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39)
“침례교도로서 참으로 반가운 일이군. 마치 신의 계시처럼 내 과업이 내려진 것만 같아. 좋은 의미로.”
뉴욕의 한 침례교회.
록펠러회장은 예배를 마치고 나와 교회 인근을 산책하고 있었다. 우리 주위로는 핑커톤 탐정들이 무서운 눈으로 주위를 경계하며 우리를 호위하고 있었다.
“대한제국은 익숙한데 어디에 붙어있는 나라지?”
“청제국과 일본열도 가운데 위치한 반도입니다. 일본 열도에서 해상운송으로 물자를 실어날라 항구로 입항시킨다면, 대한제국에서 청제국과 제정러시아로 육상수송을 보낼 수 있습니다.”
“꽤나 전략적 요충지군.”
록펠러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철도환경은 잘 깔려 있나?”
“예전에 일본이 경인선을 깔았다는 얘기는 들었던 것 같긴 한데, 아마 완공은 못했을 겁니다. 일본제국이 파멸했으니까요.”
“아, 제2차 도쿄조약으로 일본국은 대한제국에서 받아낸 이권을 다 토해냈었지. 기억이 나는군.”
현재 대한제국에 깔린 철도는 몇 없었다.
록펠러는 이 의미를 한방에 꿰뚫어보았다.
“즉슨 근대화가 아직 시작도 안 했단 소리군. 산업혁명 말일세.”
“예, 아직 공업화가 안 된 전근대 국가입니다. 철도환경이 깔리지 않았으니 수송환경은 최악이고요.”
“전국 도로설비도 그닥 좋지 못할테고.”
“한강이라고 거대한 강줄기가 수도주위를 감싸고 있지만 미국처럼 전국으로 뿌리내린 구조는 아닙니다.”
“해상운송도 썩 좋지 않은 편이고. 다만 수도로 한번에 찔러들어갈 순 있겠군.”
“군함정도는 들어갈 겁니다. 드레드노트급 전함은 무리지만요.”
“영 에매해.”
록펠러 회장의 입가가 말려올라갔다.
이게 사업가 기질인가. 어렵다고 말할수록 그는 점점 흥이 돋아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수도인 한양만큼은 극동에서 가장 근대화가 진행된 지역일 겁니다.”
“수도집중 정책인가. 나쁘지 않아.”
원래 근대화는 일종의 규모의 경제다.
근대화를 시작한 대한제국에게는 모든역량을 수도로 집중시키는 것도 방법이긴 했다.
“그런 주제에 인구는 또 많군.”
“대부분 빈민들이지만요. 저희 미국이나 유럽열강들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그래. 하지만 몇십년 뒤에는 또 모를 일 아닌가. 결국 인구는 국력일세. 청제국만 봐도 견적이 나오지.”
그렇지.
청제국 그 인구돼지를 보면 견적이 나오긴 한다.
“시장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겠군.”
“꽤 먼 이야기지만요.”
“게다가 침례교도로서 선교할 국가가 있다는 소식은 아주 반가운 소식일세. 설령 한반도가 똥땅이라고 했어도 선교사들은 개의치 않지. 그곳에 사람이 있다면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날아다닐 걸세.”
“그럼 제 제안은 수락해주시는 겁니까?”
“수락은 무슨.”
록펠러 회장은 손으로 내 등을 툭쳤다.
“이미 진행하고 있네.”
“….빠르군요.”
“내가 잘 알고 있는 침례교 목사가 하나 있네. 동아시아에 흥미가 많던 작자니 알아서 잘 하겠지.”
편지를 보내고 뉴욕까지 올라오는데 3일도 안 걸린 것 같은데,
침례회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건가.
“보낼 선교사는 몇명입니까?”
“내 마음같아선 확 1천명을 밀어넣고 싶지만, 미국 전역의 침례교 선교사들을 모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네.”
“그렇습니까.”
“결과적으론 1천명 이상 파견나가기로 합의했네.”
록펠러가 말했으니 아마 정말로 침례교도 1천명이 선교를 위해 대거 대한제국으로 유입될 것이다.
하여간 종교쟁이들은 발빠른 것 하나 인정해줘야한다. 그곳에 사람이 있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선교하러 덤벼든다니까.
‘뭐, 어찌 보면 교회도 사업이라고 볼 수 있지.’
십일조라는 훌륭한 추심서비스가 있으니.
교회는 ‘성실한 프로테스탄트는 십일조를 지켜 하나님께 감사의 뜻을 전해야한다’는 명목으로 교회인들에게서 대금을 뜯어간다.
성실한 침례교도인 록펠러만 봐도 매번 들어오는 수익금의 10%를 침례교에 봉헌한다.
지금까지 봉헌한 총액이 1억달러라고 하니 미친놈이긴 했다.
“왜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예?”
“순 미친놈을 쳐다보는 눈빛이었는데. 내 기분탓인가.”
“…..예.”
눈치백단의 귀신같은 사람.
함부로 욕하면 안 되겠다.
미친놈은 취소 취소.
“대한제국 체신부라는 신설행정국이 설치될 겁니다.”
“편지로 말한 독점사업권을 배정해줄 기관이겠군.”
“예, 일단 저와만 계약이 되어있으니 저와 함께 진행하셔야할 겁니다.”
“최상이군.”
국가 하나를 테라포밍(?)시키는 일이다.
대한제국은 소국도 아니었고, 침례교 선교까지 할 수 있다고 하니 록펠러 회장이 싫어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중화대륙의 종단철도도 그렇고, 산서석탄공사도 그렇고. 이번 대한제국 선교 건도 그렇고. 내 말년에 기가막힌 사업들을 따내는군.”
“좋은 건 같이 해야죠.”
“그래 좋은 건 같이 해야지. 아군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잘 알고 있…..아.”
우뚝.
뉴욕 시내.
침례교회로부터 상당히 걸어온 시점. 록펠러는 잠시 멈춰서더니 나를 흘끔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심상치않게 굳어있었다.
“설마 다른 기독교파에도 이 편지를 보낸 건가?”
“예.”
순간 정적.
“모건의 성공회에는 당연히 연락했을거고. 그곳만은 아니겠지.”
“그곳만은 아니죠.”
또다시 정적.
록펠러의 말이 조금 빨라졌다.
“…..어디어디에 연락했나?”
“영국의 성공회와 구세군. 그리고 교황청 직속 파리외방전교회에 보냈습니다.”
“성공회랑 가톨릭?”
록펠러의 눈썹이 무섭게 치켜 올라갔다.
아, 청교도는 성공회랑 가톨릭을 싫어했지 참.
당연히 알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음험하게 웃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함을 가장했다.
‘록펠러 회장, 지금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겠지.’
메이플라워호.
가톨릭에서 분파된 영국성공회의 탄압으로 청교도 102명이 메사추세스로 이민을 왔던 사건.
무려 1620년의 일이다.
청교도가 무슨 상관이냐고?
침례회가 청교도의 영향을 받아서 파생된 기독교 종파거든. 성공회나 가톨릭과 영 사이가 안좋은 것이다.
우리 편을 탄압시킨 세력을 좋아하는 미친놈은 없었으니까.
“자네 노렸군.”
“하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젠장. 성공회 놈들이랑 가톨릭이 냄새를 맡았으면 골치 아파지겠어.”
록펠러 회장은 눈동자를 굴리며 머릿속으로 타닥타닥 계산을 굴리기 시작했다.
“내가 이래서 독점을 좋아하는 것일세. 경쟁은 머리가 아프니까.”
“그럼 독점하시면 되겠군요.”
성공회. 가톨릭. 침례회.
서로 사이는……더럽게 안좋지.
그런데 내가 던진 살코기는 대한제국 딱 하나네.
“…..이거 가만히 있을때가 아니었군. 미안하지만 이후 일정은 취소해야할 것 같아.”
“예, 다녀오세요.”
록펠러는 빠르게 자리를 파했다.
그의 얼굴엔 십자군 전쟁의 크루세이더마냥 결연한 의지가 서려있었다.
Deus Vult(신이 그것을 원하신다.)
왜 지금 이 한마디가 떠오르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꽤 재밌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우리 성공회의 아버지는 뭘하고 계시려나.”
***
“다 모였나.”
“예 회장님.”
뉴욕 월스트리트 23번지.
JP모건은행 본사.
철도이사회.
BNSF.
그레이트노던철도.
클래스 1 대륙횡단철도들을 운영하는 중진이사들이 전원 소집되었다.
“디트로이트 연준의장에게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네. 하지만 내용이 심상치 않아. 벌써부터 침례회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네.”
“침례회입니까?”
웅성웅성.
모건회장의 발언에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모건회장은 눈썹을 꾹꾹 누르며 정정했다.
“미안하군. 침례회는 말에 어폐가 있었군. 록펠러와 펜실베니아철도가 움직이기 시작했네.”
“타겟은 어디입니까?”
힐 철도이사.
태평양 힐라인의 주인공이자.
그레이트노던철도의 회장을 역임하는 철도계의 거인.
“대한제국.”
모건회장은 촤르륵 회의실 내부로 세계지도를 펼쳤다. 동아시아의 지도였다.
존 피어폰트 회장은 대한제국의 위치와 정보를 꽤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디트로이트의 모계가 조선계였으니.
“위치는 대략 이쯤일세.”
“절묘한 위치군오.”
“문제가 있다면 이 반도를 종단이나 횡단하는 화물철도가 없다는걸세.”
“오…..”
회의실에 참석한 이사들.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래, 간만에 우리들의 프런티어 정신을 울리는 희소식일세.”
“하지만 회장님 이곳은 구대륙의 내륙지방 아닙니까? 아무리 민간자본이 진출한다고 해도 잉글랜드 그 밥맛들이 좋아하지 않을 텐데요.”
롱-리처드 밀약.
그 내부사정을 아는 일부의 거물들이 참석한 대회의인 만큼 간접적으로 돌린 의문이 날아왔다.
맞지.
롱-리처드 밀약은 디트로이트의 주선으로 영국과 미국이 맺은 세계관할권 협정이다.
은괴러쉬 때, 수정된 제3차 롱-리처드 밀약에 따르면 한반도의 내륙은 잉글랜드 놈들의 관할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분명 수작질이 들어올 겁니다. 잉글랜드 그 음흉한 놈들, 성격이 얼마나 드러우신지 알지 않으십니까.”
“지저분하지.”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말했지 않나. 록펠러 가문. 즉 침례회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침례회가 개입하기 시작한다.
그 사실에 성공회가 발작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그놈도 모건 가문의 일원이라고 해야할까.
성공회인 자신들에게 조금 유리하게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영국 성공회 놈들과 움직일 예정이네.”
“같이 움직이다니요? 제휴를 맺고 동맹을 구축하는 겁니까?”
“비슷해. 영국 성공회놈들과 합작하면 영국왕실도 우리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네.”
교황청이란 중앙집권제의 천주교와 달리 교회는 각자도생의 재단사업이다.
물론 중심이 있긴 하지만 천주교만큼 단단하게 얽혀있지는 않다.
중앙의 통제에서 비교적 매우 자유로웠다.
“영국성공회와 제휴를 맺어 의료재단과 학교재단을 세우기로 합의했네. 영국본토와 대한제국 둘다.”
“아.”
임원들은 납득했다.
거액의 출자로 성공회와 함께 학교 및 의료서비스를 진행하겠다는 것.
교회가 타국에 선교를 나갈때 필수적으로 설립하는 재단들이었다.
“대한제국은 백지와도 같은 상태지. 우리들은 그 인프라를 독점해 처음부터 끝까지 구축해야할 필요성이 있네.”
“철도환경이 없다면 근대화도 아직인 전근대국가로군요.”
“그래, 인프라투자가 필요하네.”
인프라투자라 함은 비단 수송망 뿐이 아니다.
“직업교육, 공과교육, 대학교육이 미비한 국가일세. 학교재단을 세워 현지인들을 교육해 공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인재들을 양성할 생각이네.”
“인프라 투자는 저희가 독박쓰나요?”
“그럴리가.”
한 중소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일이다.
인프라 투자는 JP모건은행의 자본 외에도 대량 투입될 예정이었다.
“맥쿼리 인프라 투자은행이라고 내 아들 디트로이트 의장이 영국 정부의 영란은행과 합작해 인프라투자를 위한 합작투자은행을 설립했네.”
“그건….. 달콤하군요.”
“아주 달콤하지. 맥쿼리 인프라 투자은행은 오스트레일리아 철도환경을 위해 설립되었지만 대한제국에서 한번 시범적으로 운영해볼 예정이라더군 ”
“영국정부도 이정도면 눈감아주겠고요.”
“게다가 이번에 영국성공회도 뒤집어졌네. 침례회 놈들 뿐만이 아니야.”
모건회장는 헛헛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 아들놈이 파리외방전교회에도 편지를 붙였다군.”
“천주교…..!”
천주교.
그 마법의 단어에 회의실이 들썩였다. 침례회나 천주교도들이 이 회의실에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세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모건회장이 성공회니 다들 감화되기 시작했다.
“그래.”
모건회장은 기꺼운 듯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가톨릭도 이 거대한 선교전쟁에 참전한다.
“애석하게도 성공회와 침례회, 그리고 가톨릭은 서로 사이가 좀 좋지 않지. 치열한 포교전쟁이 시작될 걸세. 모두가 자본이란 칼을 빼들고 각자 기독교파의 확장을 위해 피터지게 싸우는 아레나(Arena)가 열리겠지.”
대한제국 자체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극동에선 전략적 요충지에다 사업적으로 유용하긴 하지만, 글쎄 거기까지다.
하지만 선교사들에겐 의미가 다르지.
문득 디트로이트의 말이 떠올랐다.
-돈이 모자르면 국부펀드에서 땡겨오면 되죠.
‘재밌어지는군.’
달러가 마를 일은 없다.
모건회장은 디트로이트를 떠올리며 앞으로의 구상을 이어나갔다.
“단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성공회든 침례회든 가톨릭이든! 그 끝에 선 최후의 승리자는 JP모건은행이어야하네. 알겠나!”
“예!”
JP모건.
뉴욕 금융왕이 기지개를 켰다.
***
파리외방전교회(MEP).
“주교님, 교황청으로부터 답신이 왔습니다.”
달칵.
검은 사제복의 신부가 주교실로 들어왔다. 주교는 전보를 받아들었다.
“빠르군요.”
“아무래도 저희에겐 의미깊은 지역인지라.”
“병인박해. 예, 저도 기억이 납니다.”
주교는 한동안 전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신부들은 그런 주교를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주교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Amen).”
탁.
작은 목소리로 성호경을 그은 주교는 책상에 전보를 엎었다. 신부들은 긴장을 머금었다.
이윽고 주교의 입술이 열렸다.
“형제자매 여러분.”
“예, 주교님.”
“벌써 미국의 침례회와 영국의 성공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군요.”
신부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주교의 입가에 맑은 미소가 올라왔다. 웃고있는 눈매 속으로 이글이글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저희도 늦지 않게 복음을 전파합시다.”
툭.
의문의 편지봉투.
그곳엔 봉헌금이란 이름으로 대량의 수표가 동봉되어 있었다.
– 디트로이트 도 모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