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253)
주변을 살살이 뒤졌다. 제갈승계를 데려왔다면 비밀 공간을 추가적으로 찾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기관지식에 대해서 들은 것이 있어 소음문주의 보고를 털 수 있었다. 생각 이상의 재보(財寶)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과연 암천회의 수뇌이자 상천칠좌 다웠다. 그중에서 제일 기뻐한 건 태아를 대신할 수 있는 보검의 발견이었다. “용연(龍淵)!” 용연은 태아처럼 구야자와 간장이 초나라 왕의 명으로 만들었던 세 자루의 검 중 하나로서, 진나라가 망한 후 항우가 태아와 함께 소유했던 명검이다. 어째서 이만한 명검을 천하에 보이지 않고 숨겼나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전 주인이 주인이니 이해가 갔다. 소류금이 돈이 궁한 것도 아니었으니, 괜히 이 용연으로 검의 고수가 늘어나는 걸 원치 않았으리라. 태아의 형제인 만큼 겉으로 봐도 범상치 않은 예리함과 튼튼함을 지녔다. 그렇지 않아도 일반적인 철검은 만중검으로 몇 번 휘두르면 부서져 버려서 대체할 것을 찾고 있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무공 비급.” 무공 비급도 발견됐다. 그런데 이 비급들이 정작 일반적인 무림인들이 보면 실망할 만한 것들 밖에 없었다. 음공을 유일하게 다루는 소음문답게, 음공밖에 없었다. 소음문은 생전에 천하의 음공을 전부 수집하려던 목적이었는지는 몰라도, 나름대로 알려진 것부터 시작해 희귀한 서적들이 쌓여 있었다. 만약 남들이 봤다면 쓰레기라면서 그냥 지나쳤겠지만, 주서천은 달랐다. 세 가지를 골라 가져갔다. 사자후나 소음후 계통의 용후(龍吼). 검신을 튕겨 음파를 내는 탄검음(彈劍音)이었다. 탄검음의 상위 호환이 소류금의 철음진파다. 철음진파는 위력도 좀 더 높고, 탄검음처럼 검신으로 제한되는 게 아니라 쇳소리면 전부 가능했다. 어차피 오성이 한계이고, 주력 무공으로 쓰지도 않을 테니 상관없었다. 마지막은 전음입밀(傳音入密)이다. 일정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타인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몰래 전하는 기예였다. 음공이긴 하지만 싸우는 용도로는 쓰이지 않는다. 상당한 내공의 소모가 필요해서 초절정 고수라도 조금 부담이 된다. 또한 음공의 고수여야 했다. 정말로 편한 기예이지만 이걸 위해서 음공을 택할 이유가 별로 없어서 무림인 중 쓰는 자는 몇 없다. 주서천은 사도천주를 만나러 가는 동안 탄검음과 전음입밀을 성실하게 수련했다. 탄검음이야 심심하면 검신을 손가락으로 튕기면서 수련하면 됐고, 전음입밀은 소령을 대상으로 했다. 둘 다 심상구현 답습과 현경에 오른 깨달음 덕인지 보름이 채 되지 않아 오성까지 올릴 수 있었다. 용후의 경우는 광범위적이고 피해가 워낙 심해서 수련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추종자들에게 경고를 전달할 때만 사용했다. “나를 따라오는 건 너희 마음이지만, 그 권세를 등에 업어 패악질을 하는 놈들은 용서하지 않겠다!” 머릿속을 앵앵 울리는 용후에 추종자들이 깜짝 놀랐다. 그들은 공포에 압도되어 얌전히 지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사파인들은 남이 명령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고, 반골 성향도 다분하다. 그렇다 보니 이를 무시하고 패신군의 이름을 이용한 이들도 있었는데, 직접 찾아서 죽기 직전까지 팼다. 단전을 폐하고 싶었지만, 사도천주를 만나기 전까진 이탈을 피하고 싶어 팔다리 중 하나만 분쇄하듯이 부러뜨려 주고 내쫓았다. “과연, 패신군!” $패왕이로다!” 겁에 질리거나 불만을 가지고 이탈하는 자도 있었지만, 도리어 위엄있고 멋있다며 열광하는 자들도 존재했다. ‘기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암천회를 부수면 패신군으로서의 신분은 버려야겠다.’ 화산파의 제자, 그것도 정파의 영웅이 사파의 상천칠좌란 게 알려진다면 어떤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 그래서 괜한 은원 관계를 만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사도천 본부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 무림맹과 마교가 격전을 치르고 있겠구나. 부디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 * * 신강에서 청해 땅을 밟은 마교의 군세는 대략 일만.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이 유난히 흉해 보였다. 지평선 너머로 전해져 오는 살의의 폭풍은 보는 이가 절로 실금을 지릴 정도다. 둥! 두둥! 고수(鼓手)가 북을 친다.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 두 사람이 세 사람으로. 마치 전염되듯 북소리가 군세 전체로 퍼져 각자의 자리에 위치한 고수들이 순간에 맞춰 북을 쳤다. 대기가 떨려 오는 그 진동음이 정파인들의 가슴을 자극했다. “캬하하핫!” “저기 먹을 것들이 보이는구나!” 위엄에 맞지 않은 경박한 웃음소리. 입가에 번진 웃음이 잔혹했다. 정면에는 먹지 못해 삐쩍 마른 노비들이 서 있었는데, 쇠로 만든 형구가 목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목줄처럼 쇠사슬이 이어져 마인들의 손에 들렸다. 혈교의 군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담았다. 혈교도가 사교에 빠져 광기에 젖어 있다면 마교도는 종교인보다는 잘 단련된 전사가 떠올랐다. 성급하지 않고 느긋하게 전진하던 마교의 군세는 청해호에 접근하자, 도중에 멈춰 섰다. 일만의 숫자를 약간 넘어서는 마교의 무리가 합을 맞춰 동시에 멈추는 광경은 제법 장관이었다. “정파의 위선자들이 마중을 나왔구나.” 바람에 펄럭이는 시커먼 깃발 아래, 몸집이 산만 하고 호랑이를 닮은 노인이 거친 수염을 긁적이며 히죽 웃었다. 검은 빛깔의 말 위에 타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명마였다. 노인은 명마의 갈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정면을 쳐다봤다. 북소리는 없었으나 마교의 군세와 대치하듯, 백색과 청색의 조화를 이루는 무림맹의 군사가 있었다. 대신 그 숫자는 적었다. 마교는 일만의 병력이었지만, 무림맹은 칠천 밖에 되지 않았다. 정파 무림은 원래부터 인력이 그다지 많지 않고, 얼마 전 정혈대전의 피해 탓에 동원 수가 적었다. 남부의 사도천 영역도 막아야 하다보니 수적으로 열세를 보였다. “만나서 반갑다!” 노마(老魔)가 고삐를 움직여 앞으로 나섰다. “노마는 부교주, 전호마(戰虎魔)라 한다!” “전호마!” 전호마는 한 시대를 풍미한 대마두로서, 호랑이를 닮은 얼굴에 싸움을 특히 좋아하는 마교인이다. 전호마를 찾으려면 십만대산이 아니라 전쟁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어릴 적부터 마인으로서 자라와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였으며 일찍이 대마두로 불려 부교주가 됐다. “해는 중천에 떴고, 구름 한 점 없구나! 싸우기 딱 좋은 날씨다!” 전호마가 조롱이 아닌, 진심으로 기쁜 듯 쾌활하게 웃었다. 전쟁을 앞에 둔 그의 감정은 격양됐다. 무림맹과 사도천, 그리고 마교와 혈교가 세력의 균등함을 지니면서 평화 협정을 맺은 뒤로 싸우지 못해 얼마나 답답했던가. 그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아직도 살아 있다니, 명줄 한 번 길구나.” 무림맹 측에서도 누군가 몇 걸음 앞서서 나왔다.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었다. 어디에서나 볼 법한 늙은이가 아니라, 신비감과 위엄이 동시에 존재했다. 전호마는 노인을 보고 반갑듯이 이름을 불렀다. “오오! 곤륜의 장문인, 상명진인이 아닌고!” “닥쳐라!” 상명진인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곤륜파와 마교는 예로부터 철천지원수였다. 오늘날처럼 마교가 중원 무림을 침공하려면 청해의 땅을 필수적으로 밟아야 했고, 항상 곤륜파와 제일 먼저 접촉했다. 설사 평화가 지속되어도 마찬가지다. 종종 사람에 굶주리거나, 미쳐 버린 마인들이 중원으로 흘러들어 오면 곤륜파가 나서서 토벌했다. 이러한 역사가 길다 보니 그동안 쌓인 원한의 깊이도 상당했다. 또한 상명진인과 전호마는 젊었을 적 악연이 있었다. 무림맹과 마교의 전투에서 공수를 섞어 봤다. “어허, 이 친구야. 너무 화내지 말게나. 이 노마는 옛 호적수를 봐서 얼마나 기쁜지 알고 있는가.” “말이 많은 건 여전하구나. 좋다. 내 오늘이야말로 네놈의 혀와 함께 목을 자르겠다.” “클클클. 곤륜의 장문인이신 도사께서 말이 너무 험하지 않나. 뭐, 그래도 환영하네.” 전호마의 눈매가 초승달처럼 휘었다. 그 안의 눈빛을 보면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했다. “자아, 그럼……” 전호마는 턱을 들고 눈을 내리 깔았다. 그 오연한 시선에 무림맹이 불쾌한 듯 인상을 구겼다. 정파인들이 화를 내건 말건, 전호마는 개의치 않으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확 떴다. “자아, 들어라! 마교의 교도들이여!” 노마의 기세가 바뀐다.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듯, 사람보다는 야수에 가까운 기세가 주변을 뒤덮었다. “올바르다니, 올바르지 못하다니! 정도이니, 사도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약자의 헛소리에 불과하다!” 두근두근! 피와 살을 볼 생각에 첫사랑을 본 것처럼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바짓가랑이에 열기가 모이고, 뇌가 뛰었다. “사람의 역사란 예부터 힘으로 시작했으며, 힘으로 끝났다! 동지들이여! 마교(魔敎)라 불리는 것을 인정하자! 힘이 약한 것은 죄악이요, 마라이다!” 털이 쭈뼛 서고 소름이 끼쳤다. 이제 곧 일어날 싸움에 가슴이 떨리고, 양물이 서고, 입이 귀에 걸렸다. 전호마의 동공이 짐승의 것처럼 세로로 쭉 찢어졌다. 심지어 색깔 역시 범처럼 황금색으로 번뜩였다. “재물이 부족하면 약탈하면 되는 것이고, 미인이 탐스러우면 범해라! 누군가 짜증나게 한다면 죽이면 되지 않는가! 힘 앞에선 모든 것이 공평하다!” “캬하하하하! 누군가가 옳은 말을 한다고 생각하면 죽여라! 그러면 이제 나의 말이 옳은 말이 되리라!” 악마들이 웃었다. 사도천에 도착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추종자 세력이 따라오기는 하지만, 신경 쓸 건 없다. 어차피 추종자들이 있다는 것만 알리면 된다. 호남과 광동의 경계선. 사도천 본부. 이 년 만이었다. 그때는 구경할 것도 없이, 사문반란에 참전하여 싸우느라 정신없었다. 다시 와서 약간의 여유를 두고 보니 풍경이 좀 다르게 보였다. ‘정말로 여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시간에도 정마대전의 희생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괜히 다급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짐을 싸들고 부랴부랴 사도천에 방문하면 차후의 협력이 어려울 수 있었다. 사도천주는 무공도 무공이지만, 눈치도 빠르며 지략에도 능하다. 만약 여유 없이 급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 눈치 빠른 늙은이가 유리하다는 걸 깨달을지 모른다. 협상을 불리하게 끝내고 싶지 않고, 좀 더 확실하게 싶어서 일부러 빠르게 달리지 않았다. 참고로 사도천으로 향하는 행렬 동안에 정말로 여러 사람들이 붙었다. “히야, 저자가 패신군인가 보군.” “멀리서 봐도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구만 그래.” “그나저나 생각보다 젊지 않나? 많아 봤자 이제 막 이립을 조금 넘은듯한데……” “쯧쯧 이래서 하수 놈들은 안 돼. 원래 무공이 높은 자일수록 노화가 느린 법이고, 특히나 화경에서 벗어나면 환골탈태를 겪게 되며 최소 십오 년에서 이십 년은 더 젊어 보이지 않나. 본인이 동안이라면 더욱 그렇지.” “그러는 너도 하수 아니냐? 어휴, 하여간 입만 살아서는!” “어허. 이 무식쟁이야. 원래 이론이 중요한 거야.” “이제 보니 완전 정파인이네, 정파인. 낄낄낄, 아는 거 많아서 좋겠다! 샌님아.” “뭣? 정파인? 이 새끼가!” 무림인들은 패신군을 보고 조금 젊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겉모습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푸줏간 지하의 장인이 만들어 준 인피면구 덕이기도 하지만 일부러 기세를 흘려 그리 믿도록 했다. 화산오장로 시절부터 나름대로 눈치 있게 행동하고, 현생에서 거짓말이나 연기를 밥 먹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