추고 당황했다. 이렇게 많은 시선을 모았던 적은 처음이다. 주목을 받으니 손이 떨리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마에서 식은땀도 나고, 머릿속도 새하얗게 질렸다. “뭐, 뭘 봐! 나도 안다고! 나도 쓸모없는 거 알아!” 그놈의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다시돌아갔다. 제갈승계는 죽통노를 끌어안고 울먹거렸다. 아직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소년에게는 힘든 상황이었다. 게다가 무공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으니, 사도천의 무사들이 사납게 쳐다보면 버틸 수가 없다. “제갈세가가 암기를 쓰다니, 비겁하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막원갑이 눈을 벌갛게 뜨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허, 참.” 옹안 지부의 이류 무사가 어이없다는 듯이 막원갑을 쳐다봤다. 다른 삼류 무사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누가 누구보고 비겁하다고 하는가. 이기기 위해선 명예 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게 사도천이 아닌가. 그러나 막원갑은 그러한 시선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갈승계를 삿대질하면서 소리쳤다. “거기서 그렇게 싸우지 말고, 내려와서 정정당당히 승부하자!” ‘저건 위험하다.’ 막원갑은 죽통노를 경계했다. 조금 전에 날린 그 화살들은 목숨이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귀찮았다. 저 화살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이상할 정도로 강한 꼬마, 주서천에게 당할 수도 있었다. ‘자고로 정파인들이란 비겁하다고 지적해 주면 알아서 목을 내놓는 법. 안 넘어올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