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09)
로이드보험 홍콩지점.
HSBC를 포함한 대규모 은행장들의 대리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었다.
“다들 모였군요.”
“이 자리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말에 은행장들이 슬슬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몇 대형은행들에겐 내 정체를 오픈하기로 했다. 너무 숨어만 있어도 컨트롤이 안되거든.
“재밌지 않습니까?”
“…..뭐가 말씀입니까?”
홍콩의 컨트롤타워에서 지시하면 상해의 은행지점에서 행동에 옮기는 식으로 중요 업무들을 이분화시켰다. 이들은 앞으로 내 손발이 될 것.
즉, 이곳은 헤드쿼터 수뇌부다.
“청제국의 지방총독들은 대청은행의 보호를 위한 파병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자국의 은행을 보호할까 말까를 지금 ‘고민’하고 있단 말입니다.”
치익.
콜라병을 따는 소리와 함께 모든 이사들의 유리잔엔 검은색 액체가 꼴꼴꼴 담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들 거부했는데 입에 맞는 모양이라 다행이었다.
“디트로이트 이사님. 총독들이 고심할거라는 사실을 어떻게 예측하신 겁니까?”
HSBC의 대리인이 손을 들었다.
사실 대형은행들은 총독들이 성선회를 무조건적으로 감싸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총독들이 지방정부에서 시행하는 정책들의 대부분에 성선회의 자금이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전제조건의 오류였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훨씬 개판이었다.
“일단 성선회의 인맥부터 짚고 가죠. 호광총독과 이홍장은 현재 성선회와 가장 깊숙이 얽힌 인물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 상하이가 양강총독의 지배하에 있으니 양강총독과도 깊은 연을 맺고 있죠.”
“맞습니다.”
총독들은 이번작전의 가장 핵심적인 변수였다.
그들이 운영할 수 있는 녹영들을 위시한 군대는 아무리 청제국이 쇠퇴했다 하더라도 기본 체력이 열강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아니, 화력은 당연히 서양 열강들이 높지. 하지만 청제국은 다른 치트키를 들고 있지 않나.
인해전술이다.
중앙정부야 베이징만 치면 되는데 지방정부는 아니거든. 특히 내륙지방의 총독들이 결사를 각오하면 답이 없었다.
“디트로이트 이사님, 총독들이 성선회를 감싸 열강들의 군대와 한판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대체 왜 고민하는 겁니까? 성선회를 보호하지 못하면 지방정부의 핵심사업들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지 않습니까.”
“그 갑을관계가 문제입니다.”
“예?”
대리인들이 의문을 표했다.
총독들이 성선회에게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게 왜 문제인가.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이들의 틀을 내가 깨야한다.’
모두들 중화사상에 대해 착각하고 있었다.
‘청제국은 외계의 무언가가 아니라 당신들의 상식이 통용되는 세상이라고.’
봉건제를 떠올려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관계가 핵심이다.
“성선회가 운영하는 대청은행의 시장장악력과 지분구조가 문제란 겁니다.”
대청은행.
중앙정부와 가까운 은행이다.
청제국 중앙정부의 기관들이 대량지분을 인수해 사실상 반국영의 중앙은행처럼 작동하는 청제국 최초의 현대식 은행이었다.
교통은행과 상해통상은행도 사실상 대청은행의 지배하에 놓여있는 기관들이니 성선회는 청제국 현대금융을 지배하는 1인자였다.
“청 중앙정부의 투자금을 예치한 대청은행은 그 투자금을 통해 지방정부에게 대출을 해줍니다. 아시겠습니까? 지방정부의 자금이 중앙정부를 통해서 들어온다는 말입니다.”
“…..이런.”
봉건제도에 익숙한 대형은행들은 바로 문제점을 잡아냈다. 일개 시중은행이 중앙정부의 비호아래 중앙은행처럼 군림하며 지방정부에게 자금을 제공한다.
‘뭐, 그 중앙정부도 산시성의 표호들에게 돈을 꾸고 다닌다는 건 일단 제쳐놓고 생각하자.’
아무튼.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게 금권이라는 목줄이 잡혀있는 셈이다.
“총독들이 성선회를 좋아하겠습니까?”
“하지만 호광총독이 베이징-한커우 철도로 성선회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아니, 아마추어처럼 왜이러십니까.”
답답하네. 이 양반들.
봉건제도의 추억을 되살려보라고. 중화사상은 그 맹점이 대륙이 너무 커 중앙정부의 힘이 빠지면 지방정부의 힘이 강력해진다는 점에 있었다.
봉건제처럼 된다고.
“베이징-한커우 철도의 채권자가 성선회인데 그럼 친하게 지내지. 원수처럼 지냅니까? 꽌시도 모르는 놈이라고 성선회가 자금회수해버리면 호광총독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
“이제 감이 오시는군요. 게다가 성선회가 대청은행이 털리기 직전인 지금 상황에서 베이징-한커우 철도에 신경이나 쓸 수 있겠습니까? 호광총독은 버려질 겁니다.”
“…..허!”
철도청의 장이 성선회이긴 하다.
하지만 균형의 천칭에 매달아보자고. 일개 지방정부의 광역철도와 중앙정부의 중앙은행 중 어느쪽을 지켜야할까? 절대로 후자다.
호광총독은 곧 성선회로부터 버려질 것이다.
“대청은행이 무너지면 청제국의 현대금융시스템이 붕괴합니다. 일개 철도보다 훨씬 중요하지요. 호광총독과 중앙정부, 더 나아가 황실을 비교한다면 무조건 황실입니다.”
물론, 의화단 운동때에는 중앙정부가 뇌절의 뇌절을 거듭한 탓에 성선회도 질려 중앙정부를 손절해버렸다. 하지만 아직 중앙정부는 뇌절을 하지 않고 열강들에게 선전포고도 하지 않은 시점이다.
‘게다가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대청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의 73%가 외국은행입니다.”
“예? 아니 그게 가능합니까?”
소시에테 제네랄의 대리인이 화들짝 놀랐다. 서양열강들의 은행이 대청은행으로부터 그만큼의 대출을 받고 있었다니.
대청은행이 갑이란 소리 아닌가.
“HSBC의 대리인님은 아실텐데요.”
“……”
“HSBC가 대청은행의 자문이지 않았습니까.”
“디트로이트 이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대청은행은 상하이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패자 중 하나입니다.”
“허!”
HSBC 대리인의 폭탄선언에 순식간에 방안이 소란스러워졌다. HSBC가 왜 목숨걸고 이 통화스와프에 뛰어들었는지 다른 은행들도 점점 납득하기 시작했다.
채권자를 회쳐서 채무자로 만들 수 있다는데 누가 거부하겠나. 저놈들이 붙일 압류딱지를 내가 붙일 수 있게 된다는데.
‘뭔가….아편전쟁이랑 그림이 비슷하네.’
가뜩이나 죄수의 딜레마 탓에 독기로 가득차버린 상해지점의 이사들은 어떻겠는가. 한푼이라도 더 따내야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데 심지어 타겟이 채권자란다.
채무자들의 눈빛이 위험하게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여러분들께는 무제한 통화스와프 계약서가 있습니다. 대청은행을 털어버리는 건 어렵지도 않지요.”
오늘 참석한 대형은행들은 이전의 죄수의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체급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상해지점의 일개 이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이곳의 대리인들은 대형은행장 직속의 거물들이었다.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이들이 담합해 선취했다.
“대영제국의 왕립해군이 곧 드레드노트 함대를 이끌고 상하이의 와이탄으로 도착할 겁니다. 대규모 레드코트들을 잔뜩 싣고 말이죠.”
내 정보망에 의하면 영국육군에서 구르카용병이란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들었다. 영국은 이번 추심에 거의 반 목숨을 걸었다.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이곳의 대형은행들 중에 영란은행의 대리인이 엄숙한 표정으로 팔짱끼고 앉아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영란은행도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들고 있었고 은괴 추심을 위해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저희 소시에테 제네랄의 정보망에 의하면 프랑스도 인도차이나 함대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외인부대라는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폴 드메르 총독이 칼을 갈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건 귀한 정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들과 짜맞춰보자 전율이 일어나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미 영국과 프랑스 내부에서 이런저런 합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브롤터 해협의 주요이해관계자인 나는 영불관계에 대해 빠삭하게 꿰고 있었다.
현재 스페인령과의 국경에 대육군을 주둔시킨 프랑스와 지브롤터를 해상봉쇄한 영국은 서로 물밑에서 차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아마 두 국가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암묵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대규모 파병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프랑스와 영국이 스페인을 둘러싼채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규모 파병? 자살행위지.
그런데 이 둘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대규모 파병을 보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영불협상이 벌써 맺어졌군.’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내 추론은 단숨에 회의실을 불판처럼 뜨겁게 달궜다. 영불협상이 맺어졌다는 공식적, 비공식적 발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곳의 대형은행들이 모르면 아무도 모른단 소리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패턴을 보면 누가봐도 서로 합의를 이끌어낸 모습이었다.
‘이건 중요한 정보다.’
‘영국과 프랑스가 협상이라니 가능한 것인가? 둘은 수백년간의 앙숙이었는데?’
‘하지만 돌아가는 판이 진짜 영불관계에 뭔가 이변이 생긴 것은 확실하다.’
‘젠장. 빨리 본국에 연락해야하는데.’
대형은행의 대리인들은 엉덩이를 들썩였다. 본국의 은행장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전보를 쏘고 싶어 안달복달했다.
쾅-!
“이사님!!!”
그때 문을 박차고 제임스가 들이닥쳤다. 그는 헐떡이는 숨을 가라앉힐 세도 없이 크게 외쳤다. 마치 이곳에 있는 모두가 들어야할 중대사항이라는 듯이.
“무슨 일인가?”
“양강총독이 녹영(군대)를 움직였습니다!”
술렁.
화의실에 한차례 동요가 일었다. 드레드노트 함대가 곧 도착하는데 양강총독부의 군대가 움직였다면 누가 먼저 도착할지 알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적인가?
하지만 이어지는 제임스의 말에 모두가 충격을 먹었다.
“베드로 이사가 양강총독과 이홍장의 강력한 요청에 못이기고 결국 딜을 쳤다고 합니다. 그것도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공해주겠다고 말입니다!”
“잠깐 그러면……”
“예, 의화단을 진압한다는 명목이지만 아무래도 대청은행을 추심하려고 출병한 것 같습니다.”
제임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총독들이 성선회의 뒤통수를 쳤습니다.”
벌떡.
회의실에 있던 대리인들이 일어섰다. 그들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린다. 총독들이 고민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자국은행을 추심하려고 군대까지 보냈단 말인가.
그들의 상식이 깨지고 있었다.
개판이군.
나는 슥 코를 훔쳤다.
‘중국이 중국했네.’
집안싸움은 언제나 재밌는 법이다.
동시에 강력한 경쟁자들의 등장에 참석한 은행들의 얼굴엔 핏기가 가셨다.
바야흐로 혼돈의 시작이었다.
***
“대인! 저희를 지키러 와주실거라 믿고 있었습니다.”
상하이(Shanghai)와 장쑤성의 접경지.
대청은행의 이사관들이 양강총독의 녹영들을 맞이하기 위해 마중을 나와있었다. 영강총독으로 대청은행에 전보가 한통 도착했다.
녹영을 출병시킬테니 문을 열어 극진히 대접하라고.
‘이게 무슨 뜻이겠는가? 양이들에게서 대청은행을 보호해준다는 것 아니겠는가.’
대청은행 이사관들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녹영의 장군들에게 감사인사를 올렸다. 이로서 양이들의 추심으로부터 상당히 안전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녹영의 이상한 분위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대인이라…..”
녹영의 장군은 킁 코를 훔쳤다.
장군의 뒤로 조총을 찬 군대가 4열종대로 쭉 도열하고 있으니 그 광경이 웅장했다. 족히 수천은 되보이는 병력이었다.
그들의 얼굴엔 살짝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결의한 인간들처럼.
장군은 별 긴장감없이 툭 물었다.
“그대들이 대청은행의 이사관들이오?”
“예, 그렇습니다. 대인. 저희가 대청은행의 이사관들입니다.”
“그럼 이곳에 파견된 자들은 당신들 뿐이오?”
“예, 예. 맞습니다.”
뭔가.
뭔가 질문이 이상하다.
대청은행의 이사관들은 순간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분명 녹영의 장군은 아무런 긴장감 없어 보였지만 그들은 감이 좋았다.
대청은행의 이사관들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나자 녹영의 장군은 픽 웃음을 흘렸다.
“그렇군. 당신들 뿐인가. 내가 제대로 찾아온 듯 허이.”
척.
녹영의 장군이 손을 치켜들자 4열종대로 도열한 군인들이 착착 순서대로 계단처럼 앉았다.
철컥소리와 함께 16개의 총구가 대청은행 이사관들을 향해 차가운 총열을 조준했다.
대청은행 이사관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자, 잠깐 뭔가 착오가 있는 것같소.”
“착오? 무슨 착오가 있단 말이오.”
“아, 아니 이상하지 않소! 자국의 대청은행을 수호해야할 녹영이 어찌 우리를 향해 총구를 겨눈단 말인가!”
“거 총구 좀 거눌수도 있지 민감하게 반응하시는구려.”
녹영의 장군이 귀를 후비고 후 불자 그제서야 상황을 눈치챈 대청은행의 이사관들은 얼굴이 새빨개져 노호성을 터뜨렸다.
“이, 이노오오오옴! 양강총독이 우리를 배신했구나!”
대청은행의 이사관들은 단숨에 갑처럼 존대를 거두고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네들이 받는 봉급이 우리은행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가! 당장 녹영은 우리 대청은행을 보호하라! 우리는 조정의 지분을 가진 황실의 보호를 받는 은행이란 말이다!”
“거, 뭐. 황실이 우리보다 가까운 모양이오? 우리 총열은 십보정도 거리인데 베이징까진 얼마나 가야하려나.”
“우, 우리를 우롱하는가아아!”
후.
녹영의 장군이 한숨을 내쉬고 손을 흔들자 사격수들은 조총에 화약을 장전했다. 비록 녹영은 신식장비를 지원받지 못한 구시대의 군대였지만, 허름한 창고에 거미줄처진 조총정도는 남아있었다.
조총으로 맨몸의 인간따위는 곤죽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유언정도는 들어드리지.”
“지옥에나 떨어져라!!!”
“그래, 댁들 먼저 가계시오.”
녹영의 장군은 손을 내렸다.
“쏴.”
타타타타타타타탕!
총열이 화염을 뿜었고.
곧 한줌의 고깃덩이로 터져버린 시신들이 잡초밭을 나뒹굴었다. 화약냄새가 번지고 순식간에 침묵이 찾아왔다.
킁-
녹영의 장군은 코를 훔쳤다.
“그럼 가지. 금은보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상하이 입성.
녹영은 어둠속에서 시체들을 짓밟으며 와이탄으로의 진군을 시작했다.
***
“총독. 어찌 그런 판단을 내리셨습니까.”
양강총독부.
유곤일 양강총독은 대신들의 항의에 눈살을 찌푸렸다. 누군들 서양열강들 좋으라고 녹영을 출병시켰겠는가. 하지만 출병시킬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버렸다.
“양이들이 함대를 이끌고 상해를 쳐들어온다고 가정해보지. 만약 상해은행들의 은괴들이 외세 은행들에게 추심당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정치적인 역학관계를 살펴봐야한다.
“대신들의 걱정은 내 잘 알고 있소. 물론 그대들의 걱정도 옳지. 대청은행의 뒤통수를 치면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네.”
“그러면-”
“하지만!”
쾅!
양강총독은 으르렁거리며 책상을 부술기세로 주먹을 내리쳤다. 대신들은 꿀먹는 벙어리처럼 입을 텁 다물었다.
“통화스와프라는 그 계약서만 있으면 은자로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정보가 누출될걸세. 그렇게 되면 총독들은 순간 탐욕에 흔들리겠지. 나도 하고 싶다고 말일세. 나조차 당장 흔들리는데 다른 총독이라고 다르겠나?”
무려 수만건이다.
중국결제은행을 통해 계약된 통화스와프만 수만건이라고 대청은행이 분석해 총독부로 제출했다. 그걸 노리는 총독은 분명있다.
총독들은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군비경쟁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위안스카이. 그 빌어먹을 쥐새끼도 반드시 이 미끼를 물걸세. 군대하면 환장하는 놈이지 않나. 심지어 그가 총독으로 부임한 산동성 칭다오엔 독일의 군대까지 상주하고 있단 말일세!”
영길리와 불란서가 상하이에서 개판을 치면 자연스레 칭다오 주군 독일군도 경계심을 높이게 된다. 위안스카이에겐 희소식이지.
‘그 둘이 손을 잡는다?’
산동성의 신군은 순식간에 강군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적어도 타지역의 총독들의 녹영은 압살하고도 남겠지.
안된다.
위안스카이 그 개자식만큼은 그렇게 둬선 안된다. 그러려면 양강총독인 자신이 먼저 치고 나가는 방법밖엔 없었다.
하기 싫어도.
내가 먼저 선점해 군비증강을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광동성의 이홍장 양광총독이 내게 제안했네.”
총독의 손에는 무제한 통화스와프 계약서가 들려있었다.
“아마 지금쯤 출병한 녹영이 상해에 도착했겠군.”
죄수의 딜레마.
그 악마의 회로는 총독들간의 경쟁관계에 불을 질렀고, 더 악랄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
“회장님.”
대청은행.
성선회 회장은 고심하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의 비서관은 빠른 발걸음으로 달려왔다.
“왜 그러는가.”
“저희의 구원요청에 청 황실에서 답변이 왔습니다.”
“오! 뭐라고 왔는가! 우리가 무너지면 황실도 무너지는 것과 다름 없는데 노고를 치하하시며 기꺼이 구원요청에 응해주셨겠지!”
“그게….”
성선회 회장의 얼굴이 화악 밝아졌다. 답변이 빠르다. 역시 청 황실이 자신을 버릴리가 없었다.
하지만 비서관의 얼굴은 어두웠다.
뒤이어 그의 입을 통해 들려온 답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만큼 돈 벌어들였으면 사리사욕을 부리지 말고 세금부터 제대로 내라고……답변이 왔습니다.”
현대금융의 무지가 참사를 일으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