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33)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쿠와아앙-! 창이 검과 충돌했다. “뭐, 뭐라고?” 그러나 육대랑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몇 배나 작은 아이, 주서천이 검으로 창을 막았다. 주서천의 몸이 다섯 보 정도 뒤로 물러났다. 바닥에 발자국이 길게 남았다. “쿨럭!” 하지만 완벽하게 막아 낸 건 아니다. 주서천도 피를 한 움큼 토해 냈다. 검기를 형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주서천은 아직 거기까지의 경지는 아니었다. 그 대신 무식하게 내공을 이용해서 막았다. 일 갑자에 가까운 내공은 장식이 아니었다. “잘했다, 서천아!” 구풍이 공간을 접듯이 이동했다. 그도 전력을 다했다. 온몸을 던져 육대랑의 등에 검을 꽂았다. 푸욱! 검 끝이 등살을 갈라내며 빨려 들어가듯이 흡수됐고, 그 너머에 있는 가슴을 꿰뚫고 튀어나왔다. “커허억!” 육대랑이 두 눈을 부릅떴다. “마, 말도 안 돼……” 육대랑이 허리를 굽히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방심했다, 도수창병.” 구풍이 검을 뽑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바, 방심했다고?” 육대랑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커흐흑, 지랄 마라……” 주서천 같은 수를 누가 예상이나.했겠는가. 십사수매화검법을 십사검협만큼 능숙하게 펼치고, 자신이 전력을 다한 일격까지 막아 버렸다. 제갈공명이 돌아와도 이렇게까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은 예상하지 못한다. “채주가 당했다!” “으아악!” 첨벙! 소수의 살아남은 수적들이 배 바깥으로 몸을 던졌다. 그들에게는 이게 더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 “빌어먹을……” 육대랑이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혼, 자…… 죽을 수는…… 없다!” 육대랑이 외치면서 창을 역수로 쥐었다. 안 돼! 구풍이 뒤늦게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으나, 늦었다. 육대랑은 이미 창을 높이 들어 아래로 내리찍었다. 콰아앙! 안 그래도 아까 육대랑의 발길질로 엉망이 되었던 선두가 이번 일격에 버티지 못하고 박살 났다. 선두를 시작해서 생긴 금은 거미줄처럼 퍼져 중선 전체를 감싸 안았고, 이윽고 산산조각이 났다. “으악!” “악!” 풍덩 배가 부서지면서 그 위에 있던 생존자, 사망자 모두 할 것 없이 전부 물에 빠졌다. 훗날 천하백대고수 중에서도 장수했던 육대랑이 제일 먼저 장강의 밑바닥 속으로 끌려가 사라졌다. “어푸, 어푸!” 제갈삭이 허우적거렸다. “이걸 잡으십시오!” 근처에 있던 무림맹 무사 한 명이 나무판자를 가져와 제갈삭에게 건냈다. 배의 파편이었다. “다행히 물살이 빠르지 않습니다!” 제갈상도 배의 파편에 몸을 맡긴 채 외쳤다. “다들 저 바위 위로 가시오!” 구풍이 헤엄치면서 한쪽을 가리켰다. 집채만 한 바위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지상과 연결된 게 보였다. 천만다행이었다. 구풍의 외침에 일행은 서로를 의지하여 큰 바위에 올랐다. “콜록, 콜록! 다들 무사하오? 다친 사람 없소?” 구풍이 기침을 토해 내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일 먼저 연화각원들부터 찾았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장서은이었다. “사, 사백!” 장서은이 새파랗게 질린 안색으로 다급히 외쳤다. 얼굴이 질린 건 강물의 차가움 때문이 아니었다. “사, 사제가 안 보여요!” “뭐……?” 구풍이 아연실색하고 주변을 슥 둘러봤다. 장홍과 장서은은 보였지만, 막내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다른 바위에 걸친 건 아닌지 살살이 뒤져 봤지만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았다. “승계야!” 옆에서 제갈상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눈동자도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갔다. 안색 또한 좋지 못했다. “승계야, 근처에 있다면 대답해!” “승계야!” 제갈상의 애달픈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럴 수가……” 구풍이 한탄했다. 주서천과 제갈승계. 그 둘만 보이지 않았다. 第五章행방불명(行方不明) 삼주 뒤 귀주, 옹안. “하하하, 좋아! 좋아! 아주 좋아!” 이의채가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품 안에 쥔 주머니의 무게가 좋았다. 삼 주 전 , 옹안의 군량 보급을 금의상단이 맡았다. 덕분에 상단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귀주는 상인에게 위험한 땅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분쟁이 자주 일어나는 만큼, 군량의 소모가 빨랐다. 그만큼 보급도 빈번했고, 자신의.입장에서는 거래량이 늘어나니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이의채의 주머니는 거래의 양만큼 불려 나갔다. 그리고 이 삼 주 동안 이의채, 곧 금의상단에 쌓인 신뢰는 상당했다. 벌써부터 유명세를 탔다. 이의채는 확실히 훗날 상왕이라 불릴 만큼 대단한 상인이었다. 상재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돈을 벌었다. 보급의 품목, 시기 등을 정확하게 맞췄다. 품질 또한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의채가 하는 일은 간단명료했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최대한 싸게 사오고, 그걸 적당한 가격에 판매한다. 말만으로는 간단하게 보여도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이걸 기가 막히게 잘했다. 개양 지부장, 신도균도 그 솜씨에 최근 관심을 가졌다. 얼마 전에 신도균에게도 의뢰를 받았다. 옹안에서 장사한 지 삼 주. 벌써 개양까지 진출했다. 귀주 전체도 멀지 않아 보였다. 그 외에도 다른 수단으로 돈도 벌었다. 금의상단은 군량뿐만 아니라 무기도 취급하기 시작했다. 아직 대단한 정도는 아니지만, 주로 전장에서 버려지는 병장기들을 주워서 성도의 대장간에 팔았다. 그리고 성도의 대장간에서 하급의 병장기들을 헐값에 산 뒤, 전선에 가서 무사나 낭인들에게 팔았다. 돈에 눈이 먼 낭인들나 흑도 방파의 잡배가 금의상단을 노린 적도 있었으나, 옹안 지부와 더불어 신도균에게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소식에 얌전히 포기했다. 금의상단을 건드릴 수 있는 건 귀주에서 무림맹을 적대하고 있는 사도천 정도다. “호히히! 돈이다, 돈!” 이의채가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좋아했다. 돈, 특히 황금은 자신의 마음을 충족해 준다. 여자를 안는 것보다 돈을 세고 있는 것이 더 좋았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왜 주색에 빠지는지 이의채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냄새를 맡는다거나, 만지작거리는 건 돈만으로 충분하지 . 호호, 요놈들…… 죽겠다, 죽겠어.” 이의채가 황홀한 눈으로 은자가 쌓인 산에 얼굴을 묻고 비벼 댔다. 조금 아팠지만 그것조차 쾌감으로 변했다. “부히힉 히히히……” 마교도와 혈교도도 질릴 정도의 광기였다. “아, 주 대협에게는 정말 큰 빚을 졌구나. 그가 아니었으면 아직까지도 누구 엉덩이나 핥고 다녔겠지.” 이의채가 은자의 산에서 얼굴을 떨어뜨렸다. “내 그 빚 갚고 싶기는 한데, 이승에 없으니 어찌하겠소. 아니, 어찌하겠나. 주 공자.” 말이 점점 짧아졌다. “주 공자, 부디 극락왕생(極樂往生)하시오. 내 그대를 위해 은자…… 아니, 은자는 좀 그렇군. 어차피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아닌가. 그럼 세 푼? 두 푼? 아니…… 한 푼도 솔직히 좀 그렇지. 죽은 사람이 어떻게 돈을 써? 그냥 마음만좀 보내 주자.” 이의채가 손을 모아 합장했다. “주…… 뭐였더라. 이름도 기억이 안 나네.” 이의채가 주 뭐시기를 깨끗하게 잊었다. 똑똑. “누군가?” 이의채가 은자들을 치우면서 물었다. “상단주님, 웬 무인이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문밖에 있는 무사가 답했다. “돈 좀 많아 보여?” “땡전 한 푼도 없어 보입니다.”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아니면 무림맹이래?” “낭인이라 합니다.” “이름 좀 날렸대?” “무명입니다.” “내쫓아!” 예전 같았으면 모를까, 지금은 그런 놈에게 내줄 시간 따위는 없다. 그 시간에 다른 이득이 되는 일을 찾는 게 훨씬 낫다. “예.” 대화가 끝났다. 이의채가 이번에는 금자를 꺼내서 세기 시작했다. 그의 입꼬리가 기분나쁠 정도로 치켜 올라갔다. 똑똑. “아, 또 뭐!” 이의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들어가도 됩니까?” 문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방금 전의 무사와는 다른 목소리였다. “그래, 들어와!” 그래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상단 소속의 또 다른 호위 무사인가 싶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면서, 갓 성년이 된 남자가 들어왔다. “으악!” 이의채가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다, 다, 당신은!” 이의채가 덜덜 떠는 손가락으로 남자를 가리켰다. “안색이 훤해 보입니다, 상단주. 비고 털 준비는 됐습니까?” “흐아아악! 귀신이다! 귀신이 틀림 없다!” 이의채가 돈주머니들을 품에 안고 몸을 웅크렸다. “멋대로 사람 죽이지 맙시다, 상단주.” 주서천이 씩 웃으면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들어와라.” “쓰러져 있는 무사는 어쩌고?” 주서천의 뒤로 아홉에서 열 살 정도 될 법한 소년이 따라 들어왔다. 또래 아이들보다 허약해 보였다. “설마……” 이의채가 소년을 보고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제갈승계요. 알고 있습니까?” “귀신이 둘이나 있다! 물러가라! 너희에게는 한 푼의 돈도 주지 못한다!” 이의채가 재차 기겁하면서 소리를 꽥꽥 질렀다. “게 누구 없느냐!” “시끄럽습니다, 상단주.” 주서천이 주먹을 휘둘러 벽을 후려쳤다. 쿵, 소리와 함께 벽에 주먹만한 구멍이 났다. “난 죽지 않고 눈앞에 멀쩡히 살아있으니 입 좀 다물어 주시오.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의채가 머리를 살짝 들어서 구멍이 난 벽을 확인했다. 그러곤 방금 전 모습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굽실거렸다. “무림에선 대협보고 죽었다 하였지만, 저 만큼은 생존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대혀업!” 이의채는 뻔뻔했다. * * * 삼 주 전, 한 소식이 무림 전역을 강타했다. 천하백대고수, 도수창병 육대랑의 사망. 그리고 그를 죽인 자가 십사검협 구풍이라는 소식이었다. 고수들은 항상 무림의 시선을 끌고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날 있었던 일이 금세 소문이 났다. “그런데 대체 왜 싸운 겐가?” “장강을 건널 때면 그 수적 놈들이 통행세를 요구하지 않는가. 아무래도 그 도중에 화산파와 제갈세가의 아이들이 화를 참지 못하고 선수를 친 모양일세.” “허, 역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미래들이구먼. 암, 그래야지. 그래야 정파인이 아닌가. 잘됐어.” 수림구채는 의적이다 수호자다 말하지만, 헛소리다. 그들은 결국 남의 재물을 강탈하는 도적일 뿐이었다. 무림인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도 이 소식을 듣고 하나같이 통쾌하다는 듯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 일로 미래라 부를 수 있는 아이들이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안타까운 일일세.” 주서천과 제갈승계는 행방불명 처리됐다. 그 탓에 정파 무림은 난리도 아니었다. 한 명은 화산파의 자랑인 연화각원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제갈세가를 이끄는 가주의 친조카이다. 그 둘이 수적에게 살해된 의미는 크다.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피해자인 화산파와 제갈세가는 크게 분노하면서 당장이라도 쳐들어갈 것 같은 기세를 보였다. “여기까지는 알고 계십니까?” 이의채가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차로 목을 축였다. “예, 소문으로 대충이나마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은 잘 모릅니다.” “과연.” 이의채가 고개를 주억거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화산파와 제갈세가가 추궁하기도 전에, 수림구채에선 정당방위라면서 반론했습니다.” “거짓말입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대협의 죽음은 특히 여기 옹안에서도 파장이 컸으니까요. 그만큼 자세한 사정에 대한 것도 듣게 됐습니다.” 그러나 화산파와 제갈세가는 그 반론을 부정하지 않았다. 커질대로 커진 소문 때문이었다. 강호뿐만 아니라 중원 사람들 대부분이 화산파와 제갈세가 일행이 수림구채의 불의에 참지 못하고 먼저 공격했다고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