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39)
갈라 절벽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하다 했다. 또한, 한 번 피하면 끝인 것이 아니라 쏘아진 화살은 상대를 못 맞출 경우 다시 돌아와 백발백중(百發百中)이라 전해진다. 그 신궁의 무공이 바로 일월신궁이며, 이 무공은 훗날 어떠한 단체로부터 부활하게 된다. 그리고 이 무공은 수많은 무림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그 위력은 단순히 허황된 전설이 아니었다. ‘그리고…… 중도만공!’ 이름만 보면 정말로 잡스러운 무공으로 보인다. 삼류에서 이류가 아닐까 싶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만약 일월신궁과 중도만공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어디 보자, 다른 건……” 비급들을 전부 짐 보따리에 넣은 뒤, 검을 집었다. 검집에서 검이 매끄럽게 빠져나왔다. “호.” 손을 살짝 가져다 대니, 한기가 흘러나왔다. “예한(說寒)인가.” “예한? 방금 예한이라고 하셨소?” 주서천의 중얼거림에 왕일이 놀라면서 되물었다 “그대가 생각하는 명검 예한이라면 맞소.” 주서천이 원래의 검을 상자 안에 넣고, 예한을 허리춤에 착용했다. 든든했다. 삼안신투는 천하를 훔친 건가? 왕일이 허, 하고 감탄했다. 第八章삼안신투(三眼神倫) 주서천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지만, 예한은 명검 중에서도 중간 이상 하는 검이다. 이름에도 알 수 있다시피, 검날이 워낙 예리해서 한기가 절로 흘러나올 정도이다. 주서천 일행은 두 번째 보상을 얻은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빈속을 채우고, 부족한 수면을 취했다. 낮인지 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지하이다 보니 빛이라곤 횃불과 야명주뿐이었다. 그 대신, 몸이 알려 줬다. 오랫동안 무공 수련을 해온 신체의 시간은 아침과 점심, 밤 정도는 구분했다. 휴식을 끝내고 재정비한 일행은 다시 전진했다. 여전히 지겨울 정도로의 함정과 미로가 반겼다. 시간이 제법 걸렸다. 제갈승계의 도움이 있어도 함정 자체의 숫자가 많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정말로 싫은 건 미로였다. 길을 헤매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돌아가게 만들게 해서 걷는 것만 해도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다. 하루, 이틀, 사흘……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대충 그런 시간이 아닐까 생각됐다. 수면은 함정을 해제하고, 적당한 넓이의 안전지대에서 취했다. 불침번은 교대로 했다.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지.’ 전생에서도 비고의 탐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각지의 다양한 세력에서 탐사대를 보냈었다. 그에 반면 주서천 일행은 고작 열두 명. 반대로 인원에 비해선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내려가고, 올라가고, 다시 내려가고…… 몇 층인지도 모르겠어.” 일행들은 의외로 정신력이 굳건했다. 정파 무공 고유의 특징 덕인지, 아니면 다들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고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인지는 모른다. 다들 피곤하고 지친 모습을 보였지만, 군말하지 않고 비고를 탐사했다. 이 중에서 제일 어리고, 약한 제갈승계는 피곤해하기는커녕 즐거워했다. 가면 갈수록 다양해지는 기관 장치에 눈을 반짝였다. 주서천은 비고의 탐사 도중에도 무공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성실하게 수련했다. 매화기공, 매화육합심법은 전부 대성해서 더 이상의 수련은 필요 없었다. 운기로 내공만 쌓았다. 다만 축적되는 내공의 양은 극히 적었다. 이곳에는 매화도 없을뿐더러, 대자연의 정기도 얻기 힘들었다. 그래서 주로 검법과 보법을 수련했다. 십사수매화검법을 일찍이 대성하고, 이십사수매화검법에 집중했다. 다만 전과 달리 속도가 좀 느렸다. 이십사수매화검법은 십사수매화검법과 비슷하지만, 또 달랐다. 난해하고, 복잡하고, 힘이 들었다. 주서천도 이십사수매화검법은 알고만 있었지 몸으로 펼쳐 보는 건 처음이었다. 원래 이 검법이 화산의 최고 검수인 이십사수들에게만 허용된 검법이기에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건, 주서천이 한때 화경까지 올랐던 경험 덕에 누군가의 가르침 없이 기억 속에 있는 비급만으로도 수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으음, 몸이 근질거리는군.” “차라리 소리나 움직임이라도 느끼지 못하면 좋을 텐데……” 참고로 수련할 때 무사들은 등을 돌려 보지 않도록 신경 썼다. 무림에서 남의 수련을 훔쳐보는 건 금기다. 주서천도 괜히 이십사수매화검법을 수련하다가 정체를 알 수 있는요인을 떠올리게 할까 봐 무사들에게 주의를 요망했다. 고수의 수련을 조금이라도 구경하고 싶은 무사들 입장에서만 고통스러웠다. 추정, 이틀 뒤. 탐색하는 동안 또 다른 보물이 숨겨져 있는 방을 발견하긴 했다. 하지만 전처럼 특별한 건 없었다. 금은보석이나 혹은 예한처럼 명품의 무기 정도였다. 적당히 가치 있는 것만 골라서 챙겼다. 비고에 진입한 날짜를 대충 세면 어언 일주일. 다들 씻지 않아서 몸에서 냄새가 진동했다. “대장!” 이류 무사, 이삼이 횃불로 석벽을 비췄다. 세 개의 눈이 그려진 삼안신투의 고유 문장이 보였다. “이런 문은 본 적이 없었는데……” 그동안 문은 질리도록 봐 왔지만, 문장이 그려진 건 없었다. “냄새가 나네.” 보물의 냄새다. “어떻게 할래?” 제갈승계가 석벽과 이어진 손잡이를 툭툭 건드렸다. 아무래도 이걸 당기면 열리게 설계된 것 같았다. “함정은?” “없는 것 같아…… 라기보다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 석벽도 두껍고, 손잡이뿐이라서 파악이 안 돼.” 제갈승계가 눈살을 찌푸리고 주변을 슥 둘러봤다. 있는 거라곤 천장과 석벽 근처에 설치된 야명주뿐이였다. 은은한 빛만 내뿜을 뿐, 특별한 건 없어 보였다. “어차피 여기서 되돌아갈 수도 없지. 둘러보지 않은 곳도 있긴 하지만, 다시 탐색하는 것도 귀찮고.” 주서천이 제갈승계 대신 손잡이를 당겼다. 드르륵! 덜컥! 무언가가 움직였다가, 작동되는 소리가 들렸다. 계속해서 드르륵, 끽끽하고 소음이 났다. 일행도 처음에는 이 소리에도 놀라고 불안해했지만, 지금은 너무 익숙해져서 평온 그 자체였다. 쿠구구궁! “음. 땅이 또 흔들리는군…” “내장까지 전부 엉망이 되는 흔들림이야!” 세상이 무너지는 착각이 들 정도의 흔들림이었다. 땅 밑에서 전해져 오는 진동의 세기가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도 비고에 오면서 질리도록 경험했다. 꽤 크긴 했지만,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초령은 제갈승계의 뒷덜미를 잡아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 줬고, 그 외의 사람들은 알아서 균형을 잡았다. 파스스슥. “자갈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석순(石箱)이나 칼날이 아닌가? 이번에는 꽤나 친절하군.” “내가 여기에서 나간다면 삼안신투가 개새끼라는 걸 말하고 다닐 거야. 그리고 만약 그의 후예를 자처하는 놈이 있다면 찾아가서 얼굴에 주먹을 꽂겠어.” 제갈승계가 있어서 목숨이 위협받은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예 다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예를 들어 한쪽 함정이 해제되면 자연히 발동되는 함정이 있어 위험할 뻔한 적도 있었다. 쿠구구궁-! 잡담을 떠는 사이, 눈앞에 있는 석벽이 위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아래 틈으로 빛이 흘러나왔다. * * * 석벽이 열리자 나타난 건 공동이었다. 바닥에는 고풍스러운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검이나 도끼, 창 등 한 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병기들이 꽂혀 있었다. 삼안신투 특유의 문장에 있는 세 개의 눈이 각각 천장, 좌측 벽, 우측 벽에 새겨저 있었다. 상당한 크기였다. 또한 이 공간은 어떠한 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폐가 시원할 정도로 상쾌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정말로 지하가 맞는지 의아할 정도 였으며, 또한 케케묵은 냄새 같은 것도 나지 않았다. 바닥에 깔린 양탄자가 끝나는 곳에는 세 개의 계단 위에 비석이 우뚝 솟은 제단 같은 것이 있었다. 제단을 확인하려고 앞으로 나아간 순간, 뒤에 있던 석벽이 닫히면서 제단 위에 있던 무언가가 움직였다. “저거 설마 활강시(活個尸)는 아니겠지……?” 초령이 불안한 눈초리로 계단 위에 선 사람, 아니 강시를 보았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린 걸 넘어 푸르뎅뎅하고, 눈에는 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사자(死者)가 틀림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사자가 멀쩡히 일어나 있다. 선 채로 사후경직이 일어나서 그런 게 아니었다. 강시로 추정되는 노년의 남자는 주서천 일행이 다가가자마자 제단에서 내려왔다. 문제는 거기까지의 행동이 뻣뻣하지 않고, 무척 자연스러웠다는 것이었다. 사자가 어떠한 술법에 의하여 움직이게 되는 걸 , 보통 강시라 부른다. 마도이세가 주로 쓰는 병기다. 히이익! 제갈승계가 무사들의 뒤로 숨었다. “만약 저게 활강시면 우린 다 죽소.” 왕일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강시가 나타나서 놀란 게 아니다. 애초에 남만의 주술까지 훔쳐 이 곳 비고에 쓴 게 삼안신투다. 새삼스레 놀라울 것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강시의 움직임이었다. 보통 강시란 건 사후경직 탓에 관절이 뻣뻣해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싸워도 느릿느릿한 데다가, 움직임이 단조로워 목을 베지 않는 이상 계속 일어나는 것만 제외하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강시에도 등급이 나뉜다. 그중에는 움직임이 생전과 같고, 무공까지 쓰는 강시가 있다. 그걸 활강시라 하는데, 마도이세에서도 그 숫자는 극히 적은 편이다. 하지만 강력해 고수들도 승리를 단정 지을 수 없었다. “아니, 차라리 활강시인 게 나을지도 모르오.” 주서천이 검을 세우면서 강시를 경계했다. “금강강시 같은 게 튀어나왔다면, 정말로 여기에서 뼈를 묻어야 할 거요.” 금강강시는 이름 그대로 몸이 금강석처럼 단단한 걸 칭한다. 강기가 아니라면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주서천은 깨달음도, 내공도 충분하지만 그 외의 다른 것들이 부족했다. 아무리 두 조건을 충족했다 해도 마음만 먹는다고 경지에 오르는 게 아니다.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이미 예전에 육대랑에게 살아남고 단번에 화경에 올랐다. “일단 자극하지 말고 뒤로 물러나시……” 파앗!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름 모를 강시가 몸을 날렸다. 무서운 건 그 몸놀림이 기척 하나 묻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서천이 위험하다고 소리치기도 전, 강시가 공간을 접듯이 접근해 바닥에 꽂힌 검을 뽑아 휘둘렀다. ‘빠르다!’ 채앵!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금속음을 내뱉었다. 다행히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다. 높아진 반사 신경 덕이었다. ‘젠장!’ 무위로 치자면 최소 절정 이상이다. 그걸 깨닫는 건 단 일 합만으로도 충분했다. 다행히 무의식적으로 공격을 막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심각한 차이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주 대장!” 왕일이 목소리를 높여 경고했다. “핫!” 주서천이 검을 들어 머리를 찍으려던 검격을 막았다. 불꽃이 튀기면서 시끄러운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강시의 근력이나 공격에 실린 공력 자체는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았다. 다만 움직임이 범상치 않았다. 채-앵! 주서천과 강시가 다시 부딪쳤다. 다만 이번에는 강시의 손에 검이 아닌 도끼가 들려 있었다. ‘움직임을 도저히 쫓을 수가 없다.’ 공력이나 힘은 강하지 않았지만, 몸놀림이 문제였다. 소리가 없는 건 물론이고, 기척도 잡히지 않았다. 발걸음을 쫓아서 보법을 파악하려고 해도 불가능했다. 시각은 물론이고 다른 감각으로도 쫓지 못했다. “활강시!” 몸놀림을 보면 활강시가 틀림없었다. 저 정도 속도를 내려면 그 외의 강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생전에 그렇게까지 고수는 아니었어!” 확실히 빠르다. 특이한 건 소리도 없고 기척도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