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50)
스웨덴(Sweden).
북유럽에 위치한 입헌군주국이다.
“스웨덴의 제약 업계는 좀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들은 현재 독일-스위스 제약회사들의 독점벽에 둘러싸여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내 말에 화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탓에 스웨덴 내부에서 자국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내가 스웨덴의 제약 업계에 대해 잘 아는 이유가 있다.
빙의하기 전, 나도 코로나에 걸려봤고 백신도 맞아봤다. 백신 부작용도 겪어봤고.
자연스레 제약 업계에 대해 관심이 좀 생겼다.
‘애초에 월스트리트에서 제약 업계에 관심 없는 트레이더나 매니저는 없었지.’
코로나시기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라면 다들 한 발자국씩 담그고 있었다.
나는 그 속에 섞여 월스트리트에서 제약 업계의 미래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레포트를 집요하게 분석했었다.
그때, 유명했던 제약회사가 몇 있었는데.
모더나, 화이자, 얀센 그리고….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다.’
“스웨덴의 제약사들은 아직 논의 단계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투자자들도 없고, 마땅히 키울 제약회사도 없고. 키워봤자 독일계에게 다 죽을 것 같으니 당연한 결과죠.”
“저도 독일에서 약학을 수학할 때, 스웨덴에 대해 그렇게 들었습니다.”
“자세하게 아시네요. 그럼 얘기가 더 빠르겠군요.”
이어서 말하자면.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이루어졌다.
아스트라(Astra AB)와
제네카(Zeneca Group)다.
제네카는 영국국적의 회사였고 1993년에 설립된 나름 신생기업이지만.
아스트라(Astra AB)의 설립은 19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럼 스웨덴에서 새로 설립하려는 제약회사의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아직 논의 중이긴 합니다만.”
“글쎄요. 저도 독일에서만 주워들어서 거기까진 자세하게 잘 모릅니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스트라(Astra)입니다.”
“아스트라….?”
“라틴어로 ‘별들’이란 의미죠.”
스웨덴 제약업계가 독일-스위스 제약회사들의 독점벽을 부수기 위해 설립한 국산제약기업.
그것이 아스트라의 기원이다.
‘하지만 개같이 멸망하지.’
야망은 컸다.
유럽대륙에 필적하는 스웨덴 대규모 화학그룹을 만들기 위해 ASF가 아스트라를 인수했지만, 재정적 문제로 파산했고.
결국 강제로 청산당했다.
스웨덴은 아스트라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 탓에 아스트라는 구제금융을 받으며 여기저기 치이며 인수당하고 뱉어지고 별의별 고충을 다 겪었다.
결국 나중에 구원을 받게 되는데.
이때 도와준 가문이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재벌가문인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이다.
“뭐, 별들이란 야망 찬 이름과는 달리 재정적으로 쪼달리는 탓에 시작조차 못해보고 있는 실정이죠.”
“재정적으로…..설마.”
“예, 예측하신 대로입니다.”
나는 깍지를 끼웠다.
“저는 화이자의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스웨덴과의 합작회사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대규모 자본을 쏟아부을 예정입니다. 독점적인 지위만 잡으면 라이센스 생산만으로도 수익은 넘쳐납니다.”
스웨덴과의 합작법인.
물론 스웨덴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법인을 설립한다. 스웨덴 정부지분이 들어간 이상, 스웨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날아다닐 수 있었다.
즉, 합작법인은 헤지펀드의 자금동원력과 스웨덴의 자금동원력을 등에 업고 혜성처럼 제약 업계를 집어삼킨다는 계획이다.
화이자는 당황했다.
“그럼 굳이 저희 화이자가 아니어도…..”
“아니요. 저희 헤지펀드는 화이자를 지주회사로 놓고 제약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이자의 이름으로 통합된 대규모 화학그룹. 원하지 않으십니까?”
“….!!!”
대규모 제약과 화학그룹.
화이자는 전율했다.
스웨덴은 거절할 수 없다.
애초에 스웨덴 정부에게 유리하게 맺어지는 합작법인인 만큼 거절할 이유도 없고.
내가 화이자를 통해 대규모 현금동원력을 행사할 예정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고용?
그까짓 고용, 스웨덴에 대규모로 제약산업시설을 짓지 뭐. 스웨덴 정부를 구슬려야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부족한 자본을 내가 들고 있었다.
“제 말이 좀 설득력 있어 보입니까?”
“예… 30%를 양보하는 것으로 70%를 얻어내는 방식이군요.”
“세상에 대가 없는 이익은 없습니다. 스웨덴에도 줄 건 줘야죠.”
“과연, 감탄했습니다.”
화이자는 눈을 반짝 빛내기 시작했다.
“디트로이트 의장님이 왜 초대 연준의장으로 선임되셨는지 알 것 같군요. 국가단위로 노신다더니 진심이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이 정도를 크다고 하면 안 되는데.
이제 곧 나올 계획에 비하면 이 정도는 밑작업에 불과하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야, 스케일은 문제가 아니지.’
나는 사업계획서 하나를 더 꺼내들었다.
“계속해서 들으시겠습니까?”
“예! 부디.”
화이자는 이미 푹 빠져있었다.
다음 나올 계획은 화이자의 목표에 결정적으로 부합하는 사업이었다.
문제라면, ‘해외진출’이라는 소박한 목표 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라는 게 걱정이지.
아직 소박한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화이자가 많이 놀라지 않아야할 텐데.
“다음은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의 토끼바이러스 사업입니다.”
“예?”
토끼바이러스?
화이자는 또다시 눈썹을 찌푸렸다.
***
오스트레일리아 연방.
그들은 최근 심각한 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들은 바로 토끼들의 번식이었다.
농담이 아니다.
그 귀여운 토끼들이 무려 억 단위로 번식해 오스트레일리아의 생태계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있었다.
사막화가 미친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번식력이 얼마나 뛰어나는가.
24마리의 토끼가 1년 만에 수천 마리로 불어난다.
“현 오스트레일리아에는 토끼들의 천적이 없습니다. 자못 심각하지 않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 천적이 없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끼는 초원을 갈아마셔 황폐화시키는 재앙신이나 다름없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바퀴벌레.
그것이 토끼다.
“사막화가 빨라지겠군요.”
“예,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토끼를 박멸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아붓고 있죠. 심지어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는 토끼를 박멸할 방법을 제시한 사람에게 현상금까지 지불하고 있습니다.”
“…..심각하군요.”
화이자는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가 토끼박멸을 위해 현상금까지 걸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토끼문제가 그렇게 심각하다고?
화이자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잠시, 잠시만요. 디트로이트 의장님.”
“예.”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 토끼가 저희 화이자 제약회사랑 무슨 연관입니까? 애초에 토끼바이러스는 또 뭐고요.”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는 결국 토끼를 박멸할 수단을 찾은 겁니다.”
나는 탁. 사업계획서를 탁자 위에 올렸다.
“토끼를 사멸시킬 바이러스의 개발이죠.”
“…..아!”
화이자는 탄성을 내질렀다.
“확실히 토끼를 박멸시킬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면 빠르게 사멸되겠군요.”
“예, 면역이 생기지 않는 한 말입니다.”
“……!!!”
화이자는 입을 턱 다물었다.
그도 이제 슬슬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의미를 깨닫고 있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는 현재 파스퇴르 연구소에 토끼바이러스를 의뢰해 놓은 상황입니다.”
“파스퇴르!”
“예, 프랑스 제일의 생물의학 연구소 아닙니까. 하지만 파스퇴르가 순순히 받았다면 제가 사업계획서를 들고 오지 않았겠죠?”
내가 밀당을 시전하자, 화이자는 점점 달아오르는 듯 상체를 점점 앞으로 당겼다.
좋아.
내 페이스로 넘어왔어.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의 자금부족으로 파스퇴르 연구소의 연구가 중단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자금부족이군요.”
“원래 제약회사들이 망하는 이유의 99%가 자금부족입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머지 1%는 손해배상소송이구요. 이것도 결국은 자금부족이네요.”
화이자의 상체는 완전히 앞으로 밀착되었다.
“그 말은…..”
“예.”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사업을 저희가 따올 생각입니다.”
하지만 흥분했던 화이자의 표정이 급 어두워졌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도 감당하지 못해서 진행하지 못하는 사업인데, 저희 화이자가 수익을 낼 수 있겠습니까?”
“못 내죠.”
“예?”
화이자는 벙쪘다.
나는 검지를 치켜들었다.
“대신,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는 저희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아!”
“예,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다면 오스트레일리아 제약업계도 저희가 접수할 수 있습니다.”
목줄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은 토끼 박멸을 위해 화이자에게 계속해서 의지할 수 밖에 없어진다.
설령 화이자에서 토끼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진척이 없다 해도, 토끼바이러스를 위해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스트레일리아는 우리에게 의지하게 된다.
결국 재정적인 문제다.
‘로비 아니냐고? 로비 맞다. 명분과 미래가 걸린 합법적인 로비.’
사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미 토끼바이러스가 해답이라고 내심 못 박아 놓은 상황이었다.
그러니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다.
“아까 말씀드렸죠? 오스트레일리아 토끼바이러스는 언젠가 항체가 생깁니다. 일시적인 박멸효과만 있을 뿐, 금세 면역토끼들이 쏟아져나올 겁니다.”
“하긴 토끼가 수천만 단위로 쏟아지고 있으니 항체가 생겨날 수밖에 없겠네요.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도 난처해지겠군요.”
“예, 곤란하겠죠.”
나는 미소를 지었다.
“계속해서 저희 화이자에게 토끼바이러스를 의뢰해야할 테니 말입니다.”
“……!!!”
화이자는 눈을 부릅떴다.
저러다 눈 찢어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크게 떴다.
“이미 그때 쯤이면 화이자 연구소는 토끼바이러스에 대한 방대한 연구자료를 쌓아놓았을 겁니다. 파스퇴르와 계약할 때 돈 좀 더 얹어주고 연구자료에 대한 권리를 저희가 가져오도록 협상하면 저희는 압도적인 갑이 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정부지원금을 최소한으로 해결하기 위해 성공 확률이 높은 화이자에게 계속해서 의뢰할 수밖에 없다?”
“의뢰가 반복될수록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저희의 입지는 점점 커질 겁니다.”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를 우리가 구속한다.
그들의 시장을 우리가 오래도록 석권할 수 있게 목을 쥔다.
‘사실상 나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현재 영국정부의 벨푸어 내각은 나와 대립각을 세우려고 한다.
제일 먼저 타겟이 될 시장은 오스트레일리아가 될 것이라고 예측되었으니,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주도권을 내가 선수를 쳐 틀어쥐어야 한다.
‘영국 정부는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에 대한 억지력이 영연방 중 가장 약하다.’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는 영연방의 구성원들 중 가장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며, 영국정부의 억제력에 대한 반항이 가장 격렬한 곳이다.
‘내가 토끼바이러스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를 뿅 가게 만들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를 접수한다.
나는 오스트레일리아 행정부에 목줄을 걸어 내 철강과 철도이권까지 보호한다.
‘잘만 되면 최상이다.’
나는 팍스 아메리카를 만들기 전까지, 이권들의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우선 화이자부터.
나는 그를 쳐다보고 검지를 세웠다.
“또 다른 이권이 있습니다.”
“또요?”
“예, 화이자는 현재 세균학이나 바이러스를 연구할 연구진이 부재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파스퇴르연구소와 오스트레일리아 토끼바이러스를 명분으로 연구협력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맙소사.”
파스퇴르 뽕으로 화이자의 기술력을 높인다.
자금이 어마어마하게 깨질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리 많은 자본이 아니다. 이후에 오스트레일리아와 스웨덴 제약업계를 집어삼키는 것으로 다 만회할 수 있는 수준.
“파스퇴르와 협력으로 화이자 연구진의 기술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면, 국제적인 위상과 함께 역량도 성장할 겁니다.”
무려 노벨상수상자들을 한 트럭 쏟아낸 파스퇴르 연구소다. 뭐라도 배워오겠지.
“화이자는 제 막대한 자금지원을 토대로 빠르게 국제적인 플레이어로 부상하겠죠.”
어쩌면 21세기 미국의 화이자를 더 빠르게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마지막 사업계획서 제안인데…..”
탁.
나는 비장하게 사업계획서를 탁자 위로 내려놓았다.
화이자는 꿀꺽 침을 삼켰다.
“바이엘(Bayer)과의 인수합병 건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