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20)
“뉴욕에서 탈출하라.”
헤지펀드는 모든 자회사에 경고 레포트를 비밀리에 뿌렸다. 분기 실적발표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넉넉한 상황.
탈출할 시간.
포트폴리오를 리벤런싱(재배치)할 시간을 주겠다는 말그대로 카나리아의 울음소리였다.
“빨리 포트폴리오 꺼내! 지금 당장 리벨런시(재배치)에 들어가야된다!”
“우리 안전자산 파이가 어느정도 되더라?”
“하지만 추이를 지켜보면서 서서히 움직여도 되지 않을까? 정확한 시점은 모르잖아.”
“그런 여유로운 소리 할 시간 있으면 당장 던질 생각부터 해!”
헤지펀드의 자회사들.
파트너들은 비상이 걸렸다. 곧바로 은행들의 이사회가 소집되었고, 은행 파트너들은 서로 머리를 쥐어싸매고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곧 뒤이어 폭등하는 뉴욕증시를 바라보며 다급하던 그들의 손은 점점 느려졌다.
“뉴욕증시는 아직 활황인데? 마치 헤지펀드의 매도포지션이 바보라고 말하는 듯 치솟고 있어.”
“하지만 지금까지 헤지펀드가 틀린 적이 있던가?”
“뉴욕증시에 절대란 없지. 헤지펀드가 틀렸을지 누가 아나.”
시중에 알려진 헤지펀드의 모습이다.
월가 3대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펀드운용만큼은 신들린 컨트롤도 경이로운 수익률을 뽑아내는 월가의 세력들 중 하나.
하지만 오직 그뿐이었다.
모건의 뒷배가 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대표이사의 정체조차 이사급 소수를 제외하면 오리무중이었다.
“뉴욕증시가 헤지펀드의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도 생각해야 해. 디트로이트 대표이사가 언제나 옳을 순 없으니.”
헤지펀드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넓게 퍼졌는지 아는 이들은 없었다.
월가의 최상위층들만 알고 있었지.
그래서 그들은 ‘상식적인’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회사들에게 경고 레포트를 뿌릴 정도라면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자회사들에게 주는 마지막 탈출 기회인가?”
“글쎄.”
제이슨칼 은행.
제이슨과 칼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만약 이게 진짜라고 해도. 진짜가 아니라고 해도 우리가 할 일은 바뀌지 않네. 결국 언젠가 위기가 터질 것을 헤지펀드가 예측한다면 언젠가 위기는 오는 법이니 말일세.”
“결국 포트폴리오 재배치밖에 방법이 없나.”
은행들 정도로 자산규모가 큰 자산운용사들은 주식을 대량으로 취득하기에 한번에 손절하고 매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번에 던지면 낮은 가격으로 팔 수 밖에 없었고, 한번에 매수하면 비싸게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천천히 서서히 사들이며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했다.
“고민되는군.”
“후, 그래도 우리가 헤지펀드의 자회사라 살았어. 이런 경고레포트 아니었으면 지금 주식매수를 고민하고 있었겠지.”
“제이슨, 아직 떨어진다고 확신은 없네.”
“나는 헤지펀드가 무모하게 뛰어든 모습을 본 적이 없거든.”
제이슨은 눈을 빛냈다.
“그들은 뉴욕증시가 활황인 틈에도 공매도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재배치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매도로 투자했어. 벌써 이번 달은 10% 수익률을 얻었다고.”
헤지펀드의 악취미이긴 한데.
그들은 항상 수익률은 올린 뒤에 자신들이 분석한 레포트를 뿌리는 경향이 있었다.
“아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 세력들이 너도나도 이 레포트 믿고 따라붙으면 선점하는 의미가 없으니까.”
“제이슨. 네 말은 그러니까. 이 얇고 근거도 없는 경고 레포트가 사실은 방대한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한 헤지펀드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일리는 있다.
아니, 제이슨의 말이 맞겠지. 헤지펀드가 지금까지 실패한 경험은 자신들이 아는 한 단 한번도 없었다.
이미 짜여진 판에 들어간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정교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아무리 그래도 몇 장짜리 경고 레포트만 믿고 들어가기엔 좀…..”
“칼.”
제이슨은 레포트를 집어들었다.
“믿어야 해.”
“제이슨?”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고. 그들이 쫄렸으면 반대로 두껍고 빽빽한 레포트가 날아왔을 거야. 사람들이 믿도록 조작해야 하니까. 이래야 나중에 가서도 이런 증거들이 있었으니 우리의 실패는 정당하다라고 말하지.”
“…..다른 투자자들이 언론으로 장난치는 것처럼 말인가.”
“그래, 하지만 이미 올 것이 확정된 재앙을 알려주는데 굳이 자세한 근거가 필요한가? 나를 따라오지 않는 우매한 중생들을 비웃으며 자신은 움직이겠지.”
별다른 근거도 없이 포지션을 매도로 바꿨다.
하다못해 일본결제은행의 회계자료 몇 개만 던져줘도 믿었을 텐데, 그들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보분석관(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일본결제은행은 회계자료에 록(Lock)을 걸어버렸다고 한다.
열람할 수 없었다.
“말로만 매도하라고 떠드는 것보다 직접 자기 재산으로 매도를 치는 것만큼 신빙성 있는 행위가 있을까?”
월가에 사기꾼은 널려있었다.
종목을 알려주겠다며 100달러씩 매일 받아가는 정보상을 위장한 사기꾼들, 주가조작에 끼워주겠다며 회원비를 받고 째는 사기꾼들, 브로커에게 연결해주겠다며 돈 받아서 째버리는 사기꾼들.
말로만은 누가 뭘 못하나.
하지만 헤지펀드는 입을 닫고 주식을 던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헤지펀드 자회사인 자신들은 이 의미를 알아채야 했다.
“게다가 우리 포트폴리오는 안전자산이 60%야. 위험자산은 40%. 다른 지산운용사들에 비해선 양반이지. 심각한 곳은 위험자산 100%던데, 걔네는 포트폴리오 바꾸려면 엄청 힘들 거다.”
“…..”
“칼, 나를 믿어.”
제이슨은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칼을 바라보았다. 칼은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후 한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기댔다.
끼익.
“…..매도할까?”
칼이 항복 선언을 했다.
***
“젠장!”
쿠당탕.
가구잡기들이 허공을 날아다닌다. 회오리치는 난장판의 한가운데서 남자는 인상을 쓴 채 계속해서 분노에 찬 폭력을 이어나갔다.
“헤지펀드, 이 빌어먹을 겁쟁이들! 뉴욕증시가 위축돼버리잖아! 고객들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쾅-!
의자가 날아가 벽에 부딪혀 박살났다.
허억허억. 숨을 몰아쉰 남자는 흐트러진 수트 그대로 쇼파에 앉았다.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던가.”
“우리는 레버리지(빚)까지 내며 뉴욕증시에 투자했잖아. 지금 고객들의 자금이 빠져나가서 투자금이 10배로 사라지고 있다니까!”
월가의 야수들.
헤지펀드가 혜성처럼 등장하자 자산운용사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자산운용사들은 위험에 투기하는 부류와 안전에 투자하는 부류가 있었고.
안전에 투자하는 부류는 전부 헤지펀드의 자회사로 들어가거나 파트너쉽을 맺었다.
“헤지펀드 그 개자식들. 우리 펀드는 위험자산에 투기하는 투기세력이라면서 받아주지도 않고.”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그들처럼 위험에 투기하는 투기세력들.
이들은 월가의 야수들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어차피 고객돈으로 하는 돈놀이잖나. 우리가 질 리스크는 그리 크지 않아.”
신탁회사.
자신의 자산관리나 처분을 맡기는 회사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일종의 자산운용사.
‘고객들’의 돈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세력들이었다.
투기세력들.
당연히 이 시대에 제대로된 투자세력이 있을 리 만무했고, ‘고객’들의 돈으로 레버리지를 10배, 20베를 땡겨서 뉴욕증시에 투기를 한다.
“다 잃어도 우리 돈 아니니 편하게 가자고. 이탈한 고객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칙.
시가를 태웠다.
대게 이런 신탁회사에 맡겨지는 돈들은 노후자금이나 퇴직금, 등 서민들의 피땀이 묻은 돈들이었다.
“다 잃어도 돼. 법인 하나 파산시키고 다른 거 세우면 되지. 요즘 이런 쪽으로 브로커들이 얼마나 많은데. 변호사 넘치는 세상이니.”
“그것도 그렇네.”
월가의 야수들.
그들은 절대 자신들의 돈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회사 공금이나 고객들의 예치금, 혹은 투자금을 운용하지.
건전한 투자라면 자산운용으로 훌륭하지만, 이들이 하는 건 투기였다.
돈을 벌면 내꺼.
다 잃으면 네꺼.
“레버리지는 얼만큼 당길까?”
“당길 수 있는 데까지 당기자고. 그림자금융까지 가면 20배정도까지는 받을 수 있어.”
“숏 아니면 롱.”
“롱.”
오른다.에 투기한다.
“하지만 헤지펀드는 매도포지션으로 바꿨던데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군.”
“선반영 몰라? 사장이 지금 리스크를 다 선반영 한 상태니까 오르지. 헤지펀드 그 머저리들. 그렇게 돈 줄줄 세다가 나중에 아차 하고 덤빌 게 틀림없어.”
툭.
서류 하나를 책상에 던졌다.
“내 친구가 헤지펀드 자회사에 근무하는데 이런 레포트가 내려왔다더군.”
“제목이 살벌하기도 하군.”
“이게 뭐겠어? 헤지펀드가 지네들끼리 만든 세력들로 숏때리겠다는 소리잖아. 병신들이지. 뉴욕증시는 불타오르고 있는데.”
선반영.
주식시장이 이미 리스크를 반영했다는 의미다.
“불나방이 따로 없지.”
픽. 야수들은 겁쟁이처럼 땅굴에 숨어든 헤지펀드를 비웃었다. 뉴욕증시는 불장이 한창인데 반영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가지고 겁을 먹다니. 보수적인 자산운용사 다웠다.
“그놈들이 뱉는 물량이나 다 집어삼키자고.”
쫄보가 따로 없었다.
적어도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
“월가가 늘 그렇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하이에나처럼 뉴욕증시를 사냥하지. 이번에도 사냥하기 위해 뉴욕증시를 어슬렁거리는군.”
헤지펀드 본사.
나는 의자에 누운 채 제임스가 들고온 보고서들을 넘겼다. 보고서엔 월가의 야수들의 동향과 자회사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들이 쓰여져있었다.
현재 뉴욕증시의 상황이 한눈에 보였다.
피식.
“머저리들. 알려줘도 알아먹질 못하는군.”
일부로 경고레포트에 회계자료와 근거자료들을 첨부하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를 불신하게 만들어 불장이라고 믿게 만들기 위해서.
이런 허술한 레포트로 매도를 선택하는 기관들은 왠만하면 없다.
“당장 헤지펀드 자회사들 중에서도 과반수가 롱(매수)로 포지션을 잡았다고 합니다. 월가의 투기세력들도 매수세를 잡았다고 하고요.”
“헤지펀드의 자회사라. 그놈들도 나를 못믿겠다 이거군.”
“아군도 이런데 다른 투자세력들은 보나마나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못 믿을 줄 알았다.
선별하고 선별한 자회사들도 이럴진데 투기세력들은 오죽할까. 부처님 손바닥에 훤히 보인다 이놈들아.
“그런데 그런 주제에 뉴스는 이런식으로 뽑아내내. 아주 영악해.”
툭.
[월가의 야수들, 겉으로는 헤지펀드를 겁쟁이라하면서 뒤로는 매도했다.] [사실상 국면은 매도세. 곧 충격이 온다.] [뉴욕증시의 호황은 버블. 조금만 방심하면 터진다.]“전형적인 개미털이야.”
“개미털이요?”
“언론기사로 시민들에게 공포를 줘서 매도하게 만들고 자기네들 기관이 그 물량을 쓸어오는 거지. 흔해.”
영약한 기관들은 매수하고 싶을때 매도기사를 내고, 매도하고 싶을 때 매수기사를 낸다.
개미들이 다 하차하면, 버스에 시동걸고 저세상으로 가버린다.
“지네들이 당한 줄도 모르고.”
***
뉴욕증권거래소.
다우지수를 확인한 투자자들은 눈이 충혈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헤지펀드의 말을 믿고 따르던 은행들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다우지수 +15%.
뉴욕증시가 폭등했다.
장내 트레이딩룸이 뒤집혔다.
순식간에 거래소 내부는 매수주문을 외치는 소음들로 가득찼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매도주문을 넣던 트레이더들도 패닉이 와 재빨리 본사로 연락해 포지션을 매수로 해야된다며 독촉하기 시작했다.
“제이슨!! 뉴욕증시가 미쳐돌아가고 있어. 매도했는데 오히려 올라가고 있단 말이네!”
월가 동향에 칼이 제이슨을 보챘다.
일본열도의 포텐셜을 오판했다고 생각했다. 제이슨과 헤지펀드의 안전투자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번에도 당한 개인투자자들. 사실상 국면은 매수세였다.] [여전히 매도포지션을 고집하는 헤지펀드, 이제 한물갔나.] [보너스 축제를 벌이는 월가의 야수들.] [헤지펀드, ‘매도할 기회가 주어졌으니, 우리는 매도할 뿐. 판단은 각자의 몫. 우린 강요한 적이 없다.’]-월스트리트저널(WSJ)
“월가의 야수들이 우리가 버린 주식들을 쓸어먹고 있어! 가지고만 있으면 됐던 것들인데.”
“…”
“이제 어쩌냐고! 이 호황에 우리만 못 먹게 생겼지 않나. 이건 명백한 헤지펀드의 오판일세.”
“기다려야 해.”
“뭐? 자네 아직도 그런 말이 나오나?”
“헤지펀드가 경고를 울리기 전까지 아무 말 없던 언론들이 갑자기 나서서 난리라니. 전형적인 바람잡이라는 생각 안 들어?”
“No, Please(아니, 제발).”
제이슨의 말에 칼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제이슨은 오히려 눈빛에 확신을 담았다.
“오히려 매도할 타이밍이야. 월가의 야수들은 지금 우리랑 정보값이 비슷해. 지금 정보의 독점은 헤지펀드가 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 일본결제은행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아니면 디트로이트 이사가 반년 이상을 동아시아에서 보냈을 리가 없지.”
“…..”
“이건 매도하라는 신호야. 대형철도회사들이 왜 상장을 연기했는지 떠올려. 감정, 감성이 아니라 팩트만 보고 파악하라고. 저 사이비 심리학자들의 분위기에 휩쓸릴 필요 전혀 없어.”
“…그 말은.”
“조급할 필요 없어. 지금은 이게 맞아.”
헤지펀드의 대표 디트로이트 모건.
그의 행보를 지켜봐왔을 때 그는 망하는 판엔 절대 있지 않았다.
전쟁특수 때도.
통화스와프 때도.
모두가 스페인의 승리를 확실시 했을 때도.
결코.
그는 틀리지 않았다.
“칼, 그를 믿고 가보자고.”
***
“좋아. 생각대로의 흐름이군. 한치의 오차도 없어.”
탁.
나는 월스트리트저널 조간을 접었다.
식 미소를 지었다.
월가의 야수놈들은 내 페이크에 속아 물량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들이 파산하면 자산신탁한 고객들만 피눈물 흘리는 것 아닙니까?”
“구제금융은 이미 준비해놨잖아.”
“하지만 저들을 다 구제금융해주다간 저희 적자나는데요?”
“상관없어.”
신탁회사에 의탁한 개미들에겐 노후자금과 퇴직금은 인생이 걸린 문제다.
10년, 20년. 아니 50년동안 모은 돈이 잿더미로 변하는 일이라고.
그걸 우리가 건져내주면 뭐라고 생각할까.
“1억달러를 손해봐도 이쪽이 이득이다.”
1억달러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를 얻을 수 있었다. 민심을 얻을 수 있었다. 민심을 얻으면 의원들이 움직인다.
국회가 움직인다.
이런 금쪽같은 기회를 놓치라고?
1억이 되든 2억이 되든.
그럼 당장 쏟아부어야지.
“그래도 카나리아는 한번 더 울려줘야겠고.”
민간인들의 피해는 최소화해야한다.
그들이 먹을 리스크는 지금 기관들이 하마처럼 흡수하고 있었다.
“뱅크런이 벌어지면 백악관도 생각을 고쳐먹겠지.”
이번 공황의 메인은 누가 뭐라해도 뱅크런이다.
뉴욕증시의 폭락도 큰 쇼크를 안겨주겠지만, 나는 이 기회에 미국의 후진금융을 뜯어고칠 생각이었다.
“은행들이나 신탁기금, 금융기관들은 안전투자할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네. 잃어봤자 자기네들 돈도 아니고 고객들의 돈인데 그놈들 이 리스크를 생각하겠나?”
벌면 내돈.
잃으면 네돈.
막상 투자하는 사람들이 가질 리스크가 없으니 고객들의 돈으로 빚을 끌어모아 투기판에 달려드는 것이다.
고객들의 돈으로 10배 심하게는 20배까지 레버리지를 차입해 뉴욕증시에 자금을 던진다.
하지만 레버리지, 즉 차입거래엔 최소 한도 밑으로 주가가 폭락하면 마진콜이 걸려온다.
“빚내서 투자하고 마진콜에 강제청산을 당하면 순식간에 빚쟁이야. 금융기관이 가진 돈이 전부 허공으로 날아가버린다고. 그러면 신탁회사에 투자한 고객들은?”
“돈을 다 잃어버리겠군요.”
투기한 놈들은 해봤자 금융업 면허취소다.
하지만 신탁회사에 자금을 맡긴 고객들은 전재산을 날려버린 셈이 된다.
노후자금, 퇴직금, 적금통장, 그 피땀을 흘린 돈을 금융기관이 맡겼다가 순식간이 잿가루처럼 사라진다.
“이게 뉴욕 월스트리트가 가진 가장 후진적인 시스템일세.”
고객의 돈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애초에 고객들도 이를 인지하고 자산관리나 처분을 목적으로 예금하는거니까.
수수료나 수익률을 얻는 고객들은 그들을 믿고 돈을 맡긴다.
쌍방과실일 수 있겠지만.
평범한 일반인은 결코 월가의 광기를 알지 못한다. 자신들의 돈이 하루아침에 종이쪼가리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19세기 월가는 광기 그 자체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이 월가 만한 광기를 끌어낼 순 없다고 감히 장담할 수 있네.”
어째 제임스가 그건 좀…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적어도 나는 투기는 하지 않는다.
내가 판을 짜고 정확히 체스기물을 움직하는 행동주의 펀드운용전략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리스크관리하지 않고 던지는 투기세력들과는 다르다고.
게다가 이건 옵티머스나 라임펀드같이 21세기에서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고객들이 투기인지 모르고 투자를 해서 다 날려버리는 것이다.
이 후진적인 시스템은 훌륭한 명분이다.
“우리는 이걸 명분으로 통제할 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언론공작을 할 거야. 월가의 허점을 이번 공황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준 다음 그들에게 족쇄가 필요하다고 어필할 거라고.”
연방준비제도나 증권거래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한 훌륭한 명분으로서 작용한다.
“뉴욕 남부지검과 재무부를 움직일 것이고. 재무부를 통해 국세청(IRS)을 투입시켜 그들의 분식회계나 불법투기에 관한 증거들을 잡아 죄다 기소해버릴 예정이다.”
뉴욕증시는 폭락한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투기세력들의 목을 매달아버린다. 이놈들도 고객들의 돈으로 도박이나 하는 사회악 그 자체였으니 공감은 충분히 받아낼 수 있었다.
그 대가로 우리는 연방준비제도와 증권거래위원회를 민간의 주도로 설치한다.
“사다리를 치우자고.”
나는 꿀 다 빨았다.
주가조작을 할 필요도 없고, 투기할 필요도 없다. 건전하게 운용해도 막대한 수입이 들어오는 덩치까지 키웠다.
이젠 이 막대한 자금들을 운용할 뿐이다.
“다만. 아직 한 차례 충격이 더 필요하겠지.”
카나리아를 한번만 울리고 탄광을 무너뜨리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잖아?
못들은 사람들도 있을 거고.
나는 제법 자비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제임스, 철도펀드에 주식이 얼마나 남았지?”
“아직 30% 처분을 못했습니다.”
“30%라….”
딱 적당하다.
한 차례 뉴욕증시를 뒤흔들기엔 충분했다.
나는 손을 휙 저었다.
“던져.”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알아서 잘 탈출하라고.
월가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