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35)
있습니다. 자세한 위치는 여기에 있으니, 근처 마을에 사람을 보내 두십시오. 돌아갈 때 빠르게 연락할 수단이 필요합니다.” 주서천이 암호로 된 지도를 건냈다. “그리고 이건 암호 해독법입니다. 다 외우시고 불태우십시오.” “오오, 과연 대협이십니다! 제갈공명의 뺨을 후려칠 정도로의 지식! 그야말로 문무양도(文武兩道)군요!” 이의채가 과장스레 감탄하면서 이마를 손바닥으로 툭 쳤다. “캬하! 이 소상. 너무 감탄해서 눈물이 절로 나올 것 같습니다요!” “그럼 우세요.” “남자라는 건 쉽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이의채가 여비가 든 돈주머니를 건냈다. “대협의 여행길, 제가 옆에서 뒤에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삼안신투의 뼛속까지 털고 오십시오. 물론 뼈보다는 재물이 먼저인 건 알고 계시겠지요?” “상단주, 침부터 닦고 말하십시오.” “헛! 이런, 실례했습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 * * 주서천은 제갈승계, 그리고 이의채가 내준 무사 열 명을 데리고 중경으로 떠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경은 주서천과 제갈승계의 탐색으로 정파인들이 가득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수적들도 보이지 않았다. 적림십팔채에서도 당분간은 노략질을 자중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저기의 이제 막 털 난 어린애를 믿으라는 거야?” 비고행(秘庫行)이 시작되기 전, 무사들은 주서천을 처음 봤을 때 어이없어했다. 상단주가 고수라고 소개한 사람이 이제 막 성년에서 벗어난 정도였다. 중원에서의 성년은 십오 세. 아직 청년이라 부르기에도 부족한 나이였다. 만약 주서천이 사실은 열두 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면, 경기를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쉿, 입 다물어라. 아무래도 정말인 것 같으니까.” 십 인의 무사 중, 유일하게 일류에 오른 무사가 검지를 들어 입가로 옮겼다. 조용히 하라는 손짓이었다. 고수는 하수를 알아본다. 하지만 반대로 하수는 고수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왕 형?” 왕 형은 일류 무사, 왕일을 말한다. 왕일은 이름이 조금 촌스럽긴 해도 절정에 가까운 일류 무사다. 밑바닥부터 올라온 자라 나름 존경도 받는 자였다. 그만큼 따르는 자도 많다. “그냥 무인이 아닌 건 아닙니까?” 일반인들은 무공을 배우지 않았다. 그렇기에 경지도 없으니 알아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너희도 주 대장의 걸음절이나 빈틈없는 자세를 똑똑히 보았을 텐데?” “으흠” “자존심 때문에 눈을 돌리지 마라. 그리고 설사 그가 고수가 아니어도 우린 명령에 따라야 한다. 옹안을떠나기 전, 상단주님께 그리 듣지 않았는가?” “죄송합니다, 왕 형.” “나한데 사과할 필요는 없네. 나중에 잠시 쉴 때, 주 대장께 가서 사과하게나. 자칫 잘못하면 상단주님이 우리를 나쁘게 볼 수도 있으니 말일세.” 第六章비고진입(秘庫進入) 중경의 대부분의 지역은 사암(砂岩)이나 석회암(石灰巖)으로 된 낮은 구릉으로 되어 있었다. 삼림의 북부, 장강이 이어진 중부는 제외이다. 동부에는 암장(巖場)이라는 지역이 있다. 사암과 석회암 같은 바위들이 특히 즐비한 곳이었다. 주서천 일행은 이 암장에 도착했다. “여기에 뭐가 있다는 겁니까?” 왕일이 물었다. 암장 근처에서는 농업이나 목축업도 불가능했다. 죄다 바위밖에 없었고, 그렇다고 철광석 등이 잠들어있는 광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있는 건 낮은 구릉 지대에 펼쳐진 바위뿐. 제대로 된 식물도 자라지 않으니 죽음의 땅과 다름없었다. 마지막 마을에서 휴식을 취한 지 어언 삼 일 전. 일행은 지칠 대로 지쳐 갔다. 주서천은 암장 중에서도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 하나 없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보물 창고.” 주서천이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렸다. 그의 반짝이는 눈 너머 서로 겹겹이 붙은 바위들이 보였다. “어……?” 제갈승계가 머리를 들어 바위를 슥 살폈다. 그의 눈은 의아함으로 가득했다. “무언가, 이거……” “오, 동생. 뭔지 좀 알겠어?” 주서천이 반색하면서 물었다. “아니, 뭐라 설명할 수는 없는데…… 음, 그래. 어디 보자 뭔가 이쪽이 이상한 것 같아.” 제갈승계가 답지 않게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바위 한 부분을 매만졌다. 그의 눈이 탐구심으로 빛났다.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주서천은 아무 바위 위에 앉았다. 앉은 자세를 보니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휴, 괜히 기관의 일인자가 아니야. 승계를 데려오지 못했다면 입구도 못 찾을 뻔했어.’ 조금 헤매긴 했으나,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비고의 위치는 성공적으로 찾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와 보니 기억과 조금 다른 게 하나 있었다. 출입구의 존재였다. 전생에서 왔을 때는 이미 발견된 이후라 출입구가 개방되어 있는데, 오늘 와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솔직히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달칵. “어, 이거다.” 바위를 한참 만지던 중, 무언가 소리가 났다. 쿠구구궁! 그 직후, 곧바로 굉음이 터지면서 땅이 흔들렸다. 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었다. “뭐, 뭐야!” 무사들이 기겁했다. 조금 있으면 노장 소리도 들을 만한 왕일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호, 그런가. 이렇게 해 둔건가. 과연, 대단해.” 지면에서부터 치솟아 올라오는 진동에 주변 일대가 울부짖듯이 흔들렸다. 제갈승계는 일찍이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으나, 딱히 겁먹은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반대로 호기심 어린 얼굴로 신기하다는 듯, 주변 상황을 살펴보면서 중얼거렸다. 평소에는 겁이 잔뜩 많은 주제에 기관과 관련되면 이렇게 별난 성격을 보이곤 했다. ‘드디어!’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가! 회귀한 이후, 비고를 떠올리며 계획을 세웠다. 몇 번이나 준비하고, 생각하고, 수정했다. 그리고 여러 마음고생과 노력 끝에 비고를 찾았다. 훗날, 역사에도 중요 사건으로 기록될 순간의 첫 발견자가 됐다는 생각에 탐험가의 심정이 이해됐다. “미안하오.” 원래라면 이 광경의 주인은 따로 있다. 주서천은 이름도 모를 그에게 사과했다. “으으…” 왕일이 침음을 흘렸다. 반 각이 덜 된 시간이 지난 뒤, 일행들 앞에 나타난 것은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왕일이 중얼거렸다. “목적지에 도착했소.” 주서천이 바닥에 주저앉은 제갈승계를 일으키면서 말했다. “이, 이런 기관이 설치된 무덤이라니…… 도대체 여기에 누가 잠들어있는 거요?” “보물.” 주서천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 * * 화르륵 횃불이 어둠을 밝혔다. 계단을 내려오자 보인 건 수백 명은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공동이었다. 공동의 바닥에는 세 개의 눈이 그려진 문장이 있었다. “설마……” 왕일이 바닥에 그려진 문장을 보고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니, 왕일뿐만이 아니다 다른 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삼안신투의 문장이잖아!” 제갈승계가 그들을 대변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삼안신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설적인 도둑이다. 대여섯 살 아이들도 안다. “아니, 그럴 리가.” 머릿속에 떠오른 추측이 있었으나, 너무 허황된 이야기인지라 금세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부정했다. “이보시오, 대장.” 굵직하지만, 남성이 아닌 여성의 목소리였다. 십 인의 무사 중, 유일한 여성 무사였다. 다만 덩치가 웬만한 남자들보다 컸고, 잘 단련되고 부풀어 오른 근육은 완벽한 조형미를 자랑했다. 입가에는 세로로 흉터가 길게 나있고, 눈매 가 상당히 날카롭다. 그 얼굴은 결코 예쁜 편이라고는 할 수 없었고, 애초에 연애 대상으로 볼 수 없는 중년 여성이었다. “무슨 일이오, 초련(初鍊).” 주서천이 공동 주변을 꼼꼼히 살피면서 답했다. “솔직히 말하시오. 여기 대체 누구의 무덤이오?” 초련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무덤이 아니라 비고요.” 적어도 전생에선 삼안신투의 사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누구 말이오?” 초련이 답답하다는 듯이 물었다. “삼안신투.” 주서천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거짓말!” 제갈승계가 펄쩍 뛰었다. “여, 여기가 그 전설적인 도둑의 비고라고? 그건 헛소문에 불과하잖아!” 삼안신투의 사후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가 남긴 보물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거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둑이 훔친 보물이 어디로 사라질 리는 없다. 분명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관부의 조사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소문만 무성했을 뿐, 발견되지 않았다. 관부도 무림도, 그리고 도굴꾼들도 전부 나서서 찾아봤지만 단서 하나 없었다. 그렇게 세월에 잊혀졌다. “그건 들어가 보면 알지.” 주서천이 앞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공동의 정중앙을 중심으로 가지처럼 뻗어진 통로가 총 여덟이었다. 다들 똑같이 생겨서 뭐가 다른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통로는 전부 칠흑으로 뒤덮여, 그 앞이 보이지 않았다. “돌아갈 사람 있소?” 주서천이 뒤를 돌아보면서 일행의 의사를 물었다. “……” 하지만 그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다들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진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거요?” 초련이 왕일에게 물었다. 그만큼 불안감 솟아났다. “어떻게 하기는…… 설사 죽는다고 해도 대장을 따라야겠지.” “죽지 않게 노력하겠지만, 만약 사망할 시에는 그대들의 가족들을 책임져 주겠다고 약속하겠소.” 왕일의 대답에 주서천이 바로 말을 덧붙였다. “에휴.” 그 말에 누군가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명령만 내리시오, 대장.” “앞장은 내가 설 것이고, 승이를 중앙에 두고 앞, 뒤, 옆으로 호위하시오. 다만 그의 시야는 가리지 마시오. 이래 봬도 우리 중에서 제일중요한 사람이니까.” 승은 제갈승계의 임시로 쓸 가명이다. “어째서입니까?” “이 비고 자체가 하나의 기관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기관 장치가 많소. 그걸 알아보고,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거기에 있는 승이요.” “이 꼬맹이가?” 초련이 의심스러운 눈치로 제갈승계를 내려다봤다. “엣헴.” 제갈승계가 가슴을 펴면서 우쭐거렸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제갈승계지만, 이렇게 기관 관련으로 띄워 주면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믿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괜히 내버려 두었다가 여기 있는 모두가 죽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그러시오.” “……쯧” 초련이 혀를 찼다. “또한, 대부분 제가 앞장서서 이끌긴 하겠으나 말을 최우선으로 들을 건 승이입니다. 저와 다른 의견이라 할지라도 승이의 말부터 따르시오. 적어도 여기에 있는 우리보다 전문가니까.”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손에 모두의 목숨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영 가볍지 않군.” 왕일이 한숨을 내쉬었다. 일행은 통로에 진입하기 전 마지막 점검을 했다. “어디로 가면 되겠냐?” 주서천이 제갈승계에게 물었다. “음, 아무런 차이 없어 보이는데?” 제갈승계가 머리를 긁직였다. “그래, 그럼…… 여기로 가자.” 좌측에서 세 번째 통로를 향해 걸었다. “아, 잠깐만.” 제갈승계가 주서천을 막아섰다. 주서천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제갈승계는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를 주워 입구로 던졌다. 채채채챙-! 돌이 입구를 지나친 순간, 입구 부근의 천장에서 창날이 무섭게 떨어지면서 지면에 꽂혔다. “……차이 없다며?” 주서천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전부 설치되어 있는데?” 제갈승계가 무슨 문제나는 얼굴로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