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43)
번에 여러 가지를 익힐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익히지 않는다는 게 맞았다. 이유는 크게 셋으로 나뉜다. 첫째, 무공은 그 종류에 상관없이 무엇 하나를 대성하기도 어렵다. 아니, 인정받는 수준도 힘들다. 그 정도로 어려운 것이 무학이다. 한 번에 여럿을 익히면 어떻게 되겠는가? 전부 어정쩡해질 게 뻔했다. 둘째, 무공 전개의 위험성이다. 예를 들어, 검법을 펼치는 도중이나 혹은 직후에 권법이나 장법 같은 다른 종류의 무공을 전개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 있게 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무공을 동시에 전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른손으로는 검법, 왼손으로 장법을 동시에 펼쳤다가는 내기의 운용이 겹치거나 꼬여 버려 주화입마가 일어나기 십상이다. 셋째, 선행 무공의 조건이다. 화산파의 검법을 펼치려면, 단연 그 전에 매화기공 등의 심법을 수련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펼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전자와 마찬가지로 주화입마 행(行)이다. 심지어, 정파의 무공을 수련한 자가 사파의 무공처럼 성질이 다른 것을 흉내만 낼 경우에도 큰일이 날 수 있었다. 무공이란 건 그만큼 예민하다. 하지만 이 상식을 무시할 수 있는 무공들이 있다. 무당파의 양의신공(兩儀神功)과 중도만공이다. 양의신공의 경우, 놀랍게도 이 무공은 권법이나 장법 등 두 종류의 무공을 동시에 전개할 수 있었다. 동시에 수련하는 것 역시 문제가 없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두 종류뿐이고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또한 양의신공은 어디까지나 무당파의 무공 안에서다. 그 외의 무공은 같은 도가 문파라도 불가능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넘어섰지만 세 번째에서 막힌다. 또 다른 무공인 중도만공의 경우는 그 반대이다. 오직 세 번째만 넘어설 수 있었다. 중도만공은 설사 성질이 다르다 할 지라도, 어떠한 심법을 수련했건 간에 전부 전개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이름에 맞는 특성이었다. “본래의 반절 정도의 힘 밖에 발휘할 수 없지만……” 다만 중도만공도 만능은 아니었다. 만약 본래의 힘 전부를 발휘할 수 있다면 신공을 넘어 천하제일 무공이다. 중도만공은 여러 무공들을 제약 없이 수련할 수 있는 대신, 이처럼 반절 정도의 위력밖에 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대단한 무공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참으로 애매했다. 주력으로 삼은 무공 외에는 위력을 제대로 낼 수도 없고, 따로 수련도 필요했다. 삼류나 이류 무인이 아닌 이상 이런 불안정한 것보단 사문의 무공에 주력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나에게는 나쁘지 않지.” 주서천은 화산의 주요 무공인 자하신공, 자하검결, 이십사수매화검법을 제외하면 노력이 덜 든다. 아니, 이 셋도 회귀한 이후 기준으로 다른 것에 비교해 성장이 더딜 뿐이었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빨랐다. “부족한 건 내공으로 대신하면 그만이고.” 열두 살에 일 갑자다. 약관이 되었을 때 얼마나 될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게다가 소환단도 남아 있으니, 추후의 내공 증가량은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했다. 설사 위력이 부족할지라도 이 무식한 양의 내공으로 대체하면 그럭저럭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써먹을지에 대한 건 둘째다. 난 그것 때문에 이걸 손에 넣으려고 한 게 아니야.’ 주서천은 여기까지 오면서 중도만공을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전부 외웠다. 그리고 오늘 소각했다. 산불이 나지 않도록 계곡 근처로 와서 모닥불에 던졌다. “이걸로, 암천회주(暗天會主)의 날개를 뜯었다.” 전란의 시대. 수많은 영웅과 마두가 있었고, 고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란을 통해 나타나고, 또 사라졌다. 또한 그 무리 중에서도 제일로 이름을 알린 자가 있다면,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암천회주 세상에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불분명한 세력이 있었다. 그들의 이름이 암천회이다. 암천회의 시작이나 역사 자체는 자신도 잘 모른다. 다만, 그들이 무림정복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둔 것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암천회는 삼안신투의 비고 때를 제외하곤 무림 사건 곳곳에 관여하여 중원을 조종했다. 그리고 훗날 무림 세력들이 약해질 때쯤,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공표하고 전쟁을 일으켰다. 그 전쟁은 전란 시대 중에서도 제일 오래 이어졌으며, 격렬했다. 무림 역사상 최대 암흑기라 불렀다. 하지만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던 이 전쟁도 암천회주의 사망으로 전란의 시대와 함께 막을 내렸다. ‘한 번 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마 육십 세 즈음의 일이다. 암천회주를 본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몸이 덜덜 떨며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공포가 몰려왔다. 설사 화경일 때라 할지라도,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화경의 고수 몇이 암천회주에게 도전했다가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천하제일인에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괴물. 상식에서 벗어난 무력뿐만 아니라 지력 또한 뛰어나 세상 뒤에 숨어서 무림을 손바닥에 올렸다. ‘이 중도만공만 아니었더라면!’ 본래의 역사에서 중도만공은 최후에 암천회주의 손 안에 쥐어진다. 그리고 그건 재앙을 부르게 됐다. 암천회주는 존재 자체가 상식에서 한참 벗어났다. 그는 시대가 내린 희대의 천재였으며, 어떠한 무공이건 간에 그다지 어렵지 않게 대성했다. 암천회주에게 있어서 무공을 여럿 수련한다고 성장이 더뎌진다는 건 패배자의 헛소리에 불과했다. 검이건, 도건, 창이건 간에 일단 손에 닿고 배운다면 대성하는 게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 암천회주에게 중도만공은 호랑이, 아니 용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격이었다. “여러모로 미친 시대야……” 주서천이 헛웃음을 흘렸다. 어이없어하는 눈동자에는 재가 되어 버린 중도만공의 비급서가 보였다. 인재가 이만큼 많았던 시대도 또 없다. 그만큼 영웅과, 마두와, 천재와, 괴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앞으로 그 시대가 펼쳐질 거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골이 아팠다. 듬직한 아군도 많지만, 그만큼 성가신 적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있었다. “돌아가자.” 주서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라도 중도만공의 잔해가 조금이라도 남은 건 아닐까 싶어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눈을 떼지 않고 아까부터 지켜보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주서천은 남아버린 재를 한 주먹 쥐어 강물에 버렸다. 나머지는 땅에 흩뿌리거나 근처 소동물을 잡아서 억지로 입 안에 쑤셔 넣었다. “그대는 약해질 필요가 있소, 암천회주.” 이튿날, 날이 밝은 이후부터 주서천은 시간 날 때 중도만공의 수련을 시작했다. 어렵지는 않았다. 실제로 얼마 가지 않아서 대성했고 바로 다음 수련을 시작했다. 산에 오르기 전, 인근 마을에서 활과 화살을 구입했다. 사냥용이라 말해 뒀지만 실은 아니다. 오늘의 수련을 위해서였다. “궁술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주서천의 손에는 목궁(木弓)이 쥐어져 있었다. 시위에는 화살이 걸려 있다. 파앗! 화살이 매서운 소리를 내면서 시위에서 떠났다. 유성처럼 긴 궤적을 남긴 화살은 나무 정중앙에 표시해둔 자리에 정확히 명중했다. 백발백중의 솜씨였다. 사실,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기준이다. 무인이라면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있어 대부분 잘 쏜다. “내기를 운용하는 게 의외로 까다롭군.” 시위에 새로운 화살을 걸었다. 일월신궁의 구결을 외면서 내기를 주입하지만 조금 힘들었다. 전생에서도 평생 동안 다룬 적 한 번 없었으니 헤매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수련, 또 수련뿐이지.” 화살을 쏘고, 또 쏘았다. 지루할 정도의 반복이었다. 가끔 동물을 상대로도 수련했다. 그렇게 일월신공만 따로 수련했다. “형님, 나한테는 열심히 무공 공부하라고 하면서 왜 형님은 헛짓거리하고 있어?” 궁술은 무공에 대해 잘 모르는 제갈승계도 천시할 정도로 취급이 좋지 않다. “시끄러워.” 주서천은 제갈승계의 의견을 묵살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안휘, 무림맹 본부. “군사님.” 업무를 보던 도중 호위 무사가 슬며시 다가와 서신을 건냈다. 군사, 제갈중호는 서신을 읽었다. “잉?” 그의 얼굴이 황당과 당혹감으로 가득 찼다. “승계랑 화산의 주서천이 살아 있다고?” 그 둘의 이름을 모를 리 없다. 제갈세가는 아직까지도 수림구채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제갈승계는 세가 내에서도 푸대접 받거나, 혹은 투명인간 취급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갈세가의 직계다. 직계를 습격해서 살해했다는 건, 곧 제갈세가에 대한 도전장. 그만큼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은원 관계가 형성됐는데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수림구채와 전쟁까지 각오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현실에 자존심을 구긴 채 어찌하지 못하고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난리가 있었는데 그 두 명의 생존 보고가 올라왔다. 황당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거 확실한가?” 제갈중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무한 지부장도 의심하여 재차 확인했다고 합니다.” “아아…” 확실히 길보(吉報)이기는 길보다. 하지만 시기가 영 좋지 않았다. “하필이면 이렇게 정신없을 때에……” 제갈승계에 대한 취급이 평소 어떤지 알 수 있는 발언이었다. “비고로 데려갈 수도…… 없겠군.” 비고 탐사가 시작된 지 한 달. 초기에 기관 등의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는 건 확인했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군사인 제갈중호뿐만 아니라, 다른무인들도 마찬가지 였다.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무인들에게는 별거 아니다. 조금만 정신 차리면 피하거나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확신은 일주일이 지난 뒤, 사상자나 부상자가 속속히 출현하면서 바뀌었다. 기관이 문제가 되자 시선은 제갈세가로 모였다. 진법이나 기관 같은 것들은 제갈세가가 잘 알지 않는가. 그들이 해결해 줄 거라 기대하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이다. 확실히 진법이라면 잘 알고 있었지만, 기관은 전혀 아니었다. 제갈세가도 기관에 대해서는 제갈승계를 제외하고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이미 사실상 사망했다. 그래서 별수 없이 옛 문헌을 뒤지면서 어찌어찌 해결해 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런 곤란한 때 제갈승계가 찾아와줬다. 잘하면 비고 탐사에 제갈세가가 큰 공을 세울 수도 있었다. 하나, 보고에 의하면 그 날 배가 난파되고 장강에서 변두리의 절벽까지 떨어져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다가 겨우 살아남아 귀한했다는 사정을 듣게 됐다. 그런 사람, 그것도 고작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데려와서 비고에 투입하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어서 억지를 부릴 수도 없었다. 주서천의 예상대로였다. 마도이세나 사파라면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정파, 특히 오대세가 같은 경우 남의 평가를 중요시한다. “이런 걸로 시간을 끌고 싶지는 않지만……” 제갈중호는 고심한 끝에 자신의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거라 판단하고 회의를 열었다. 그만큼 민감한 사항이었다. “안 그래도 바쁜데……”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때가 있잖소?” 무림맹 장로들 모두 비고 일로 정신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반응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