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59)
“여기가 독일로스차일드의 본점이로군.”
프란크푸르트(Frankfurt).
독일로스차일드 은행 본점.
사실상 독일제국과 함께해온 독일제국 경제사 그 자체를 품에 안고 있는 유럽 최대가문의 일파.
“베이론은 언제 도착하려나. 오늘 저녁 쯤엔 도착한다고 연락했는데 아직 기별도 없군.”
뚜벅 뚜벅.
로스차일드의 내부는 거대했다.
프랑크푸르트는 본점일 뿐. 지점들은 독일제국의 전국마다 와드처럼 거점으로 박혀있었다.
본점은 그 지점들을 컨트롤할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니 지점들과는 달리 본점은 규모와 인력구성부터 차이가 확연하게 달랐다.
“인프라는 충분하다 이건가.”
독일제국의 전체는 아니다.
나는 당장 프로이센을 건드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간접적이면 몰라도 직접적으로 얽힐 생각은 적어도 아직 없었다.
프로이센 융커들 보다 독일은행가들이 더 대화가 잘 통하는 것도 있었지만.
프랑스라면 모를까. 대놓고 영국을 자극하고 싶진 않았다.
미국도 마찬가지고.
‘루스벨트 대통령도 아직까지는 조용하지만 언제 튀어나와 내 멱살을 붙들고 미국으로 끌고갈지 모르는 일이지.’
우선 서독일부터 장악한다.
하지만 역시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는다. 제국주의시대에 가장 큰 변수인 프로이센군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있는 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마음 같아선 독일군을 다 치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팍스 아메리카나.’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마셜플랜이 돌아가는 그 시절로 유럽이 만들어지면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도 빨라지겠지.
더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지금 획득한 독일의 이권은 당장 내 이권이 아니다.”
킬리안 그 영감이 언제 마음을 돌릴지도 모르는 일이고.
지금이야 나에게 우호적이라지만, 지금도 내 쓰임새를 간 보고 있을지도 모르고.
‘뭣보다 언제든지 국가에 빼앗길 우려가 있는 이권은 진짜 이권이 아니다.’
독일제국은 그동안 상대해온 국가들과는 명확히 다른 유럽의 열강이자 왕정의 국가다.
군국주의가 활개치고 군부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국가다.
영국을 바짝 뒤쫓는 세계 3위 경제력의 소유국이다.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독일황실과 프로이센 상원의 권력은 거의 절대적인 명령권을 가진다.
내 이권 따위 언제든 프로이센에게 빼앗길 수 있었다.
‘나는 전쟁을 기다린다.’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어차피 이 4국이 대치하는 한, 유럽에서 전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세상의 흐름이다.
‘애초에 전쟁을 전제로 구상한 독일결제은행이다.’
킬리안과의 마지막 협상 때, 우리는 이 사실을 확실시했다.
***
‘서독일의 경제권.’
결국 모든 것은 하나로 귀결된다.
그 어떠한 적으로부터도 자신들을 보호하려면 뭉쳐야 산다.
흩어지면 각개격파당할 뿐이다.
현 서독일은 주단위로 흩어져있었다.
동독의 프로이센 융커들로부터 자신들을 시킬 수단은 이젠 뭉치는 것 밖엔 없었다.
그들의 눈에 디트로이트 의장은 하늘에서 내려준 최고의 기회처럼 보였다.
그 디트로이트 의장은 지금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묻고 있었다.
과연 서독일경제권으로 묶이기만 한다고 해서 자위권이 성립되는가?
답은 ‘절대 아니다’다.
“국부펀드라.”
분명 국가의 운영이 있어 경제력은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당장 영국이 독일제국의 추월을 두려워하는 것도 경제력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히 ‘경제력’ 때문인가, 라고 묻는다면 킬리안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군대의 충돌을 대비하자는 건가.”
경제력은 결국 군사력으로 이어지고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독일제국의 국력과 경제력이 강해질수록 자신들을 압박할 프로이센군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독일제국의 주들과 왕국의회들이 기를 쓰고 프로이센으로부터 자치권을 확보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미국의 국부펀드가 개입한다면 독일의 프로이센군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어진다 이건가. 사실상 국부펀드는 국가기관이나 다름없으니.”
“예.”
그래서 디트로이트의 제안이 기꺼웠다.
현 상황에서 프로이센군은 서독일권에 있어 수호자가 아닌 침략자다.
문제는 둘러싸인 정치지형에서 프로이센이 가장 호의적이란 사실이지.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아 안된다.
차라리 프로이센이 낫지.
프로이센이 그나마 자신들에게 도움 될 것이라는 희망.
프랑스, 오스트리아를 박살난 그 군사력에 대한 두려움이 통일된 독일제국을 형성하고 있었다.
독일의 민족주의.
범게르만주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이 범게르만주의 덕분에 독일제국이 유지되는 것이고.
문제는 프로이센이다.
‘이대로면 프로이센에게 다 뜯어먹힌다. 프로이센 상원이 입법하면, 설령 불공정하더라도 우리들은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프로이센 상원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융커(Junker)들이 프로이센 상원을 독점하고 있는 이 세태가 문제인 것이다.
동독의 융커들이 정치권을 독점한다면 서독일은?
서독일의 발언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 서독일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의장, 국부펀드가 의결권을 가져선 안된다네. 이 의미는 알고 있겠지?”
“예.”
그가 싱긋 웃었다.
“사실상 미국정부가 운영하는 국부펀드가 독일제국의 경제권이 침투한다면 그때부턴 내정간섭이니까요.”
민간자본과 국가자본은 근본적으로 성질이 다르다.
디트로이트 의장의 독일투자공사 같은 민간자본은 철저히 개인들의 이익을 위해서 운영되지만 국부펀드 같은 국가자본은 국가정부를 위해 운영된다.
내정간섭의 우려가 있다.
“독일투자공사는 국부펀드에게 무의결우선주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무의결이라면 나중에 충돌할 일은 없겠군. 의결권이 없는 배당주니.”
킬리안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의결우선주라면 안심이다.
제 아무리 서독일경제권을 조직하고 싶다 해도 타국의 내정간섭은 거부하고 싶었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베를린, 그것도 프로이센에 대항할 조력자의 존재였으니.
“하지만 독일결제은행이 제대로 설립되려면, 설득해야할 세력이 적어도 셋이 있군.”
셋.
독일결제은행을 구성할 은행들 중 세 곳을 설득해야 한다.
“티센의 라인은행, 크루프의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 그리고 니더작센(하노버)의 북독일은행이군.”
티센과 크루프는 대형중공업 법인.
니더작센 주는 북부독일의 맹주다.
“크루프(Krupp)를 설득한다는 건 프로이센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군요.”
디트로이트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말대로 크루프를 설득하기 위해선 프로이센정부와 승부를 봐야 한다.
프로이센정부가 사실상 국유화시켰으니 이사회도 프로이센정부에서 융커가 파견나온다.
크루프 국유화는 프로이센정부가 사활을 걸고 진행하고 있는 국가프로젝트인 만큼 설득하는 데 난항을 겪겠지.
“뭐, 안심하게. 크루프야 까다롭지만 티센은 그보다 난이도가 낮은 편이고, 니더작센은…..”
니더작센.
프로이센에 합병되기전 명칭은 하노버왕국. 프로이센에게 개기다가 개처럼 뚜드려맞고 합병당한 프로이센의 북부주다.
함부르크의 북독일은행은 니더작센의 대표은행 중 하나였으니.
프로이센에 대한 하노버왕국 출신들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했다.
“니더작센은 쉬울 걸세.”
크루프와 티센.
이 둘은 좀 어렵다.
그러니 첫타자는 니더작센으로 잡는 게 좋아보였다.
“그렇겠군요.”
디트로이트 모건도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도 니더작센이나 북독일은행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캐치하고 있는 모양이다.
‘든든하군.’
스윽-
디트로이트 모건은 작은 편지봉투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었다.
“제안서부터 발송하죠.”
***
서독일경제권을 위해 은행들이 결집한 컨소시움에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의 편지지가 각 주의 대표은행들에게 발송되었다.
라인란트팔츠의 라인은행.
베스트팔렌의 샤프하우젠셔협회은행
니더작센의 북독일은행.
바덴의 라인신용은행.
뷔르템베르크의 협회은행.
헤센의 드레스드너은행.
베를린의 디스콩트-게젤샤프트은행.
예외가 있다면.
독일투자공사.
다름슈타트 산업은행.
이 둘은 특수목적의 은행이어서 좀 분류를 다르게 했다.
그러나 사실상 독일결제은행은 완성본이 아니다.
그저 독일경제가 피폐해졌을 때 그 기반을 다 빨아먹을 거대한 빨대를 연성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다 황폐화된 것들을 주워갈 생각은 없다. ‘
미국정부의 국부펀드는 그나마 멀쩡한 상태의 경제이권들을 주워가기 위한 내 방어책이다.
영국프랑스군이 다 초토화시키고 짓밟은 독일의 공장단지 따위 아무런 쓸모도 없으니 말이다. 그 가치보존을 위해, 독일결제은행 산하의 이권들 위로 미국의 성조기를 꽂아야한다.
프로이센, 독일 국기와 나란히 말이다.
‘어차피 당장은 내 영향력도 약하다. 독일결제은행에 참여하는 은행 숫자가 많아졌으니 내 의결권도 30% 이하로 줄어들게 뻔하고. 지금 당장 독일은행들의 지분을 매입해도, 프로이센의 눈치 탓에 마구잡이로 합병할 수도 없다.’
마음 같아선 확 IMF라도 터뜨리고 다 쓸어담고 싶지만, 독일제국은 신중히 다뤄야한다.
잘못하면 독일제국에서 영구추방은 기본이고 프로이센 경찰들의 추격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당장의 독일은 강하다.
영국을 추월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런 국가에 찍히고서 얌전히 살아가길 바라는 것은 사치지.
그러니 때를 기다려야한다.
‘본격적인 흡수합병은 전쟁이 끝난 뒤로 미뤄놓자.’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것은 훗날 독일경제를 흡수할 기본적인 조직구조과 빨대를 만드는 것이다.
전후 독일기업들의 가치는 IMF의 한국처럼 나락으로 떨어지겠지.
본격적인 투자는 그때 해도 늦지 않는다.
그전까지는 국부펀드의 무의결우선주로 꿀 좀 빨 생각이었다.
미래에 초토화된 독일제국을 집어삼키기 위해 심어놓은 씨앗.
그것이 ‘독일결제은행’이다.
‘저놈들이 프랑스로부터 탱킹을 요구하니 당장은 이 정도면 되겠지.’
손해가 될지도 모르는데 내가 전후가 아닌 지금 투자하는 이유?
하나밖에 없다.
전쟁 후 승전국들이 호로록 빨아먹기 전에 미리 침발라 놓아 선점해놓은 것 뿐이다.
이건 미국꺼.
내꺼라고.
명분이지.
원래부터 내게 소유권이 있었다는 명분.
독일산업의 알짜배기들만 선점해놓고 나중에 쓸어담을 생각이다.
‘일단 영국에게도 한발 걸쳐있긴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잘라낼 수 있으니 문제없고.’
영국과 프랑스도 그때 쯤이면 독일에게 흠씬 쳐맞아서 반병신 되있을 테니 명분까지 완벽하다면 우리(독일)자산을 빨아먹을 용기까지는 없을 테니까.
멈칫.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나저나 화장실은 어디지?”
***
쾅-!
탁자를 부숴버릴 기세로 주먹이 떨어졌다.
“이건 신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신 천운이자 기회다!”
니더작센 주.
구 하노바왕국.
함부르크의 북독일은행 이사회.
북독일은행의 이사들은 독일결제은행으로부터 날아온 컨소시움 합류 제안서에 뛸 듯이 기뻐했다.
“그 빌어처먹을 프로이센을 제대로 엿 먹일 기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 눈엣가시들!”
하노버왕국은 프로이센에게 강제로 합병당한 현 프로이센의 북부주였다.
하지만 이들이 강제로 합병당할 때 당연히 얌전하게 합병시켰을 리는 없었다.
징벌적 처우.
프로이센왕국은 기어이 하노버왕국의 금고를 탈탈 털어 바이에른왕국에게 뇌물로 넘겨줘버렸다.
바이에른 왕국 보고 독일제국에 합류해달라고 살랑살랑 꼬리를 쳐 흔들며 말이다!
내 돈으로 생색내는 개(늑대)자식들.
자신들의 돈을 뜯어 바이에른에게 뇌물로 줬다.
그 어떤 이가 이딴 프로이센의 만행을 용서한단 말인가.
물론 함부르크와 니더작센은 명백히 다르다.
함부르크는 행정구역상 니더작센과는 독립된 도시주였다.
하지만 함부르크의 위치상 북독일은행의 최대고객은 니더작센일 수밖에 없었다.
그 고객의 돈이 털렸다는데 좋아할 은행은 없었다.
게다가 니더작센 출신들이 이사회에 우글거렸다.
함부르크의 북독일은행의 구성은행들 중엔 니더작센 출신의 은행과 은행가들이 다수 포진해있었다.
그간 인수합병의 결과물이었다.
즉, 니더작센의 얘기는 이사회 자신들의 얘기이기도 했단 소리다.
“니더작센주는 그간 프로이센의 돈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프로이센 상원에서 통과되는 족족 우리들의 금고에서 돈이 줄줄 세어나가고 있었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분하지도 않습니까!”
“용서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나!”
“그 빌어먹을 카이저의 콧수염을 아주 뽑아버려야지.”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폭발했다.
이대로 프로이센에게 끌려다니다간 답도 없어보였다.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가 바로 이 함부르크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반대로 말하면 무엇이겠습니까?”
“돈 빼먹을 물주란 소리겠지!”
“예! 프로이센에게 저희 니더작센이나 함부르크, 하노버는 그저 돈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겁니다! 이 얼마나 통탄할 노릇입니까!”
프로이센은 싫다.
물론 독일제국이 싫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그들은 독일제국에 충성하며 대게르만족의 민족주의에 투신하고 있는 민족열사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위대한 독일의 게르만인들이여!
그들은 범게르만주의를 거부하는건 아니었다.
다만 프로이센의 만행을 두눈뜨고 보기 힘들뿐이었다.
“애초에 우리들은 오스트리아 중심의 대독일주의를 신봉하고 있었지 않나. 프로이센의 구속으로부터 좀 벗어날 필요가 있네.”
다만 범게르만주의는 두 파벌로 나뉘었다.
오스트리아 중심의 대독일주의로 가느냐.
프로이센 중심의 소독일주의로 가느냐.
이 두 갈등으로 보오전쟁이 터졌고.
하노바왕국은 오스트리아로 줄 잘못서서 개처럼 털렸다.
그리고 강제로 니더작센주로 합병.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프로이센에 대한 불만은 아마 니더작센만한 지역도 없을 것이다.
프로이센에게 목줄잡힌 신세는 더이상 사양이었다. 아직도 바이에른 퓌센에 세워진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볼때마다 속이 뒤틀린다.
그야 프로이센왕국이 자신들 고객에게서 강탈해간 돈으로 세워진 바이에른 성채였으니 말이다!
포효하는 니더작센의 이사들.
프로이센 융커들의 계속된 상원독점.
확실히 서독일만의 경제권이 필요하긴 했다.
함부르크 출신.
이사회 의장은 이 난장판 속에서 조용히 의사봉을 들었다.
땅땅땅!
“저희 북독일은행 이사회는 독일결제은행 컨소시움에 전면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하며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의결합니다.”
-와아아아아!
니더작센에도.
드디어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