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38)
“죄송하지만 제안은 저희가 합니다.”
“……”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좋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죠.”
기선제압은 중요하다.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빼앗음으로서 질질 끌고 다닐 수 있게 되니까.
“저희는 식민지를 원하지 않습니다.”
“예?”
“미국은 서방 제국주의자들과는 다릅니다. 자유진영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지요. 그러므로 저희는 식민지정책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정청이….”
“군정청은 해당 국가의 체제가 불안정하다고 판단해 정상화 궤도에 올릴 때까지 신탁통치를 하는 일시적인 자문기구에 불과합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제대로된 독립국으로서 기능합니다.”
겉으로는 말이지.
“그래서 제안합니다.”
“말씀하십시요.”
“귀국의 내각에 체신부를 설치할 것을 요청합니다. 체신부는 각종 이권을 관리감독하는 부서로서 기능했으면 합니다. 저희에게 독점사업권 계약을 해줄 행정부처이죠.”
“예.”
“동시에 대한제국의 재정투명성을 요구합니다. 주기적으로 회계감사를 할 권한을 주셨으면 합니다. 아니면 적어도 국가재정기관의 구조조정을 하던지요.”
“예?”
이완용의 얼굴을 보니 따라오지 못한다.
너네 국가재정 개판이잖아.
“저희는 투명한 재정정책을 원합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독점적 사업권을 계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행정부처가 필요하고요.”
“죄송합니다. 독점적 사업권은 일단 알겠는데, 재정의 투명성은 왜 필요하시죠?”
“그야 간단합니다.”
나는 이완용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희가 대한제국에서 사업을 할 텐데, 저희가 낸 세금이 엄한 데로 흘러들어가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요.”
“예? 세금을 내실 생각입니까?”
“예.”
이완용은 이젠 괴상하게 찌그러진 얼굴로 나를 보았다.
“낼 겁니다. 세금.”
성실납세자가 될 것이다.
내가 세금 안 내면 국민들이 우리 보고 돌팔매질 할 거 아니야. 유라시아횡단철도도 그렇고 철강산업이나 철도사업에 뛰어들려면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들어가야 한다.
나는 오늘만 생각하고 막사는 제국주의자들과는 다르다.
내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의 이권이 길게 보존되려면.
민심을 잡기 위해 세금을 낼 필요성이 있다.
‘근데 이게 고종이나 엄한 놈 뒷주머니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열받는다고. 민심을 달래야하는데 타인의 뒷주머니로 들어가면 말짱 도루묵이잖아.
참고로 이 시기.
대한제국의 해관은 영국인이 관리하고 있었다. 싑게 말하면 재정정책을 시행하는 부서를 영국인이 틀어쥐고 있었다.
내가 낸 세금, 엄한 놈 뒷주머니에 들어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민심을 달랠 당근이 세금이니까.
“완용 리.”
“예.”
“저희는 귀국의 행정시스템과 재정정책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장으로서 감히 단언합니다. 귀국의 재정시스템은 완전히 후진적입니다.”
“…..”
“금융은 커녕 재정정책이란 단어 조차 아까울 지경입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영국인이 재정관리관으로 앉아있는데 그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주어지니 닥치는대로 휘두를 수 있었다.
그 탓에 재정정책이 어그러지고 있었다.
흑자전환을 했다고 좋아하지만, 그건 지출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막말로 투자해야되는데 돈 없다고 미래산업의 투자를 다 잘라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것.
나는 이런 재정정책을 신뢰할 수 없었다.
‘차라리 대한제국 입장에서도 구조조정이나 회계감사가 더 낫지 않을까?’
“국가재정을 활용할 수 없어 황실자금인 내탕금에 기생하는 당신들의 재정정책은 죄송하지만 상당히 기괴한 수준입니다.”
대한제국 내에서 돈이 돌려면 금융시스템이 완비되어야한다.
그런데 우리 미국인들이 사업할 환경 조차 전혀 조성되어있지 못하다.
“진정 근대화를 하고싶으시다면, 저희 룰에 맞춰주십시요.”
이쯤에서 당근도 하나 던져줘야겠지.
국가의 미래를 팔아 개인의 이득으로 치환되는 마법의 당근을.
“그럼 리베이트를 제공할 의향도 있습니다.”
“….!!!”
이완용은 눈을 부릅떴다.
스탠더드오일 덕분에 유명해진 ‘리베이트’란 단어가 뭔지는 그도 잘 알 것이다.
“3000만 달러를 계약할 테니 30만 달러를 황실과 당신에게 ‘각각’ 제공하도록 하죠.”
전제왕정을 무너뜨릴 토대인 종교의 자유.
황실의 힘을 약화시킬 재정투명성과 국가재정의 분리.
너희는 내게 미래를 팔고.
현재를 사가면 된다.
“부족하십니까?”
“아, 아닙니다.”
“그럼 독점사업권에 대한 얘기로 넘가도록 하죠.”
체신부.
각종 국가기간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를 일컫는다.
“귀국의 내각에게 체신부를 설치할 것을 요구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저희 외부세력이 귀국의 이권을 ‘탈취’했다는 모양새로 흘러가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독점사업권을 ‘계약’했다.
우리는 명목상 정부사업의 하청업체로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계약을 깨면 미국이 개입한다. 대한제국은 좀 따끔한 따귀를 맞을 수도 있겠지.
“그 악명을 체신부가 모조리 독박 써주시길 희망하는 겁니다.”
“자, 잠시만요. 그 소리는.”
“예.”
하지만 독점사업권 계약도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 우리를 의심하는 국민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악명을 체신부가 모조리 독박쓰기를 원한다.
‘나라 이권을 양키들에게 팔아치운 놈들’
세 글자로 줄이면 ‘매국노.’.
악명스탯과 어그로 관리다.
이완용이 인상을 팍 찌그러뜨렸다.
“…..”
“물론 소정의 대가는 매년 지급할 예정입니다.”
“소정의 대가…..”
저저 봐라.
다시 눈빛 살아나는 것 좀 보소.
“대가로 저희가 매년 10만달러씩 지급합니다.”
“예?!”
“매년 10만 달러.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그가 눈을 부릅떴다.
한 번도 아니라 매년 10만 달러라고? 하는 듯한 얼굴로 말이다.
물론 법기술자들이 알아낸 합법적인 루트로 제공될 예정이다.
“체신부 체신대신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매년 10만 달러입니다.”
참고로.
몇년만 쌓이면 이완용이 일본에 나라 팔아먹는 대가(30억원)보다 크다.
대신 체신부는 우리의 악명스탯과 어그로를 죄다 가져갈 것이다. 우리가 써야할 악명을 체신부가 모조리 독박쓴다.
매국노가 되는 조건으로 매년 10만 달러.
그야 목숨줄 걸어야겠지.
매국노 취급은 물론 목숨 수당으로 매년 10만 달러인 것이다.
우리의 고기방패가 되는 조건이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어떻게든 반드시 수행해내겠습니다.”
이완용은 충혈된 눈으로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우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원래가 매국노인데 10만달러 준다니 별 체감도 안들겠지.
“추가옵션이 있습니다.”
“추가옵션.”
이글이글.
이완용의 눈빛은 거의 광신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달러에 취한 눈빛이 그 어떤 월가인들보다 초월하고 있었다.
좋아. 들을 자세가 되어있어.
“체신부는 이권이 발견되는대로 저희에게 국가기간산업의 우선협상권을 부여해주셨으면 합니다. 국가 대 국가 계약이 아닌 국가 대 기업의 계약이니 최혜국 대우는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우선협상권은 정확히 뭐죠?”
“말그대로 우선적으로 협상할 권리입니다.”
우리가 너네 이권을 쓸어먹겠다고.
삼림벌채권, 광산채굴권, 철도부설권. 나는 이렇게 개당으로는 취급하지 않는다. 한방 크게 배팅해서 싹 쓸어먹지.
“우선협상권을 받는 대신 건당 100만달러, 리베이트로 10만달러씩 제공하겠습니다.”
“100만….10만….110만….”
독점사업권과 우선협상권.
전권대사인 이완용이 여기서 계약을 맺고 귀국하면 반드시 실천되어야한다.
전권대사란 그런 존재다.
혹시 모르니 한번 물어보았다.
“귀국은 귀하에게 어떤 권한까지 허락해주었습니까?”
“이권거래까지 모든 권한이 제게 있습니다.”
“그렇군요. 액수가 적으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십시요. 귀국의 군주에게도 리베이트를 추가로 제공할 의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공수표를 뿌려도.
바다에서 물을 퍼내는 수준이다. 마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제왕정을 흔들 기반도 마련했겠다.
앞으로 이권을 뽑아먹을 시스템도 마련했겠다.
악명과 어그로를 뒤집어쓸 매국 토템도 얻었겠다.
이쯤하면 되겠지.
종교의자유, 독점사업권, 우선협상권.
배부르다.
“저….”
“음?”
이쯤해서 마무리할 생각이었는데, 이완용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권만 팔아도 이정도인데….. 만약에, 아주 만약에 말입니다. 그냥 궁금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진담으로 받아들이진 말아주십쇼.”
“예.”
꿀꺽.
이완용이 침을 삼켰다.
이미 그의 눈은 달러에 절여져 있었다.
“아주 만약에… 나라를 판다면 어느 정도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겁니까?”
아.
내가 아는 이완용이 맞구나.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0달러.”
“예?”
“비매품이라고요.”
나는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았다.
“말씀드린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저희는 식민지를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정색하고 으르렁거렸다.
미국에서 식민지라는 단어는 일종의 금기어다. 명색이 자유주의 진영의 횃불이라고. 이 양반이 지금 누굴 엿먹이려고 환장했나.
“죄, 죄송합니다.”
서양의 유전자 탓인지 성인이 되자 체격이 좀 커졌다. 이완용을 압박하기엔 충분했고.
내 기세에 눌린 이완용은 얌전히 앉아 조약서에 서명했다.
***
연방준비제도 회의실.
이완용이 떠났다.
그는 전권대사의 권한으로 대한제국의 미래를 내게 건네주고 소정의 리베이트를 받아갔다.
체신대신의 자리를 약속받은 이상 그는 우리들의 매국토템으로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고종도 이권받아낼 때마다 소정의 자금을 찔러넣어주면 좋아라 받아갈 테고. 품위유지와 권력만 보장해준다면 간이고 쓸개고 다 꺼내줄 인사니까.”
물론 현재의 권력이겠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미래의 권력이 마모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파워밸런스를 조금씩 내각으로 옮기고 싶은 것이고.
3000만달러의 빚.
이권으로 치환시키는 대가와 리베이트의 대가로 나는 대한제국의 미래를 받았다.
대한제국의 재정에도 간섭할 권리를 얻었다.
펄럭.
전권대사가 서명한 이상.
이건 반드시 지켜져야할 조약서가 되었다.
“어기면 국제상설중재법원에 제소하면 된다.”
국제법을 어기는 행위였으니.
참고로 국제상설중재법원의 회원으로 그릭스 전 법무장관이 있으니 든든하다.
사실 나도 이렇게 복잡하게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태평양에서 구대륙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한반도 꼭 필요한 육상교두보였다.
“대한제국을 뜯어먹으려 해도 금융적 시스템이 없으니 뭐가 되질 않아.”
어쩔 수 있나.
금융시스템부터 깔아야된다.
그러려면 산업의 근대화부터 이뤄져야 한다. 그 토대를 방금 조약으로 일부분 세운 것이다.
“제임스!”
“예, 도련님.”
내가 부르자 옆방에서 제임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 들었지?”
“예.”
좋아.
우선 종교의 자유 항목부터 실천할 차례였다.
미국인들과 유럽권 사업가들이 한반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동질화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문화 제국주의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친밀하지도 않은 국가에서 사업할 수 있는 인물이 얼마나 될까?
근대화를 위해선.
서양과 최대한 친밀도를 높여야한다.
사사삭-
꾸욱.
“록펠러 회장님께 이 편지봉투를 드리게.”
“이게 뭡니까?”
“침례회 선교사들을 대한제국으로 파견시켜달라는 요청서. 한두 명이 아니라 수백명 단위로.”
“예?”
록펠러 회장은 산업계뿐만 아니라 미국 침례회의 거인 중 한명이었다.
록펠러 회장의 독실한 신앙심을 비춰보면 침례회의 선교요청을 흔쾌히 허락해줄 공산이 컸다.
사사삭-
꾸욱.
“이건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
“이건….”
“미국 성공회와 영국 성공회 본부로 대한제국에 수백명 단위로 선교사를 파견시켜달라는 요청서.”
“맙소사….”
침례회에 록펠러가 있다면.
성공회에는 모건이 있었다.
사사삭-
꾸욱.
“그리고 빈민들에게도 종교를 전파하려면…. 구세군(The Salvation Army)이 좋겠군.”
“구세군이면 영국의 그 군대식 기독교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거기에도 보내고.”
마지막으로.
사사삭-
꾸욱.
봉인씰을 눌러서 제임스에게 건넸다.
“어?”
제임스는 편지지의 수신인을 보더니 경악했다. 그는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건…..”
“자네가 생각하는 그 곳 맞아.”
할거면 제대로 하자.
그게 내 모토다.
“파리 외방전교회에도 한 부 보내게.”
파리 외방전교회.
흔히 프랑스 선교사하면 떠올리는 그 교황청 직속 가톨릭 기관이 맞다. 병인양요, 프랑스가 군함 몰고 쳐들어오는 그거.
아이러니하게도 제국주의 시기엔 파리 외방전교회가 천주교 선교집단 중에선 그나마 순한 편이었다.
‘교황청에서 좋아 죽으려 하겠군.’
그래.
유럽권을 끌어들이려면 가톨릭도 섞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