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03)
“존 맥밀란입니다.”
곡물회사의 메이저.
아직은 중부대평원의 강자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시기 중부대평원에는 카길 외에도 대량의 광작으로 곡물을 쏟아내는 기업들이나 개인들이 왕왕 있었다.
하지만 내가 카길을 보며 전율하는 이유는 한가지.
원역사에서 이놈이 다 집어삼켰다.
“디트로이트 모건입니다.”
솔직히 첫인상은 그리 자극적이진 않았다. 섬섬한 말투와 전형적인 기업인같은 그의 모습을 보면 이게 곡물메이저의 사장인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비즈니스적인 드라이함은 조금 섬뜩할 정도였다.
“예, 디트로이트 이사님.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수완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아서에게 들었습니다. 용건은 그리 길지 않으니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쏴아아.
맥밀란은 한움큼 퍼올린 쌀알갱이들을 책상위에 흩뿌려놓았다.
“이게 뭔지 아시겠습니까?”
“쌀이군요.”
“예, 중국의 쌀알입니다. 저는 영국령홍콩에서 반년동안 머무르면서 중국의 농법을 배우고 쌀 종자들을 대량으로 확보했습니다. 화남평야에는 미국의 중부대평원처럼 거대한 광작지들이 있더군요.”
양쯔강을 경계로 밑 남중국해부근까지.
중국의 아랫배라 할수 있는 부분이 대략 화남 평야로 벼농사의 대부분은 여기에서 수확된다.
중국이란 말만 들어도 감이 온다.
작정하고 광작하면 미국만큼은 아니어도 쌀로 질식시킬 분은 쏟아낼 수 있었다.
툭.
[농상무부 발표. “일본국의 쌀은 올해 버티기 충분해. 다만 과한 낭비는 엄금해야할 것. 쌀을 축적함이 최고의 미덕이다.”]-요미우리 신문.
“일본의 쌀이 부족하다고 하더군요. 일본 농상무대신이 신문사를 통해 매일 쌀이 넉넉하다고 말하지만 이 발표에 속아줄 정도로 제가 순진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뭡니까?”
맥밀란은 빙빙 돌려 말하고 있었다.
자신은 중국식 농법을 알고 있다. 중국의 환경도 꿰차고 있다. 일본 쌀이 부족한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필리핀회사라는 독점무역을 하고 있는 것도 안다.
그래서?
“극동의 쌀산업에 한발 얹고 싶습니다. 아마 제 예상으로는 필리핀회사의 법인국적도 바꾸시려고 할 것 같은데 맞습니까?”
“예, 뭐.”
맞다.
필리핀회사의 법인국적을 바꾸려고 하고 있었다. 현 필리핀회사의 국적은 미국이었으니.
맥밀란은 섬섬한 목소리로 정답지를 읊어내렀다.
“일본국적으로 바꾸실 의향이라면 대략 미쓰이물산과 합병하시겠군요. 법인세 혜택을 보셔야죠. 미쓰이물산 아래의 사업부 중 하나로 필리핀회사를 편입시킬 예정으로 보입니다.”
맥밀란은 쌀알을 쓱쓱 쓸어담았다.
“동남아시아의 쌀 80%를 직간접적으로 독점한 필리핀회사. 일본무역계 최강자인 미쓰이물산. 그리고 저희 카길이 한집 식구로 묶일 수 있다면 아마 최대의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알겠다.
이 삼섬하다못해 죽을 쑬거 같이 생긴 놈이 생각하는 서늘한 비수같은 생각이 읽혔다. 이 카길이란 괴물이 20세기에 보여준 광기의 가격전략을.
맥밀란은 턱을 긁었다.
“중국의 쌀농사를 보니, 캘리포니아나 아칸소, 미시시피 주에서 대량수확을 할 수 있겠더군요. 뭐, 벼농사를 위한 기계는 따로 주문제작을 해야겠지만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맥밀란씨. 핵심만 얘기합시다. 저 그렇게 초짜 아니고. 당신이 하는 말의 요점정도는 캐치할 수 있습니다.”
“음.”
맥밀란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선 저희 3사가 협력해서 동아시아의 쌀농사 자급자족 역량을 낮춰봅시다.”
독점.
식량패권이란 단어를 이해한 맥밀란은 자신이 독점의 벽을 단단히 하기 위해선 뭐가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말했다.
“맥밀란 씨, 미국의 대량광작으로 쌀을 저가에 미친듯이 쏟아낸다고 칩시다. 그럼 동아시아의 쌀산업은 우선 초토화되겠죠. 자급자족의 농사가 아닌 이상 쌀을 생산해 팔아도 적자가 날테니까요.”
“정확합니다. 다만 초반엔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가격을 최대한 하방으로 눌러야합니다.”
“예, 그렇겠죠. 게다가 동아시아는 현재 취약합니다. 청제국은 원래부터 수입을 막을 역량 자체가 없고, 일본국은 저희 미국이 전면개방했지요. 조선이 좀 걸리긴 하지만 아마 그쪽도 만만찮게 허술할 겁니다.”
막을 수 없다.
카길이 이 꽉 깨물고 쌀을 대량으로 생산해 미친듯이 뿌린다면 동아시아 3국의 쌀산업이 초토화될 것이다.
“맥밀란 씨의 말대로 그 쌀산업에 매년 충격을 계속해서 주고. 충격으로 쓸려나가는 농지를 우리가 쓸어오고. 또 충격을 주고. 파산한 농지를 확보하고. 직접소유가 안된다해도 담보가치로 걸어버리면 간접적인 소유가 가능해지죠.”
“예, 화남평야를 미쓰이물산의 산하로 매년 계속 편입해가다보면 언젠가 중국 화남평야도 독점할 날이 올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일본의 농지확보는 뭐 일도 아니고요.”
“디트로이트 이사님의 수완은 두려울 정도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군요.”
카길.
이 회사. 끝까지 지분투자고 상장이고 뭐고 아무런 외부의 경영간섭을 받지 않고 꿋꿋이 자력으로 성장해가는 미친 기업이다.
비상장 가족회사.
그런데 인류식량의 40%를 독점한 초거대기업. 한 가문이 인류식량의 40%를 독점한 이 미친 개연성은 소설작가가 소재로 써도 따귀맞을 내용이었다.
그런데 왜 합작을 원하는 걸까.
“후.”
맥밀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곤 품에서 시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아마 디트로이트 이사님도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카길가문의 가주께서 철도회사에 투자하셨거든요. 좀 크게 말입니다.”
“아.”
검은 수요일.
이게 또 이렇게 엮이네.
“설마.”
“예, 검은 수요일이 온 원인은 철도회사 분식회계의 폭로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 월가의 대형은행들의 대대적인 자금지원 소식이 월스트리트를 강타했었죠. 일주일간 초호황이었습니다.”
“……”
그치 뭐, 그건 내가 제일 잘 안다.
“예, 그때 더 투자하신 모양이더랍니다. 지분은 방어해낼 수 있었지만 개인은 파산하셨습니다. 카길에도 막대한 빚을 안겨주신 채 눈이 뒤집히셨습니다.”
맥밀란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
점점 그의 얼굴 위로 후끈한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노친네가 끝까지 경영권을 쥐고 있더군요.”
“그거 골치아프시겠습니다.”
“그래서 그 노친네를 카길에서 쓸어내려면 제가 압도적인 성과로 찍어누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왜 나한테 온지 이제야 알겠군.
그렇다고 중부대평원을 확장하기만 한다면 그간 카길이 해온 일의 답습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관심을 가진 것이 동아시아의 쌀산업.
일본국의 쌀산업의 규모는 만만치 않다. 청제국의 쌀산업은 말 안해도 미쳤고.
“벼농사를 지을 역량은 영국령홍콩에 반년동안 머무르면서 확보했으니 이제 광작할 일만 남았군요.”
“텍사스 북부 평야지역까지도 눈에 넣고 있습니다. 아마 동아시아의 쌀산업을 저희가 합작한 미쓰이물산에서 독점하게 된다면?”
“동남아시아 쌀산업 80%와 동아시아 쌀산업의 독점.”
검은수요일의 여파라기엔, 이건 내 예상 밖이었다.
아마 내가 이 세계에 와서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 이것 아닐까. 나비효과의 후폭풍이 장난없었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로 말이다.
맥밀란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청제국의 상황이 지금 어수선합니다. 저들은 제대로 농사를 지을 여력조차 없습니다. 당장이라도 전쟁과 혁명으로 핏물이 흐를것만 같은 상황에 직면해있습니다. 일본국도 올해 파종시기가 초토화되어 쌀생산이 괴멸할 예정이고요.”
“지금처럼 좋은 타이밍은 없다는 거군요.”
“예, 정확합니다.”
나느 등받이에 기댄 채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으로 맹렬히 계산을 때렸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쌀산업을 독점해서 각국의 자급자족 능력을 초토화시킨다면 우리가 3국의 목줄을 쥘 수 있다.
우리가 공급하지 않으면 우리만 믿고 쌀농사를 짓지 않은 농민들은 당장 내일부터 굶어야되는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물론 장사를 해야하니 그러진 않겠지. 조금 비싸질 뿐.’
카길의 악명은 높다.
매년 옥수수를 수백만톤 단위로 폐기처리하면서 옥수수값의 하락을 막는다. 21세기엔 미국 대평원에서만 5억톤의 옥수수가 매년광작이 가능하다. 그중 3억톤은 사료용이다. 비료를 뿌릴 때 비행기까지 동원하는 미친스케일.
굷어죽는 인류를 비만이 될때까지 먹일 수 있는 풍족한 곡물이. 가격을 보호하기 위해 폐기처리된다.
“음.”
내가 곰곰히 생각에 잠기자, 카길은 다소 다급해졌는지 내게 한가지 제안을 던졌다.
그의 모습을 보니 카길의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것 같았다.
“혹시 지분투자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저희 카길은 미쓰이물산과 지분교환할 의사가 있습니다.”
“딜.”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
카길과 지분교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내 행보는 한발 더 빠르게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일본결제은행, “재벌은 해체되었다. 앞으로 일본인 전문경영인을 통해 건전한 경영을 이끌어낼 계획.”] [구제금융위원회, “1000%의 과도한 부채율은 출자전환을 통해 대량으로 삭감될 것. 하지만 일본인의 경영권은 보호하겠다.”] [모건 총재, “일본은 우리 미국의 친구. 미국은 언제나 일본을 향해 열려있을 것.”] [미쓰이계열의 사장단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미쓰이의 이목회.] [자이바츠의 종말, 게이레츠의 시대가 열렸다.]-아사히신문.
“자이바츠를 해체시켜버리셨군요.”
일본 대장성.
마쓰가타 대장대신은 이제 감흥도 없는지 덤덤하게 신문을 읽어내렸다. 이젠 내가 눈앞에 있는데도 뭐 별 반응이 없었다.
“게이레츠. 이게 미국이 일본경제에 제시할 새로운 형태의 기업집단입니다. 한 사람이 아닌 한 집단에게 의사결정을 맡기는 식이지요.”
자이바츠의 가장 큰 문제점.
오너리스크.
자이바츠의 구조에선 이사회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회장과 그 일가의 거수기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게이레츠는 다르지.’
미쓰이의 이목회.
미쓰비시의 금요회.
스미토모의 백수회.
각 자이바츠 시절의 사장단들이 모여 ‘진짜’ 이사회처럼 의사결정과정이 이뤄진다. 이것이 미국이 생각하는 건전한 기업의 온상이고, 경영과 소유의 분리였다.
물론, 겉으로의 명분이었지만 말이다.
“예, 건전하군요. 미국이 뒤에서 게이레츠라는 꼭두각시 인형을 움직이며 경영하면 ‘건전’해질 수 밖에요. 결국 미국의 회사 아닙니까. 게이레츠의 진짜 의사결정기구는 미국본사의 이사회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대장대신은 다 포기한 듯 덤덤하지만 비꼬는 듯한 어조로 뒤틀었다.
“뭐, 그렇죠.”
미쓰이그룹.
지분의 90%를 일본결제은행이 소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10%는 자사주였다.
사실상 자사주가 스톡옵션과 주식배당을 위한 총알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100% 일본결제은행의 소유인 셈이다.
‘고작 40%의 부채율로 엔화를 작살내 1000%로 끌어올려 출자전환해 내것으로 만들었으니 일종의 창조경제지.’
미쓰비시와 스미토모도 이런 방식으로 일본결제은행이 90%를 소유했고, 미쓰비시는 큐나드해운에게 지분 65%를 분양했다.
매각비용으로 짭짤한 수익고를 올릴 수 있었다.
“모건 총재, 제가 전의를 잃은 가장 큰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마쓰가타 대장대신은 허허로운 할아버지같은 표정으로 해탈한 채 물었다.
“글쎄요.”
“그건 이사님을 통해 일본열도가 1년동안 총생산한 가치가 JP모건은행이 휘두를 수 있는 자본의 양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습니다.”
JP모건은행의 직간접적인 자본은 400억달러.
이 시기 일본의 GDP는 320억달러.
‘이해는 가네.’
JP모건은행이 미치긴 했다.
일개 은행이 일본의 GDP을 초월한 이 괴물같은 수치에 마쓰가타는 질렸던 것이다.
“저희 대장성은 더이상 미국에 대적할 의사가 없습니다. 전적으로 따르지요.”
하지만 마쓰가타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일본열도를 사들이면서 단 한푼도 사용하지 않았다.
일본을 사들인 지출이 0달러라고.
‘물론 수십억 달러를 빌려주긴 했지.’
그 수십억 달러.
결국엔 통화스와프를 메꾸기 위한 부채였고, 그들이 빌린 돈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우리들의 호주머니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그런데 우리가 금본위제를 박살내면서 그 부채가 최대 1천배로 뻥튀기되어버렸고. 채권자였던 일본결제은행은 앉은 자리에서 엔화를 벌어들였다.
그리고?
금본위제를 복귀시키면 벌어들인 엔화의 가치가 폭등한다.
결국 우리는 단돈 0달러로 일본열도를 사들인 셈이 되었다.
뭐, 휴지조가리가 된 페소화를 주워오느라 지출은 있긴 했지만 벌어들은 수익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통화스와프라 비용이라고 보기도 애매했고.
“뭐, 너무 상심하지 마시죠. 일본은 앞으로 급격한 산업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공업단지들이 시커먼 매연을 뿜어내며 힘차게 돌아갈 것이고, 거대한 중공업이 일본열도에서 꽃을 피우겠죠.”
“그 수익은 전부 미국이 꿀꺽하겠지만 말입니다.”
“하하.”
수업료 내야지 수업료.
우리가 뭐 공짜로 철도 깔아주고, 조선소 세워주고, 제철소를 세워주나. 땅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다 필요한 지출이었고 정당한 대가였다.
하지만 대장대신의 관찰은 날카로웠다.
이 대장성이나 일본내각엔 그조차도 모르는 금융문맹들이 널려있었다.
뭐, 마쓰가타 대장대신 정도면 순종적인 편이고.
“그래서 말입니다.”
나는 대장대신을 향해 웃음을 지었다.
당신처럼 유능한 사람이 없다고.
“앞으로 한 10년간은 대장대신으로 있어주셔야겠습니다.”
쨍그랑.
마쓰가타 대장대신은 들고있던 찻잔을 떨어뜨렸다.
그의 얼굴은 점점 핏기를 잃어 새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바싹 마른 쇳소리가 그의 입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예?”
***
“디트로이트 이사.”
그날 밤.
미쓰이은행 도쿄본점.
사무엘 삭스가 일본결제은행의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는 내게 다가왔다. 우리는 메이지공황 때부터 거의 밤잠을 설치며 일하고 있었다.
삭스는 내게 서류철을 건네주었다.
“일본의 철강사업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철강기업들을 리스트업해왔네.”
“오, 감사합니다.”
나는 서류철을 받자마자 펄럭이며 종잇장을 넘겼다. 양손이 자유로워진 사무엘 삭스는 지친 기색으로 시가를 물고 불을 피웠다.
후.
“거물들이 우글우글하지?”
“예, 그레이트노던철도, 펜실베니아철도, BNSF, 유니온퍼시픽철도, 남부태평양철도……”
쭉 리스트를 읽어내렸다.
사실 도금시대의 철도회사들은 다 철강자회사 하나쯤은 가지고 있던 시절이었다. US스틸이 합병될때도 꽤 많은 법인들이 철도회사들이었으니.
하긴 일본열도에 기회의 땅이 보이는데, 철강회사가 없던 철도회사들도 혈안이 되어 철강회사를 인수하려고 득달같이 달려들겠지.
아예, 일본계 철강회사를 인수하고 싶어하는 트러스트들도 있었다.
“음?”
멈칫.
나는 리스트의 마지막을 읽고 살짝 입꼬리를 떨었다. 사무엘 삭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익숙한 이름들이 마지막에 두개 나열되어 있었다.
“……베들레헴철강, 카네기철강.”
“디트로이트 이사, 입꼬리 떨리고 있네.”
“흠.”
나는 떨리는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사무엘 삭스는 일단 물어는 본다는 식으로 내게 말했다.
“그 둘의 요청은?”
“당연히.”
나는 슥 미소를 지었다.
“삭스 이사님. 제 성격이 어떤 것 같나요?”
“자네의 성격…?”
의외의 질문의 사무엘 삭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야 당연히…
“맞아요. 저는 뒤끝이 구질구질한 인간이고 그걸 굳이 숨길 생각도 없습니다.”
“그 말은.”
“예.”
나는 의자에 편하게 기대며 대답했다.
페더럴철강으로 고생했던 세월을 떠올려보면 당장 한 대 후려치고 싶을 정도다.
무슨 배짱으로 내 밥그릇에 숟가락을 들이미는 걸까?
“기각입니다.”
개자식들.
엿 좀 먹어봐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