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51)
아니다. 일주일, 이 주일로 시작해 점점 간격이 벌어졌다. 보물이 이제는 보기 힘들었다. “솔직히 탐사가 이렇게까지 오래걸릴 줄은 몰랐네.” “허허,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나.” 무림맹과 사도천이 평화 협정까지 맺었다. 정파와 사파뿐만 아니라 온갖 사람들이 모였다. 그 많은 사람들이 동원됐는데도 일 년을 넘기다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부럽다, 부러워. 나도 그 돈만 있으면 ……” “적어도 비고에 다녀오고 그 소리를 하게나. 대체 몇 번째인가?” “나 같은 하수에게는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일세. 어쩔 수 없이 손가락이나 빨면서 구경할 수밖에.” 비고의 탐사도 끝을 보였다. “무림맹과 사도천, 보물을 보다 많이 확보한 쪽은 어디인가?” 돈은 곧 힘이다. 지닌 돈이 크면 클수록, 전쟁의 판도도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무인들은 금력(金力)을 멸시하고 혐오하나, 그렇다고 현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군자금을 보다 많이 확보한 측이 유리했다. “부디 어디 한쪽이 우세하지 않았으면……” “힘의 균형은 유지되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날 게 아닌가.” 평화를 원하는 자가 있으면, 전쟁을 원하는 자도 있었다. “아니, 무인이 전쟁을 겁내면 어쩌자는 거요? 순 겁쟁이들뿐이군. 당연히 무림맹이 우세해야 하오.” “그래. 하루라도 빨리 그 비겁하기 짝이 없는 사파를 처리해야 함세.” 그리고 반년 뒤. 탐사 시작 이 년째가 되는 날, 무림맹과 사도천은 회의 끝에 각자의세력권으로 철수하게 된다. 누군가가 예상한 대로 반년 전, 두 달 만에 발견됐던 보물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이었다. 두 세력이 철수한 뒤로도 미련이 남은 자들이 혹시 몰라 샅샅이 뒤져봤으나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第二章연화검회(蓮花劍會) 주서천, 십사(十四) 세. 장홍과 장서은이 열다섯 살이 되면서 예정대로 출각했다. 두 사람은 아쉬워하면서 내년을 기약했다. ‘사형과 사저는 원래의 역사에서 어떻게 됐을까?’ 친해진 사람이 생기니 자연스레 걱정도 따랐다. 장홍과 장서온의 미래는 주서천도 잘 모른다. 기억을 몇 번이나 더듬어 봤으나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이럴 경우 미래는 크게 둘로 나뉜다. 어릴 적에는 영재였으나, 깨달음의 벽에 막혀 절망하고 그저 그런 무인이 될 경우가 일(一)이다. 이(二)는 별 활약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는 경우다. 후자일 경우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됐다. 오늘까지의 일로 미래가 상당 부분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 장홍과 장서은의 죽음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경우도 존재한다. 그래서 요 일 넌 동안 귀찮긴 하지만, 비무를 하면서 무공에 도움이 되도록 몰래 도와주곤 했다. 지닌 힘이 강해진다면 불확실한 미래도 대비할 수 있다. “사형과 사저도 당분간 볼 일이 없을테니, 일 년 동안은 죽은 듯이 수련만 하고 지낼 수 있겠네.” 주서천은 중얼거리면서 주변을 슥 훑었다. 몇 년 전, 스승과 함께했던 수련장소. 절벽 등반을 하면서 생사의 경계를 넘었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다 끼쳤다. 인제 와서는 추억, 이라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결국 다시온 건 사람이 드문 곳이라 그렇다. “후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심호흡을 반복하면서 내공심법을 운용했다. 하단전에서부터 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일 갑자하고도 칠 년의 양이었다. 내공은 이제 더이상 기하급수적으로 쌓이지 않았다. 그래도 남들보다 두 배는 많이 쌓이긴 했다. 열세 살 때 일 갑자 오 년이었으니, 일 년 만에 딱 이 년 늘었다. ‘자하신공, 육성.’ 자하신공은 오성에서 육성에 올랐다. 여전히 거북이처럼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색으로 빛나지는 않으나, 그래도 화산의 일대신공으로 운영되는 내기가 신체를 돌며 힘을 선사했다. 손에 쥔 검을 세워 자세를 잡고, 내력이 공력으로 전환된다. 농도 짙은 기에 대기가 미세하게 떨렸다. ‘제이식, 화우선형(花雨扇形)!’ 쐐액! 검을 정면을 향해 쭉 뻗었다. 그 움직임이 번개와 같았다.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검을 내지른 순간, 부챗살처럼 퍼지면서 수십여 개로 나뉘어져 쏘아졌다. 두 자릿수로 분산된 검들은 유성처럼 긴 궤적을 남기곤 수십 그루의 나무에 꽂혔다. 콰지직! 나무의 정중앙에 구멍이 났다. 또 다른 나무는 옆구리가 터진 것처럼 측면에 반월이 생겼다. 그 외에도 나뭇가지만 툭 떨어지거나, 혹은 자갈이 튀면서 지면에 기다란 검상이 생기기도 했다. “하아, 하악!” 주서천이 지친 듯이 거칠게 심호흡했다. 그 얼굴은 짜증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끄응!” 내공의 소모가 극심해서 불만인 게 아니었다. 제이식은 소모되는 내공만큼 큰 파괴력을 지녔다. 짜증이 나는 건 무공 자체의 어려움이었다. 제이식을 수련한 지 제법됐지만, 제대로 펼친 적이 없었다. 원래라면 자하진기(紫霞眞氣)로 된 꽃잎이 떨어져야 했고, 검로(劍路)도 일정해야 했다. 방금 노린 방향은 정면이었다. 바닥에 검상이 남으면 안 됐다. 방향이 완전히 틀어졌다는 증거다. “괜히 화산 제일의 천재에게만 허락된 무공이 이라는 건가. 하마터면 개파조사님을 욕할 뻔했어!” 정파의 기둥, 구파일방을 이끄는 수장(首長)이 되려면 여러가지가 요구된다. 무공은 그중 기본이지만 무공만으로 문파를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장문인이나 방장이 꼭 문파 제일의 고수가 아니다. 실제로 현 소림사 방장은 소림의 최고수는커녕, 고수의 반열에 들지도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소림사가 무학보다는 불학(佛學)을 중시하기 때문이었다. 불학이나 법력이 첫째이고 무공은 둘째,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에 한한다. 도가 무학의 대표인 무당파 역시 비슷했다. 그들이 우선하는 건 어디까지나 도(道) 그 자체이지, 무(武)는 아니었다. 그 외의 구파일방도 비슷했다. 정파의 구파들은 대부분이 도가나 불가가 원류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이 중에서도 예외가 있었다. 바로 개방과 화산파였다. 개방은 그렇다쳐도, 화산파는 정말 예외적이었다. 화산파도 여타 도가 문파처럼 도가 사상을 중시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세속적인 성향이 있긴 해도, 그건 정말 약간의 수준이었다. 구파에서보면 딱 중간에서 그 위였다. 화산파의 최정예인 매화검수가 무공만 강해선 될 수 없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나 그럼에도 불과하고 화산의 장문인은 전쟁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항상 최고수가 맡았다. ‘자하신공이나 자하검결이 어중간한 재능으로 어찌할 수 없어서 그렇지! 이러다 토 나오겠다!’ 자하신공을 습득하려면 일단 천재여야 한다. 그것도 어지간한 재능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래도 일단 재능만 발견되면, 장문인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전대 천재의 가르침, 영약까지 따르니 화산 제일의 고수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도대체 암천회주는 얼마나 괴물인거지?” 그리고 화산 제일의 고수도 암천회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암천회주에 대한 공포심이 치솟았다. 주서천은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불안을 떨쳐 냈다. “하여간 천재란 것들은!” 그 대신 괜한 사람들을 싸잡아서 욕했다. “누구는 칠십칠 년을 살아 화경에 겨우 올랐는데도 이렇게 고생하는데, 걔들은 재미까지 느끼면서 무공을 배우잖아? 세상은 정말로 불공평해!” 그래도 욕하니 불안이 좀 가셨다. 답답했던 마음도 뻥 뚫린 듯했다. “나 같은 범재는 걱정할 시간에 무공 수련이라도 더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가망이 없어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소모된 내공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음, 다음은 일월신궁인가.” 운기조식이 끝나고 항상 숨겨 둔 자리에서 활과 화살을 꺼내곤, 하늘을 살펴 날씨를 확인했다.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날씨다. 해가 중천에 떠 따스한 빛을 내뿜어 대지를 뜨겁게 달궜다. 일월신궁은 수련 환경이 특이했다. 일단 낮과 밤이여야 하고, 해와 달이 잘 보여야 했다. 구름이 해와 달을 가려도 수련이 가능했지만, 이상하게도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했다. 일월신궁을 알았을 때, 해와 달을 쏘아 떨어뜨릴 만큼 뛰어난 궁술이라 붙여진 이름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이름 그대로, 해와 달에서 나오는 자연지기를 이용한 무공이었다. 일월신궁의 일성은 기본적인 궁술이었고, 이성은 화살에 기를 담아 파괴력과 속력을 높일 수 있었다. 삼성은 태양의 양기(陽氣)를 담을 수 있고, 사성에는 달의 음기(陰氣)를 담을 수 있었다. 음양이기(陰陽二氣)를 쏠 수 있는 화살이라니, 과연 신궁(神弓)이라 불릴 만했다. “흐응.” 화살을 건 시위를 뒤로 쭉 잡아당겼다. 호흡에 따라 화살이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했다. 주서천은 ‘후우’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가 멈췄다. 손에 쥐고 있던 화살도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멈춘다. 그 상태로 왼쪽 눈을 감아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내기를 끌어올려 화살에 실었다. 내공으로 신체 능력을 향상시킨 게 아니다. 화살에 기를 실었다. 궁공(弓功)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재주였다. ‘일 리(里 : 1 리 = 500 미터).’ 활시위를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파앙! 화살이 시위를 떠나면서 공기가 터졌다. ‘쇄애액’ 하고 파공성을 내면서 유성이 됐다. 미세한 흔들림 하나 없이, 소름 끼칠 정도로 깨끗한 일직선을 그려 낸 화살은 정확히 표적에 맞았다. 일 차 표적은 손가락 마디만 한 두께의 나뭇가지였고, 이 차 표적은 나뭇가지에 달린 나뭇잎이었다. 그리고 최후 표적은 그 너머에 있는 아름드리나무였다. “오! 나뭇잎까지 맞췄어!” 궁술이 은근 어렵다. 특히 화살에 기를 실을 때, 미세한 조절이 요구됐다. 과하면 화살이 터져 버리고, 부족하거나 어중간하면 방향이 꺾이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그래도 성공만 하면 그 효능은 상당했다. 일단, 바람의 영향을 일절 받지 않았다. 일월신궁의 특성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명중률이 상당히 오른다. 그 외에는 전에도 설명했듯이 파괴력과 속력이 상승한다. “이대로만 하자.” 수련의 나날은 계속됐다. * * *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다. 자주 물을 찾게 되는 더위였다. 유독 기온이 높았다. “사형, 사형.” 낙소월이 주서천을 불렀다. “응?” “뭐해요?” “숨 쉬어.” “……” 낙소월이 할 말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 표정조차 예쁘고 귀여워서,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열세 살이 된 낙소월은 한층 더 예뻐졌다. 날이 갈수록 미색이 빛을 발했다. ‘ 하아.’ 속으로 침음이 절로 나왔다. 낙소월을 곁에 두고 보게 되면 가끔 정신을 못 차릴 때가 있다. “참 나, 그걸 지금 재담(才談)이라고 ……” 낙소월이 이마를 찡그렸다. 찌푸린 것도 귀여웠다. “사형,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시선을 느낀 낙소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서천이 아차, 하고 눈을 돌려 얼버무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내 심장에 좋지 않은 네 귀여움을 머릿속으로 영구 보존하고 있었어. 관심 없는 척하면서 계속 보려고.” 속마음이 튀어나왔다. ‘아차!’ 아뿔사, 하고 낙소월을 확인했다. 허억! 주서천이 제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손은 가슴을 쥐어뜯고 있었다. 눈앞에 선녀(仙女)가 있었다. 낙소월은 입을 꾹 다물고, 머리를 숙인 채로 가녀린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순간 화가 난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낙소월은 얼굴을 붉힌 채로 부끄러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