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37)
첫 관문을 통과했다. 앞으로 있을 보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행은 다음 관문으로 향했다. * * * 화산파. “하앗!” 낙소월이 소리를 내지르면서 검을 힘껏 내질렀다. “아가.” 심옥련의 눈썹이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네, 사조님” 낙소월은 검을 내리고 부름에 답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것 같으냐.” 심옥련이 엄한 눈초리로 낙소월을 내려다봤다. “……죄송해요.” 낙소월은 심옥련의 눈치를 보면서 잘못을 고했다. “……하아” 심옥련은 이마를 짚곤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실력이 떨어진 건 아니지만, 나아지지도 못하는구나. 그 반푼이 때문이더냐.” 반푼이라는 건 곧 주서천을 말한다. 외화내빈이라는 별호에 알맞은 별명이었다. “이제는 반푼이가 아닌걸요……” 낙소월이 침울해하면서 중얼거렸다. 평소의 낙소월이라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 누구도 아닌 사조, 그것도 철혈매검의 말에 반론을 하다니.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낙소월 스스로도 놀랐는지 말하고 아차, 하는 얼굴로 얼른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죄, 죄송합니 ……” “아니, 됐다. 맞는 말이니까.” 불호령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심옥련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실력을 숨기고 있었으니까. 대단한 아이다.” 심옥련이 주서천을 안 좋게 봤던 건, 운이 좋았을 뿐 그 외에는 형편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실력을 숨기고 있었고, 사실은 검술도 뛰어나다는 것에 인식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미 죽은 아이다.” 심옥련이 냉정하게 말했다. 괜히 철혈매검이라는 별호가 붙은 게 아니었다. “잘 들어라, 아가야. 훗날 네가 강호에 나가게 된다면 주변 사람의 죽음은 질리도록 경험하게 될 거다. 그걸 좀 더 빨리 경험하게 된 것뿐이니라. 그러니 이제 그만 울고 수련에 집중해라.” 죽음. 그것도 개인적으로 호의를 지녔던 사형의 죽음이다. 그 사실이 낙소월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도 슬퍼할 시간을 주지 않을 정도로의 냉혈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울도록 둘 수는 없지 않겠느냐. 이제 그만 그를 잊거라. 주서천은 죽었다.” ……멀쩡히 살아 있다. 第七章전후사정 (前後事情) “아, 누가 내 욕하는 것 같은데……” 주서천이 귀를 새끼손가락으로 후볐다. “주 대협! 앞, 앞!” 왕일이 다급하게 외쳤다. “앗!” 주서천은 허리를 꺾듯이 뒤로 젖혔다. 그 위로 강하게 휘두른 주먹이 지나갔다. “어딜!” 주서천이 허리를 원래의 위치로 다시 되돌리면서 검을 우측 하단에서 좌측 상단으로 휘둘렀다. 검이 청동인(靑銅人)의 허리춤부터 시작해서 어깻죽지까지 베어 가르면서 상체를 쪼겠다. “흐이익!” 제갈승계가 몸을 웅크리면서 비명을.질렀다. “아니, 이 꼬마는 왜 이러는 거야?” 초련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 목인을 봤을 때는 신나하더니만?” “그, 그렇지만 저건 기관 장치가 아니잖아요!” 제갈승계가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건, 주술(呪術) 이라고요!” 시간을 되돌려 반 시진 전, 은자의 산이 잠들어 있는 방을 뒤로하고 일행은 앞으로 전진했다. 기관 장치나 함정의 수준은 가면 갈수록 진화했다. 제갈승계의 해제조차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통로들을 다 지났을 때, 새로운 것들이 등장했다. 청동으로된 인형들이었다. 처음에는 목인들과 비슷한 장치가 되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기관 장치 같은 게 아니었다. 일행이 어떠한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출입구가 갑자기 전부 닫히면서 청동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인들처럼 일정한 행동만 반복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자유자재로, 마치 살아있는 듯이 움직였다. 제일 눈에 띈 건 청동인들 몸에 새겨진 고어(古語)였다. 글자 자체에서 옅은 빛이 흘러나왔다. “삼안신투가 중원 외에도 털었다고는 했지만, 설마하니 남만의 주술까지 훔쳤을 줄이야……” 주서천이 중얼거리면서 좌로 일 보 이동했다. 그가 있던 자리에 청동인의 창이 지나갔다. 세상에는 무공 외에도 신비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주술이다. 마도이세에서 사용한다는 강시술 또한 이 주술의 부류에 속했다. 중원에 주술이 없는 건 아니지만, 거의 없다시피 하다. 무공이 대신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술의 원류 또한 중원이 아닌 남만이고, 주술이 주로 쓰이는 곳 역시 남만이었다. 어쨌거나 이 주술은 때때로 기이한 현상을 일으키는데, 지금 벌어지는 일이 그랬다. 청동인의 숫자는 약 오십여 개. 다들 하나같이 병장기를 쥔 채 일행을 습격해 왔다. “큭!” 이번에는 무사들도 전투에 참여했다. 제갈승계를 보호하면서 싸웠다. 청동인의 수준을 굳이 매기자면 이류 정도였다. 검법을 펼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신체 능력이 뛰어나고 지닌 힘이 강했다. “참 나, 기관 장치로 움직이는 목인은 아무래도 상관없고 주술로 움직이는 건 무섭다는 거야? 우리 입장에선 그거나 저거나 똑같다고.” 초련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청동인의 가슴에 꽂힌 검을 잡고, 발로 차서 밀어냈다. 청동인이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쓰러졌다. 잠시 멈춘 듯 싶었으나, 비틀거리면서 다시 일어났다. “젠장!” 초련이 걸쭉한 욕설을 내뱉었다. “이것들은 왜 다시 일어나는 거야?” “승 공자!” 초련의 의문에 왕일이 대답을 원한다는 듯 제갈승계를 쳐다봤다. 여태껏 함께해 오면서 의문이 있다면 제갈승계가 답해 줘서 그런지 이제는 궁금증이 생기면 자연스레 묻게 됐다. 다른 무사들의 반용도 비슷했다. “모,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저건 주술이라니까!” 하지만 원하는 반응과는 달랐다. 반대로 걱정만 커졌다. “끄응!” 쐐! 왕일이 침음을 흘리면서 검을 휘둘렀다. 도끼를 든 청동인이 힘에 밀려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사지를 전부 자르시오!” 주서천이 대신 답해 줬다. 그의 앞에는 사지와 목까지 분리되어 움직임을 멈춘 청동인이 있었다. 청동인은 가슴에 구멍이 뚫려도 멀쩡하게 움직였지만, 사지가 전부 베이면 움직이지 못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오!” 왕일이 반색하면서 주서천의 말대로 해봤다. 정말로 그렇게 한 청동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오!” “주 대장, 미안하지만 그런 여유는 많지가 않소!” 수적으로 청동인이 더 많았다. 게다가 청동인 개개인이 다 이류 정도의 수준을 지녔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못 하고, 공포에 떠는 제갈승계를 지키면서 싸우느라 제약이 많았다. “그럼 그냥 승이나 지켜 주시오!” 주서천이 질풍이 됐다. 매화연홍검으로 최대한 빠르게 청동인들을 처리했다. 우선 공격을 할 수 없게 양팔을 베어 버린 뒤, 그다음은 다리와 목을 베었다. 하단전에 쌓인 내공의 양이 든든했지만 앞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몰라 중간 휴식 때 운기조식을 취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파바밧! 하나를 베면 약간의 주저도 없이 쉬지 않고 그다음으로 넘어갔다. 생각도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베고, 또 베었다. 무사들의 눈에는 너무 빨라 잔상이 보일 정도였다. “나름대로 도움을 주려고 왔는데……” 무사들이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도대체 주 대장의 무공은 어느 정도인가!”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보아하니 전력이 아닌 것 같은데?” 절정의 고수가 저렇게 강했나? 의아해하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주서천의 운동 능력 자체는 절정이었으나, 검술 자체는 화경이다. 수준이 높아 보이는 건 당연했다. “주 대장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은거고수의 제자겠지.” “너희는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처럼 명문지파 중에서 저 나이대의 고수가 있다고 들은 적 있어?” “자랑하기 좋아하는 그들이니, 있었다면 알려지지 않을 리는 없지 않나.” 주서천의 손에 쓰러져 가는 청동인은 점차 늘어났다. 오십이었던 숫자가 어느덧 이십으로 줄었다. 무사들도 그만큼 편안해졌다. 이제 슬슬 약간의 여유까지 보일 수 있었다. “후, 괜찮다면 이 일이 끝나고 주대장에게 몇 수 배우고 싶은데……” “저번에 봤는데, 상단주와는 나름 친하지 않았나?” “우리가 계속해서 상단주 밑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어쩌면 그런 운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말할 시간 있으면 주 대장의 움직임을 머릿속에 넣어 둬. 일단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다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주서천에 대한 존경심과 충성도가 늘고 있었다. 실제로 주서천 덕에 그들은 지금 목숨을 건지고 있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누군가는 진작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각이 지났다. “끝.” 주서천이 검을 집어넣고 기지개를 켰다. 발밑에는 수많은 청동인의 잔해로 가득했다. “……” 다들 하나같이 할 말은 잃은 표정이었다. 주서천의 보여 준 무위에 경악한 걸 넘어, 허탈했다. 그렇게 수준 높은 움직임을 보여 주었는데도 땀 한 방울 홀리지 않았다. 내공이 높다는 증거다. “주 대장, 대체 내공이 얼마나 되는 거요?” 초련이 질린 눈으로 주서천을 쳐다봤다. “그럭저럭 많소.” 나이가 어리고 내공이 많으며, 상승의 검법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무림에서도 많지 않다. 도수창병의 사건 탓에 자신에 대해서도 알려져서 혹시라도 의심을 받을지 몰라 그냥 비밀로 했다. “자,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 보실…… 응?” 자리를 뜨려는 순간, 눈에 밟히는 것이 있었다. 청동인의 잔해들 속에서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다가가서 확인해 보니 팔찌였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두고 가는 것보다는 낫겠지.” 팔찌의 소재는 청동이었다. 사슬 같은 것도 주렁주렁 달려 있고, 인공으로 된 광석 같은 것도 박혀 있다. 또한 청동인을 움직였던 문자, 주술의 언어도 언뜻 보였다. 설사 용도를 몰라도 팔면 꽤 될 것 같았다. “그런 걸 가져갔다는 저주받을 거라고!” 제갈승계가 질색했다. “이미 비고를 터는 것 자체가 저주받을 짓이지.” 주서천이 무슨 실없는 소리를 하냐며 웃었다. 팔찌는 품 안에 챙겨 두었다. “가자.” 삼안신투의 비고는 악취미다. 탐사하면 탐사할수록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만약 제갈승계가 아니었더라면 목숨 한둘로는 부족하고 온갖 고생은 다 했을 것이다. 출구가 없는 미로를 만나기도 했고, 비밀 문을 찾지 못하면 중독되어 서서히 죽어 가는 방과도 만났다. 도중에 중독되는 일도 있었지만, 이의채가 챙겨 준 사천당가의 해독약을 복용해서 살 수 있었다. 비고를 털려고 하루 이틀 준비한 게 아니다. 만반의 준비를 했다. 벽곡단만 무려 일 년 치를 준비했다. 일 년이나 탐사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이 정도나 가져왔다. 해독약이나 치료약은 물론이고, 여분의 검이나 칼갈이 도구 같은 것도 가져왔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주서천이 걸으면서 중얼거렸다. “돈만 있다면 뭔들 못 하겠소.” 왕일이 그 중얼거림에 답했다. “이 정도 기관 장치나 함정을 제작하려면 돈도 돈이지만, 비밀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후대에 어떠한 단서도 알려지지 않은 거지?” 제갈승계가 의아해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지.” 주서천이 답했다. “암장은 중경에서도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조차도 얼씬하지 않는 곳이다. 게다가 지하에 비고를 건축했으니, 들킬 염려는 그다지 없었을 거야.” “하지만 자재의 운반이라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