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53)
그래도 연화각원, 사대제자 중 기재에 속하는 이가 아닌가.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깔끔할 정도로 정확하고, 또 섬뜩할 정도로 예리한 검. 철혈매검 그대를 참 닮았구려.” 학송이 턱을 벅벅 긁으면서 놀라워 했다. “고맙습니다.” 심옥련이 당연하다는 어조로 답했다. 사손의 칭찬을 받았으나 무덤덤했다. “다음!” 일회전이 허무하게 끝났다. 전 출전자들이 서로 인사하곤 퇴장했다. 곧 이회전이 시작됐다. “오, 이거 주 사형이 아니신가?” 방철삼이 비무대에 올라오면서 진하게 웃었다. 第三章인성왜인(人性森人) “음.” 침음이 절로 나왔다. 그 얼굴은 별로 좋지 못했다. ‘어쩌지?’ 눈에 띄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패배할 생각도 없었다. 그래도 일일째는 승리하려 했다. 최하위라는 인식을 심어 주게 되면, 최악의 경우 다음 강호 출도가 늦춰질 수도 있어서 그렇다. 연화각에 입각한 결정적인 이유가 일반 제자들에 비해 강호 출도가 빠르고 자유로워 그런 게 아닌가. 그러기 위해선 화산파가 납득하고 수긍할 만한 무위를 보여야 했다. 너무 약하다는 인식은 곤란하다. “하하하, 내 사손을 보고 얼음장처럼 굳었군!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지!” 위에서 조무양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형, 괜찮다면 내가 몇 수 양보해 줄까?” 방철삼이 비릿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인성……’ 주서천이 속으로만 생각했다. 아무리 목소리를 줄여도 고수들의 귀는 못 피한다 “괜찮아. 그런데 내가 말 놓으라고 했던가?” 방철삼은 열두 살이다. 낙소월처럼 어릴 때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곧바로 입각했다. 다만 낙소월과는 다르게 성격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재능도 있었고, 화산오장로의 사손이라서 그런지 주변에서 치켜세우는 자가 많았다. 성깔 있다는 조무양도 방철삼을 아끼는지 쓴소리 한 번 하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전형적인 정파의 안하무인으로 자랐다. “주 사형이 이 년 전에 활약한 건 들었지만, 솔직히 그건 너무 과장된거라 생각한다고.” 방철삼이 주서천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말을 찍찍 내뱉었다. “수적 몇 놈이라면 지금의 나라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지. 자고로 무인이라면 배 위이건 어디건 간에 제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법. 그걸하지 못하는 건 다 나약해서 그런거야. 헹, 다 패배자들의 변명이라고!” 방철삼이 비웃으면서 콧방귀를 꼈다. “구풍 사백께 전해 줘도 괜찮겠니?” 천하의 십사검협도 배 위에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게 다 사형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증거야. 보는 눈이 없군. 애초에 제 실력을 내지 못했다면 천하백대 고수에게 어떻게 이겼겠어?” “허어.” 주서천이 무릎을 탁 쳤다. “그건 몰랐네. 정말 대단한 논리다.” 은근 설득력 있었다. “이거 사제인 나보다 생각이 짧다니!” 방철삼이 허리를 뒤로 젖히며 건방지게 웃어 댔다. “이러니 낙소월 사저께서 사형을 불쌍하게 여겨 곁에서 돌봐 주는 거 잖아!” 방철삼이 웃음을 뚝 그치고 열을 냈다. “으응?” 주서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형은 눈치까지 없는 사람이구나. 그러니 낙 사저께 폐를 그만 끼치고 한시라도 빨리 떨어져!” “……아.” 아까부터 느낀 방철삼의 적의 어린 시선에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나 싶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보다 이런 사람이 왜 나보다 유명한 건지 모르겠네.” 방철삼이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에 묻어나는 감정은 명백한 질투였다. “그건 내가 너보다 더 대단해서 그래.” 주서천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답했다. “헛소리!” 방철삼이 방방 뛰면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주서천이 자신보다 대단하다는 것에 발광하면서 부정했다. “나는 화산오장로, 명수악의 사손이며 연화각에도 아홉 살에 들어왔다! 그런데 나보다 대단하다고?” ‘이거 완전 애새끼네.’ 애 맞다. “흥.” 주서천은 생환한 뒤로도 정말 조용하게 지냈다. 교류라고 해 봤자 낙소월이나 지금은 나가고 없는 장홍과 장서은 정도였으니 , 무공을 본 사람이 없다. 강호의 소문은 항상 과장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가 잘 보이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자 수림구채의 활약이 점차 묻혀가면서 실력에 의문도 제기됐다. 특히 그를 아직도 안 좋게 보는 사대제자들이 그런 반응을 보였는데, 방철삼이 그중 대표적이었다. “그래도 사형이니 내 자비를 베풀어 주지.” 방철삼이 주서천을 대놓고 무시했다. “사제에게 일격(一擊)도 가하지 못하면 부끄러워서 어디 얼굴 들고 다니겠어? 하하하!” 방철삼이 제자리에 서서 도발했다. “허미……” 주서천이 할 말을 잃었다. “에잉, 쯔쯔.” 영진이 혀를 차면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보쇼, 조 장로. 예의범절이 좀 어긋난 거 아니오?” “어허, 아직 어리니 잘 모를 수도 있지. 그리고 나름 사형이 명예를 구기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지 않소?” 조무양이 목을 꼿꼿이 세운 채 뻔뻔하게 나왔다. “어려서 조금 버릇이 없는 것뿐이지, 천성은 착한 아이요. 저 배려 좀 보시오. 너무 감동스럽군.” “기적의 논리야!” 영진이 그 사조에 그 사손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배려했는데도 들은 척도 안 하니 어쩔 수 없지!” 그사이에 방철삼이 자세를 바꾸면서 호전적인 기세를 보였다. 기다려준 건 정말 찰나의 수준이었다. 애초에 봐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방철삼은 낙소월이 있는 자리를 힐끗 쳐다봤다. ‘낙 사저 앞에서 온갖 망신을 주마!’ 방철삼은 낙소월의 관심을 끄는 주서천이 싫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주서천이 형편없이 나가떨어지는 걸 보여 줘서 실망시킬 생각이었다. 더불어 자신이 얼마나 멋진지 보여줄 수도 있었다. 방철삼은 이상적인 미래를 떠올렸다. 낙소월이 쓰러진 주서천을 혐오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자신에게 달려와 너무 멋지다면서 안기는 모습이 구현됐다. “흐.”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침도 뚝뚝 흘렀다. “순 미친놈이군.” 주서천이 솔직한 감상을 입에 담았다. “하하!” 방철삼이 주서천의 욕을 듣고도 대인배처럼 웃었다. “지금부터 눈물 콧물을 전부 짜내주지!” 방철삼이 호기롭게 외치면서 몸을 날렸다. ‘응?’ 워낙 기세가 거칠어 바로 공격이 들어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과는 많이 다른 움직임이었다. 정면에서부터 직선처럼 쭉 뻗어 왔으나, 도중에 부드럽게 꺾이면서 방향을 틀었다. 혹시나 후방이나 측면을 노리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공격은 하지 않고 자신의 주변만 빙글빙글 돌았다. 보법은 익숙한 오행매화보다. 살짝만 봐도 수준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대충 팔성(八成) 정도다. “이럴 수가, 열두 살에 오행매화보가 팔성이라니!” “조무양 장로님이 괜히 애지중지하는 게 아니군. 좀 재수 없는 놈인 것 같지만 무공은 확실히 대단한데?” “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움직임을 보게나.” 관중석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하나같이 다들 놀라워하는 기색이었다. 오행매화보는 나름 상승의 보법이다. 평범한 제자들의 경우, 이걸 대성하는 순간 이미 중년이었다. 수련 기간이 그만큼 길고 난이도도 높은 편이었다. 그래도 그만큼 보법의 용도가 많고, 우수했다. 다들 조금이라도 빨리 대성하려고 노력하는 무공이었다. 벌써 십이성 중 팔성을 이뤘으니 감탄할 만했다. ‘내가 오행매화보를 진작에 대성했다는 걸 알면 놀라 자빠지겠군.’ 수적들을 상대하면서 잠깐 보여 준 적 있었지만, 그때는 보법을 제대로 살펴볼 상황이 아니었다. “음… 아.’ 이제야 방철삼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갔다. ‘그렇게 자랑하고 싶었나?’ 방철삼은 주서천을 자신보다 한참 아래로 보고 있다. 위협이 될 거라곤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이러는 게 그 증거였다. 우습게 보지 않는다면 이런 보여주기용의 화려한 몸놀림을 보일 리 없다. 상대를 이용해서 심사관이나 낙소월 등에게 얼마나 성취를 이뤘는지 자랑하고 있었다. ‘정말 어린애긴 어린애구나.’ 주서천이 속으로 어이없이 웃었다. ‘내 보법에 완전히 압도됐구나!’ 방철삼이 가만히 있는 주서천을 보고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보법을 전력으로 펼치고 있는 도중만 아니었다면 진작 비웃었다.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웠다. ‘저기에는 압도될 수밖에 없지.’ ‘낙소월 정도가 아니 라면 상대할 수 없을 거야.’ ‘몇십 년 뒤, 명수악 장로님의 뒤를 이어 화산오장로가 되겠군. 제자들에게 잘 지내라고 말해 둬야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다들 하나같이 주서천이 압도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코 우습게 봐서 그런 게 아니다. 방철삼이 보여 준 건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음, 너무 힘을 줬잖아.’ 주서천이 방철삼을 보고 걱정했다.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쉽게 이길 수는 없으니까. 적당히 나도 백 합 정도 교환하고 이겨야 하나?’ 이 말을 들었다면 좌중의 모두가 어이없어했을 것이다. 주서천은 검을 잡아 늘어뜨린 채로 고민에 빠졌다. 한편, 방철삼도 고민에 잠겨 있었다. ‘어떤 초식으로 끝내야 멋있을까?’ 어차피 오늘 비무는 이걸로 끝이다. 다음은 내일이니 소진된 내공이야 운기조식으로 회복하면 된다. ‘난화수(亂花手) 매화산수(梅花散手)?’ 검법으로 치자면 난화수는 매화검이고, 매화산수는 육합검이나 낙영검법과 매화영롱검 사이 정도였다. 난화수는 정말로 기초적인 것이니 바로 제외다. 멋이 나지 않는다. 자연스레 매화산수를 펼칠까 싶었는데, 미련이 남았다. 스쳐 지나간 산화무영수(散花無影手) 탓이었다. 방철삼이 산화무영수를 수련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애초에 아직 매화산수도 대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산화무영수를 배우는 데 억지가 필요했다. 방철삼은 조무양에게 졸라서 조금 일찍 배웠다. 그렇다고 조무양이 생각 없이 산화무영수를 가르쳐 준 건 아니다. 매화산수를 거의 대성해서 허가했다. ‘좋아, 산화무영수로 하자!’ 상대가 전혀 위험이 되지 않다고 생각되니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힘이든 상대였다면, 익숙하지 않은 산화무영수는 쓰지 않는다. 자칫 잘못했다간 역으로 당할 수 있었다. 파앗! 결정을 내리자 행동으로 보이는 건 빨랐다. 드디어 보여주기 식의 보법을 멈추고 공격에 나섰다. 방철삼이 주서천과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떨어지는 꽃같이,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또한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기도 했다. “그렇지!” 구경하고 있던 조무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조차 환호할 정도로 완벽한 초식이었다. 전환과 연결이 무척이나 부드럽고, 또 위협적이었다. “산화무영수!”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화산의 수공 중에서 저렇게 부드럽고 재빠른 건 산화무영수뿐이다. 다들 한눈에 알아봤다. ‘끝이다!’ 손이 세워진 채로 가슴팍을 노린다. 바람을 둘로 가르면서 날아갔다.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방철삼도, 관전자도 산화무영수의 초식이 정확하게 들어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헉 깜짝이야!” 주서천도 산화무영수가 나오자 놀랐다. 그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직접 상대하는 건 처음이었다. 전생에서 같은 사대제자들과 비무를 했을 때는 다들 평범하게 검법을 써서 그랬다. 경험이 적으니 놀라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 보니 반사적으로 힘이 좀 들어갔다. 주서천은 산화무영수를 막으려고 검을 들었다. 그 와중에 방철삼이 다치지 않도록 검 면으로 막아 냈다. 우드득! “어?” 방철삼이 당황했다. 지금 일어난 일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공력을 전부 담은 손이 부러지고 네 손가락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였다. 제정신을 차리면서 경악하려는 순간, 머리 위로 납작한 검의 몸체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꾸엑!” ‘퍼억’ 하고 무언가 맞는 소리와 함께 방철삼이 개구리처럼 지면에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