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303)
않도록 전력으로 배를 움직였다. 다행히 파도를 타고 재빠르게 물러날 수 있었다. 다만 그만큼 물살이 거칠어 난리도 아니었다. 선박이 크게 떠올랐다가 아래로 떨어진다. 선박의 우수함을 알리듯, 충격에도 부서지거나 하진 않았다. 그 대신 선상 위에 있던 이들이 구르며 비명을 터뜨렸다. “허!” 주서천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무형검강을 맞았는데도 멀쩡하다고?’ 머리를 꿰뚫을 기세로 검을 내질렀다. 그러나 얼굴에 흠집만 남았을 뿐, 조금의 상처도 나지 않았다. 이무기에게 외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주서천은 경악하면서 수면 위로 착지했다. 물이 찰팍일 뿐, 발이 아래로 가라앉지는 않았다. 만중검의 묘리를 역으로 운용해 몸을 가볍게 한 다음 등평도수로 느긋하게 발걸음을 내디딘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성가시……” 부웅! “……” 무심코 아래를 봤다가 흠칫했다. 시커먼 그림자가 위쪽으로 무시무시한 속도를 내며 올라오고 있었다. “큿!” 얼른 벗어나려 했으나 늦었다. 그전에 이무기의 몸체가 아래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며 몸을 후려쳤다. 콰아아아! 육중한 몸뚱어리가 올라오면서 폭음과 굉음이 터졌다. 맞은 건지 튕겨 나간 건지 모를 정도다. 몸이 하늘 높이 붕 떠올랐다. 웬만한 고수라 할지라도 기절하거나 뼈가 부러져 꼼짝도 못 했을 것이다. 주서천은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몸을 몇 차례 뒤집어 균형을 잡고 무게를 늘렸다. 쐐―액! 몸이 검처럼 수직으로 떨어지며 이무기의 몸통 중 한 곳에 떨어졌다. 쿠우―웅! 몸을 우지끈 밟자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러나 소리에 비해 이무기는 멀쩡하다. ‘저 정도 되는 높이에서 천근추의 수법에 만중검의 묘리까지 섞어 떨어졌는데도 멀쩡하다. 비늘만 단단한 게 아니다.’ 그저 큰 것만이 아니다. 상상 이상으로 두껍다. 또한 몸을 후려치는 감각은 있었는데, 내상을 입히진 못했다. ‘만년한철과 다름없다.’ 만년한철은 내가중수법도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괜히 전설상의 금속이 아니다. 그야말로 전설에 걸맞는 영물인 이무기였다. ‘포기하지 마라. 아직 여러 가지 수가 남아 있다.’ 비늘을 박차고 몸통 위를 달렸다. 거칠다기보다는 매끄러워서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이 움직였다. ‘녹안만독공!’ 머리 위에서 굵은 빗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파도의 잔재 속을 뚫고 나온 그의 왼쪽 눈동자가 옅은 녹색으로 번뜩였다. 하단전에서부터 흐르는 인면지주의 독기가 구석구석 뻗어간다. 검신에 흐르는 아지랑이의 색이 바뀐다. 기경팔맥을 돌아서 머리 위의 좌안까지, 준비가 끝나자마자 검을 아래로 내려뜨리고 몸통을 그었다. 카가가가강! 그러나 독기로 이루어진 검도 베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제기랄!” 욕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금강불괴였다. 어릴 적에 이놈에게 살아남은 게 기적이었다. 캬오오오오오오오! 귀청이 찢어질 정도의 굉음. 울음소리만으로도 해일을 만들 기세다. 사람도 동물도 공포에 떨었다. “……!” 주서천은 몸통을 전부 달리지 못하고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이무기가 도중에 몸을 틀어버린 것이다. 무슨 일인가 하고 확인하려는 순간, 몸이 굳었다. 쩌억. 과거, 수령신과의 파수꾼이 아가리를 벌린다. 입 안은 아직 뱀 그 자체다. 송곳니가 위협적이었다. “아뿔……” 콰득! 이무기의 아가리가 닫혔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저 몸집으로 잘도 저리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안 돼-!” 제갈수란이 절규 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중간부터는 전장을 보는 것도 잊고 정신없이 구경했다. 내공으로 시력을 올려 멀리 볼 수 있었다. 무공보다는 진법에 특기인 그녀이지만 그래도 오룡삼봉답게 기본은 한다. 세가에서 지원해 준 영약도 있으니 내공도 그럭저럭 많아 좀 더 세세히 볼 수 있었다. 단리화의 얼굴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대, 대장……” 화벽승이 사색이 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으그그그극!” 이무기의 아가리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 까지 위용 넘쳤던 울음소리가 아니라 사람의 것이다. 굳게 닫힌 입이 천천히 열린다. 이무기도 당황스러운 눈초리였다. 위와 아래입이 떨리는 걸 보면 저항하는 게 보였다. 그러나 노력과는 다르게 입이 쩍 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천장에 검을 꽂고 아가리를 벌리려는 주서천이 보였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무는 힘도 대단하지만 여는 힘도 대단했다. 대해와 같은 공력을 전부 근력으로 돌려 아가리를 벌린 다음, 천장에 고정한 검을 뽑아 뒤로 물러났다. 콰직! 결국 이무기는 애꿎은 허공만 씹었다. ‘헛소문이 아니라 정말로 검신이란 말인가?’ ‘상천칠좌가 사람이 아니란 것은 들었지만……’ ‘정녕 사람이란 말인가?’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이기나 보자!’ 주서천은 이무기의 주둥이를 붙잡고 매달렸다. “하앗!” 힘을 주자 팔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힘을 준다. 몸에 진동을 실어 주둥이 위로 올라온 뒤, 재빨리 이무기의 눈을 찔렀다. 푸욱! ‘됐다!’ 손끝에서부터 찌른 감각이 느껴진다. 속으로 환호를 지르며 눈알에 찔러 넣은 검을 쑤셔 넣으려 했다. 샤아아아―! 그러냐 이무기가 가만있지 않았다. 이무기는 타오를 듯한 고통에 괴로워하며 발버둥 쳤다. 대롱대롱 매달린 주서천도 덩달아 흔들렸다. ‘어림없다!’ 검 손잡이를 꽉 쥐고 찰싹 달라 붙는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늑대처럼 물고 늘어질 생각이었다. 샤아아앗! 남해에 울리는 분노의 울음소리. 이무기는 찰거머리 같은 인간이 떨어지지 않자, 화를 내면서 수면 아래로 머리를 처박았다. 콰아앙! 풍덩이 아니라 화약을 터뜨린 것처럼 폭음이 났다. 햇빛을 막을 정도로 파도가 친다. 평소라면 물고기 떼가 있어야 했겠지만, 이미 바다의 지배자의 등장에 이 근방 해역을 떠난 지 오래였다. 콰과과과과! 이무기는 바닷속을 헤엄쳤다. 한가히 유영하는 게 아니다. 머리에서 주서천을 떨어뜨리기 위해 거칠게 헤엄쳤다. ‘크으읏!’ 시야가 빙글 돈다. 눈앞의 광경이 빠르게 바뀌었다. 고속으로 헤엄치다 보니 수압도 보통이 아니었다. 보통, 아니 절정의 고수라 해도 진작 떨어졌을 것이다. 주서천도 수인공이 아니었다면 버티지 못했다. ‘독을…… 아니야, 안 돼 그랬다간 수인공의 운기가 꼬여 버린다.’ 상황이 썩 좋지 못했다. 몸에 가해지는 수압이나 공기 문제를 생각하면 위험한 행동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버텨내기 위해서 검에 독을 주입하려던 걸 멈췄다. ‘아래로 내려간다!’ 이무기 역시 이대로 가다간 안 되겠다는 걸 깨달았는지 방향을 아래로 틀어 심해로 바꿔 움직였다. ‘안 돼!’ 꽂힌 검에 무게를 실어 위로 올렸다. 캬아아앗! 수직으로 내리꽂히던 이무기가 다시 방향을 틀었다. 거의 직각으로꺾이는 수준의 전환이었다. 그 다음으로도 몇 차례 심해로 내려가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그때마다 고통이 느껴져 할 수 없었다. 결국 이무기는 포기한 채 방향을 돌려 다시 수면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푸하아!” 쪼그라들었던 폐가 다시 움직인다. 공기를 들이 쉬고 내쉬면서 꽉 막혔던 뇌도 뻥 뚫렸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옆에서부터 이무기의 몸통이 엄습했다. “……” 대범한 행동이었다. 아무리 보호받지 못하는 눈이 공격당했다곤 하지먄 자칫 잘못하면 스스로 다친다. 주서천은 순간 끝까지 버틸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무게에 속도를 더한 힘은 그야말로 자연재해다. 괜히 버티려다가 치명상이라도 입으면 곤란했다. 검을 빼내 회수한 뒤, 호신강기를 펼쳐 막아냈다. 빠-악! 이무기의 몸통이 채찍이 되어 주서천을 후려쳤다. 주서천은 몸통에 정통으로 맞고 나가떨어졌다. 퍼어억! 수면 위를 물수제비의 돌처럼 튕겼다. 최초에 등이 부딪친 순간 뼈가 부러질 뻔했다. 그야말로 순수한 괴력. 어떠한 내력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호신강기가 없었다면 죽었다. 크으읏! 입가에서 신음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아프긴 아픈데 그래도 어디 한 군데 부러지지 않고 살았다. 날아가던 도중 공중에서 제비를 돌아 착지해 다시 바다 아래로 처박히는 꼴은 면했다. 캬오오오오오! 이무기가 괴성을 토해내며 살의를 내뿜었다. 바다의 제왕이라는 고래조차 겁내며 도망치기 바빴다. ‘이대로 가다간 끝이 나지 않는다.’ 약점은 눈 혹은 입 안이다. 문제는 적수가 영물 중의 영물, 이무기라는 점이었다. 바보같이 약점을 보여줄 리 없다. 그 증거로 이무기는 언제든지 잠수할 수 있도록 머리를 낮췄다. 주서천과 이무기는 서로를 노려보며 마주 봤다. 방금 전까지 폭풍처럼 몰아치던 파도가 가라앉았다. 백구의 울음소리도 얄궂은 날씨의 중얼거림도 없다. 그저 고요함만이 내려앉아 있을뿐. 망망대해에 영물과 인간의 시선이 맞닿았다. 콰앙! 다시 한번 굉음이 터지면서 파도가 출렁였다. 고요를 깬 것은 이무기였다. 쐐애액! 꼬리부터 몸통까지가 채찍이 됐다. 물 분수를 일으킨 이무기의 몸뚱어리가 측면에서부터 공격해 온다.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마치 태산이 움직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부웅! ‘어디까지 버텨내나 보자!’ 발뒤꿈치를 들어 수면을 박차 몸을 날렸다. 주서천이 서 있던 자리에 이무기의 몸통이 떨어졌다. 쿠아아앙! 물기둥이 위로 치솟았다. 일곱 빛깔의 무지개가 떠오르며 그 아래로 물방울이 우수수 떨어졌다. 주서천은 물난리를 뚫고 나와 등평도수로 물 위를 달렸다. 쾅! 콰아앙! 콰앙! 이무기는 주서천을 쫓았다. 만리장성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몸을 이용해서 수면으로 떨어졌다가 치솟는 걸 반복했다. ‘후웁!’ 이무기도 이무기지만 주서천도 보통이 아니었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잘도 피해냈다. 또한 회피에만 집중한 게 아니다. 오른손에 꼬나 쥔 검으로 몸통이 다가오면 검식을 펼쳤다. 물방울을 베어 가를 때마다 매향이 물씬 퍼진다. 이십사수매화검법이 물 위에서도 위력을 자랑했다. 검신에 비춰진 빛이 번쩍일 때마다 비늘 위로 무수한 흠집이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베지는 못했다. ‘위에서부터 만중검으로 찍어 내려야 하나? 아니면 입 안에 억지로 들어가서 독으로? 아니면……’ 움직이면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이무기를 토벌할 방법을 몇십 번 강구한다. 그러나 마땅한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아 문제였다. 설마하니 무형의 강기가 통하지 않을 줄이야.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몸을 돌려 이무기와 대치했다. 주서천은 타오르는 눈을 빛내며 검에 힘을 주었다. ‘억지로라도 붙어서 눈과 입에다가 공력을 전부 쏟아내……’ 캬아아아! 그때였다. 대치하던 이무기가 돌연 고통에 몸을 뒤틀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살펴보자 이무기의 몸에 박혀 있는 삼지창을 볼 수 있었다. “남해용왕……?” 삼지창의 주인은 흰 수염을 휘날리는 노인이었다. 남해용왕을 본 주서천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삼지창을 보고 놀란 기색을 보였다. ‘창이 박혔다고?’ 현경의 성취를 이루어야 손에 넣는 무형의 강기도 통하지 않던 비늘을 꿰뚫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역린(逆麟)을 노려라!” 남해용왕이 주서천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거꾸로 붙어 있는 비늘, 그게 바로 약점이다!” ‘그렇구나! 역린!’ 전설상의 용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목 밑에 거꾸로 난 비늘이 유일한 급소로 전해져 내려온다. 다만 일화에 따르면 역린은 목 혹은 턱 밑에 있다고 했는데 삼지창을 보니 그것만은 아닌 듯했다. “용에겐 역린이 하나뿐이지만,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에겐 여럿이에요! 잘 찾아보도록 하세요!” 남해용왕이 아닌 적수수가 대신 답했다. “……” 주서천의 눈이 바뻐 움직인다. 눈과 입 안만 주시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