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67)
마구 흔들었으나, 주서천은 용케 떨어지지 않고 잘만 버텼다. 심지어 검을 빼낸 뒤, 칠각사의 비늘을 꽉 잡곤 몸을 천천히 이동해 눈꺼풀 위에 도착했다. “자아, 눈깔부터다!” 주서천이 호기롭게 외치면서 칠각사의 눈알에 검을 꽂았다. 푸우욱! “캬아아아아악!” “시끄러워. 이제 잔뜩 들어서 지겹기만 해!”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다시 눈알을 찔러 줬다. “언제까지 동굴 구석에서 틀어박혀 살 거니? 이제 햇빛도 좀 보고, 사람도 만나고 그러자!” 햇빛을 볼 수 있는 눈을 검으로 쑤셨다. “다들 뭐합니까? 보고만 있을 겁니까?” 주서천이 대롱대롱 매달린 채 일행에게 외쳤다. “헛!” 단하성도 정신을 차리고 내공을 끌어 올렸다. ‘음……?’ 일행이 움직이는 걸 확인할 때였다. 칠각사에게 매달려 몸이 흔들릴 때, 동굴 안쪽에서 무언가를 본 주서천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때가 아니야.’ 입맛을 다시면서 외면해야만 했다. “가자!” 단하성이 제일 먼저 칠각사에게 붙는다. 그 뒤를 성하장 무사들이 따랐다. 칠각사는 무너진 동굴의 잔해 탓에 움직임이 극히 제한되어,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았다. 머리통을 크게 흔들어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만 어떻게 피하기만 하면 됐다. 푹! 푸욱! 열여섯 개의 검이 추가로 칠각사의 몸에 박힌다. 검기를 주입해서 비늘 사이를 찔러 치명상을 입혔다. 강기가 아니라면 벨 수 없는 뿔을 가졌다 할지라도, 몸에 공격을 허용한다면 소용이 없다. 동굴에서 완전히 벗어나 마음껏 움직였다면 정말로 성가셨을지도 모르지만 처음부터 몸의 절반 이상이 짓뭉개진 덕에 어렵지 않게 상대했다. “헌 집 줄게, 내단과 뿔을 다오!” 찌르고, 베고, 피하고, 찌르고, 베고, 피한다. 지루한 반복 행동. 그렇지만 중요하다. 제대로 피하지 못하면 죽는다. 찌르다가 검이 박혀 빠지지 않는다면 휩쓸려서 죽는다. 베다가 검이 부러지기라도 한다면 떨어져서 구경만 해야 한다. 주서천과 단하성. 이 둘을 필두로 단하성 무사 열다섯 명은 힘을 합쳐서 연계해 나갔다. 성난 황소처럼 마구 날뛰던 칠각사도 지쳤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띄게 둔해졌다. “조심해! 독이다!” 키에엑! 독물이 독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칠각사는 근 몇십여 년 동안 독을 내뱉은 적이 없다. 이무기가 되기 위해서 독기를 흡수해 내단을 형성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굳이 쓸 필요가 없어서였다. 하지만 그 자존심과 긍지도 목숨의 위협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칠각사가 아가리를 찍 벌려 독액을 토해 내듯이 내뱉는다. 검푸른 색을 띠는 액체가 암반 지대를 덮었다. 치이익! 바닥이 독에 의해서 용암처럼 들끓었다. 그 위로 허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땅이 가라앉는다. “이런!” 성하장의 무사가 놀라 검을 떨어뜨렸다. 독의 늪에 빠진 검이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빠지게!” 단하성이 명령을 내렸다. 무사가 열넷으로 줄었다. 검을 잃은 무사는 뒤에서 망을 보기로 했다. “끈질긴 놈!” 주서천이 질린 듯이 혀를 차면서 검을 내리꽂았다. 눈이 아닌 정수리를 노렸다. 샤아아아! 칠각사도 점점 지쳐 갔다. 피를 너무 많이 홀려서 그런지 활활 타오르던 생명의 불꽃도 사그라졌다. 한쪽 눈은 잃었고, 뿔도 하나 없어졌다. 몸체의 반은 짓뭉개지고 머리도 찢어져 피가 솟구쳤다. 아직까지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게 기적이었다. 괜히 이무기를 앞둔 영물이 아니다. “마무리다!” 주서천이 검을 쥔 채 달렸다. 칠각사의 정수리부터 시작해 콧등을 타고, 혓바닥 위로 떨어졌다. “무, 무슨!” “미친 건가!” 일행이 그런 주서천을 보고 기겁했다. 스스로 아가리에 몸을 던지다니! “안 미쳤으니 꾸준히 검으로 쑤시기나 하십시오!” 주서천이 외치면서 검을 휘둘렀다. 서걱! 두 갈래로 갈라진 혀가 반 토막났다. 남은 혀가 튕기듯이 말아 올라가면서 칠각사의 기도를 막았다. 독액이 잔류하여 몸에 묻었다. 옷자락은 녹았지만 신체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백독불침이고, 거기에 내공을 응용하여 막고 있는 덕에 칠각사의 독을 중화시킬 수 있었다. ‘이십사수매화검법!’ 그리고 내공 전부를 쏟아 내듯, 기를 잔뜩 주입한 검을 휘둘러 아가리 안쪽으로 검풍을 쏟아 냈다. 말아 올린 혓바닥을 검의 바람이 찢어 갈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전진해 식도를 넘어, 머리 너머의 몸통 내부에서 폭풍처럼 몰아쳤다. “캬아아아아악 …… !” 칠각사의 머리가 힘없이 아래로 떨어진다. 그 비명은 죽음을 앞둔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쿠웅! 콰드득! 마지막 남은 뿔이 살점과 비늘째로 뜯겨졌다. “휴우!” 일곱 개 뿔 전부가 바닥에 놓여졌다. 단하성온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소매로 닦으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혼자 힘으로 해낸 것은 결코 아니나, 칠각사를 사냥했다는 사실에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흠흠.” 주서천은 여섯 개의 뿔을 나열한 다음 밧줄로 꽁꽁 묶어 등에 업었다. 참고로, 칠각사가 쓰러지자마자 확인 사살을 하는 척하면서 내단을 일행 몰래 회수해 뒀다. “대(大) 점창파의 칠공자이자, 대인배이고 고수인 단 공자. 약속한 대로 뿔 여섯 개는 제가 갖겠습니다. 설마하니 사파인처럼 뒤통수를 치는 건 아니겠지요? 그럴 리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하.” 일부러 미사여구를 이것저것 덧붙여서 말했다. 전란의 시대에서 은인에게 강도로 돌변하는 자를 몇몇 봤다. 사람 일은 모른다. “은인에게 어찌하여 그런 짓을 하겠는가!” 단하성이 정말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 그렇죠.” 주서천이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말로, 정말로…… 고맙네. 목숨을 구해 줘서, 그리고 날 도와줘서 정말로 고마워.” 단하성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대협!” 성하장 무사들도 허리를 숙였다. “어흐흠, 뭐 이런 걸 가지고…… 별거 아닙니다.” 주서천도 기분은 나쁘지 않은 듯, 옅게 웃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내 꼭 갚으리라.” “그렇다면 부탁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부탁?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얼마든지 들어주겠네. 말해 보게나.” “저에 대한 것이나, 칠각사의 사냥에 성공한 것을 비밀로 붙여 줬으면 합니다.” 단하성은 양심적이고 정직한 사람이다. 후자는 그렇다 쳐도, 전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주서천에게 거의 모든 도움을 받았거늘, 그걸 비밀로 하고 자신이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전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리고 화산파의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 뿔을 가져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 공자를 위해서라도 이러는 게 좋을 겁니다.” “끄응, 알겠네. 은인의 부탁인데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숨기려는건…… 그것 때문인가?” 단하성이 주서천이 등에 업은 뿔을 가리켰다. 주서천은 고개를 주억거리는 걸로 대신 답했다. 비록 강기 앞에선 무력한 뿔이나, 반대로 생각하면 강기가 아니라면 벨 수가 없다는 의미다. 애초에 강호 무림에 화경의 고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일반 무인 입장에선 탐나는 재료였다. 이를 점창파가 알게 되면 욕심을 낼 것이 뻔했고, 별별 이유를 핑계로 붙여서 빼앗을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소문이 나서 암천회가 알게 되면 설명하기 입 아플 정도로 귀찮아진다. “알겠네. 내 자네가 구해 준 목숨, 그리고 명예를 걸고 약속하겠네. 이들도 자네가 허락하기 전까지는 무덤까지 들고 갈 걸세.” 맹세하겠습니다, 대협!” 성하장 무사들이 입을 맞춰 답했다. “자, 이제 동굴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돌아갑시다.” 독혈곡의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하성이 점창파로 복귀했다. 품 안에는 칠각사의 뿔과 독혈곡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독초 등 증거물이 잔뜩 들려 있었다. “허어, 칠공자가 독혈곡에 다녀왔다고?” “사형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미친 짓을 했군. 팔다리는 멀쩡한 겐가? 중독된 건 아니고?” “중독되기는커녕, 칠각사와 싸워서 살아남았다고 하더군!” “뭣? 그게 정말인가?” “그래. 비록 사냥에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가까스로 도망쳐서 살아 돌아왔다고 들었어. 거기에 모자라 칠각사의 그 뿔까지 취했다고 하네.” “도저히 믿기가 힘들군. 혹시 가짜가 아닌가?” “안 그래도 오늘 그의 사형들이 믿지 못해 검기로 베어 보려 했지만, 죄다 실패했다네. 진짜가 분명해.” 점창칠공자는 점창파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수다. 그들이 실패했다면 진위 여부는 분명했다. “대단한데!” 사천당가의 독인들도 깊숙이 진입할 수 없는 독혈곡이다. 수많은 동물과 맹수, 험준한 지형,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암흑, 미로처럼 얽힌 길까지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제치고 칠각사와 만나 생환했을 뿐만 아니라, 뿔까지 취했다. 대단한 공이었다. “혼자 힘으로 해낸 건 아니지 않나. 듣자 하니 가문의 무사들의 힘을 빌렸다며?” “어허, 그의 주변에 있던 무사들이 지닌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는 사제도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래. 이제 단 사제에 대한 편견은 잠시 내려야 할 때야. 너무 나쁘게 보지는 말라고.” “적어도 돈으로 산 무공으로 빈둥빈둥 살거나, 그걸 자랑하는 용도로 쓸려 한다는 인식은 버리자.” 단하성의 사형들도 처음에는 그를 의심하거나, 탐탁치 않은 눈으로 봤지만 확실히 시선이 바뀌었다. 아직 그중에는 끝까지 단하성을 좋아하지 않는 사형도 있었으나, 그렇지 않은 사형도 생겼다. “칠공자의 무공이 보통은 아니지?” “그렇지.” “나 같으면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닐 텐데, 그 한 번의 보고 이후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더군.” “허, 그것참 겸손하군그래.” 점창파는 단하성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겸손한 태도와 진중한 성격, 거기에 그동안 알려지지 못한 무공이 재평가됐다. 그러나 단하성이 공을 자랑하지 않는 이유에는 다른 곳에 있었다. 주서천에게 거의 모든 도움을 받은 것과, 그 공을 전부 자신이 행한 것으로 밝히기가 싫었다. ‘주 대협에게 정말로 많은 것을 빚졌구나. 내 나중에 기필코 이 은혜를 갚으리라.’ * * * 독혈곡. 지옥의 주인 중, 하나가 목숨을 잃었다. 이무기를 앞에 둔 일곱 개의 뿔을 지닌 뱀이었다. 넓은 영토를 지배하던 칠각사가 죽자, 자연히 그 밖에 있던 독물과 맹수들이 조금씩 전진했다. 그들은 서로 눈을 붉히며 전쟁을 하려 했으나, 얼마 뒤 나타난 인간에 의하여 도망쳐야 했다. 그 인간이 얼마 전 칠각사를 무참히 살해한 강자인 탓이었다. “휴우!” 인간, 주서천은 무너진 동굴 잔해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잔해 더미에 깔린 칠각사는 피가 잔뜩 굳은 채, 독액에 범벅이 되어 시체만 남았다. 주서천은 등에 업은 뿔을 잠시 내려놓은 뒤에 잔해 더미로 다가가 바위를 하나둘씩 치웠다. “마음 같아선 당일에 조사하고 싶었지만, 의심을 받을 것 같아서 입구까지 함께했다고……” 괜한 불평이 튀어나왔다. “그때, 분명 무언가를 봤다.” 칠각사에게 검을 꽂고 매달려 있을 때 동굴 입구 근처에서 기이한걸 발견했다. 그러나 이후 칠각사와의 싸움이라거나, 단하성 일행 탓에 제대로 확인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수고가 더 들긴 하지만, 독혈곡 입구까지 돌아갔다가 단하성이 떠나는 걸 보고 다시 돌아왔다. 한 시진, 두 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