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58)
베를린.
DWM 본사.
“그럼 로에베 이사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칼리크 W. 베이론.
헤지펀드 비서실 소속.
헤지펀드의 무기-이공계열 담당.
뉴욕병기국의 책임자.
슬럼 출신.
와튼스쿨 졸업생.
그는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기술공유를 위한 협약에 따라 DWM 로에베 이사와 협상을 나누고 있었다.
“베이론, 벌써 가는 건가?”
디트로이트 모건 이사님이 극동에서 한창 활동하시는 동안, 베이론은 독일을 오가며 뉴욕병기국을 경영하고 있었다.
뉴포트뉴스조선소나 패더럴철강도 이공계열인 만큼 베이론이 전담하고 있었으니.
그는 나름 바빴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예, 이사님께서 독일제국에 방문하신 모양이라 저도 그쪽으로 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디트로이트가?”
로에베 이사는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기 시작했다.
마치 뒷담을 한 사람이 이름만 들어도 제 발 저리듯, 로에베 이사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그동안 거래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아니, 아닐세. 혹시 베를린으로 온 건 아니지?”
“예, 베를린은 아니고 지금 프랑크푸르트에 계시다고 합니다. 기차표도 예약해 놨으니 이틀이면 도착하겠군요.”
“프랑크푸르트…..인가.”
후.
로에베 이사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더 복잡해진 얼굴로 그는 베이론을 대표실 문밖까지 배웅했다.
“그럼 DWM 투자에 대한 건도 좀 디트로이트 이사에게 잘 말해주게.”
“예, 아마 좋아하실 겁니다. DWM만한 총기 회사도 또 없으니까요.”
“그럼 다행이고. 꼭 좀 부탁하겠네.”
“예.”
달칵.
문이 닫혔다.
“흠.”
꽈악-
베이론은 손에 다시 가죽장갑을 끼웠다.
흉측한 흉터 탓에 그닥 노출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간혹 로에베 이사 같은 타입은 장갑을 끼고 협상하는 것을 싫어하니 어쩔 수 없었다.
“투자인가.”
얼마 전 바덴-뷔르템베르크 지역의 DWM 창고와 공장에서 대규모 화재가 났었다고 한다. 반유대주의 사상의 과격분자들이 테러를 했다고.
디트로이트의 투자금이 절실하다고 자신에게 거의 매달렸다.
“이번에 불탄 곳이 바덴의 카를스루에 쪽이라고 했었지.”
DWM은 베를린과 바덴에 메인군수창고와 공장시설을 두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전소했다.
순식간에 DWM 회사의 절반이 재로 산화했다.
“프랑스 국경이라…… 드레퓌스 사건의 영향인가. 반유대주의라는 것도 참 무서운 사상이다.”
반유대주의 물결이 심상치 않았다.
러시아제국의 포그롬(유대인 박해)까지 합쳐지니 유럽 전체적으로 또다시 반유대주의의 물결이 치고 있었다.
“그만큼 유럽의 정세가 불안하다는 의미겠지.”
점점 유럽이 화약고처럼 불안정해지고 있는 이 상황이.
베이론은 다소 불안했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일단 디트로이트 이사님과 합류한다.”
그분이라면 해답을 아시겠지.
텁-
그때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붙잡았다. 베이론은 슬럼의 습관 탓에 순간 품에 든 단도를 움켜쥐었으나 어깨를 쥔 악력이 너무 강했다.
“윽!”
“아, 미안. 너무 세게 쥐었다. 사과하지.”
뒤를 돌아보자 한 건장해 보이는 노인이 서있었다. 굳세보이는 그의 모습은 단단한 바위 같기도 했다.
묘하게 익숙한데, 누구지?
“누구십니까?”
“…..이런 내 자기소개도 안 했군. 내 정신 좀 봐.”
그는 큼 헛기침을 하고는 넥타이를 고쳐맸다. 손을 슥슥 바지에 문대고는 베이론에게 큼지막한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한다는 느낌으로.
“존 브라우닝일세. 지금은 DWM에서 잠시 총기개발을 도와주고 있고….자네와 똑같은 미국인이지.”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반가워서.”
존 브라우닝.
총기계의 거물이자 세기의 천재.
왜 까먹고 있었지. 그가 누군지는 순식간에 떠올랐다.
‘….이런 미친.’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어쩌면 이사님에게 드릴 선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그걸로 되겠는가?”
킬리안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듣고만 있던 자세를 풀고 상체를 당겨 내게 집중했다. 킬리안의 눈빛은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은 중요해. 베스트팔렌지역의 중공업회사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네. 그들의 돈줄이지.”
중공업은 방대한 자금원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베스트팔렌 주는 루르공업지대가 위치한 만큼, 중공업이 제일 활발한 지역이었고.
루르공업지대.
도르트문트, 뒤스부르크, 겔젠키르헨, 에센을 중심으로 레버쿠젠, 쾰른, 본에 걸쳐 있다.
“본부는 쾰른에 있고.”
쾰른은 베스트팔렌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그런데 이 은행은 좀 그렇지 않나?”
킬리안은 무표정을 고수하면서도 내용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상한 부분은 있었다.
“좀 그렇다니요?”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의 제일 큰 물주가 누군지는 알고 있지 않나. 베스트팔렌의 루르공업지대의 에센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하면 척하면 척이지.”
에센.
그래,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은 이 에센이 문제였다. 에센은 크루프가 장악한 도시였으니까.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은 크루프가 집어삼키고 있는 은행이라고.”
“동시에 루르공업지대의 금융을 꽉 틀어쥔 은행이기도 하죠.”
“그렇긴 하지.”
베스트팔렌 주는 서독지역에서도 공업으로는 가장 핵심적인 지역이었다. 루르공업지대의 영향력이 그만큼 지대하다는 의미였고.
“하지만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을 끌어들인 것은 ‘물리적으로’는 간단합니다.”
“…..자네 설마.”
“예,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방법이 있죠.”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은 현재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은행이다.
1840년대에서 1850년대 무렵 한번 파산할 뻔한 이후로 유동성 공급을 위해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로 주식을 계속 풀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최후의 수단입니다.”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에 프로이센정부의 입김이 들어간 은행이란 건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프로이센 정부의 통제도 끝났지 않습니까.”
“하지만 최근에 다시 크루프 인수합병 건으로 얽혀들고 있지.”
킬리안은 분명 무표정하고 억양도 평탄했지만, 그 내용은 프로이센을 향해 불타오르고 있었다.
“……?”
나는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마치 프로이센을 견제하고 싶어하는 킬리안의 니즈가 읽혔다ㅡ아니 지금 프랑스 탱킹하려는 거 아니었어?
프로이센이랑 얘들이랑 뭔가 다른 건가?
‘…..뭐지.’
나는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였다.
“프로이센정부를 싫어하시는군요?”
“…..?”
이번엔 저쪽에서 고개를 기울인다.
마치 이제까지 모르고 있었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하지.”
“……”
잠시 머리를 굴렸다.
‘하긴 뷔르템베르크나 헤센 같은 경우는 프로이센을 싫어 할만 하지. 게다가 바이에른이나 베스트팔렌, 라인란트팔츠도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다.’
알고는 있었다.
독일제국 내에서도 프로이센과 반프로이센이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합병되었으니까.
내부적으로도 소독일이네 대독일이네, 문화투쟁(가톨릭분쟁)이네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럼 킬리안의 의견에 프로이센의 의지는 없다고 봐야하는 건가? 아니 그럼 나한테 왜 이렇게 퍼주는데? 말이 안되잖아?’
대가 없는 호의란 있을 수 없다.
내가 체결한 모든 거래들은 이 절대명제를 기본전제로 깔아놓고 시작한다.
‘역시 프랑스 탱킹은 의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내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몇 있다.
모로코 위기.
현 독일수상인 뷜러가 영불러간 삼국협상이 체결되고 독일이 고립되자 저지른 무리수.
독일외교 실력이 처참하다고 평가되는 원인 중 하나가 되는 사건이다.
‘이때 세계대전이 터질뻔했지.’
모로코는 독립왕국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제3공화국은 스페인에게 헤드락을 걸고 모로코를 자국보호령으로 떨어뜨려버리려고 했다.
이에 모로코가 SOS를 쳤고.
독일은 자신들이 고립된 이 상황을 ‘어그로’로 타파하기 위해 등판하게 된 것이다.
‘이때 프랑스 대육군이 알자스로렌의 국경까지 밀고 들어왔다. 독일도 예비군을 소집했고.’
지금 당장도 보불전쟁의 후유증이 강하다. 그래서 프랑스와 독일간의 관계는 최악으로 흐르고 있었다. 서로 철천지원수보다도 서로를 싫어했으며 진심으로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이다.
그래서 서독은 취약하다.
그렇기에 나를 방패로 프랑스를 탱킹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것이고.
프로이센정부 입장에서도, 서독의 입장에서도 프랑스는 눈엣가시였으니.
‘또 하나는 시오니즘.’
드레퓌스 사건으로 프랑스에 반유대주의의 물결이 빠르게 확산되자 화들짝 놀란 유대인들은 자기들에게 자위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현재 유대계 사회에선 시오니즘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유대인은 프랑스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현재 유대인들에게 프랑스는 좀 약한 나치독일의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었다.
드레퓌스의 인생 하나가 작살나는 것을 두 눈으로 보지 않았나.
‘독일 금융계는 유대계가 틀어쥐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가 프랑스 탱킹을 위해 나에게 이렇게 퍼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가정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가지……확인하고 넘어가죠. 당신은 독일제국에 충성하십니까?”
“당연히.”
다만 내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면.
‘나’라는 존재가 국제정세에 얼만큼 파괴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고.
“충성하고 있다네.”
또한 이들이 말하는 ‘독일’과 ‘프로이센’은 전혀 다른 별개의 존재라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럼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은 역시 합류시키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흐음…..”
킬리안은 생각했다.
프로이센을 견제하는데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을 합류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가.
앞으로 크루프 이사회는 융커들의 밭이 될 예정이고, 당연히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에 발을 들이게 될 것이다.
잠깐.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을 크루프가 독식하게 된다……?
‘…..!!!’
킬리안은 답지 않게 눈을 부릅떴다.
베스트팔렌 주의 루르공업지대가 완전히 프로이센에게 넘어간다는 뜻이 아닌가.
이건 안되지.
큰일날 소리다.
“…..디트로이트 의장.”
“역시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을 끌어들이는 게 좋겠죠?”
킬리안의 눈에 잔잔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기왕하는 거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의 지분을 최대한 끌어모아야될 것 같네. 적어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까지.”
“예…..”
‘갑자기 의욕이 되살아났잖아?’
역시 프랑스 탱킹 맞네.
나는 순간 착각한 내 자신에 의심도 과다하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픽 웃음을 흘렸다.
***
방금 문답을 계기로 킬리안의 의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깨달은 것이다.
프로이센으로부터 서독일을 지켜내기 위해선 최대한 자신들이 간섭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리석었다.’
디트로이트 모건이라는 촤강의 방패를 두고 프로이센에게 잡아먹힐 걱정을 하고 있었다니.
아직 프로이센은 크루프를 채 다 소화시키지 못했다.
찬스다.
지금은 서독의 은행들이 최대한 끈끈하게 집결해야할 타이밍이었다.
“디트로이트 의장, 라인은행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라인란트의 중공업을 독일결제은행의 품에 넣기 위해서 아닌가?”
“맞습니다. 게다가 라인은행은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독일투자공사가 자금 지원 명목으로 투자하면 지분을 얻어오는 건 쉬울 겁니다.”
라인란트의 중공업.
이를 상징하는 대기업이 바로 티센(Thyssen)철강이다. 라인란트의 철강업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룬 철강업계의 초신성.
그래서 라인은행의 대주주 중 하나가 바로 이 티센(Thyssen)의 창업자 어거스트 티센이다.
‘문제는 이 라인은행의 본사가 하필이면 또 에센에 있다는 사실인데.’
에센이 또 말썽이다.
킬리안에게 에센은 이제 프로이센 융커들이 기생한 기생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적의 본진이기에 더더욱 라인은행을 끌어들여야했다.
‘영국으로부터 디트로이트라는 패권을 빼앗아오는 것은 좋다. 좋은데, 융커들이 끼어들면 방해밖에 되지 않는다.’
군대로 뇌가 절여진 근육뇌들의 본산.
힘으로 해결하려는 무식쟁이들이 판을 치는 프로이센 상원. 애초에 프로이센은 서독일을 착취하는 악마 같은 족속들이었다.
그러니 동독의 융커들은 신용할 수 없다.
디트로이트란 패권을 독일에 이식하는 건 서독일이 주도해야할 영역이었다.
그래야 독일의 균형이 맞는다.
프로이센이 활개치는 독일의 현상황은 결국 훗날 독일을 파멸로 몰고갈 것이다.
“희석시키는 건 어떤가.”
“희석이요?”
“내가 소유한 은행중에 라인 신용은행이 바덴에 위치해있다네. 바덴에서 제일 큰 은행이지. 라인란트와 ‘알자스’에 진출해있는 은행일세.”
순간.
알자스라는 단어에 디트로이트 의장의 눈빛이 흔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살짝 눈을 비비고 다시 디트로이트를 바라보자, 묘하게 자신감에 찬 그의 얼굴이 눈에 보였다.
저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라고 생각하는 인간이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
‘…..뭐지?’
속으로 의문을 삼킨 킬리안은 말을 이었다.
“이 라인신용은행까지 끌어온다면 바덴지역까지 독일결제은행의 영향권으로 들어오네.”
“바덴, 베스트팔렌, 라인란트팔츠, 헤센, 뷔르템베르크, 알자스까지 들어오는군요.”
라인란트에서 라인은행의 영향력을 라인신용은행이 반감시켜줄 것이다. 적절히 섞어 프로이센의 영향력을 점차 지운다.
대의를 위해 판을 키운다.
번뜩이며 킬리안의 눈에 불이 켜졌다.
“자를란트, 로렌을 빼면 사실상 서독일의 전부지.”
“아니죠.”
나는 말을 탁 끊었다.
“아닙니다.”
***
나는 킬리안과 다르게 생각한다.
“서독일을 구성하는 경제권 중 몇 개가 빠져있지 않습니까.”
“…..빠져있다고?”
좀더 판을 키우자.
이왕 하는김에 화끈하게 넓혀버리자고.
한번 ‘서쪽 독일’의 전부를 엮어보자.
완전 동독과 분리시켜보자고.
“함부르크의 북독일은행과 다름슈타트의 산업은행도 끼워넣도록 하죠.”
“…..!!!”
킬리안의 눈이 커졌다.
‘하하.’
나는 오늘 거의 처음으로 킬리안의 감정동요를 보았다는 사실에 내심 기꺼웠다.
저 영감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나.
‘아직 놀라기엔 좀 이를 텐데.’
내심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함부르크는 한자동맹시절부터 북독일의 경제권을 다 집어삼키건 지역입니다. 서독일에 프랑크푸르트가 있다면 북독일에는 함부르크가 있죠.”
“함부르크도 결국 서쪽에 있으니 서독일이다?”
“한자동맹이 파토난지는 오래되었지만 함부르크의 영향력은 아직 지대합니다.”
북독일은행을 끼우는 이유는 또 하나가 있었다.
“이건 지리적인 문제를 넘어서 산업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서독일의 맹점.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이다. 아무리 뷔르템베르크와 서독의 모든 주들이 합쳐져도 바다로 나갈 수가 없다.
물건만 뽑아내면 뭐해.
바다로 실어나르지 못하면 말짱 꽝인데.
물론 독일은 우수한 철도수송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상무역의 중요도가 경감되진 않는다.
킬리안은 턱수염을 쓸었다.
“일리가 있군.”
“같은 맥락에서 다름슈타트 산업은행도 필요합니다. 다름슈타트 산업은행이 사실상 서독의 무역금융을 총괄하고 있으니까요.”
“함부르크의 북독일은행과 동맹을 맺으면 해상무역이 더 수월하게 뚫리겠군.”
“제 말이 그겁니다.”
서독일 경제권.
이 거미줄같은 경제망이 촘촘하면 촘촘할수록 서독일은 점점 끈끈해진다.
‘하지만 아직 몇개가 부족해 보이지?’
“프로이센과 접점은 에센시만이 아닙니다.”
“무슨 의미지?”
킬리안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제가 인수할 독일로스차일드. 이 정도면 아시리라고 봅니다.”
“프로이센정부의 국채발행 주관사로군.”
순간.
기분 탓이겠지만.
킬리안의 눈빛은 마치 개목줄을 쥔 개장수의 그것과 비슷해 보였다.
“……예, 독일로스차일드가 있으니 프로이센의 국채발행까지 독일결제은행의 관할로 넘어오게 되는 겁니다.”
“최상이군.”
“게다가 방금 언급한 북독일은행은 독일로스차일드, 베를린의 디스콩트-게젤샤프트와 함께 프로이센 컨소시움의 맹자 중 하나입니다.”
프로이센 컨소시움은 그거다.
독일로스차일드가 보유한 프로이센 정부의 국채발행연합. 이로서 북독일은행과 또 접점이 생긴다.
어라.
이 정도면 그냥 나라 경제권 하나 뚝딱 아닌가?
자를란트, 로렌을 빼면, 결국 우리는 독일제국의 경제권을 딱 절반으로 나눴다.
그것도 중공업의 알짜배기만 챙긴 상태로.
새삼 소름끼치는 걸 느꼈다.
지금 이 방에 있는 단 세 명의 회담으로 서독일의 경제권이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뷔르템베르크 협회은행.
뷔르템베르크 중앙은행.
라인신용은행.
킬리안 슈타이너 전은행장.
드레스드너 은행.
얄마흐 샤흐트 은행장.
독일투자공사.
독일로스차일드.
나 디트로이트 모건.
“그리고 마지막인데…..”
나는 검지를 들었다.
“미합중국의 국부펀드. 저는 이놈을 끌어들일 겁니다.”
프랑스 탱킹의 끝판왕.
미국정부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감히 미국정부를 건드릴 수 있을까.
1차 세계대전 때도 어떻게든 미국과의 적대 만큼은 피하려고 몸을 꽈배기처럼 비틀던데.
‘어? 그러보니 미국도 독일제국에서 보면 서쪽 아닌가?’
따위의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나는 백지 메모장에 독일결제은행의 조직도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사삭사사삭-
“……”
석상처럼 굳은 킬리안.
그 옆에서 얄마흐가 입을 쩍 벌렸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