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80)
독일제국.
티센크루프의 구조조정본부.
나는 본부의 중앙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VST, 크루프제철, 티센철강 3사의 구조조정본부는 임시적으로 티센철강의 뒤스부르크에 위치하게 되었다.
여기서 차차 내가 구상한 철강 괴물을 실물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티센 회장님, 오스만제국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닫아버렸습니다.”
나는 의자에 푹 몸을 기댔다.
세계철강과 무기산업계를 강타할 소식이 빠르게 뒤스부르크로 전해진 참이었다.
티센회장은 콧등을 긁었다.
“보스포루스해협이면… 흑해의 문이군요.”
“예, 흑해에서 지중해로 나오려면 보스포루스해협을 지날 수밖에 없으니 사실상 흑해를 걸어잠군 셈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독일철강업계에게 직접적인 타격은 주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독일의 해운업은 발트해나 북해를 향해 트여있었지만 흑해, 지중해와는 영 연이 없었다.
하지만 국제정치는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는 판이 아니듯, 이는 유럽판도를 뒤집어버렸다.
나는 오스만제국이 문을 걸어잠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는 범슬라브주의에 대한 오스만제국의 견제라고 생각합니다. 세르비아의 알렉산드르 1세가 범슬라브주의 단체 흑수단에게 살해당했으니까요. 앞으로 발칸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간섭이 강해질 텐데, 오스만제국으로선 위기겠죠.”
보스포루스 해협은 오스만제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고, 해협을 걸어잠그면 슬라브계 국가들은 무역망이 원천봉쇄당한다.
범슬라브주의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타격이 바로 보스포루스 해협 봉쇄다.
오스만제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인 셈.
대영제국이 오스만제국에 개입하는 이유가 이거다.
지중해는 지브롤터와 수에즈를 영국이 걸어잠그고 있지만, 러시아제국을 견제하는 1차 관문이 보스포루스 해협인 이상 오스만제국과는 친하게 지내야했다.
아직 그레이트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대영제국은 러시아제국에게 결코 부동항을 내어주고 싶지 않아한 결과다.
나는 말을 이었다.
“흑해가 완전히 가로막혔으니 발칸반도의 국가들은 육상수송을 통해 수출입을 더 활발히 할 텐데, 독일제국에게는 희소식이군요. 오헝제국과는 바로 옆에 붙어있고 범슬라브주의 국가들과도 다이렉트로 연결되니까요.”
남은 건 육상수송 뿐.
발칸반도들은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
해상운송이 막힌 이상 육상수송 밖에 답이 없는데, 주요수입처의 비중에서 독일제국의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또한 수월하지 못하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의장님, 바그다드반 사업권까지 오스만제국이 통제하는 이 상황에선 발칸반도의 주도권이 오스만제국에게 있습니다.”
일단 베를린에서 발칸반도를 통과할 바그다드반은 오스만제국의 운영 하에 있었고.
아직 건설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심지어 철도로 운송하려고 해도, 오헝제국이 철도운영에 끼어들어 발칸반도행 철강과 무기수입을 다 검열해버릴 것이 틀림없습니다.”
오헝제국은 범슬라브주의의 최전선에 있는 범게르만주의 국가였다.
오스만제국과 범게르만주의가 범슬라브주의를 강력하게 제재한다.
“디트로이트 의장님, 만약 진짜 그렇게 된다면 저희는 우회로가 필요합니다.”
우회로.
혹은 철도운영의 제한을 해제하는 방법이 있다.
티센회장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오스만제국으로 수출해서 한번 건너뛰는 방법 혹은 러시아제국을 통과하는 방법이 유일할 겁니다.”
발칸반도.
불씨가 옮겨붙기 일보직전의 화약고는 유럽대륙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내게는 옵션 하나가 더 보였다.
“세르비아, 불가리아, 그리스, 등. 발칸반도에 국가나 세력들은 많습니다.”
발칸반도의 독립국들.
이들의 몇 도시들은 아직 오스만제국의 치하에 놓여있었다. 발칸국가들은 완전한 독립을 위해 오스만제국과 전쟁을 원했다.
“확실히 말씀처럼 오스만제국으로 수출해서 한번 경유하는 편이 제일 빨라 보이긴합니다. 오스만제국에서 아나톨리아철도를 통해 육상수송을 하면 발칸반도까지는 금방이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오스만제국 내에 그들을 지원할 도시들과 세력들이 팽배하다는 말과 같았다. 오스만제국이 아무리 보스포루스 해협을 걸어잠가도 완전히 걸어잠글 수는 없었다.
“발칸반도로 직접 집어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범게르만과 범슬라브의 경계가 애매한 국가들 말입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왕국 정도가 있겠군요.”
좀 불안하긴 하지만 발칸반도에 직접 수출하는 방법도 있었다.
“디트로이트 의장님, 하지만 그리스왕국은 좀 너무 위태롭지 않습니까? 애초에 발칸반도의 국가들 중 제정신인 나라가 없습니다. 중간에 수송로라도 끊긴다면 무역로에 타격을 입을 텐데요.”
아.
티센회장은 아직 모르는구나.
아니, 모를 수밖에 없었다.
“티센회장님의 오해를 바로잡아드릴 필요가 있겠군요. 오히려 말광량이 그 자체, 광기의 발칸반도이기 때문에 아직 안전합니다. 그리스왕국은 애매한 세력인 동시에, 멀지 않은 미래에 범슬라브주의의 편에 가담할 확률이 높거든요.”
“예? 그걸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그리스왕국도 오스만제국에게 빼앗고 싶은 영토가 있을 것이란 말입니다.”
“…아, 그렇죠. 분쟁이 밥먹듯이 일어나는 곳이니까요.”
“그리스가 오헝제국이 붙어있다고 예예 말 잘 듣는 국가도 아니고요.”
한마디로 이놈들은 막장국가들이다.
강제동화와 인종청소가 밥먹듯이 일어나는 지역이란 말이다. 인간성을 포기한 듯한 정책들이 횡행하는 지역에 타국가의 개입을 신경을 쓸 필요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적다.
설설기는 척, 뒤로 칼 찌르는 애들이라고.
내 말을 이제야 이해한 듯 티센 회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리적 성격을 고려하신 거군요.”
“맞습니다. 다른 곳이면 몰라도 여기는 무기수출한다고 하면 두 손 번쩍 들고 환호성을 내지를 이들이 수두룩한 곳입니다. 철강? 아마 저희쪽으로 엎드려 절을 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저가철강. 끝났죠.”
내 말에 티센 회장의 손등에 소름이 돋는 것이 보였다.
나는 설명을 마친 채 다시 의자에 푹 몸을 기대었다.
발칸반도에의 직접무역.
세계철강과 무기산업이 가야할 이정표는 뚜렷하게 단 한 곳.
발칸반도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베이론.”
“예, 도련님.”
“로에베 이사님과 당장 미팅잡게.”
로에베 이사.
독일 무기산업계의 대부.
DWM 오너가문의 실질적 수장.
그들에게서 연락이 들어온지는 대략 1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파산하기 전에 인수합병 제안 받아들이겠다고.”
파산신청.
대화재로 고꾸라진 DWM은 이젠 진짜 벼랑 끝에 내몰려 있었다.
***
로에베와의 만남은 빠르게 이뤄졌다.
DWM과의 협상테이블.
“뉴욕병기국이 아니라 티센크루프에 합류하는 거군.”
로에베는 못 본 새 수척해져있었다.
DWM은 바덴의 공장이 테러리즘의 대화재로 타오르자, 막대한 빚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파산신청까지 내몰리게 된 상태였기 때문이겠지.
독일제국은 이미 크루프를 소화하지도 못하고 골골대는 상황.
애초에 이럴 때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 독일투자공사였다.
나는 그런 독일투자공사의 총재였고.
로에베가 의지할 상대는 이젠 나밖에 없었다.
“티센크루프에 합류하시는 게 로에베 이사님께도 편안하실 겁니다. 제가 DWM을 인수한다 해도 경영진은 이대로 고용승계하겠습니다.”
FN에르스탈과 마우저를 소유한 총기괴물.
DWM을 인수하기 된다면, 뉴욕병기국과 무기산업 얼라이언스를 맺어 기술협약 등으로 더 빠른 무기산업의 증진을 이뤄낼 수 있다.
그 뿐인가.
독일은 이제 저가철강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무기산업의 초호황기가 이제 막 시작되는 시점에 DWM은 올라탈 수 있게 되었다.
“….DWM이 망하지만 않아도 내 소원은 다했네.”
로에베 이사의 얼굴은 한 10년은 더 늙어버린 상태였다. 형에게 물려받은 총기회사가 자신의 대에서 멸망할 뻔했으니.
로에베 이사의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베를린 공장은 무사히 돌아가네. 하지만 바덴의 공장이 그꼴이 나서야…새로 공장부지를 지어야할 텐데 문제로군.”
“새로운 공장부지입니까.”
이미 로에베의 마음속에 인수합병은 결정사항이었다. 어차피 고용승계받을 테니 로에베 이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DWM의 확장행보였다.
“자네… 내가 왜 이렇게 들떠있는지 모르는 모양인데, 경영자의 짐을 내려놓으면 이렇게 된다네. 전문경영인과 오너가문의 차이점에 대해 그동안 공감을 못했는데 이제 좀 알 것 같아.”
전문경영인들은 오너가문에 비해 리스크가 적다. 자신의 돈으로 사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파산해도 짤리면 끝이다.
물론 로에베 이사가 그렇게 막장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로에베 이사의 포텐셜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그동안 마음고생 심하게 했으니.
“로에베 이사님.”
“왜 그러나.”
“앞으로 돈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진짜로.”
“흐….”
로에베 이사의 입술사이로 픽 웃음을 흘렸다.
“흐…흐하하하하하하하!!! 그거 걸작이군! 걸작이야. 이만큼 든든해지는 말이 또 있을까. 세계금융을 거머쥔 자의 공헌이라 그런가.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 해.”
로에베 이사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공장부지는 어디가 좋을까?”
“베를린공장과 연동되는 위치인 동시에 발칸반도로 운송이 가능해야 하는 장소여야합니다.”
발칸반도.
물론 이곳에는 그리스, 불가리아, 세르비아 등의 소규모 국가들도 많았지만 엄연히 오스만제국과 오헝제국도 우리들의 고객이었다.
그들도 저렴한 무기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싶어했고, 그들에게 제공할 총기들을 생산할 공장들이 필요했다.
발칸반도까지 못 가도 오스만제국, 오헝제국의 수요만으로도 공장시설 하나는 뚝딱 만들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탈리아 왕국에게도 수출길이 열린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판도란 말인가.
“뮌헨.”
나는 미소를 지었다.
“DWM의 제2공장은 뮌헨에 지을 겁니다.”
최대한 발칸반도와 가까운 곳.
그곳은 남부독일의 패자. 바이에른 왕국의 뮌헨이었다.
***
대영제국.
“흐음.”
치익….
시가에 불을 붙인 한 남성은 신문지를 펼쳐들고 있었다. 남자의 앞에는 제임스가 찻잔을 들며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찰스 롤스.
영업순위 1순위의 영국인.
디트로이트 도련님의 주문으로 베이론과 교체해 그를 포섭하러 건너온지 벌써 며칠째였다.
그는 도련님이 구상하시는 항공산업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롤스, 로이스 중 항공기산업에 연관해서 가장 흥미를 보일 인물.
하지만 제임스가 만나본 결과.
그는 비행기에 대한 흥미를 보이긴 했지만 왠지 미적거렸다.
‘어쩌면 항공기가 아직 성공하지 못한 영향일지도 모르겠군.’
경험해보지 못한 쾌감을 어찌 설명하리오.
제임스는 반대로 자동차산업에 대해, 엔진산업에 대해 그를 구슬렸지만, 단단하던 롤스의 철옹성은 의외의 포인트에서 깨져버렸다.
“오늘자 뉴스.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신문입니다. 제임스 씨, 내용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새벽일찍부터 나와있었다.
조간을 챙겨볼 여유는 없었다. 당연히 몰랐고, 애태우는 롤스에 신문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났습니까? 제겐 당장의 롤스님이 가장 중요한 안건이라, 다른 이슈들은 잠시 제쳐놓아도 됩니다.”
“흠.”
찰스 롤스는 재미없다는 듯, 신문지를 펼쳐들었다.
“오늘자 타임지입니다. US스틸이 독일의 티센크루프와 손을 잡았다고 나오는군요.”
“티센크루프?”
“아, 모르시겠군요. 며칠 전 독일철강업계가 하나로 합병하면서 독일철강의 90%를 독점한 철강회사가 탄생했습니다. 그게 티센크루프. 댁네 CEO가 운영하고 있는 괴물이죠.”
‘성공하셨구나.’
제임스는 내심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걸로 세계철강의 과반수를 도련님이 집어삼킬 수 있게 되었다. 남은 철강시장이라 해봐야, 러시아 프랑스 영국.
그 외는 이미 싸그리 전멸에 가까운 상태였다.
‘응?’
촥.
별안간 제임스가 롤스에게서 신문지를 뺏어들었다. 롤스는 눈을 껌뻑이더니 픽 웃고는 흔쾌히 건네주었다.
제임스가 어느 부분에 꽂혔는지는 금방 알았다.
“영국정부에 대한 뉴스도 실려있군요.”
“예.”
제임스는 그 기사를 놓치지 않았다.
[더 단단해지는 관세장벽. 영국정부 철강에 대한 관세 400%까지 인상할 의지가 있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대영제국. 영연방의 폐쇄된 시장에서 고립될 것인가.]꽤 신랄한 기사였다.
“영국의회답군요. 타임지 답고.”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벨푸어내각은 현재 내외로 말이 많습니다. 제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영국의회는 반으로 쪼개서 매일같이 스워드라인 앞에서 혀로 칼질을 한다더군요.”
스워드라인.
영국의회 중앙을 가로지르는 두 줄의 선.
과거 칼을 찼던 의원들이 서로를 죽이려 드는 경우가 있었기에,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그은 것이다.
좁은 영국의회 중앙엔 여야 각각 한 줄씩 그어져 있었다.
“벨푸어 내각은 미국의 철강덤핑으로 자국 국가기간산업인 철강회사가 망하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들고 왔으니까요.”
제임스는 벨푸어내각의 대처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영국은 자유무역주의의 선봉장이나 다름없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게 파토나버린 데에 있겠죠.”
자유무역주의.
영국의 경제는 자유방임주의와 자유무역주의를 통해 아무런 제한없이 자유로운 무역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활발한 교역으로 대영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지만, 이대로는 철강산업을 지키지 못한다.
“원래라면 보호무역주의를 저렇게 통과시키지도 못했겠죠. 평소라면 말입니다.”
“예.”
디트로이트 모건.
제임스는 새삼 도련님의 영향력에 대해 전율할 수 있었다.
“영란은행이 벨푸어내각의 의견에 지지표명을 했으니까요.”
영란은행.
자유방임주의의 선봉장이던 영란은행이 관세장벽을 지지했다. 이건 영국의회뿐 아니라 영국 경제계와 국민들을 화들짝 놀라게 만들었다.
온 영국이 경악하는 사건이었다.
“영란은행 이사회(The Court Of Directors)에서 최종의견을 영국의회에 제출했고, 결국 관세가 통과되었답니다. 자유방임주의의 선봉장 중의 선봉장이 이렇게 선회할 줄은 아무도 몰랐죠.”
영란은행.
그들이 자유방임주의를 두둔하기엔 상하이에서 당한 것들이 많았다.
죄수의 딜레마.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자유방임주의를 흔들어버릴 수 있는지.
인간의 욕심과 광기에 대한 계산에 얼마나 무지했는지.
그들은 깨달아버린 것이다.
[어느 정도 수준의 통제는 필수적이다. 영국정부는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개입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이 모든 흐름은.
전부 디트로이트 모건이 만들어낸 격류다.
현 20세기 초의 유럽대륙은 디트로이트의 효과와 행보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의 발자취 하나하나가 대륙을 뒤흔든다.
[달아오르는 발칸반도. 러시아 품으로 들어간 세르비아. 발칸동맹을 위한 움직임 포착. 온 유럽의 사람들이여. 범슬라브주의를 경계하라.]그런 그가.
이젠 기어코 금단의 영역. 발칸반도에 발을 들이려 하고 있었다.
탁.
“정했습니다.”
찰스 롤스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약하게 쳤다. 그리고는 대뜸 손을 내밀었다.
제임스는 내밀어진 손을 내려다보았다.
“저도 당신들과 함께하겠습니다.”
롤스가 항공산업에 합류하는 순간이었다.
***
“수출 루트를 다 정리하니 개운하군.”
나는 뿌드득 기지개를 켜며 구조조정본부에서 나왔다.
뻐근해진 목과 어깨를 풀어주었다.
최근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쳐 몸이 찌뿌둥했다.
“베이론.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즉시 VVIP전용으로 독일결제은행 특수계좌를 하나 열어놓을 준비하게.”
“VVIP용 계좌입니까?”
베이론은 내 갑작스러운 의뢰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베이론의 손은 메모장을 펼쳐 빠르게 메모하고 있었고, 나 또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동시에 신탁회사 하나 쓸만한 놈으로 설립해. 이 또한 VVIP 전용이다. 헤지펀드 비서실에서 쓸만한 놈들은 다 데려와.”
“거물이라도 붙잡으신 모양이군요.”
“베르타 양에게 독일국채의 대부분이 있다더군.”
“….!!!”
독일채권.
당장은 쓸 수 없다. 독일채권을 독일제국군이 지키고 있는 독일제국에서 썼다간 베를린궁과 척을 지는 수준이 아니라 전면전을 하자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베를린궁과 벌써부터 척을 질 생각은 없다.
오히려 반대로 독일제국은 승승장구해야한다. 그들은 잘나가면 잘나갈수록 수렁에 빠지는 타입이다.
그들 스스로 전쟁을 원하게 환경을 조성한다.
채권은 그들이 몰락한 이후에 압박할 수단으로서 확보해놓을 뿐이다.
“베르타 양만 설득할 수 있으면 일거양득.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다.”
“두 가지입니까?”
“그래, 두 가지.”
내가 필요한 건 베르타 양이 아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권력이지. 그녀는 아직 자신이 가진 힘에 대해 인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녀가 만약 자신이 가진 힘을 알고 있었다면 좀 더 공격적으로 달려들었을 터.
그런 그녀에게서 신탁을 받으려면 지금밖에 없다.
“우선적으로, 베르타 양은 여성의 육신을 가진 탓에, 독일채권을 제대로 다룰 수 없어.”
남녀차별이 극심하던 시기다.
애초에 베르타 양이 자본을 가지고 뭔가 하기엔 20세기 초는 여성에 그리 친절하지 못했다.
특히 보수적으로 유명한 프로이센 융커들은 말할 것도 없다.
“베를린궁은 베르타 양의 권리행사를 그대로 씹겠지. 이 부분을 베르타 양의 대리인에게 설명한다. 그 사람도 납득하겠지. 사실이니까.”
나에게 독일채권을 신탁으로 맡기면 내가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채권이 조금 더 쓸모있어진다고.
“독일결제은행이 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베를린궁은 우리를 건드릴 수 없어.”
독일결제은행은 미국이 수호한다.
그런 독일결제은행이 채권을 신탁으로 보유하게 된다면 베를린궁의 입장에선 최악이다.
일종의 자폭버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를 건드리면, 나는 독일채권으로 동귀어진을 시도한다.
베를린궁 입장에선 하이리스크 로우리턴이다.
나를 찌를 의미가 사라진다.
더 안정적인 독일의 투자활동이 가능해진다.
“여기서 질문.”
나는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베르타 양이 우리 은행으로 온다면, 기존에 예금해놓았던 도이체방크는 어떻게 될까요?”
무려 독일제일부호가 사라진다.
도이체방크는 3중고의 대출에 시달리며 독일결제은행의 대출까지 받아간 상태.
그 상태에서 독일제일부호의 재산이 인출된다?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파산합니다.”
도이체방크.
이건 독일채권으로 무장한 우리가 베를린은행권을 침식할 절호의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