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264)
전에 천마의 신형이 튀어나갔다. 남들이 보기에는 사라졌다가 나타난 걸로 보였다. 그러나 동수인 주서천의 시야에선 달랐다. 그 움직임이 확실히 보였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리 그어지는 천마의 검. 주서천은 용연을 바로 잡고, 아래에서 위로 힘껏 치켜 올려 머리를 쪼개려는 천마의 검과 부딪쳤다. 채애애앵―! 길게 늘어지는 금속음. 콰아앙! 그리고 그 안에 실린 막대한 공력이 마찰한 순간, 충격파가 검 사이에서부터 형성되며 주변을 덮었다. 주서천과 천마는 서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과연, 천마!’ 일격에 나름 최대한의 공력을 담아서 휘둘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밀어내지 못했다. 가공할 크기를 지닌 마기, 내공에 치가 떨렸다. 한편, 천마 역시 놀란 건 마찬가지다. “중원 무림에는 기인기사가 모래알처럼 많다 하지만, 그대 같은 무인이 있다면 중원은 진작 망했을 것이다. 이렇게 부딪쳐봤는데도 도저히 믿기지 않구나.” 알다시피 마도의 무공, 일명 마공은 일반적인 무공에 비해 공력의 밀도나 크기. 그리고 파괴력이 높다. 또한, 그 사용자가 마도 최고수이자 상천칠좌의 절대고수인 천마라면 두말할 것도 없었다. 상천칠좌 구성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도, 순수한 파괴력만으로는 천마를 이길 자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가 와도 정면 대결은 피해야 할 상황이거늘, 주서천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천마.” 주서천의 시선이 천마로 향했다. “암천회주와 싸웠냐?” 천마는 답하지 않고 그저 웃었다. “아니, 질문을 바꾸지.” 주서천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개양성이 됐나?” 암천회주의 오른팔이자 상천십좌, 검의 마귀라 일컬어지던 검마의 합류 시점은 의외로 늦은 편이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암천회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 그러니까 칠검전쟁 또는 정사대전 때였다. 그러나 칠성사를 구성하는 개양성은 예전부터 존재했다는 걸 생각하면 여기에서부터 의문이 발생한다. ‘암천회는 어찌하여 전대를 내버려두고, 전광검귀라는 불확실한 무인에게 접근해 개양을 제안했나?’ 무림 정서 상, 전광검귀라는 별호는 별로 좋지 않다. 무림인이 돈에 너무 관련되면 멸시를 받다 보니 평가도 절하된다. 당시 무선화를 구하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돈에 혈안이 됐던 무곡이다 보니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었다. 암천회주가 어떻게 발견했는지는 몰라도, 용케 찾아내서 개양으로 삼아냈지만 말이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기 전의 암천회라면 특히나 그런 도박을 할 리 없다.’ 가장 그럴싸한 가능성이 떠올랐다. 철저하게 계산하고 판을 짜놓는 암천회의 성격상 너무나도 맞지 않다. ‘하물며 칠성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방향까지 파악한 뒤 움직이려는 천기가 아닌가.’ 무곡의 무공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는 일곱 명밖에 없는 우두머리를 쉽게 바꿀 리는 없었다. 하물며 회에서 힘을 상징하는 개양. 전대가 누군지는 몰라도 암천회주 다음가는 고수일 것이 분명했다. 그런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바꾸는건, 주서천이 알고 있는 천기나 암천회가 아니다. 추측이지만 모종의 이유…… 천명이 다해 자리가 비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어르신을 찾았겠지.’ 절대고수라 해도 수명을 이겨낼 수는 없다. 이 경우라면 아무리 알고 있던 미래에서 벌어진 일이라 해도 현생에서 반드시 일어난다. 암천회는 불가피하게 개양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고, 마침 이 시기에 천기의 그림자가 마교에 보였다. 그 의문과 추측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은 하나. ‘천마는 암천회주에게 패해 개양이 됐다.’ 무력만 있다면 굴복이 가능하니 어렵진 않다. “본좌를 즐겁게 해준 대가로 답해주마.” 허무할 정도로 시원스러운 답변을 내며 천마는 천마잠형술로 육안에서 사라진 뒤, 주서천의 곁으로 접근했다. 쐐애액! 대기를 가르는 파공성은 매섭기 짝이 없었고, 신속하면서도 파괴적이다. 이만한 위력을 지닌 공격을 아무런 소리 없이 순식간에 행한다는 것이 대단했다. “그 말대로다!” 째애앵! 어떠한 조짐도 없이 명줄을 노리려는 공격. 그러나 이처럼 은밀하고 급격한 방식은 실컷 경험했었다. 속으로 새삼 유령곡과의 수련을 주기적으로 행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겼다. 파르르. 맞부딪친 검이 힘 대결을 하듯 떨어댄다. 주서천은 검 너머의 마안을 마주보면서 몇 가지 더 물어보려 했으나, 공세에 가로막혀 묻지 못했다. “그리 알고 싶은 것이 많다면, 힘의 증명부터 해라.” 콰드드득. 발밑의 모래알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더니, 천마의 몸을 중심으로 해서 나선형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질 것이고, 패자는 가지지 못할 것이니!” 눈에 훤히 보일 정도의 시커먼 줄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쁜 사악함이 느껴졌다. “타핫!” 여태껏 광오했던 그가 초식명을 부르짖지 않았다. 그 대신 기합을 터뜨리면서 검을 휘둘렀다. 천마삼검의 제일식을 펼치자 시커먼 빛이 시야를 가린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신경. 뇌가 천마삼검의 원리를 깨닫는다. ‘외부로 발산하는 내공의 밀집포화!’ 그 안을 살펴보니 참으로 무식하기 그지없었다. 저 광채의 정체는 강기가 맞다. 검을 휘감은 시커먼 것은 기요, 그게 응집되고 굳어 강기가 된다. 검을 휘두르면서 그 강기를 얇고 넓게 퍼뜨리는데, 여기에서 추가적으로 몇 겹을 쌓아 올린다. 본래 응축되고 몸집이 작아져야 할 강기이거늘 집중된 그 양이 상상을 뛰어넘는 바람에 넘쳐 흘러 이러한 빛을 내뿜게 됐다. ‘무식한 놈!’ 주서천이 혀를 차면서 만중검의 천근추로 몸을 고정시켰다. 머리예서 짓누르는 검압이 워낙 대단하여, 다리가 발목까지 지면을 파고들었다. ‘자하개벽, 화우선형!’ 호신강기만으로는 버텨낼 재간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그도 가만있지 않고 반격에 나섰다. 제일식이 펼쳐졌다가, 매화를 피우기도 전에 부채꼴 형태로 바뀌면서 천마삼검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휘이잉.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돌풍이 됐다. 돌풍은 곧 폭풍으로 변해, 사납게 울며 주변을 뒤덮었다. 콰과과과과과! 자색과 흑색으로 물든 광채가 뒤섞였다가, 사방팔방으로 뛰쳐나가 날뛰었다. 공간과 공간 사이가 일그러졌다가, 갈기갈기 찢겨나가면서 상처를 남겼다. 허공으로 비산했던 수만에 이르는 모래알조차 광채의 폭풍우에 집어삼켜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콰아앙! 지축을 뒤흔드는 폭발. 주변의 공기는 그 충격파만으로 격렬하게 떨린다. 격전지도 무사하진 못했다. 서로 맞붙어 있던 절대고수들도 충격파에 못 이기고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일 장 높이의 허공으로 몸이 붕 떠오른 주서천은 그대로 제비를 돌면서 손가락을 세 번 튕겨냈다. ‘자하지!’ 손에서 쏘아진 빛줄기가 곧은 직선을 그려내면서 천마가 도착한 지점에 맞춰 화살처럼 쏟아져 내렸다. “흐!” 천마도 검이 아닌 손바닥을 내밀어 파천수라장으로 자하지에 응답했다. 손바닥에서부터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시커먼 광채가 일순간 번쩍이더니, 몸집보다 몇 배나 되는 크기의 장풍이 자하지가 내려오는 공중으로 뿜어졌다. 콰아아! 자하지가 파천수라장에 집어 삼켜 사라졌다. 그사이, 주서천은 바닥으로 내리꽂히듯 착지해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려서 검을 앞으로 쭉 뻗었다. 쐐액! 허공에 구멍을 내듯 꿰뚫어지는 일직선의 검은 십만대산의 마귀의 숨통을 끊으려고 목을 노렸다. 채애애애애-앵! 그러나 아쉽게도 검극은 살을 짓누르지 못했다. 바로 직전에 천마가 검신으로 막아냈다. “후웁!” 공기를 폐 깊숙이 빨아들인다. 오밀조밀한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단전에서부터 내공이 치솟았다. 기맥 곳곳에 뻗어가는 대해와 같은 공력이 신체능력을 일순간 높여 그 힘을 공세와 함께 퍼부었다. 파바바바밧! 공격에 실패했지만 상관없다. 무너지면 다시 일어나 공격하면 그만이다. 머리가 앵앵 울릴 정도의 금속음이 났다. 일순간, 검이 수십 수백 번 번쩍이면서 유성처럼 쏟아진다. 화경의 고수조차 감히 좇을 수 없는 쾌속의 검! 째재재재쟁! 몇 번인지 모른다. 그야말로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주서천과 천마가 공수를 수백 번 넘게 교환했다. 검압만으로 머리카락이 전부 뒤로 넘어갔다가, 바람에 휘날리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절대고수밖에 인식할 수 없는 공간. 수축된 동공이 검의 움직임을 좇아가려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손은 눈보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검격을 뱉어냈다. “하하하!” 천마가 기분 좋은 듯이 대소를 터뜨렸다. 웃으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는 게질렸다. ‘더럽게도 강하다.’ 음신도 음신이지만 천마는 더 괴이했다. 음신은 적어도 내공으로 무식하게나마 버텨낼 수라도 있지, 천마는 달랐다. 다방면으로 뛰어났다. 신체능력은 물론이고 공격과 수비 골고루 갖췄다. ‘과연, 개양.’ 괜히 암천회에서 무력을 담당하는게 아니었다. “후웃!” 공수가 거의 천에 이르는 순간, 약간의 틈이 보였다. 신행백변으로 재빨리 검을 거둔 다음, 근접한 채로 몸을 붕 띄운다. 그 다음 이어지는 공격은 후려차기. 대퇴부에 힘을 팍 주고, 무게를 실은 다음 천마의 갈비뼈를 노려 힘껏 휘둘렀다. 부웅! 마치 둔기를 휘두른 것처럼 느껴지는 무게감. 근력과 더불어 내공의 힘이 실린 다리가 덮쳤다. 천마는 회피가 불가능한 걸 깨닫고, 거의 반사적으로 팔을 수직으로 세우고 겨드랑이에 모았다. 콰―앙! 일반적인 격타음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둔기로 후려친 것처럼 박살음이 터졌다. 천마는 버텨내다 싶었더니만, 결국 그 육신이 화려하게 튕겨져 나가며 후려친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에 주서천은 숨도 채 쉬지 않고, 땅 위에 착지하자마자 궁신탄영으로 튕겨져 나가 천마를 쫓았다. ‘자하지!’ 왼손을 쭉 뻗어서 손가락을 튕겼다. 자색으로 된 빛줄기가 위를 향해서 대각선을 그렸다가, 직각으로 꺾이면서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후려차기에 맞고 튕겨져 나간 천마는 바닥에 부딪치면서 공중에서 제비를 돌아 균형을 되돌리려 했으나, 자하지가 그걸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덮쳐 왔다. 콰과과과! 신형이 떨어지는 순간을 맞춘 빛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실려 있는 공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바닥에 부딪치자 지반을 뒤집어 놓았다. 반경 일 장 정도가 반구형 형태로 내려앉았는데, 천마가 지나간 곳을 따라서 십여 개 정도 이어졌다. 대부분이 맞추지 못했지만, 딱 하나만 천마의 움직임을 쫓아서 흉부를 노리고 파고들을 수 있었다. “훗!” 하나 천마가 이를 용납하지 못했다. 한쪽 발이 지면에 닿자마자 몸을 회전해,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주서천은 속으로 질린 듯이 혀를 차곤, 천마의 정면에서부터 접근해 재빠르게 자하개벽을 쏘아냈다. 웅웅웅! 천마가 어느새 이가 다 나간 철검에 마기를 응집시킨다. 대기의 기가 들끓어 오르더니 사납게 날뛰었다. ‘아까의 그것인가?’ 주서천은 자하개벽을 화우선형으로 이어갔다. 천마삼검 섬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 판단은 너무나도 섣불렀다. 천마가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면서 검을 비틀었다. 스으윽. 소리가 사라졌다. 빛도 없어졌다. 분명 형상화될 정도의 양을 지닌 마기가 겹쳐지려는 순간이었는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주변의 대기조차 원상태로 돌아왔고 시커먼 아지랑이도 없어졌다. 일순간 빛나려던 찰나 급작스레 이뤄지는 변화. 천마삼검의 제이식인 변(變)이었다. ‘……!’ 주서천의 눈이 커졌다. 겉보기로는 아무런 특징이 없는 검이나, 그 안은 다르다. 도리어 소름이 다 끼쳤다. 섬이 주체하지 못하는 강기의 포화라면 변은 그 반대인 정리하고 가다듬어 승화하는 것. 무형강기였다. 화우선형으로는 막지 못할 것이 안봐도 뻔한 일. 재빨리 거두고 신행백변으로 다른 수를 쓰려 했다. ‘아니, 그러면 늦는다!’ 마공은 일반적인 무공에 비해 안전이나 균형, 정신력 등을 제외한 능력이 전부 높다. 반응속도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