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28)
“알래스카입니까.”
로버트 영국재무장관은 턱을 쓸었다.
갑작스럽게 보상으로 튀어나온 알래스카. 물론 알래스카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미국 국토의 일부였으니.
하지만 이 시기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와 알래스카간의 국경을 미국에게 유리하게 그어주시길 희망합니다.”
바로 알래스카 국경문제였다.
사람들이 잘 모른다. 보통 물어보면 알래스카는 캐나다 옆에 붙어있는 큰 냉장고같은 주가 아닌가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실 알래스카의 모습은 냉장고라기보단 살짝 꼬리가 긴 뚱뚱한 햄스터 같았다.
…..그 꼬리가 좀 많이 두터워서 문제지.
브리티시 컬럼비아.
태평양 연안과 접해있는 캐나다의 주였다.
그리고 지도앱을 켜 자세히 국경을 확대해 살펴보면, 양심 밥말아먹은 미국의 알래스카 국경이 보일 것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태평양 연안지역을 알래스카주가 절반이나 처먹었기 때문이다.
“으음…..”
마치 그 양심 밥말아먹은 국경?
이라고 말하는 듯한 영국 재무장관의 눈빛이 나를 찔러들어왔지만.
내가 눈살을 찌푸리자 바로 표정이 풀어졌다.
지금 갑이 누구더라.
“어차피 태평양 연안지역은 알래스카 국경문제와는 별개로 미국의 영토입니다. 제가 말하는 부분은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내륙 어디까지를 미국의 영토로 할까지요.”
사실 이건 월권행위다.
국무부장관이 대담해야하는 부분이었고, 내가 간섭해선 안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이 지역의 특수성이 굳이 내가 언급해도 될정도로 핫했기 때문에 별 상관없었다.
애초에 지금도 물밑에서 영미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문제였으니.
“캐나다 유콘 준주에서 금광이 발견되는 바람에 미국정부와 치열한 협상 중에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을 미국에게 유리하게. 국경을 그어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영국 외무부의 급발진.
사실 드레드노트로 한 영국의 협박은 전쟁빌미로 충분했다. 미국정부가 열불내며 너 전쟁!을 외쳐도 영국이 할말이 없는 외교적 실수였다.
거문도에 미국에게 임대한 드레드노트를 배치하겠다는 미친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왕립해군의 급발진인가?
“후….”
영국 재무장관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본국의 외무부놈들 때문에 이자리에서 고생하는건 그였으니까.
“일단 알겠습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반발이 거세긴 할텐데 일단…일단 말해보겠습니다. 그정도면 확실히 미국은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군요.”
그야 진정되겠지.
1896년 정도, 알래스카 인근 유콘 준주에서 금광이 발견되었으니 광란에 빠져 미쳐날뛸 서부개척민들은 미국서부에 널리고 널려있었다.
태평양 개척과 더불어 알래스카까지 겹치면 미국은 대체 얼만큼의 호황을 얻을 수 있을까.
하지만 알래스카 꼬리의 이권은 그뿐이 아니다.
“그럼 제 개인의 이권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후.”
젊은 재무장관인데.
로버트의 얼굴은 노인의 그것으로 쭈그러들고 있었다. 재무장관이란 직업이 그렇다. 돈이 들어오면 얼굴에 생기가 흘러넘치다못해 폭발하지만, 돈이 빠져나가면 한없이 쭈그러들고 우울해지는 직종이다.
그는 각오를 다잡은 얼굴로 하지만 떨리는 손으로 손짓을 했다.
“말씀하시죠.”
“항만시설의 운영권, 삼림벌채권, 광산채굴권. 당연히 전부는 아니고 일부분만입니다.”
“…..”
항만시설의 운영권.
애초에 알래스카 태평양연안은 무역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충지중 한 곳이다. 일단 금광이 터지고 석유가 터질테니 그걸 운송할 항구 자체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그외에도 중계점이다보니 또 항만사업으로 쏠쏠하게 벌어먹을 수 있다. 미국에게 유리하게 그어지면 캐나다 연안지역의 일부가 미국영토로 편입되니 그 부분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중 하나를 내가 먹겠다는 소리고.
“물론 제 이권에 대한 협상은 영국측이 미국 국무부와 협상해주셔야합니다. 물론 원하시면 저희도 동석합니다. 그정도는 해드리지요.”
“끄응….”
너희 영국이 그동안 나 덕분에 해먹은 이권만 얼만데.
이정도는 토해내야지.
삼림벌채권.
알래스카 분쟁지역엔 거대한 숲지대가 위치하고 있다. 그 숲의 삼림벌채권을 얻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단, 삼림벌채권은 그 의미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삼림벌채권이 광산채굴권, 철도부설권과 함께 탑3 이권탈취에 들어가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점유권.
삼림벌채를 위한 토지를 점유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20세기 초 미국은 목재사업 붐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목재의 호황기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주택은 거의 대부분이 목조주택이다.
왜 콘크리트를 안쓰냐고 묻는다면, 널린게 목재다보니 시멘트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특히 윌리엄 보잉(Boeing)도 초기투자금을 목재사업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걸로 유명하다.
광산채굴권.
이건 말그대로 광산채굴이고. 알다시피 알래스카엔 광물자원이 쏟아져나오는 미친 지역이었다.
“음…..”
로버트 재무장관은 마치 나를 악마에게 양심을 팔아먹은 무언가처럼 바라보기 시작했지만 끄덕도 하지 않았다.
니네 업보다 영길리놈들아.
게다가 원역사에서도 루스벨트가 국제상설중재재판소까지 안건을 끌고가 기어코 승소를 받아내게 된다.
내가 워낙 스펙타클하게 역사를 뒤틀어버린 탓에 못받아낼까봐 이러고 있는거지.
억울해하지 말라고.
어차피 우리거다.
따지고 보면 너네는 공짜로 해먹고 있는게 아닐까?
감사받아도 모자랄 정도인데…라는 불경한 생각이 스물스물 기어올랐다.
“디트로이트 의장님.”
영국 재무장관은 점점 이상해지는 내 아우라를 눈치챘는지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일단 본국에 연락해보죠. 제 선에서 결정할 스케일이 아닙니다.”
결국 재무장관은 두 손을 들었다.
***
스탠더드오일의 해체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거의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스탠더드오일.
한창 반독점법이 기승을 부리던 19세기말, 트러스트를 깨려고 하는 연방정부와 주정부들에게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던 스탠더드오일은 결국 자신을 받아준 뉴저지주를 본사소재지로 삼게 된다.
다만 그들 지주회사의 소재지만 뉴저지였고, 본사인력들은 뉴욕지점에서 본격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본사소재지는 뉴저지.
본사는 뉴욕인 형태.
록펠러 회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디트로이트, 뉴저지주에서 최대한 기업해체의 행정처리를 느리게 빼고 있네. 메킨리 대통령의 해체명령이 하달되었다지만, 뉴저지주의 의원들이나 행정관료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로비자금을 쏟아붇고 있어.”
“효력정지는요?”
“우문이군. 단단히 준비 태세를 갖추고 해체명령이 들어온 즉시 법원에 신청했네. 지금부터 2달이 후에 결과가 나오걸세.”
“그렇군요.”
“앞으로 그 2달을 버텨야할텐데 큰일이야. 아직 몇주일밖에 흐르지 않았으니.”
“표정은 전혀 아니신데요.”
평소처럼 얼음장같은 얼굴이다.
“이건 신경쓰지 말게. 내 원체 감정기복이 없다보니.”
슥.
그는 중절모를 고쳐썼다.
나는 말을 돌렸다.
“아무튼 지금까지의 말을 정리하자면, 결국 뉴저지와 뉴욕이 가장 핵심지대고 여길 메킨리의 백악관으로부터 2달간 수성해야하는군요.”
“당장 연방군이 쳐들어와서 강제집행해버리면 답없네. 핑커톤도 전국각지에서 있는대로 끌어모아 배치했네. 원래라면 지금쯤 청제국으로 보낼 병력 대부분을 뉴저지와 뉴욕으로 집중배치했고.”
사실상 뉴저지 스탠더드오일과 뉴욕 스탠더드오일이 스탠더드오일사의 두 핵심기업체니 이곳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한다.
다른 곳들도 오장육부와 사지처럼 중요하지만, 애초에 머리가 잘리면 죽는다.
2달 시간제한의 단두대를 최대한 밀어내고 있었다.
“우리 스탠더드오일의 성지. 펜실베니아의 옆이 뉴욕이라 유전에서 뽑아낸 석유는 정유과정을 거쳐 포장되고, 외국 출하분은 뉴욕항만으로 유조차를 통해 이동하네.”
록펠러 회장은 지팡이를 툭툭 쳤다.
나는 끝도 보이지 않는 화물열차에 실린 유조차들을 바라보았다. 지평선 너머로까지 열차선이 이어졌지만 그 끝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 물량이 전부?”
“그래, 재정러시아행 유조선으로 실어나를 석유들이네. 화물열차에 실어서 뉴욕항구까지 옳길 예정이지. 뉴욕에 본사가 있다보니 그편이 일처리가 편해.”
“셀 석유회사의 유조선이군요.”
“그래, 스탠더드오일은 아직 유조선을 건조할 기술력이 없네.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러시아행 물량을 소화하려면 셀 석유회사의 도움이 필요하지.”
셀 석유회사.
상업적인 유조선을 개발해 석유해상운송의 패자로 군림한 영국의 셀 석유회사 또한 이번 대러제재망에 합류했고, 이번 기회에 스탠더드오일은 대영제국의 해상운송로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탠더드오일의 이사진에겐 유조선을 뜯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해상물류값이 만만치 않으니.
“그렇군요.”
하여간 스케일 하나는 어디 안간다.
거대한 치킨게임.
스탠더드오일은 이번 거래로 얻을 이익이 막대하다. 전세계 석유메이저인 브라노벨, 셀, 스탠더드오일의 거인들이 손을 맞잡고 다른 석유기업들을 멸망키기 위해 러시아 디플레이션을 명목으로 막대한 물량을 쏟아내고 있었다.
마치 뉴욕증시에서 숏을 때리는 공매도 기관들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센트단위의 석유.
죽음의 레이스.
누가먼저 파산하는가.
일종의 멸망전이다.
하지만…..
“회장님, 진짜 이번분기 분식회계 안하셨죠? 혹시 걸리시면 얄짤없습니다. 저희 헤지펀드가 바로 신용등급 내릴거에요.”
스탠더드오일이란 괴물은 이상태에서 흑자가 났다. 미친새끼들.
록펠러 회장은 스윽 웃었다.
“분식회계야 없진 않겠지. 요즘시대에 누가 깨끗한 회계장부를 작성하나?”
“뭐, 그렇긴 하죠.”
“하지만 걱정말게. 자네 덕분에 아치볼드가 극동에서 날아다니고 있어. 석유시장이 단번에 쑥 커졌으니 자네의 말마따나 규모의 경제가 터지기 시작했지. 아마 흑자도 그 덕일걸세.”
참고로 원래 극동은 로열더치의 시장이었다.
문제의 로열더치는 진작 GG치고 봉문에 들어간 채, 인도네시아에 쿡 틀어박혔다.
네덜란드가 입에 거품을 물겠지만, 뭐 덤비라면 덤벼보라지.
아무튼.
“이렇게 대량으로 들어가면 아무래도 러시아가 화내지 않습니까?”
“셀, 브라노벨, 스탠더드오일이 같은 판매창구를 써. 유럽러시아에만 수백곳의 판매소들이 있지. 지금도 페이퍼컴퍼니를 수시로 계속 폐쇄하고 새로 만들어지고 있을걸세. 오흐라나가 워낙 끈덕져서 피곤해.”
국경 없는 국경.
제정러시아의 광활한 토지는 어디에서 들어가도 대부분 밀수입이 가능하다. 오흐라나가 애를 먹는 이유다.
아무리 오흐라나란 비밀경찰 첩보조직이 발달해도 러시아의 땅이 워낙 광대한 것이다.
“미국이 태평양에 진출한 탓에 오흐라나는 극동까지 커버하게 생겼네. 그놈들에게 들켜도 판매소가 워낙 여러개고 비공개회사다보니 놈들도 두손두발 다 들었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석유물량이 들어가긴 하더군요.”
“그곳도 일단 러시아니까.”
그 탓에 제정러시아는 현재 심각한 경상수지 적자에 재정적자까지 감수하게 생겼다.
재정적자는 왜 생기냐고?
그야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니콜라이 차르와 세르게이 비테가 영혼까지 갈아넣었으니 그렇다.
쌍둥이 적자.
일명 미국 레이건 대통령을 괴롭혔던 그 ‘쌍둥이 적자’가 실시간으로 제정러시아를 좀먹고 있었다.
디플레이션까지 덮치니 죽을 맛이지.
“일본열도와 청제국을 단번에 몰이사냥해 죽여버렸다면, 제정러시아는 천천히 아사시키는 작전입니다.”
“…..만약 나라면 후자가 더 두렵겠군.”
“예, 아마 제정러시아는 무려 20세기동안 누가 공격했는지조차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라는 게 있다.
20,21세기 미국의 연준의장 그린스펀이 기준금리를 아무리 높여도 장기채권금리가 떨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뭐, 이건 중요하지 않다.
이 그린스펀의 수수께끼에서 진짜 중요한 점은 이 장기채권금리 인하가 ‘중국의 대량채권 매입’이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걸 미국이 몰랐다는 거고.
‘미친소리지.’
무려 소련을 멸망시키고 팍스 아메리카를 실현했을 당시 최강국의 미국이.
그 미국이.
중국의 해외자본흐름을 캐치하지 못했다.
무려 서브프라임과 리먼브라더스가 터진 2007, 2008년까지 말이다.
록펠러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그래도 제정러시아가 모를리가 있나. 조만간 알아내겠지.”
아니, 불가능하다.
그 미국도 못해낸걸 1900년의 낙후된 인프라와 전산화조차 안된 러시아가 알아낼 수 있다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아사하는 이유조차 모르는 가운데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그건 두고보면 알게되겠죠.”
“……자네를 옆에서 보면 금융으로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아. 바이올린의 파가니니가 악마와 계약하고 그 경이로운 기교를 얻었다지, 자네도 혹시 악마와 계약이라도 한 것 아닌가?”
록펠러의 반농담조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악마가 있다면.
돈으로 사람을 홀리는 월가에 있겠지. 나는 두 손가락을 비볐다.
“저는 그저 돈이 좋습니다.”
“미친놈.”
나.
조금 상처받았다.
***
워싱턴 D.C.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실.
“크레바스입니다.”
미국 법조계의 먼치킨.
현대 미국 로펌사업의 기틀을 다진 크레바스가 드디어 블라치포드 법무법인에 합류했다. 그는 내게서 특허괴물의 목록을 받아가더니 순식간에 속독을 완료했다.
그는 이번에 베들레헴을 찌를 거대한 창이나 다름없었다.
“정교하군요.”
“그렇습니까?”
“아. 법률적인 부분이 아니라 설계 그 자체를 말한겁니다. 특허괴물의 구조가 잘 짜여졌군요. 게다가 정치역학도 예술입니다. 법률적인 부분만 좀 다듬으면 완벽해지겠군요.”
베들레헴철강.
그들이 드레드노트급 전함을 어떻게 수주받을 수 있었을까. 심지어 특허괴물에 로열티조차 지불하지 않은채 말이다.
“의도적으로 보안을 흐트러놓아 베들레헴철강의 산업스파이들을 특허괴물로 침입하도록 방치. 그들이 뽑아간 특허기술들로 베들레헴 조선소는 드레드노트급을 의뢰받아 건조하기 시작.”
왜.
해군은 포츠머스 회사가 아닌 베들레헴에게 드레드노트를 의뢰했을까.
크레바스는 감탄하며 탁 무릎을 쳤다.
“미국서부의 대형조선소를 베들레헴철강이 다 집어삼켰군요?”
“해군은 당장 태평양 방면으로 8함대, 9함대를 투입시키고 싶어했죠. 하지만 서부의 조선소는 전부 베들레헴철강의 소유로 넘어갔습니다.”
유니온조선소.
그들이 덤탱이 쓰고 울며겨자먹기로 인수한 이 대형조선소를 포함해 여러곳의 조선소가 그들의 손으로 들어갔다.
미해군입장에선 당장 미서부에서 수주받을 곳이 이곳밖에 없다보니 베들레헴의 수주제안에 덥썩 물어버린 것이다.
아직 파나마 운하조차 없던 시절이다.
동부 조선소에서 드레드노트를 발주하면 다 건조되어도 실전배치까지 최대 반년이 걸린다.
“베들레헴철강은 조선소만 따로 모아 베들레헴 조선소로 물적분할. 최근에 또 외부에서 투자를 받은 기록도 있군요?”
베들레헴 조선소는 승승장구했다.
미국 태평양함대의 전 군함의 과반수를 베들레헴이 덤핑으로 가져가 왕창 쏟아내버렸으니까.
그 현금흐름이 미쳐돌아가고 있었다.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특허괴물에게서 빼간 기술이 드레드노트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었다는 점이었고.
다양한 특허들이 그들이 수주한 다른 군함에도 남용되었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장갑순양함에 크루프강을 쓴다던가.
프리드레드노트급에 사격통제장치를 넣는다거나.
“그거 다아- 불법인거 아시죠?”
크레바스 변호사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나도 입가에 웃음이 걸리기 시작했다.
“손해배상청구 가능합니까?”
“손해배상청구만 받으시렵니까?”
“하하.”
“당장 조선소 가동중지 명령을 법원을 통해 때릴 수 있고요. 스무스하게 영업정지까지 먹일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이 수주한 배들과 이미 건조된 군함들은요?”
“그거 전부 특허괴물의 특허를 도용해서 건조한 군함들이죠?”
“맞습니다.”
크레바스는 수염을 쓸었다.
“아마 뼛가루도 남기지 않고 싹 저희가 긁어먹을 수 있을 겁니다.”
크레바스의 말에.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렇습니까?”
“건조중인 전함, 순양함, 구축함은 물론 드레드노트와 어쩌면 조선소까지 차압으로 끌고올 수 있을 겁니다. 법원에 로비 좀 하고 덤핑도 걸고 넘어지면 더 뜯어낼 수 있겠군요.”
이야…
이래서 법기술자들이 무섭다니까.
나는 대만족했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나는 환한 미소와 함께 그와 악수를 나눴다.
스캘레톤.
베들레헴은 이대로 살은 모조리 발겨진 채, 스켈레톤행이 확정되었다.
나는 여기에 작은 조미료를 얹기로 했다.
“혹시 태프트 법무장관님도 불러드릴까요?”
크레바스는 조용히 엄지를 치켜세웠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