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78)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셔도 됩니다.”
베를린궁에서의 협상이 끝나고 막스 재무장관은 나를 배웅해 주었다. 빌헬름 카이저와의 협상에선 중립을 유지하던 막스는 알현실을 나오자 내게 호의적으로 다가왔다.
“진지하게 생각해보다니요?”
“디트로이트님의 독일 철강얼라이언스. 저 독일제국군놈들은 이게 얼마나 대단한지. 독일철강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무지하거든요. 오스만제국의 전권대사는 좀 의무가 따르긴 하지만 저희 재무부에서 잘 봐드리겠습니다.”
“재무부에서… 말입니까.”
나는 미간을 찡그렸다.
막스 재무장관의 호의가 의심스럽다. 독일제국의 재무부 관료들은 대게 허리띠 묶고 저축절약하는 이미지였다. 막스 재무장관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
대충 내가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나한테는 이 왜가 중요하다.
“왜 그렇게 호의적이십니까?”
“말씀대로 상당히 직설적이시군요. 오히려 좋습니다. 제가 호의적인 이유는 별 것 없습니다. 독일제국의 국익에 디트로이트님이 필요합니다.”
“국익?”
“독일제국 내각과 베를린궁은 보호무역에 절여진 인간들입니다. 물론 저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슬슬 자유무역으로 전환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흐음.”
자유무역이라.
막스 재무장관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구나. 하긴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은 이분법이 아니다.
스펙트럼이지.
어느쪽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거지. 어느쪽을 포기한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철강관세 철폐. 저희 독일재무부가 왜 이걸 허락했는지 아시겠습니까?”
철강관세.
이건 쉽다. 말그대로 철강수입에 관세를 븥이지 않겠다는 것이니, 철강수입으로 인한 금속가공에 독일제국은 집중하겠다는 의미였다.
원래부터 독일제국은 과학과 기술로 발전한 기술강국이다.
철강따위는 처음부터 그들에겐 재료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뿐만은 아니다.
‘아직 독일투자공사의 투자사업권은 베를린궁에서 관할하고 있다.’
독일제국은 내 필드가 아니다.
나는 외지인이지.
즉 독일제국은 언제든 나를 내칠 준비가 되어있다.
베를린궁이 굳이 독일제국군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독일투자공사의 투자사업권을 박탈해버리면
나는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우리의 이익관계가 극렬히 대립하지 않는 한, 베를린궁은 아직 묵인한다.
“…..짓굿으시군요. 두번째 조건과 함께 생각해야하는 문제 아닙니까.”
두번째 조건.
첫번째가 철강관세의 철폐라면, 두번째 조건도 또한 파격적이었다.
“크루프의 제철사업부를 제게 매각하겠다니, 독일제국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입니다.”
독일제국은 제철산업을 포기한다.
대신 금속가공 산업쪽으로 선회한다. 크루프를 제조업으로 돌리고 독일산업 전반을 제조업에 초점을 맞춘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막스 재무장관은 미소를 지었다.
“독일 철강 얼라이언스를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는 독일결제은행이죠. 하지만 이 은행은 독일투자공사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스 재무장관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독일투자공사의 지분율은 아직 30%가 조금 모자릅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독일은행들과 철강업체들을 인수합병하고 계시죠.”
“제철산업과 금융업계는 서로 묶어야 시너지가 난다는 사실은 막스 재무장관님도 숙지하고 계실텐데요.”
“하하, 불만은 없습니다.”
불만은 없다.
지금 현황대로만 유지된다면 독일제국의 재무부는 이대로 상관없었다. 오히려 이 체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할 것이다.
왜냐면.
독일철강산업의 핵심은 ‘기술력’에 있기 때문이다. 제철산업도 좋지만 금속가공과 제조업이 독일산업의 근본이니까.
제철산업이야 제조업에 필요한 필수재료니 독일제국이 미친듯이 뽑아내고 있는 것이고.
재무부는 현재상황을 정확히 읽고 있었다.
“저는 말입니다.”
막스 재무장관은 손가락을 휘휘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디트로이트님이 저가경쟁을 멈추지 않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왜죠.”
저가경쟁을 멈추지 않는다.
끝끝내 독점업체가 3개 남아도 끝까지 죽음의 레이스를 이어나간다는 의미.
계속해서 저가를 누를 것이라고.
막스 재무장관은 예측했다.
“물론, 지금처럼 미쳐버린 가격은 아니고 손익분기점 정도로 계속 누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발언이군요. 재무장관님.”
“재미있다라……”
막스재무장관은 생각했다.
디트로이트 모건이라는 이 사람.
굉장히 무서운 사람이라고.
물론 무섭다는게 옆에있으면 막 죽일것같고 그런 공포가 아니다.
‘극한의 당근과 채찍.’
이 사람을 적대하면 필멸의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공포. 동시에 이 사람의 품에 들어가면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공포.
두가지 공포가 이질적으로 섞여 묘한 감각을 자극한다.
“제가 보기엔 디트로이트님은….. 철강산업 그 자체를 독점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철강산업 그자체.
국제 철강산업을 집어삼키려는 디트로이트의 행보은 노골적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현재 관세의 벽을 올리고 있지요. 영국의 신임총리인 벨푸어는 총리에 오르자마자 의회에 관세안을 가결시켰습니다. 프랑스는 프랑스중앙은행에서 압박을 넣었죠.”
“프랑스 중앙은행은 유명하죠.”
“예, 사실상 프랑스 재정정책 100%가 프랑스 중앙은행으로부터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결국 두 국가 모두 관세의 장벽을 쌓았다.
현재 국제 철강시장에서 영국령과 프랑스령에는 철강의 수출이 제한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관세는 독일과 영프의 기술격차를 더 큰 폭으로 넓힐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제조업은 원자재의 가격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철강의 가격이 추락해지면, 철강을 토대로 한 제조업은 하늘높이 비상한다.
독일제국은 제조업에 특화된 철강제조산업이다.
화학에 기반을 둔 과학기술강국이다.
미국에서 저렴한 철강을 들여와 영국, 프랑스와 기술격차를 벌릴 수 있다면.
그것은 독일의 승리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틀리지 않습니다.”
“예, 디트로이트님도 똑같이 생각하셨겠죠. 왜냐하면 이렇게 철강기반의 제조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제철산업은 더욱 뿌리를 깊게 내릴 테니까요.”
독일산업 전체에 뿌리를 내린다.
막스 재무장관의 말이 맞다. 내가 노리는 것은 정확히 그것이다.
다만 그가 모르는 것이 몇가지 있었다.
“막스 재무장관님은 솔직하시군요.”
“저라도 독일제국의 파트너에게 솔직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좋군요.”
하지만 나는 솔직하지 않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내 최강의 무기였으니.
***
‘나는 구속을 원한다.’
내가 독일에 뿌리박으려는 전략 자체는 막스재무장관의 말이 옳다.
하지만 ‘방식’은 다르다.
내가 원하는 구속은 그런 의미의 구속이 아니다.
‘독일제국이 나를 공격했을 때, 너희들은 자신들의 목을 찌르게 될 것이다.’
나를 칼로 찌른다.
하지만 찌른다음 확인해보면, 자신의 목이 뚫려있는 그런 구속.
사실 찌른건 자신의 목이었던 것이다.
‘중국이 써먹었던 전략이지.’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미국을 목줄을 죄어버린 전법을 차용해왔다.
덩샤오핑의 방식은 여러모로 악랄했으니까.
‘독일 제조업은 결코 저가철강을 손절할 수 없다. 우리가 저가철강을 유지하는 한, 그들은 우리를 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전세계 철강의 독점으로 가격을 손익분기점까지 내린다. 그럼 전세계는 유래없는 저가철강의 시대를 맞이한다.
극한의 저가철강.
그 누구도 우리만큼 흑자를 창출하며 저가를 유지할 수 없다.
저가정책으로 독일제조업은 발전한다.
하지만 독일제조업들이 우리 철강을 손절하는 순간, 우리철강을 사용하는 다른 제조업세력들이 독일제조업을 찢어버릴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이런식으로 옥죄었다.
극한으로 규모의 경제와 저렴한 제조단가를 뽑아낼수 있는 중국시장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중국은 독점이 아니었다.
중국이 전랑외교(쉽게 협박외교)를 펼치자 엑소더스가 일어났다.
하지만 내 철강은 중국처럼 엑소더스도 불가능하다. 전세계 철강 공급망이 US스틸과 독일철강얼라이언스 아래에 놓이게 될테니까.
퇴출되는 순간 그 세력은 짖뭉개진다.
다만 나는 독점으로 인한 철퇴를 휘두르지 않는다. 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는 없다.
그저 환경을 조성할 뿐.
내가 철퇴를 들지 않아도.
스스로 저가철강을 포기한 제조업체는 다른 제조업체들의 적자생존에 찢겨버릴 것이다.
나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저가철강을 포기할 수 없도록 중독(Addict)시켜버린다.
횡포를 부리지 않고 도덕영업을 펼친다.
‘그리고 중립을 유지한다.’
나 대신 철퇴를 휘둘러줄 이단신문관들은 널려있었으니.
‘철강의 권좌는 3개.’
그중 2개는 채워졌다.
US스틸(USS).
독일철강얼라이언스(VST).
크루프의 제철사업부를 집어삼킨 이상.
독일결제은행은 티센철강과 크루프철강을 동시보유하게 된다.
독일철강산업을 통일한 독일철강얼라이언스(VST)는 이로써 완성되었다.
우리가 독일철강산업을 독점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USS는 미국철강을 일통했고.
VST는 독일철강을 일통했다.
USS와 VST는 이제 손을 잡는다.
미국철강과 독일철강이 손을 잡는다.
아니, 이미 잡았다.
‘손익분기점이 더더욱 낮아졌다.’
더 낮은 가격으로 덤핑이 가능하다.
규모의 경제가 미쳐돌아가기 시작한다. 독일제국이 우리편에 붙은 이상 영국과 프랑스의 관세장벽도 시간문제다.
“아, 디트로이트님. 혹시 하나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막스 재무장관이 검지를 들었다.
“말씀하세요.”
“철강의 저가경쟁은 3개업체가 남을때까지 계속된다고 했는데, 남은 한 곳은 어디일까요?”
철강산업 3개의 권좌.
US스틸이 전세계에 공언한 마지노선. 전세계에 철강업체를 3개만 남기겠다고 선언했었지.
남은 권좌는 하나.
하지만 나는 이 좌석을 꼭 채워야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건 미끼다.
“글쎄요.”
미국과 독일, 동아시아의 철강산업을 집어삼켰다. 남은 철강산업의 강자들은 몇 없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 세곳의 철강업계다.
“제 생각보다 선방하고 있어서요.”
대러시아제재망.
석유와 석탄 극한의 치킨게임은 이미 몇년전부터 시작된 재해였다.
이미 전세계 석유와 석탄공급망은 극한의 저가경쟁에서 공룡들만 살아남았고.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석탄은 제철소를 돌리기 위한 에너지원.
석탄이 저렴해지니 제철소의 철강도 저가납품이 가능해지고 있었다.
“뭐, 시간문제지만요.”
“그 말씀은?”
하지만 그 조건은 US스틸이나 VST도 똑같다. 상대적으로는 별 차이없다.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좀 더 길어졌을 뿐이다.
“막스재무장관님, 우리 생각을 좀 해봅시다.”
“예.”
“만약 막스장관님이 영국이라면, 이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
나는 싱긋 웃었다.
“철강괴물인 독일과 미국철강에 대항하다가 장렬히 산화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프랑스철강과 러시아철강을 집어삼키고 남은 한자리 권좌를 차지하시겠습니까?”
1903년이 다되가는 지금.
독일철강 생산량은 영국생산량을 크게 앞지르고 있었다. 내가 개입한 영향으로 독일철강업계는 미친듯이 철강을 토해내는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미국은….. 넘사벽이고.
이미 펜실베니아 철강생산량이 유럽전체생산량을 추격하고 있었다.
제2차세계대전때엔 제철소 하나가 독일전체 철강생산량을 집어삼켰었다.
아직도 미국은 성장할 여력이 남아있었다.
프랑스와 영국가 미쳤다고 이 괴물들에게 박치기를 하겠는가?
관세로 걸어잠구고 내수용철강을 돌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세계 철강시장에 뒤떨어졌을 때, 어떻게 뒷감당하려고.
그정도까지 생각이 없진 않다.
‘러시아 제외. 이놈들은 농업국가니까 일단 제쳐두고 생각하자.’
막스 재무장관은 턱을 쓸었다.
“영국과 프랑스의 철강업체들이 손을 잡을지도 모르겠군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영국철강은 제철소들이 구식들이라 성장력이 거세당했고. 프랑스철강은 기술력을 따라가기도 벅차 마땅한 경쟁력도 없는 이들이죠. 협동조합의 형태라면 어떻습니까.”
사실상 영프의 철강산업이 살아날 수 유일한 길이다.
“그렇다면 자신들끼리 뭉치겠군요.”
“예.”
그놈들은 방패다.
독점철강의 등장을 정당화시켜줄 방패.
너네도 독점 만들었으니 우리 독점 뭐라하지 마라. 영국과 프랑스도 독점철강이 생겼으니 미국과 독일의 독점철강을 뭐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를 비난할 명분이 없어진다.
전쟁으로 이어지면, 중립세력(미국)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좀비기업이 될겁니다.”
영국과 프랑스 철강업체가 뭉쳐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나라의 국세를 꿀꺽꿀꺽 집어삼키며 좀비처럼 살아남을 것이다.
세금없이 돌아갈 수 없는 기업체.
반대로 말하면, 세금잡아먹는 괴물이 하나 탄생하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국력이 약해지겠군요.”
“그건 부수효과죠.”
철강산업이 세금 잡아먹는다고 나라가 망하진 않는다. 대한민국정부가 파산한 대형조선소에 세금 들이붓는다고 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불은 철강업계의 주도권을 잃어버릴 것이고, 내 거대한 철강독점에 목줄이 잡힌 채 질질 끌려다닐 것이다.
꼭 뭉쳐야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그대로 멸망해버려도 딱히 나쁘진 않다.
‘하지만, 이들이 하나의 좀비기업으로 묶이면 내가 편해진다.’
나는 막스재무장관에게 들리지 않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전쟁이 끝나면…..
영국-프랑스 철강조합을 한 입에 집어삼켜버릴 수 있게 된다.
‘신일본제철, US스틸, VST.’
나는 이미 전세계 철강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우리가 치킨게임을 너머 데스매치를 유지하는 이상, 나머지 30%는 좀비기업으로 전락한다.
철강독점은 이렇게 완성될 것이다.
나는 철강산업을 독점하고, 철강제조업의 모가지를 틀어쥔다.
***
워싱턴 D.C.
미합중국 국무부.
“장관님, 오스만제국의 대사관에서 US스틸로 전화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확인해본 결과, 오스만제국의 바그다드반에 독점철강을 공급해줄 수 없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장관실.
존 해이 국무장관은 가죽의자에 몸을 푹 기댔다.
“바그다드반이라면 독일제국이 114년인가 대여하는 조건으로 오스만제국과 계약한 철도 아니었나? 나는 그 철강납품을 왜 미국에게 넘기는 건지 이해가 안되는데?”
“크루프사에서 독점철강을 공급하려고 했는데 시가의 8배나 불렀다고 합니다.”
“미친새끼들.”
존 해이장관은 시가를 꺼뜨렸다.
오스만제국이 호구도 아니고. 아직 영불협상과 삼국동맹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는데, 독일제국이 똥을 뿌려버렸다.
“US스틸에겐 미안하지만, 그건 이뤄질 수 없을거다. 아니, 미안할 필요는 없겠군.”
“예, 디트로이트 연준의장이 독일 철강얼라이언스(VST)를 완성한 이상, 크루프 대신 VST에서 새로운 계약을 맺을 겁니다. 베를린궁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VST가 크루프의 제철사업부까지 집어삼켰으니 말 다했군.”
“하지만 US스틸에겐 좋은 신호입니다. 철도사업을 제외하면 오스만제국과 협력할 수 있는 핫라인이 생긴 셈이니까요.”
“그래, 꼭 바그다드반이 아니더라도, 오스만의 다른 철강사업이나 오스만제국의 민간산업까지 침투할 수 있겠지. 좋은 신호긴 해.”
미국철강회사들
오스만 대사관에서 직접 연락을 넣은 이상, 그들에겐 오스만제국으로의 영업길이 열렸다. 좋은 신호지.
국무부.
이곳은 국제외교관들이 우글거리는 복마전이었고, 전세계 정보들이 집중되는 일종의 첩보부였다.
공식적인 첩보부가 완성되지 않은 현재.
미국에는 두가지 큰 축의 첩보조직이 있다.
국무부와 군부(해군부포함).
대표적으로 외교관이 수집하는 정보와 군인들이 수집하는 정보가 있었다.
아, 최근에 생긴 상무부도 기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외에도 자잘한 정보조직들이 있지만, 크게 보면 국무부, 군부의 두 축이다.
미국 국무부는 현재 독일제국에 전집중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철강업계.
유럽의 철강산업에 대한 정보들도 수집하고 있었다.
촤륵-
현 유럽의 지도를 펼쳤다.
동시에 무언가 눈치챈 국무장관의 얼굴이 구겨졌다.
“…..잠깐.”
국무장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는 유럽지도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건…. 위험해. 아주 위험해.”
“위험하다니요?”
국무부 차관은 고개를 갸웃했다.
존 헤이 국무장관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네는 이 판도를 보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건가? 국무부 차관이란 사람이?”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뭔가 큰일이라도 났습니까?”
“쯧.”
‘차관이란 놈이….’
존 헤이 국무장관은 디트로이트를 떠올렸다.
아마 그 악마같은 자식은 이 판도를 진작에 예측하고 있었을 터.
미국 국익에 이득이 된다지만 디트로이트의 광기는 도저히 예측되지 않는다.
당하기 직전까지는.
“미국철강과 독일철강이 디트로이트의 손아래 일통되었다. 이건 이해되지?”
“예.”
“철강관세가 없어져서 미국철강을 독일제국과 오스만제국으로 자유롭게 수송할 수 있게 되었네. 이것도 이해되지?”
“예.”
“첫번째로 철강이 싸져.”
“싸지겠죠.”
차관의 대답.
국무장관은 해괴한 얼굴로 차관을 바라봤다.
“이래도 이해가 안되나?”
“….예?”
“야, 이….새끼 이거 진짜 안되겠네.”
국무장관은 심호흡했다.
“후, 철강이 싸져. 그럼 뭐가 싸지나.”
“철강이 싸지면…자동차, 교각, 인프라, 양푼, 포크, 수저, 촛대 등등이 싸지겠죠?”
“또.”
“아, 에펠탑같은 건축물들이 저렴해지겠죠.”
“…..또.”
국무장관은 차관을 노려보았다.
“또.”
“당장 떠오르는건 이게 다…..아.”
철그럭.
차관은 주머니에서 들린 금속음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눈을 부릅떴다.
왜 이걸 떠올리지 못했을까.
국무부직원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물건인데.
그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천천히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무기…..”
무기가 싸진다.
“그래.”
국무장관은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 지도를 봐라.”
유럽지도를 펼쳤다.
큼직큼직한 제국들의 조각들이 유럽대륙을 채우고 있었다.
“독일제국과 오스만제국. 그 사이에 뭐가 있지?”
“……!”
그제서야.
차관은 국무장관의 ‘위험해’라는 발언을 깨달을 수 있었다. 동시에 디트로이트라는 인간이 지금 얼마나 위험한 불꽃놀이를 계획하고 있는지도.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발칸…..”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가 위치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