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41)
“영란은행에서 나왔습니다.”
뉴욕 헤지펀드 본사.
그 인근에 맥쿼리 인프라투자은행의 북미지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영란은행의 의결권 100%를 위임받았으니 영국본부는 껍데기였고, 이곳 북미지사가 사실상의 운영본부였다.
“반갑습니다. 디트로이트 모건입니다.”
오늘은 간단한 미팅이었다.
대한제국의 인프라산업에 대한 철도회담을 진행하기 전 서로 입을 맞추기 위해 모였다.
본격적 회담은 내일부터 월도프-아스토리아에서 개최된다.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영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자 맥쿼리 인프라투자은행에 49.9% 출자를 한 대주주였다.
‘그나저나 얼굴이 익숙한데?’
나는 상체를 당겼다.
“저희 어디서 뵙지 않았습니까?”
“허허, 상하이 공황 때 홍콩에서 뵜습니다. 기억안나십니까?”
“아! 기억납니다. 그때 그분이셨군요?”
상하이공황.
오랜만에 듣네.
“디트로이트 의장님의 등위게임은 꽤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자유방임주의의 신봉자들 앞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찢어버리셨지 않습니까. 하하.”
내용과 다르게 다행히 나무라는 어조는 아니었다.
그는 진짜 신선했다는 듯 허허 웃으며 콧수염을 쓸었다.
“영란은행의 이사회에서도 디트로이트 이사님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경제사적으로 의미있는 행보에 흥미를 보이고 있죠.”
영란은행에게 주시받는다라.
“영광입니다.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앞으로 영란은행과 일하실 때는 꽤 편하실 겁니다. 다들 생각보다 호의적입니다. 의외로 저희 영국인들은 이런 부분에 있어선 개방적이거든요.”
….그런가?
지네들 입으로 ‘의외로’라고 말하고 있지만.
아무튼 유리하다니까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대한제국에 관한 건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대한제국의 철도환경은 사자성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무주공산.
경성에서 인천까지 경인선이 반절 정도 깔리긴 했지만 일본제국이 사시미로 회쳐지면서 공중분해되어버렸다.
그 외엔 의미있는 철도환경이 구축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더해 수송을 담당할 도로 사정은 더 최악이었고.
둘다 손봐야 한다.
“다행인 점은 대한제국의 인구수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당장에 수중에 쥔 돈이 없어 이용률이 적겠지만 산업화를 진행해 생활수준을 끌어올릴수만 있다면 철도회사의 매출도 기하급수적으로 오를 예정입니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라. 흥미로운 관점이군요.”
“예, 시장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자본이 많아질수록 기업들의 매출이 오르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중앙은행이 국가의 경기상황을 보고 긴축할지 말지를 정하는거잖아.
‘아. 잠깐만.’
내가 어쩌면 시대를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이 시대는 수요에 기반한 이론이 아닌 공급위주로 사고가 돌아가는 시대였다.
하지만 영란은행의 이사는 제법 흥미로운 듯 해보였다.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공급만 무지막지하게 늘려서 경제를 돌린다는 건 제국주의자들이나 하는 무식한 소리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모두 식민지들이거든요.”
“그건 그렇죠.”
과잉투자 과잉공급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던 시대다.
왜?
시장이 없어지면 새로운 식민지를 파밍해서 물건을 사줄 시장개척하면 되거든. 무조건적으로 공급을 확대해도 그걸 받쳐줄 수요들이 충분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국주의자들의 그런 무식한 논리를 신봉하지 않으니 걱정마시지요. 저는 당신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예.”
“아무튼, 대한제국의 철도환경은 그럼 여객철도 보다는 화물철도 전용으로 만들어야겠군요.”
“그렇습니다.”
화물철도가 수익성이 좋지.
거대한 기업 몇개만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화물수송량도 큰 문제없고.
“아마 맥쿼리에게 금방 배당받을 수 있을겁니다.”
맥쿼리의 투자는 필요하든 말든 한반도에서 사업하려면 무조건 받아야한다.
협정상 영국관할이었으니 영국정부와 협력해야한다.
“어째서 장담하시죠?”
“마침 저희에게 희소식이 들어왔거든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철광산이 터졌습니다.”
며칠 전, 호주로 지질조사를 떠난 스미소니언의 지질조사팀이 보고를 올렸다. 광업회사에서 현재 철광산을 개발하고 있으니 금새 철광석을 캐올릴 수 있기 될 것이다.
“곧 철광석이 쏟아질 겁니다. 화물철도운임은 보장된 셈이죠. 그뿐이 아닙니다.”
장담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철광지도는 내 머릿속에 들어있었으니 성공확률 99.99%다.
“오스트레일리아에도 철도 깔아야죠. 앞으로 꽤 바빠지실 겁니다.”
맥쿼리 인프라 투자은행.
오스트레일리아에도 철도 깔아야할거다.
***
뉴욕.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
대한제국 철도회담.
“다들 모이셨군요.”
스탠더드오일, JP모건은행.
두 산업계의 거인이 호텔에서 회담을 개최했다. 하청회사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록펠러회장과 모건회장은 상석에 앉아있었다.
나는 마주본 그들 가운데 앉아있었고. 영란은행 이사는 완전 관전자 모드로 팔짱까지 꼈다.
나는 화담장을 쭉 돌아보았다.
“사실 오늘 회담에서 철도 그 자체는 별것 없습니다. 종단이나 횡단철도를 깔아야 추가 철도사업이 유의미해집니다.”
인프라투자도 한걸음부터.
“이미 항만부두 건설은 대한제국 체신부를 통해 여러분들이 맥쿼리 인프라 투자은행과 합작해 참여하셨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촤근 뜨거운 감자다.
당연히 다들 알고 있겠지.
“이제 철도입니다.”
콱.
나는 만년필로 지도를 콕 집었다.
그리고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직선으로 흑선을 쫙 그었다.
“참, 간단하죠? 프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한 미국인에게 이보다 쉬운 것은 없습니다. 조금 ‘사소한’ 문제를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화담 참석자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철도이사들과 하창업체(보통 건설대기업이다)의 사장들이었다.
나는 세치 혀를 계속해서 놀렸다.
“우선 대한제국은 아무런 인프라도 없습니다. 19세기 초 서부개척시대처럼 아무런 것도 없는 황무지란 말입니다. 서부개척시대와 조금 다른 점은 한반도에는 사막이 없습니다.”
“오….”
좋아하지 마라.
대신 동장군이란 혹독한 추위가 있다.
“훌륭한 점은 옆나라 청제국에는 저급노동력으로 마음껏 굴릴 수 있는 쿨리들이 넘쳐흐른단 겁니다. 조선인들보다 훨씬 싼 인력들이 넘쳐납니다.”
“오오오!”
점점 눈빛이 살아난다.
태평양을 끼고도 쿨리들을 대규모로 수입해온 미국이었으니, 쿨리들의 노동력이 얼마나 귀중한지 몸소 깨닫고 있을 것이다.
“일본열도에서 현재 어떤 사업권들이 오가고 있는지 이곳에 참석하신 여러분들은 알고 계실겁니다.”
일본횡단철도.
시모노세키부터 시작해 요코하마까지 관통하는 철도가 부설되고 있다.
이것들이 완성된다면.
“뉴욕항, 대륙횡단철도, 캘리포니아항구, 태평양의 대항로 힐라인, 요코하마항, 일본횡단철도, 시모노세키항, 부산항, 경부선.경의선을 일렬로 잇는 거대한 물류망이 구축됩니다.”
“민망하군.”
자신의 이름을 딴 항로의 이름에 그레이트노던철도의 힐 이사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지만 무시했다.
힐라인으로 빨아들인 수익을 생각하면 저놈은 저럴 자격 없다.
철도회담장에는 웅성이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여러분. 뉴욕에서 중국까지 원패스로 물류망이 구축된다고요.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시겠습니까?”
조선횡단철도가 이어지면 만주의 동철철도와 이어지게된다. 만주의 동철철도는 몇년뒤 완공될 중국종단철도와 만난다.
그 뿐인가.
시베리아횡단철도와 만난다.
‘이게 유라시아횡단철도지.’
유라시아횡단철도와 대서양항로가 이어진다면. 뉴욕에서 시작해 최단거리 물류망이 원패스로 하나로 이어지게 된다.
전지구적인 규모.
국제물류망은 대륙을 뚫고 대양을 뚫어 일직선에 가까운 최단거리를 잇는다.
‘물론 유라시아횡단철도는 나와 삭스만 알고 있는 내용이지.’
지금의 이들에겐 뉴욕과 중국까지만 이어도 만족스러워할 것이다. 그것도 지구본으로 보면 베이징까진 거의 일직선이다.
“디트로이트, 이건 사전협의에 없던 내용이군.”
모건회장이 허탈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단번에 지구본 반을 일직선으로 그어버린 스케일에 혀를 휘둘렀다.
하지만 기분은 좋아보였다.
“이건 뭐…뉴욕,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요코하마, 시모노세키, 부산, 신의주에 만주, 베이징, 한커우 혹은 상하이, 광저우까지 이어지는…. 하하 미치겠군.”
쾅.
책상을 내리친 모건회장은 껄껄 웃었다.
지도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선 꿀이 뚝뚝 떨어졌다.
대만과 필리핀까지 겹쳐라.
동남아시아항로를 거쳐 중동항로까지 열린다.
중국의 4억 인구시장.
조선의 1천만 인구시장.
일본의 4천5백만 인구시장.
동남아시아까지 합치면 6억에서 7억까지 불어난다.
“모건, 자식농사는 이렇게 짓는 건가.”
록펠러는 신기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자식농사? 자네 농담이지? 이건 내가 자식에게 교육당하고 있다고.”
뉴욕의 금융왕은 내 등을 팡팡 치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말이 맞군.”
록펠러는 의자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철도전성시대는 도금시대로 끝났다고 생각했건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던가.”
툭툭.
록펠러 회장은 나를 바라보았다.
“이번 프로젝트, 지휘는 전적으로 의장에게 맞기겠네.”
“나도 아들 덕 좀 볼까.”
“자네 양심은 어디다 팔아먹었나.”
“그런게 있었나 모르겠군.”
“저런.”
록펠러는 혀를 끌끌 찼다.
“아무튼.”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부탁하네. 디트로이트.”
나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손을 마주잡았다.
“저야말로요.”
나는 감히 장담한다.
인류 철도의 역사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아참, 맥쿼리 투자은행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인프라투자가 내정되었습니다. 철도, 항만시설 전부 새롭게 깔릴 겁니다.”
“그 말은···”
“참고하시라고요.”
– 우와아아아!!!
오세아니아.
새로운 시장까지 개척되었다는 소식에 철도회담장은 광란의 포효가 터져나왔다.
***
월도프-아스토리아 철도회담이 마무리되고.
록펠러는 스탠더드오일의 뉴욕본부로 돌아왔다. 뉴욕 본부엔 미리 불러놓은 선객이 있었다.
“디트로이트. 그놈 미친놈이더군.”
록펠러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고는 접대용의자에 털썩 앉았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심장이 터질듯이 부풀어올랐다.
“자네, 뉴욕에서 화물을 운송해서 중국 한커우까지 옮기려면 시간이 얼마나 드는지 아는가?”
“한커우면 중화대륙의 내륙지방 아닌가.”
“맞네. 자네도 스탠더드의 창립멤버라면 알지 않나. 물류운송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자네 스탠더드오일의 재무담당 아닌가.”
“그래, 알지.”
“한가지 덧붙이자면, 태평양의 대항로. 힐 라인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네.”
록펠러의 물음에 그는 턱을 쓸었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반년은 걸리겠군. 그것도 아주 운이 좋았을 때.”
개척되지 않은 태평양은 망망대해 그 자체고.
개척되지 않은 중국내륙은 오지 그 자체였다.
전에 록펠러가 언질해준 한반도의 육상수송망이 없다고 치면 일본열도를 시한해 상하이까지 배로만 가야한다.
‘철도없이 상하이에서 한커우까지 가라고?’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그 모습에 록펠러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태평양 힐라인이 구축되고, 일본열도에 횡단철도가 깔리고, 한반도 부산에서 한커우까지 철도가 직통으로 연결된다고 가정하면?”
“잠시만 기다리게.”
그는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렸다.
하지만 의외로 간단했다. 뉴욕에서 대륙횡단철도, 힐라인, 일본횡단철도를 거쳐 부산에 도착.
그 이후엔 한커우까지 직통으로 연결된다?
“최소한으로 잡아볼까?”
“마음대로 하게.”
“잘만하면 1, 2달까지 단축할 수 있겠군.”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록펠러의 반응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일어나버렸군.”
“그래, 모든 것이 한사람의 손에서 탄생한 괴물같은 역작일세.”
“괴물이라니, 같은 미국인 아닌가. 불세출의 천재라고 부르도록하지.”
“그래. 그거나 그거나.”
록펠러는 조금 지친 듯 의자등받이에 몸을 파묻었다.
“그나저나 나를 따로 부른 이유는 뭔가.”
“아 그래. 자네를 부른 이유가 있었지.”
록펠러는 상체를 당겼다.
“자네, 내 기억하기론 장로교의 장로였지?”
“맞네. 스탠더드오일로 돈 좀 벌어서 자선활동을 하니 어느새 장로까지 올라와있더군.”
“자네, 언더우드라는 선교사를 알고 있나?”
언더우드.
물론 알고 있었다.
대한제국에 대한 얘기가 나올때부터 왠지 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고.
“록펠러.”
“왜 부르나.”
“몇달전 카네기홀에서 에비슨이라는 한 의사가 대한제국에 대해 연설을 하더군.”
그 의사는 처절했다.
대한제국의 현실에 대해 후원자가 될 카네기홀의 방청객들에게 피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했다.
– 조선에는 병원들은 병원이라 부를 수 없을만큼 빈약합니다. 간호사도 없이, 단 한명의 의사가 모든 것을 운영합니다.
어조는 담담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울분과 감정은 화산처럼 폭발하고 있었다. 의사로서의 사명감까지 느껴졌다.
“전근대의 국가일세. 그토록 험한 열악한 땅에 록펠러 자네가 신경쓴다는게 놀라울 따름이었네. 하지만 자네가 말해준 그 물류망을 들어보니 자네가 신경쓸만한 가치는 충분하겠군.”
그는 스탠더드오일의 일선에서 물러난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록펠러를 잘 알고 있었다.
“자네는 언더우드 그 친구가 대한제국이란 험지에서 수십년동안 구르면서 체득한 귀중한 정보를 얻고 싶은거군.”
제중원.
언더우드의 노력으로 세워진 대한제국의 의료시설이다. 제대로 갖춰진 최초의 근대병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의료기관이자 의료대학이었다.
“맞네.”
“대신 장로교와 침례회가 손을 잡자는 소리고.”
“성공회놈들은 영국정부가 등판했네. 파리 외방전교회는 교황청이 직접 손을 쓰기 시작했어. 침례회만으로는 좀 힘들군.”
“그렇겠지.”
대한제국은 저래 봬도 인구 1천만의 국가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
게다가 종교의 자유를 선포한 국가.
기독교 교파들에게 이만큼 먹음직스러운 선교대상이 또 있을까.
선교대상이 되는 교인들은 충실한 시장의 소비자가 된다.
그 시장을 종교로 구축한다.
“나를 찾아와 언더우드의 얘기를 하는 건 의료재단에 힘을 쏟고 싶다는 얘기겠고.”
“그래. 의료재단만큼 사람을 끌어들일 최적의 기관은 좀처럼 찾기 어렵네. 내 친구로서 부탁 좀 해도 되겠나?”
록펠러는 오래된 친우의 손을 붙잡아 간절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세브란스.”
< 근대화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