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370)
저 뚫린 입이라고 망언을 지껄이는 놈의 목을 자르지 않을 수가 없소. 혹시나 말하는 것이지만, 그대가 나에게 명령할 권한은 없소.” 오악검파, 아니 삼악은 동맹 후 대등한 관계가 됐다. 다들 누군가 밑에 있는 것엔 싫증이 났다. 암천회와 손을 잡은 것도 산하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동맹으로 결정했다. “그것이 아니오. 그에게 알맞은 형벌이 존재하기 때문이외다.” “형벌?” 초예사태는 머리를 위아래로 흔든 뒤, 포박된 섭등을 차가운 눈길로 내려다보면서 조소를 흘렸다. “안 본 사이 무림맹, 아니 화산파의 개가 다 됐구나. 상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겠다 하니, 내 특별히 그 잘난 신념을 관철한 그대에게 선물을 내리겠네.” “선물……?” “그 대단하다는 화산파가 삼악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말일세.” 초예사태의 눈동자가 시커멓게 물들었다. 그 안에 보이는 건 끈적하게 점칠된 증오와 시기뿐이었다. “과연!”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일팔구로와 태산파검이 감탄했다. “여봐라.” 척. 옆에서 대기 중이던 항산파의 비구니가 나셨다. “주기적으로 산공독을 투여해 힘을 쓰지 못하게 하고, 포박한 채 데리고 다니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슬슬 나가야겠구려.” 초예사태가 앞장서서 지휘 막사 밖으로 나왔다. 그 옆으로 일팔구로와 태산파검이 나란히 섰다. 오악검파의 삼문주를 반긴 건 포박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화산파와 형산파의 제자들이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삼문의 제자들이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평선 끝자락, 높이 솟은 화산이었다. “이제, 더 이상 오악검파는 없네.” 초예사태의 안광이 형형하게 빛났다. 정파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만큼 분노와 증오심에 휩싸여 있었다. “삼악검파가 있을 뿐이다.” 일팔구로가 중얼거렸다. “화산파는 멸문한다.” 태산파검이 확언했다. 요녕(遼寧). 무림맹 심양 지부(沈陽支部). “이, 이상입니다.” 심양 지부장이 주서천의 눈치를 봤다. 검신이 젊다곤 들었지만, 생각보다 더 젊었다. 다만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아 표현을 삼갔다. 북해에서 흑룡강, 길림순으로 남하하던 주서천은 요녕을 도착했을 때쯤 오악검파 소식을 듣게 된다. 문제는 그 소식을 들었을 땐, 이미 너무 늦은 때였다는 것이었다. ‘제기랄!’ 기어코 걱정한 일이 벌어졌다. 북해에서 예정보다 오래 머무른 탓에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봄이 시작할 때쯤 출발해, 돌아오니 여름이 한창이었다. 넉 달하고 보름이 지났을 때다. 벌써 한 해의 반절이 지나갔다는 생각에 불안감만 솟아났다. 주서천은 요녕에 도착하자마자 심양 지부를 방문했다. 중원을 떠난 동안의 일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도 제갈상이 예상하고 여러가지를 준비해 준 덕에, 비교적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무림맹이나 암천회의 재정비는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주서천이 북해로 떠난 것도 알려지진 않았다. 적군만이 아니라 아군에게도 기밀유지를 신경 썼다. 그 증거로 심양지부장도 놀란 눈치였다. ‘항산파는 그렇다 쳐도…… 설마하니, 숭산파와 태산파가 돌아설 줄은 몰랐다.’ 향산파의 경우, 전의 삶에서도 배신해 예상한 바였다. 그러나 숭산파나 태산파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암천회의 첩자가 숨어 있었으나, 그래도 문주를 포함해 전체가 돌아설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달라진 미래로구나.’ 깊게 생각해도 나오는 건 없었다. 역사가 진작 바뀌었기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심양 지부장님.” “예!” “제가 도착한 사실은 본부에만 전해 주십시오. 웬만하면 비밀에 부쳐주시기를 바랍니다.” 자칫 잘못해선 오악검파에 자극을 줄까 싶어서 걱정이 되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주서천은 몇 가지 식량과 금전만 챙겨 떠났다. ‘사부님께서 무사하셔야 할 텐데……’ 꽤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스승이 걱정됐다. “너무 걱정 마세요, 사형. 무사하실 거예요.” 낙소월이 주서천의 초조한 얼굴을 보고 위로 했다. “숭산파와 태산파, 항산파…… 그들의 저력이 보통이 아니니 걱정될 수밖에 없네.” 아무리 화산파라고 해도, 얼마나 버틸지 걱정됐다.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고 싶었지만 상당히 멀었다. “미안해. 아무래도 좀 더 속도를 올려야 할 것 같아.” 주서천이 낙소월과 소령을 양 옆구리에 꼈다. “꺄악.” 낙소월이 놀란 목소리를 자그맣게 냈다. “간다.” 다른 걸 신경 쓸 틈이 아니다. 전생과 현생을 포함하여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위험에 빠졌다. 그 사실이 이성을 마비시켰다. * * * 섬서, 화산. 삼악검파의 배신 및 포위를 최초로 확인한 건 단연 습격 목표가 된 화산파였다. “삼악검파가 배신이라니……” 아직 소년티를 벗어 내지 못한 청년, 무림 역사상 최연소 장문인이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내 살다 살다 별일이 다 있구먼.” 단약사, 영진이 정휘련의 중얼거림에 동의하듯 헛웃음을 흘렸다. “이게 지금 웃을 일이오?” 명수악, 조무양이 어이 없다는 듯이쏘아봤다. “맞는 말입니다.” 철혈매검 심옥련이 엄격하고 진지하며, 근엄한 얼굴로 동의하며 힐난의 눈초리를 보냈다. “아니, 근데 헛웃음 나올 정도로 어이없긴 합니다.” 정휘련이 영진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무양과 심옥련은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장문인이 저리 나오니 더 이상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대단하군. 완전히 휘어잡았어.’ 지검옹, 학송이 짐짓 감탄했다. 전대 장문인, 우일문 진인이 늦게 들인 장문제자인 정휘련은 고작 열다섯 살에 장문인에 올랐다. 그 후 그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만큼, 훌륭한 장문인으로서 성장하였다. 겉으론 가벼워 보여도, 속으로는 누구보다 생각이 깊었다. 무공이건 학문이건 배움에 열정적이고 성실한 태도로 임했으며, 자만하거나 오만하지도 않았다. 화산오장로에게 겸손한 태도로 경험을 흡수하면서, 또 너무 저자세로 우습게 보이지 않도록 적절한 사이를 유지했다. 요 이 년 동안 화산오장로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노력했는데,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답게 성장 속도가 무시무시했다. ‘스승의 죽음 탓에 무리라도 하는건 아닐까 싶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정말로 타고난 위인이야.’ 주서천이 괜히 인생 이 회 차냐고 물은 게 아니다. 연령에 비해 말이 되지 않을 정도의 괴물이었다. 우일문의 죽음이 영향을 끼치지 않은 건 아니다. 정휘련은 누구보다 존경하는 사부의 죽음에 몹시 슬 퍼했으나, 언제까지나 울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장문인을 잇겠다고 맹세한 이상, 돌아가신 사부님께서 안심할 수 있도록 화산파를 이끌어 가겠다.’ 동경하는 영웅, 검신에게 자하신공을 전수받았다. 화산오장로에게 연륜과 지혜를 배워 견식을 키웠다. 술이나 여자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식사와 수면도 줄여 가면서 노력했다. 화산오장로는 정휘련을 통해서 노력하는 천재가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어려서 좀그렇다.’ 라는 불안도 쏙 들어가고, 그 대신 신뢰가 차지했다. 아직 배울 것이 많이 남긴 했지만, 장로진 및 화산파 제자들에게 존경받는 장문인이 될 수 있었다. “위지결 장로님. 싸울 수 있는 전력이 얼마 정도 됩니까? 아직 어린제자들은 제외하고요.” 장문인과 화산오장로는 상호 존중을 위해 경칭을 붙이나, 극존칭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휘련의 경우 삼대제자이며 나이가 워낙 어리다 보니 화산오장로를 좀 더 극진하게 대우했다. 화산오장로는 정휘련의 말에 어리고 삼대제자여도 장문인인 만큼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정작 장본인이 그게 더 편해서 그런 거라고 고집을 부려서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약 육백여 명입니다.” 매화검장, 위지결이 답했다. “적군요.” “그간 신나게 싸워 왔으니……” 영진이 끙, 하고 신음을 흘렸다. 현시대는 전란의 시대라 불리고 있다. 칠검전쟁, 정혈대전, 정마대전, 사문반란부터 시작해 암천회의 등장 등 여러 전쟁을 지속적으로 겪었다. 새로운 제자들을 받아 전력을 회복시켜야 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예전에 비해 좋지 못했다. “그래도 절망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정휘련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검을 들었다. * * * 하남, 무림맹. “아니, 오악검파까지 배신이라니!” 콰앙! 팽군평이 주먹을 탁자를 박살 낼 기세로 내 리쳤다. 내공을 싣지 않아서 흔들리는 정도로 끝났다. 무림맹 상층부는 오악검파, 그것도 삼악의 배신에 누구보다 동요하고 있었다. 오악검파라 하면 명문정파, 그것도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다음으로 영향을 끼치는 검파 연합이었다. “우리가 너무 안일했소.” 우백이 신음을 흘렸다. “중소 문파나 혹은 주요 문파여도 몇몇만 배신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황견이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현재, 중원 무림 곳곳에서 개혁이나 혁명을 들먹이며 배신한 자들은 대다수가 하수뿐이었다. 즉, 중소 문파처럼 약소 세력이었다는 의미다. 명문 정파의 경우엔 독룡, 당명인처럼 소수이지 문파 전체가 배신하진 않았다. 하나 이번에 그러한 일이 벌어졌다. 망치로 뒤통수를 후려맞은 느낌이었다. “허허……” 혜노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정파의 위신이 어디까지 떨어질는지……” 경인사태가 쓴웃음을 지으며 염주알을 굴렸다. 현재의 무림맹은 고금 역사상 손꼽힐 정도로 인재가 많다. 검신을 비롯해 여러 영웅을 배출하였다. 그러나 그게 무색하게, 배신자 역시 상당했다. 정파 세력이 갈기갈기 찢길 위협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오악검 파를 믿고 그들을 파견하였거늘!” 공추가 혀를 차며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섬서의 불온 세력의 확인 및 소탕의 경우는 오악검파에 모조리 믿고 맡긴 탓에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이 몇 없었다. 설사 이제 와서 움직여도 제시간 내에 화산에 도착하여 도와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신뢰가 현 세대에 무너지다니……” 운광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 누구도 오악검파의 배신을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과한 신뢰가 아니었냐고 한다면 그건 의심을 넘어서 과대망상증이다. 오악검파는 말했다시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정파로서, 무림맹과는 운명 공동체나 마찬가지였다. 정파의 내부 세력도 아니고 적대세력과 손을 잡았으니,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저 ‘미쳤다’라는 표현밖에 할 수 없었다. “군사, 이 일을 어찌하면 좋소?” 천군사, 제갈상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첩첩산중인 와중에 불행 중 다행인 건, 우선 형산파는 배신하지 않은 것이며 인근 지역의 종남파가 급히 제자들을 파견했다는 것입니다.” “후우! 화산파가 얼마나 버틸지가 관건이로군.” “화산의 장문인은 너무 어리지 않나.” “무림 정예, 매화검수가 있긴 하다만……” 곳곳에서 걱정과 불안이 이 어졌다. “아마 지금쯤 오악검파, 아니 삼악검파가 형산파의 제압을 끝내고 움직이기 시작했을 겁니다.” 화산파의 습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경악했지만, 다행히도 화산의 문이 부서진 건 아니었다. 부서지기는커녕, 아직 인근에 모인 것에 불과했다. 화산파에서 마중을 목적으로 미리 보내온 제자들, 그리고 가담하지 않은 형산파의 제압을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무림맹을 걸쳐 심양 지부, 주서천에게까지 소식만 전달될 수 있었다. 포위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나, 화산파 제자가 삼악검파에게 공격당했으니 습격이란 표현도 알맞았다. * * * 삼악검파의 전력, 이천이 화산에 오른다. 무림세력의 전력을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였다. 일파 당 약 육백여 명에서 칠백여 명이었다. 참고로, 삼악검파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더 이상 화산을 피하지도, 굴복하지도 않겠네.” 초예사태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위를 올려다봤다. 삼악검파가 열등감, 질투심 등 여러 쌓인 불만으로 돌아서긴 했으나 아직까진 정파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