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73)
널리 알려진 종파이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힘은 타 종파에 비해 크지 못했다. “본 파는 사제나 부자간에만 단독으로 전해집니다. 그 탓에 불법 내용이 세월이 갈수록 달라지기도 하고, 또 자기들끼리만 어울려서 그런지 세력이 워낙 분산적인지라 안정적이고 강대한 세력을 형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즉 도중에 불법 내용을 잘못 해석하거나 잊어버린다고 해도 그걸 지적할 사람이 딱히 없다는 의미다. 아비나 스승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과 말이 곧 불법으로 변했다. “갈거파나 살가파처럼 정권이나 교권 확장 및 강화에 나선 것도 아니라서 힘이 그다지 강하지 않지요.” “중원의 불학에 대해서도 그리 관심이 없는데 서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니 참으로 감동이군요. 하하.” “허어, 시주께서 이리도 관심을 가져 주시니…… 이 중은 참으로 기뻐 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뇨, 관심 없다는 뜻인데요.” 주서천이 정색했다. “우습게 보인 건지 이 약하고 늙기만 한 중을 타 종파에서 구박하더군요. 야박하다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보시오, 스님. 제 말 듣고 있습니까?” “홀홀홀!” 종객파가 치매 걸린 노인처럼 웃었다. “이 중도 슬슬 장난은 그만하고, 조금은 진지해지겠습니다. 시주, 시주의 정체는 대체 무엇입니까?” 친근한 할아버지처럼 선한 눈매가 매섭게 떠졌다. “두 시진 전, 대설산에서 시주께서 상대한 라마승들은 포달랍궁에서도 손꼽힐 정도는 아니나 그래도 고수에 속하는 무승(武僧)입니다. 그들을 하나도 아니고 여럿을 상대했을 뿐만 아니라, 압도하다니……” 두 눈으로 목격했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러한 무인, 그것도 시주처럼 약관의 고수가 있다는 건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설사 중원의 오룡삼봉이라 할지라도 그와 같은 일은 불가하지요.” 종객파는 추궁하듯이 말을 이어 갔다. “설사 힘에 미쳐 인륜을 저버리고 마도를 택할지라도 그러한 무위는 불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면 감히 추측해 보건데 시주께서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음 말을 기다린다. “혹 반로환동(返老還童)의 고수는 아닌지……?” 노고수가 무공으로 화경을 넘어, 아득한 경지에 이를 경우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주안술처럼 주름이 사라지고 피부가 고와지는 것 뿐만 아니라 신체 구성 요소 자체가 회춘한다. 삭고 닳아 버린 뼈, 힘을 잃어 떨어져 나가는 치아, 쓰면 툭 끊어질 것 같은 근육 등이 전성기 시절을 되찾는다. 다만 정말로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경지였다. “하하하!” 주서천이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크게 웃었다. “스님. 그런 말 하고 다니시면 더더욱 미친 늙은이 취급당합니다.” 화경을 넘어 환골탈태를 할 경우 확실히 젊어진다. 하지만 많아 봤자 십오 년이었다. 상천십좌조차도 반로환동을 이루지 못했다. 그만큼 허무맹랑한 경지다.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시대적으로 무공이 신(神)급에 올랐던 괴물들만 도달했던 수준이었다. “스님. 이제 정말 여기까지입니다.” 라마승을 전멸시키고 대설산에서 내려왔다. 목적이었던 천년설삼은 회수했다. “그럼 이 이후로 다시는 보지 맙시다.” ‘종객파…… 내려오면서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역시나 미래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야. 이 미친 늙은 중을 구했다고 미래가 크게 바뀐 건 아니겠지?’ 중원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지만, 새외 세력은 세세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 탓에 대설산에서 구해 주기 전에 잠시 고민했다. ‘그러기를 빌자.’ 이런저런 의문이 남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아 참, 그리고 스님.” 주서천이 떠나려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중원이건 서장이건 자고로 무림이란 은원(恩怨)을 중시하지 않습니까. 스님께서는 저에게 생명을 빚졌으니, 그 대가로 저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문과 성명을 발설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아직 눈에 띄기에는 이르다. 서장 무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다만 두 번이나 이 늙은 중의 얼마 남지 않은 삶을 구해준 시주에게 별다른 보답도 하지 못하고 보내야 하는 것이 신경이 쓰이는군요.” “한 번은 저에 대해서 숨겨 주는 것이고, 또 한 번은 쟁여 두겠습니다. 훗날 저나 중원 무림이 위험에 빠진다면 그때 도와주십시오.” 괜히 어찌할지 고민이라도 했다간 이 뻔뻔하기 그지없는 늙은 중이 또다른 부탁까지 할 것 같았다. 대설산에서 내려오면서도 계속해서 라마교에 대한 사정 설명을 하면서 도와 달라는 어감을 풍겼다. 당연하지만 어림없다면서 전부 거절했다. “허어, 시주께선 그야말로 모든 이의 귀감이구려.” 종객파가 짐짓 감탄하면서 말을 이었다. “사람이라면 응당 사사로운 욕심이 라는 것이 있을진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중원 무림의 평안을 바라시는 점에 이 늙은 중은 탄복하였습니다.” ‘어차피 대수인(大手印) 가르쳐 달라는 건 불가능할 것이 뻔하고, 영약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도 않으니까. 중원 무림의 평안? 바라지도 않는다.’ 종객파 스스로가 포달랍궁에서 제일 약세인 영마파의 승려라고 말했다. 도움은커녕 도움을 줘야 한다. 그 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아무렇게나 대충 대답해줬을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중원이 위험에 빠진다면 포달랍궁 내에서 불협화음이 나올지라도 시주를 위해서 한걸음에 달려 나가도록 라마 앞에 맹세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정말로 갈 길 가는 겁니다. 또 누군가에게 괜히 습격받지 말고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제가 장이 안 좋아 빨리 헛간에 가고 싶어서요. 이제 그만 저 좀 놔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스님 앞에서 지려 버릴지도 모릅니다.” 주서천의 협박에 종객파가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럼, 조심히 가시길 바랍니다.” 종객파가 합장(合掌)했다. * * * 주서천은 중원으로 돌아가기 전, 한적한 곳을 찾아 가부좌를 틀고 천년설삼의 복용 준비를 끝냈다. 주변 동물이나 맹수를 처리하고, 동굴의 입구도 바위로 막아 냈다. 빛 한 줌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했으나, 주서천에게 별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의복도 벗어서 한쪽에 가지런히 정리해 나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었다. “이러다가 영약왕이라고 불리겠군.” 천년설삼을 조심스레 들어 흙을 털어 냈다. 정말로 영약이란 영약은 모두 복용하는 것 같았다. 수령신과, 소환단, 만년화리, 칠각사, 천년설삼. 이 다섯 중 하나만 해도 무림인이라면 눈을 벌겋게 뜨고 덤벼들 가치를 가졌다. 그런데 이것들을 전부 복용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새삼 미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주서천은 천년설삼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이내 입 안에 털어 넣어 잘근잘근 씹어 식도로 넘겼다. 꿀꺽! ‘자, 이제부터다.’ 환골탈태는 이론만 알고 있을 뿐, 그도 겪은 적이 없었다. 압도적인 내공이 필요하거나, 혹은 화경에서 그 위의 경지에 오를 때나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두근두근. 두 가지 기운이 밧줄처럼 꼬여 아래로 내려가 단전에 도착했다. 기운은 영기(靈氣)와 음기(陰氣)였다. ‘후웁!’ 괜히 천년설삼이 아니다. 복용하자마자 대해(大海)와 같은 내공이 물밀려오듯이 들어왔다. 그래도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전에 천년설삼보다 더한 내공을 흡수한 적도 있었다. 바로 만년화리다. 다른 게 있다면 성질이 반대라는 점이다. 빠르게 하되, 서둘러서 일을 그르쳐서는 아니 된다. ‘자칫 잘못했다간 주화입마야.’ 조심, 또 조심하면서 영기를 움직인다. ‘환골탈태, 그 첫 번째.’ 영기가 단전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전부 내쫓았다. 하단전에 모여 있던 영기가 몇백 줄기로 분산했다. ‘부순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뼈가 부러지고,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다시 재생된다. 그리고 그 재생 과정에서 뼈는 보다 튼튼해지는데, 환골탈태의 최초 단계는 이것을 중점으로 둔다. 우드드득! 영기가 성난 멧돼지처럼 저돌적으로 움직였다. 자비를 모르는 파괴자와도 같았다. 장애물이 되는 건 전부 박살냈다. 신체를 구성하는 뼈가 그 중심에 있었다. ‘썅!’ 경지를 넘지 않고 압도적인 양의 내공만으로 행하는 환골탈태는 이런 부작용이 따른다. 고통이다. 화경을 넘을 때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 무아지경에 빠져서 환골탈태의 과정 도중 고통을 못 느낀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의 의지로 영기를 조정해 환골탈태를 해야 하는 탓에 의식이 깨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탓에 끔찍한 고통을 전부 겪어야만 했다. 전두골(前頭骨)부터 설골(舌骨)까지 이십삼, 환추골(環椎骨)부터 미추골(尾椎骨)까지 이십육, 흉골(胸骨)부터 늑골(助骨)까지 이십오, 쇄골(鎖骨)부터 지골(指骨)까지 육십사, 대퇴골(大鹿骨)부터 지골(指骨)까지 육십, 골반(骨盤)이 이(二), 그 외에 소골(小骨) 육을 합하여 총합 이백육 개나 되는 뼈 전부가 박살났다. ‘끄아아아아!’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졌으나,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에서 정신이 끊기면 정말로 모든 것이 끝이다. 연체동물처럼 늘어져 아무도 오지 않는 동굴 안에서 죽는다. 파괴는 한곳이 아니라, 곳곳에서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만큼 고통도 중첩됐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서 이보다 더한 고통은 느껴 본 적은 없었다. ‘끄흐윽!’ 그 외에도 신체 이곳저곳이 무너져 내린다. 머리카락이 전부 빠져 한 올도 남지 않아 대머리가 됐다. 다른 곳의 털도 전부 떨어진다. 이후 피부도 뱀이 허물을 벗어 던지듯, 얇게 떨어져 나간다. 손톱과 발톱도 덩달아 떨어졌다. ‘ 강제로 이루어지는 체질변환(體質變換)이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울 줄이야……!’ 상천십좌는 경지를 올리면서 한서불침이나 환골탈태를 자연스럽게 이뤘다. 그 노력을 전부 무시하고 강제적으로 변환시키는 편법이니 부작용이 따라도 어쩔 수 없다. ‘두 번째……!’ 하단전을 중심으로 줄기처럼 뻗어나가 이백하고도 여섯 개 뼈를 박살낸 영기가 끝에서부터 돌아온다. 그냥 돌아오는 게 아니다. 여전히 폭풍우 같은 기세로 나아가면서 신체 내부를 바꿔 간다. ‘기맥(氣脈)!’ 무인, 아니 사람의 기맥은 갓난아이일 적에는 그 통로가 넓고 깨끗하지만, 성장해 가면서 좁아져 간다. 아무리 정순한 심법을 운용한다 할 지라도, 이승이 선계(仙界)가 아닌 이상 탁기(濁氣)가 쌓여 간다. 그 탁기가 통로에 축적되어 결국 좁아지게 된다. 특히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의 경우, 좁혀지는 것을 넘어 아예 막혀 버린다. 주서천은 지금 천년설삼의 영기를 이용하여 이 기맥에 쌓인 탁기를 전부 제거할 생각이었다. ‘없애 버려라!’ 콰아아아! 영기가 폭포수처럼 굵은 줄기를 내뿜는다. 그 거센 줄기는 기맥에 들러붙어 있던 탁기를 밀어냈다. 탁기는 원래 있던 곳으로 향하려 했으나, 영기의 압도적인 힘에 밀려 별수 없이 뒤로 물러나야 했다. 기맥에 붙을 수 없으니 나가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부의 무수히 많은 땀구멍에서 시커멓고 불길한 땀방울이 흘러나왔다. 탁기가 담긴 검은 땀에선 시체보다 더한 악취가 풍겼다. 세상의 것이 아니라 생각될 정도의 수준이었다. ‘쉬펄!’ 속으로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호흡을 하고 있으니 악취가 곧바로 맡아졌다. 구역질이 나오는 걸 참아 낸다. 무아지경에 빠지고 싶어도 빠질 수가 없는 현실에 절망했다. 온갖 불평을 하면서 환골탈태를 진행한다. 기맥에 쌓인 탁기가 빠져나간다. 성장하면서 쌓여 갔던 탁기가 사라지니 기맥 전체가 넓어졌다. ‘벌써 영약의 기운 반이 사라지고 없구나.’ 신체를 구성하는 뼈를 전부 부수고, 탁기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천년설삼의 반이 날아갔다. 칠각사의 내단만으로 환골탈태할 수 없었던 게 당연하다. 그만큼 내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