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54)
“갑작스럽게 연락주셔서 놀랐습니다.”
드레스드너 은행.
나는 얄마흐 샤흐트와 함께 드레스드너방크 행장실에서 콜라를 나눠마시고 있었다.
치이익-
내가 콜라를 들이키자 샤흐트가 얇은 웃음을 지었다.
“하하, 저희 독일제국에도 코카콜라 공장이 진출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디트로이트 의장님께서 콜라광이시라고 하더군요.”
“누가낸 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합니다. 제 혈관에는 검은 탄산수가 흐르고 있거든요.”
“오 그건 저와 비슷하군요.”
샤흐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 혈관엔 검은 커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군요.”
“예,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일순.
우리 둘은 왠지 모르게 숙연해졌다.
“아무튼.”
샤흐트는 헛기침을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내가 오늘 샤흐트를 찾아온 이유는 여러가지 있었지만, 은행업무는 드레스드너에서 주관해달라고 부탁하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저희 드레스드너를 바이엘의 분할 및 인수합병의 주관사로 선정하고 싶으시다는 말씀이군요.”
“예, 가뜩이나 미국인인 제가 독일제국에서 독일투자공사란 이름으로 투자를 하고다니면 얼마나 눈엣가시겠습니까.”
실제로 견제는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독일투자공사에 대한 기사들이 독일언론사들을 텅해 쏟아져나왔고, 미국인이 운영하는 독일투자기관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잠깐’ 나왔었던 것이다.
‘바이엘의 짓거리겠지.’
누가 한 일인지는 명명백백했다.
“일단 드레스드너의 그림자에서 숨 좀 돌리려고 합니다. 게다가 저희 미국 쪽 뉴욕은행이 은행업무를 주관하면 모양새가 좀 이상해지지 않겠습니까.”
“저야 디트로이트 의장님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샤흐트 은행장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디트로이트 의장님의 스케일은 금융가 상류층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소문이 돌더군요. 특히 미국투자은행의 이사들 사이에선 도시괴담 수준으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아….”
그거.
아마 괴담 아니야.
“일본 금융계를 틀어쥔 일본의 그림자정부라던가.”
맞지.
“미국 군수업계가 디트로이트 의장님의 허가가 없으면 공장자체가 돌아가질 못한다던가.”
…맞지.
“하물며 미국조선업을 다 집어삼킨 독점기업이라는 둥, 괴담들이 많이 떠돌아다니더군요.”
……드레드노트도 내가 만들고, 뉴포트뉴스 조선소에 베들레헴 조선소까지 인수했으니 맞나?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내 눈앞이 샤흐트는 그기 전부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는 ‘에이 설마’ 따위의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그 누구도 증명하진 못했습니다. 도시괴담이 다 그런 수준이지요.”
“하..하하…하…”
“은행가는 팩트에 기반해서 움직여야하는 법이죠.”
일단 내 기업들은 대부분 비상장회사들이니, 공시의무가 없다.
주주명부도 비공개라는 소리다.
일단은 당장 얄마흐 샤흐트가 주주명부를 얻을 일은 없을 것이다. 도시괴담이라고 굳게 믿겠지.
꿀꺽 꿀꺽.
나는 대답 대신 콜라를 들이켰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샤흐트가 진실을 알았다간 뭔가, 뭔가가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중에 독일 재무상까지 하게되는 인물인데…..음.
역사도 많이 바뀌었다.
그가 재무상이 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
‘…..본론으로 돌아가자.’
“드레스드너 은행에겐 우선 바이엘을 바이엘 제약과 바이엘 화학으로의 분할업무를 주관해주셨으면 합니다. 드레스드너라면 기업분할도 정부에서 쉽게 허가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예, 라이히스방크의 코흐 총재님에게 부탁하면 금방 끝나긴 할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화이자와 합병을 시킬 예정입니다.”
멈칫.
잔을 들던 샤흐트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의 시선은 커피잔에서 내게로 서서히 올라왔다.
“바이엘을 미국회사에 팔아넘기시겠다는 겁니까? 저희 독일투자공사 계약서에는 기술유출은 최소화해달라고 적혀있을 텐데요.”
“아닙니다.”
눈빛이 무섭게 가라앉은 샤흐트의 주변으로 찬바람이 으슬으슬 불어왔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제대로 증거자료를 준비해왔지.
“이건 바이엘의 구조조정과 정상화를 위한 작업입니다. 미국제약기업인 화이자가 가장 큰 인수대금을 지불할 수 있어서 그리 진행한 것이고요.”
나는 바이엘의 재무제표를 그에게 보여줬다. 샤흐트는 천천히 회계자료를 읽어내렸다.
“바이엘 제약파트는 헤로인의 멸망으로 더이상 적자밖에 나지 않는 부실기업이 되었습니다. 이는 독일염료 빅3의 바이엘 화학파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음을 증명합니다.”
“그래서 구조조정을 하시겠다는 겁니까?”
“우선 부실한 사업부는 최대한 비싸게 매각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시작 아니겠습니까.”
샤흐트는 잔잔한 눈빛으로 나를 찌를듯이 쳐다봤다.
“저는 구조조정은 보통 가장 줄이기 쉬운 지출인 인건비부터 줄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부분은 해명이 필요하겠군요.”
샤흐트가 한번 냉기를 풀풀 풍기니 방안의 분위기가 살얼음장 걷는 듯한 분위기가 되었다.
나는 새삼 민족주의라는 게 이런 건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내 눈앞에 샤흐트는 독일제국에서 기술유출을 하려는 시도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 분위기는 좀 위험한데.
“독일투자공사가 처음 독일제국에 들어와서 하는 일이 칼춤이라면 그 누가 저희의 투자를 받아들이겠습니까. 게다가 저는 독일제국을 존중합니다. 대량의 실직자를 만들어 독일제국이 미운털 박히기 싫습니다.”
“진실입니까?”
샤흐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한치의 거짓도 있어선 안된다는 눈빛으로.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거짓입니다.”
“……”
“사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반대?”
샤흐트는 눈빛을 날카롭게 떴다.
시발 무슨 사람 눈빛에서 칼날이 날아다니는 것 같냐. 이 아저씨 무서운 사람이네.
하지만 얼굴 겉으로 담담하게 티내지 않았다.
“저는 바이엘 제약파트를 미국 화이자에 팔아넘긴 대금으로 바이엘 화학파트를 대규모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확장을 하시겠다고요?”
샤흐트는 언성을 높였다.
하긴 안 믿기겠지.
당장에라도 돌에 맞아죽을 듯한 회사를, 독일제국에 찍혀 죽기일보직전인 회사를 확장하겠다니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방법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제약파트를 분리한 것입니다. 모든 십자포화는 제약파트에 집중시킬 예정이죠. 그렇게 바이엘 화학파트를 살릴 것입니다.”
“그게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될 걸요.”
독일투자공사의 논란이 빠르게 종식된 이유가 뭘까.
일단 독일보수당은 독일황실의 절대적인 지지자들이었으니 독일투자공사이 대해 호의적이다.
무려 카이저의 허가장을 들고 독일내부에서 투자활동을 하는 근본있는 투자회사였으니.
논란은 사민당에서 크게 붉어졌다.
‘베른슈타인에게 감사해야겠군.’
어느덧 내 전폭적인 자금지원으로 사민당의 총수까지 올라간 베른슈타인은 논란을 빠르게 종식시켰다.
“저를 도와줄 언론 친구들이 꽤 있습니다. 바이엘 화학파트는 ‘독일투자공사가 투자한 회사’라는 프레임을 덧씌울 겁니다. 그리고 대규모 인력채용을 실시하는 것이죠.”
“…..아!”
샤흐트는 감탄했다.
어느새 그의 눈빛도 탁 부드럽게 풀려있었다.
“독일투자공사가 투자하면 대규모 인력채용이 뒤따른다는 걸 암시하고 싶으신거군요.”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다.
개가 밥먹을 때마다 실험자가 종소리를 계속 울려주면, 어느덧 개는 종소리만으로 군침을 질질 흘리게 된다.
마찬가지다.
독일투자공사가 투자하면 대규모 인력채용이 뒤따른다는 파블로프의 개 효과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사실.
사회민주주의의 바람이 부는 독일이라서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융커나 상류층들은 보통 독일보수당에 소속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노동조합이나 사회주의 계열의 사민당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사회민주주의는 서민들을 위한 당이다.
즉, 독일제국의 민심을 잡으려면 사민당의 공존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저는 이 사민당으로 민심을 잡을 겁니다.”
“확실히 바이엘 화학을 ‘독일투자공사가 투자한 회사’로 탈바꿈시키면 나쁜 이미지가 벗겨지겠군요.”
프레임 덧씌우기.
현대기업들도 이미지를 환기시키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하기 때문에 새삼 새로운 수법도 아니었다.
어디 기업만 그런가. 프레임이라면 연예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바이엘 화학을 확장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샤흐트는 또다시 물음을 던졌다.
나는 직감했다.
이건 시험이라고.
샤흐트는 날카로웠다.
고고한 민족주의에 대형 은행의 행장다운 원칙주의자. 샤흐트는 내 대답에서 꼬투리가 될 만한 지점을 샅샅이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이 시험은 내가 가장 가진 있는 종목이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 가시밭길을 통과해 드레스드너방크를 내 동지로 끌어들여 레드카펫을 깔고 독일제국을 걸어다닐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단 바이엘을 확장하겠다는 소문이 사교계에 돌더군요. 독일화학업계를 전복시켜 독점하겠다는 미국 자본주의의 첨병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그럼 이 소문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프리드리히 바이엘.
구질구질하구나.
하지만 이 또한 예측범위내였다.
“아뇨. 전혀 아닙니다.”
“음?”
샤흐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는 검지를 들었다.
“아까 바이엘의 ‘합병’을 의뢰하겠다고 말씀드렸지요.”
“예, 바이엘 제약을 화이자에 합병시키겠다는 의미 아니었습니까?”
“뭐 그것도 있습니다만.”
나는 깍지를 끼었다.
“하하, 어쩌면 독점이라는 말도 틀리진 않군요. 저는 바스프(BASF)와 지분교환협정을 맺거나 아예 한 독점회사로 합병시켜버릴 예정입니다.”
“…..!!!”
샤흐트는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곧 턱을 쓸며 계산이 들어갔는지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는 계산을 마치고 눈을 떴다.
“디트로이트 의장님 말대로 합병하면 전세계 염료시장의 60% 이상을 독점할 수 있게 되겠군요.”
“예, 인력채용은 그를 위한 인력채용입니다. 합병하기 전에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지분을 교환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 정도면 납득이 가능하군요.”
“예, 바이엘 화학은 참고로 독일회사로 남게됩니다. 독일산업계에 전세계 염료를 독점할 초거대 공룡이 탄생하겠죠.”
“허.”
그러고보니 그렇다.
바이엘 제약은 화이자와 합병하면 미국회사가 되지만, 바이엘 화학은 바스프와 합병해도 독일기업이다.
이쯤되면.
샤흐트가 모르고 싶어도 모를수 없게 된다.
디트로이트가 세운 시나리오는 치밀하게 계산되어 사전에 계획되어 있었음을.
모든 요소들이 거미줄처럼 엮여 최상의 시너지를 불어일으킨다.
“치밀하게 계획하셨군요.”
“예, 드레스드너 은행장님을 찾아온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예?”
샤흐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피식 웃었다.
“독일제국에는 여러 대형은행들이 존재하고 그중 독보적인 메가뱅크가 몇 존재합니다. 독일금융계를 주무르고 있는 세력들이죠.”
독일의 금융생태계.
이곳에도 최상위 포식자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로스차일드, 도이체방크 등이 있겠지만……”
내 눈앞에도 하나 있잖는가.
“독일금융계에선 드레스드너방크도 그중 하나라고 알고 있거든요.”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킬리안 슈타이너.”
나는 깍지낀 손으로 턱을 괴었다.
“뷔르템베르크 베리엔스 은행의 전 행장, 킬리안 슈타이너 행장님과 만남을 주선해주셨으면 합니다.”
“……미친.”
샤흐트는 이제서야 내가 왜.
굳이 다른독일은행이 아닌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손에는 오소소 소름이 쫙 돋아있었다.
“디트로이트 의장님. 킬리안 슈타이너 전행장님이면 바스프(BASF)의 초기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이시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샤흐트는 떨리는 손을 붙잡았다.
“혹시 알고 오셨습니까?”
“뭐를 말입니까?”
“저희 드레스드너방크의 컨소시움 회원은행들 중 절반이 킬리안 전행장님의 뷔르템베르크 은행 계열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오셨냐는 의미입니다.”
한마디로.
드레스드너방크의 핵심계파 중 하나가 킬리안 슈타이너 계열이란 의미다.
킬리안 슈타이너.
그는 현재 바스프의 최대주주이자 드레스드너방크의 숨은 권력자 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다임러(Daimler)의 대주주이기도 하지.’
몇년 뒤 메르세데스(Mercedes)가 탄생하는 그 다임러가 맞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가 노년이란 점이었다.
그는 1903년, 지금으로부터 1년 반 뒤에 사망한다.
“예, 알고 왔습니다.”
덜컥.
샤흐트 방향의 책상이 덜썩이며 부딪혔다. 샤흐트는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날카롭던 기세도.
나를 찌를듯이 노려보던 기세도.
다 사라졌다.
“……진행하도록 하죠.”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잘 안들렸다.
“예?”
“저희 드레스드너방크가 바이엘의 분할과 합병의 주관사를 맡겠습니다.”
순간.
얄마흐 샤흐트는 알 수 없는 고양감이 들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장난감 칼을 들고 진심으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던 치기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저 군함을 타고 나가 세상을 정복하겠다던 그 시절의 고양감이.
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금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왠지 이 사내와 함께라면, 이전 한번도 보지 못한 세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독일.
새로운 세계.
새로운 패러다임.
샤흐트는 디트로이트란 함선에 올라타 함께 거친폭풍우의 바다를 헤치며 항해하고 싶은 뜨거운 열망이 끓어올랐다.
그의 눈에 불이 켜졌다.
‘함께하고 싶다.’
“저희 드레스드너은행이 독일투자공사를 적극적으로 서포트하겠습니다.”
이젠 돌이킬수도 없고.
돌이키고 싶지도 않았다.
덥썩.
디트로이트 의장은 환한 웃음으로 자신의 손을 두손으로 맞잡았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영광입니다.”
그 순간.
샤흐트는 속으로 끓어오르는 희열을 느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