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299)
힘을 팍 주었다. 잘 단련된 이두박근이 부풀어 오르면서 힘줄이 돋았다. ‘하앗-!’ 숨을 내쉬진 않는다. 그래도 속으론 기합을 터뜨리고 왼팔을 힘껏 내지르면서 삼지창을 던졌다. 쐐애애액! ‘……’ 적수수는, 소름이 끼쳤다. 대각선을 그려내면서 날아오는 삼지창. 그 속력은 과연 수중에서 던진 것일까 의심될 정도였다. 마치 폭발을 일으킨 것처럼, 물거품을 창대 끝에서 뿜으며 날아오는 삼지창은 남해용문도를 내팽개치면서 적수수의 심장부를 정확히 노렸다. ‘위험……!’ 적수수는 다시 다리를 꼬리처럼 움직여 피하려 회피기동을 하려 했으나, 이미 늦은 이후였다. 푸욱! ‘아악!’ 몸을 필사적으로 틀어 심장은 빗나갈 수 있었지만, 왼쪽 어깨 죽지를 허용하고 말았다. ‘용미!’ ‘네 이노옴!’ ‘감히 누구에게 창을 던졌느냐!’ 분노에 찬 남해용문도가 주서천에게 창을 뻗었다. 위, 아래, 양옆에서 날아오는 창은 이십여 개였다. ‘모이는군.’ 주서천은 아직 남해용문도가 많이 남았음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바라보다가 창이 접근해 온 것을 보고, 제자리에서 몸을 돌려 회전했다. 투두둑! 이십에 이르는 창날이 서로 부딪쳤다. 금속끼리 부딪치는 마찰음이 아니었다. 둔탁한 무언가였다. ‘후우……’ 모여든 창날은 마치 그물망처럼 얽혔다. 주서천은 그 그물망 아래에 박쥐처럼 매달려 무릎을 굽혔다. ‘간다!’ 발뒤꿈치를 든 다음 창으로 된 그물망을 밀어 치면서 몸을 날렸다. 위로 뛰어오른 게 아니다. 아래로떨어졌다. 팔과 다리를 붙여 속력을 더해 해저로 향한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수압이 몸을 뒤덮는다. 약 삼 장마다 두 근의 무게씩 늘어났다. 그러나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호신강기를 둘러 압력을 배재하고, 수인공의 운기법으로 최소화했다. 쿠웅! 수면 밖에서 흘러나오던 햇빛이 바다에 흡수되어 사라지려 하는 순간, 밑바닥에 도착했다. ‘대체 뭐하는 거죠……?’ 적수수는 주서천을 내려다보며 당혹스러워했다. 무슨 의도인지 모르니 혼란스러워 할 뿐이었다. ‘설마!’ 그 설마였다. 쿠르르르! 주서천이 짓밟고 있던 해저는 아직떨어진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아 여진(餘震)을 토해내는 중이었다. 암흑 속에서 숨어 있던 심해어가 깜짝 놀라며 해구 아래로 도망치려던 순간, 주서천이 솟구친다. 콰아아. ‘너희가 바다를 이용하겠다면, 나역시 바다를 이용하겠다.’ 용천혈에서부터 내공을 뿜어내 추진력을 얻었다. 제갈승계가 쏘아냈던 해적선의 작살이 수면에 구멍을 낸 것처럼, 해류에 기다란 구멍을 내며 올라갔다. 그저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것만이 아니다. 내력을 최대한 뿜어내 주변환경에 영향을 끼쳤다. 녹안만독공의 용독술처럼 응용하여 독 대신 순수한 진기만을 이용하며 부력(浮力)에 몸을 실었다. 또한 곧은 선이 아니라 방향을 중간에 틀면서 빙글빙글 돌았다. 움직임에 따라 회오리가 만들어졌다. 마치 고래가 숨을 토해내듯, 물기둥이 되어 해저에서부터 머리 위에있는 남해용문도를 휩쓸었다. ‘사람이 이 정도 되는 힘을 낼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적수수의 표정이 공포로 얼룩진다. 감히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신화 속에서 용왕의 아홉 아들 중 셋째, 포뢰(蒲牟)가 두려워했던 거대한 생물, 고래 그 자체를 보는 듯했다. 아무리 물고기 떼라 할지라도 고래앞에선 무용지물이다. 그 거대한 몸집과 아가리엔 속수무책이었다. 쿠구구구! 고요함으로 가득 찬 바다가 폭풍으로 가득 찼다. 아래에서부터 올라온 굵은 물줄기에 남해용문도는 버티지 못하고, 거기에 휩쓸려 함께 치솟았다. 콰아아아앙!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폭음. 귀청이 떨어지는 크기에 뇌까지 흔들렸다. 뇌만이 아니었다. 인근 해역에서대기 중이던 여섯 척의 배도 파도에 크게 출렁이며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악!” “용왕께서 분노하셨다!” “해신이시다! 바다의 신님이 노하셨다!” 그것은 기둥이었다. 그저 거대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물기둥이 아래에서부터 몇 장 높이로 치솟아 시야를 가렸다. 비가 내리듯이 빗방울이 아래로 떨어지고, 일곱 빛깔의 무지개가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한가하게 구경할 시간은 없었다. “사, 사람이 떨어진다!” 물만이 아니었다. 사람이 수면을 후려치면서 가라앉았다. 볼 것도 없이 남해용문도였다. 아래에서부터 가해진 해류에 정신없었던 그들은 눈을 뜨자마자 공중에 있다는 걸 깨닫고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결국 애꿎은 허공만 발길질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아래로 떨어졌다. 퍽! 퍼억! “끅!” “꺽!” 수 장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멀쩡할 리 만무했다. 찰싹이 아니라 둔기에 맞은 것처럼 소리가 났다. 아픈 게 아니라 죽은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다. “쏴!” 육지의 인간은 악마였다. 푸슈슈슈슛! 파도에 의해 흔들린 배였으나 선상위에서 대기 중이던 재갈승계는 눈을 부릅뜨면서 명령을 내렸다. 그의 명령에 초련 등 금의검문 무사는 명령을 하달해 다시 한번 작살을 쏟아냈다. 꾸르르륵! 수면 아래에서 물거품이 떠올랐다. 거품만이 아니었다. 시뻘건 핏물도 여기저기서 떠올랐다. “이, 이거 정말 괜찮은 건가?” 화벽승은 수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질겁했다. 혹시나 주서천이 저기에 휘말리지 않을까 싶었다. 하나 그 걱정도 잠시, 곧 휘몰아칠 바다의 거센 파도에 선박의 기둥을 붙잡고 명령을 내리느라 바빴다. 삼지창으로 인해 구멍이 난 팔에서 피가 흘렀다. 출혈을 막으려 안 그래도 몇 없는 천을 찢어 상처 부위를 감싸고, 점혈로 출혈을 막았다. ‘저런 터무니없는 자가 도대체 어디에서……!’ 적수수는 입을 꽉 깨물고 도망쳤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버텨내 아래에서 위로 향하던 무지막지한 해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근 해역에서 벗어났다. 부하를 버렸다며 비난받아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용궁으로 돌아가 이 위기를 알려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전부 몰살당할 판이었다. 해안가의 용린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지만, 용궁이 바로 근처이니 굳이 멀리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약 이각 정도를 필사적으로 헤엄쳤을까, 불행 중 다행으로 성공적으로 도주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자마자 공기가 코와 입을 통해서 폐에 도달했다. 지친 마음으로 눈을 힘겹게 뜨니 수백, 아니 수천 명을 수용할 정도의 크기의 동굴이 나타났다. 햇빛은 없었으나 천장이나 벽에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한 수정에서 흘러나오는 광채가 있었다. “과연, 용궁의 정체란 수중동굴이었나.” “……!” 적수수는 몸을 흠칫 떨며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주서천이 서 있었다. “히, 힉……!” 나름 무의 극의까지 이룬 용미가 가녀린 비명을 내지르면서 몸을 웅크리고 눈과 입술을 깨물었다. 주서천은 적수수를 흘겨보지도 않고 지나쳤다. ‘전설의 신비문파라 해서 정말로 인어들이 사는 수중도시라도 되는 줄 싶었는데…… 역시나.’ 무저갱처럼 깊디깊으며 드넓은 동굴이었다. 유령곡 지부도 이 정도 되는 크기는 아니었다. 출입구라곤 적수수가 안내한 물웅덩이뿐이었다. 신기한 건 새하얀 빛과 푸르스름한 빛이 조화를 이루는 수정들이었다. 곳곳에 크고 작은 수정이 있다. 머리를 들어 천장을 보면 수정 반, 바위 반 섞인 석순이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었다. 고개를 내려 정면을 보니 호화스러운 궁전이 보였다. 정황상 용궁인게 분명했다. “안내해 줘서 고맙다.” 애초에 목적은 남해용문이 아닌 간야자였다. 그래서 일부러 용궁으로 안내하도록 적수수를 놓아준 뒤, 기척을 감춘 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따라왔다. 상처 탓인지 아니면 공포 때문인지는 모르나 적수수는 추격이 붙은 줄모르고 남해용문까지 친절하게 안내했다. 부-오-. 소라 고동 소리가 용궁에서부터 흘러나왔다. 두 번, 세 번, 네 번……횟수가 늘어날수록 크기가 커졌다. 곳곳에서 경고를 울리듯 고동이 울려퍼진다. 침입자를 눈치챈 것이 틀림없었다. “보, 보, 보낼 수는 없는데……!” 적수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서천의 이십 보 바깥에서 맴돌았다. 당장 습격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방금 전 당한 것이 있어 차마 그러지 못했다. 용미로서 체면을 다 구졌음에도 몸이 따라주질 않으니 발만 동동 굴릴뿐이었다. 그사이 주서천은 정면에 붉은색에 용무늬가 그려진 화려한 정문 앞으로 위풍당당하게 걸어갔다. 쿠웅!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 육중한 크기를 자랑하는 문이 갈라지면서 열렸다. 무겁다 보니 속도가 느렸다. 용궁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적의와 살의를 보면 적어도 항복의 의사는 아닌듯 했다. 부-오오-. 가슴을 울리는 고동 소리가 마지막에 길게 늘어졌다가 멎는다. 동시에문도 완전히 개방됐다. “용미!” “괜찮으십니까!” “뭐 하느냐! 당장 의료진을 불어와라!” 문이 열리자마자 보인 건 갑옷으로 무장한 십여 명의 남해용문도였다. 남해용문의 본거지치곤 숫자가 적어 의아했으나, 현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다. 아무리 남해용문의 무위가 대단하다 할지라도 총 전력 전에 인력을 아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육지의 인간 따위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려 하느냐!” “꺼져라!” “해벌이 내릴 것이니!” 무심코 실소를 흘릴 뻔했다. ‘그럼 여긴 바닷속이냐?’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는 모른다. 그러나 모양새를 보아하니 어떤 섬의 지하인 듯했다. 신체 시각으로 대충 이각을 넘게, 그것도 제법 빠른 속도로 헤엄쳐 왔으니 분명하리라. 남해 용문주는 어디 있지? “어허!” 남해용문 무리에서 분노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뚫린 입이라고 잘도 말하는구나! 아무리 육지의 인간이라고 한들, 사해의 용왕 전하를……” “됐다!” 용궁 안측에서부터 노기로 찬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어찌나 큰지 동굴 전체가 울릴 정도였다. “알현을 허가하마!” “명을 받들겠나이다!” 척. 열 사람이 한 몸이 된 듯 예를 갖췄다. “따라와라!” 눈초리가 부리부리한 사내가 위협하듯 삼지창을 내밀었다. 주서천은 서슬 어린 창날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붉은 비단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그나저나, 누가 만든 건진 모르겠지만 정말……’ 용궁 내부의 바닥은 바깥처럼 울퉁불퉁하고 습기 가득한 돌바닥이 아니었다. 대리석은 아니나 석회암으로 잘 다듬어진 바닥은 평평하고 넓다. 수정의 재질로 된 구조물은 고풍스러움과 아름다음을 빛내 정말로 용궁을 보는 듯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진 용을 휘감은 기둥의 조각을 세세하게 뜯어보면 예술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벽화나 구조물도 화려해졌다. 얼마 걷지 않아 끝자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서 와라, 육지의 인간이여.” “남해용문의 주인인가.” 척 봐도 눈에 띄는 용모였다. 노인임에도 팔 척을 가뿐히 넘어서는 신장에 통나무 굵기의 팔뚝, 부풀어 오른 근육은 압도적이었다. 대체적으로 이십 대에서 삼십 대인 남해용문도와는 달리 노년이니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신선처럼 길게 늘어뜨린 수염에 눈썹과 다르게 한 올도 없는 머리 위에는 금으로 된 금관이 있다. 붉은 빛깔 장식물과 어울러져 특히나 돋보였다. 주름살과 굳은살로 가득한 손에는 황금으로 된 삼지창이 기둥처럼 우뚝 서 있다. ‘황제가 남해용문에 대해 알면 눈이 뒤집어지겠군.’ 스스로를 왕이라 칭할 뿐만 아니라 행색도 왕이다. 아무리 무림이라고 해도 선을 넘어섰다. 반역죄로 잡혀가도 할 말 없는 수준이었다. 무림과 상관하지 않으려는 관부라도 개입을 안 할 수가 없다. 이들이 중원에 진출하지 않기를 바랐다. “바다를 어지럽힌 것도 모자라 허락 없이 이 용궁에 침입하다니, 자비를 구하지 말지어다.” 남해용왕이 거구를 천천히 일으켰다. “기다리시오.” 주서천은 손바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