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81)
“서독일 경제권은 만족스러우십니까? 최근 얄마흐 행장님은 날아다니신다고 하시던데요.”
“말도 말게. 한창 인수합병에 미쳐서 사무실에서 숙식까지 할 정도라네. 독일철강을 하나라도 더 집어삼켜야 된다고 아주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아다니더군.”
독일결제은행.
서독일의 은행권이 하나로 결집되어 서독일경제권의 총의를 다지는 금융기관. 서독일의 공업지대들은 독일결제은행의 그림자 아래에 놓여있었고, 금융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들은 독일결제은행을 통한다.
“그보다 베를린은행권인가.”
그중에서 독일결제은행의 원로라고 부를 수 있는 킬리안은 내 말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는 독일서남부 결제를 틀어쥔 황제였다.
다만 그의 다리 상태가 심상치 않아보였다. 그는 목발을 짚고 다리를 절뚝이고 있었다.
“내 다리는 신경쓰지 말게. 늙은이 몸이 망가지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보다 나는 베를린은행권에 대한 얘기를 더 듣고 싶네.”
“예.”
하긴 본인의 문제는 본인이 제일 신경쓰겠지. 나는 관심을 끄기로 했다. 다만 그의 의향대로 베를린은행권을 침식할 방도를 내밀었다.
“저는 베를린은행권을 침식할 예정입니다.”
“침식?”
“베를린은행권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겠다는 의미입니다. 지분투자죠.”
베를린은행권까지 프랑크푸르트의 영향력을 확대한다. 본래라면 수도의 베를린금융이 프랑크푸르트 금융을 침식하는 형태여야하지만, 나는 이 구조를 역행하겠다고 하고 있었다.
독일결제은행의 본점이 위치한 프랑크푸르트를 경제수도를 확립한다.
“자네는 프랑크푸르트를 정말 경제수도로 만들려고 하는군. 혼자서 해보려니 사이즈가 안 나오고. 베를린궁에게 일방적으로 쳐맞을 것 같았겠지.”
킬리안은 바로 핵심을 관통했다.
“하지만 힘들지 않겠나? 베를린은행권이 독일결제은행의 대출을 받아가긴 했지만 기본적인 체급이 다른 곳이네. 베를린의 은행 하나하나는 우리 독일결제은행에 비해 작겠지만, 베를린은행권을 다 하나로 합치면 훨씬 커.”
베를린은행권.
아마 독일에서 가장 큰 지방은행권이다. 수도권의 특권이었고, 가장 많은 금융거래가 일어나는 지역이었고, 카이저의 총애를 받는 프로이센왕국의 중심지였다.
“물론 수도권 도시들 중 베를린 못지않게 포츠담도 중요하긴 하지만 금융권이라면 베를린은행권이 제일이지.”
그만큼.
베를린은행권의 아성은 철옹성과도 비교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저놈들이 어떤 폭탄을 들고 있느냐에 따라 철옹성인지 쿠크다스인지 판별가능하다.
“맞는 말씀입니다.”
나도 동의한다.
베를린은행권은 기본적으로 프로이센왕국의 채권을 처리하는 채권컨소시움에 대부분 가입하고 있으며 채권시장의 큰손들이었다.
베를린궁과 프로이센 정부의 금융사업권을 독점하고 있는 그들은 프랑크푸르트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었고.
“하지만 지금 베를린궁은 크루프 정상화시키려고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그놈들 지금 제정신 아니에요.”
베를린궁.
그들은 국영기업 크루프를 살리기 위해 있는 노력, 없는 노력 더 쏟아내고 있었다.
크루프(Krupp)를 집어삼키려고 애쓰는 이유는 있었다. 크루프의 무기사업은 유럽최강의 대포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속정밀가공에 특화되어 있었고, 제철소는 곁다리였다.
그러니 제철소를 티센크루프에 넘겨준다한들, 그들은 크루프(Krupp)를 지킬 수 있었다.
“베를린은행권놈들, 지금 절대 제정신 아닙니다. 그놈들 지금 베를린궁의 요청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아나? 베를린은행권에 내 인맥망에도 잡히지 않는 정보를?”
“그야 당연하지요.”
인맥망은 결국 인맥망.
그 사람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정보는 인맥망이 아무리 넓다한들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건 베를린궁이 우리에게 요청한 사항이었으니.
“베를린궁이 제게 오스만제국 협상전권대사 자격을 부여했습니다. 독일의 임시대사로 오스만에 가게 되었다고요.”
“….!!!”
“그냥 베를린은행권의 도이체방크에게 휙 하고 하청을 주던 베를린궁이 제게는 정성들여 임시전권대사라는 포장지까지 싸 주었습니다. 베를린은행권에 가야할 이권이 제게 넘어왔네요?”
그들의 독점이 깨진다.
***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베를린은행권의 독점은 깨져버렸군.”
깨진 독점은 분산된다.
베를린궁과 프로이센왕국의 이권들이 베를린은행권에서 줄줄 세어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베를린은행권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고, 수도권 밖으로 기회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나는 이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베를린은행권을 잠식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 베를린은행권을 다 먹을 수 있다.
그건 맞다.
하지만 또 생각해야할 것이 연합군의 유럽열강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 것을 생각해야한다.
전쟁으로 초토화된 연합군은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독일산업들을 갈아마시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 우리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내가 침 발라놓은 물건이라고.
너네들보다 내게 우선권이 있는 물건이라고.
광견병에 걸린 미친개 마냥 물어뜯는 연합군으로부터 이권을 지키려면.
우선 침을 어느 정도 발라놓아야 한다.
설령 지금 가격이 비싸다고 한들 말이다.
‘일종의 옵션이지.’
먼저 살 수 있는 권리.
나는 지금 매물이 아닌 매물을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우선권을 사는 것이다.
“지금 말고는 기회가 없습니다.”
나는 티센회장에게 들은 내용을 떠올렸다.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독일정부는 크루프의 지분에 대한 대금을 대부분 채권으로 지불했다고 합니다.”
“들었네. 그놈들이 일처리하는 게 다 그렇지.”
“라이히스방크에서 국채를 뽑아냈습니다만, 문제는 베르타 양에게 대금으로 지급된 채권과 마르크화의 행방입니다.”
그놈들은 베를린은행권의 심연에 잠들어있었다.
“도이체방크.”
베를린은행권.
그 서열 2위의 대형은행. 그러나 서열 1위 디스콩트 게젤샤프트보다 베를린궁의 사업권에서 우선권을 가진다.
이후에 디스콩트-게젤샤프트도 도이체방크에 합병되니 사실상 1위는 도이체방크다.
“도이체방크의 자산목록에 채권과 현금들이 잠들어있습니다. 베르타 양이 인출을 시도하면 그 자산들, 줄줄이 넘어갈 겁니다.”
은행의 자산은 기본적으로 파생된다.
특히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은행들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겸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중은행들이 투자까지 한다는 소리다.
“베르타 양에게 신탁받은 국채들을 담보로 대출을 땡겨받았을 겁니다. 혹은 국채들로 파생상품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요.”
“파생상품이라면 CDO말인가?”
“뭐 CDO가 가장 유명하지만, 아닙니다.”
아직 독일은 CDO가 정착되지 않았다.
유동화된 채권이라면 CDO가 가장 유력하긴 하지. 하지만 내가 알기로 독일은행권은 아직 CDO가 유행하고 있지 않았다.
은행권의 구조 때문이다.
“독일은행들은 기본적으로 담합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모여서 투자하는 식이죠. 이렇다 보니 투자할 때, 돈이 모자를 일이 많지 않습니다. CDO보다 더 자금을 끌어올 쉬운 수단이 있는데 CDO가 유행할 리가 없죠.”
대부분 독일은행들는 커넥션이 넓다.
그 넓은 인맥망 몇 번 뒤지다 보면 툭 하고 쳐도 담합할 은행들이 와르르 쏟아져나온다.
“….자네의 말대로 그렇긴 하지. 독일은행들은 별로 CDO에 흥미가 없어. 애초에 돈이 모자를 일이…. 아 잠깐만!!!”
쾅!
킬리안은 책상을 부서지도록 세게 내리쳤다. 이윽고 뭔가 깨달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베를린은행권 놈들, 이제 자금풀이 메말라가고 있으니 CDO를 도입할 생각이군!!!”
“예,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그겁니다.”
물론 월스트리트은 당시 그냥 돈이 된다는 이유로 CDO를 남발하며 뿌려대긴했다.
하지만 지금 독일금융권을 이해해야하는 게 이들의 금융은 현 시티오브런던의 금융과는 다르다는 점에 있다.
“독일금융은 돈으로 돈놀이하는 자본금융보다는 돈으로 산업에 투자하는 산업금융에 치중되어 있는 현실입니다.”
돈으로 돈놀이.
독일은행들도 하긴 하지. 그런데 당장 눈앞에 매력적인 회사들이 널려있는데 거기에 쓸 자금들이 남아날까?
죄다 투자로 쏟아붓겠지.
19세기 말.
루르공업지대와 자를란트, 알자스로렌 등 라인란트 지방의 공업은 급속도로 발전하던 시기였다. 이때쯤 영국철강산업을 따라잡기 시작했고 매년 2배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주는 미친 집단이었던 것이다.
이놈들에게 투자해야지.
더불어 제조업과 공업이 발전함에 따라 무역금융도 발전하게 되었고. 그 대표적인 무역은행이 다름슈타트 산업은행과 북독일은행이다.
하지만…. 지금은?
“….독일결제은행이 다 집어삼켰지.”
“현재 라인란트의 굵직한 공업회사들과 제조업들은 전부 독일결제은행의 투자를 받은 상태입니다. 프랑크푸르트가 베를린보다 라인란트에 가깝고 그들의 금융에 더 가깝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이곳은 경제도시다.
은행권들도 발달해있고,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다, 독일결제은행이 집어삼켰습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좀 체감이 되십니까?”
“무엇이 말인가.”
나는 미소를 지었다.
“서독일경제권. 독일결제은행의 위력을 말입니다. 지금 독일 전체의 경제가 저희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까.”
“…..!!!”
서독일경제권.
경제권은 금융에서는 다른 말로도 쓰인다.
“이게 금융가입니다.”
시티오브런던.
월스트리트.
프랑크푸르트도 이젠 엄연한 하나의 금융가였다.
“베를린은행권의 주도권, 저희가 가져오죠? 다만 저는 외지인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주도해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같이 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지금.
킬리안은 말그대로 악마의 유혹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좋지.”
덥썩.
그는 내 손을 붙잡았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철강을 위해서다.”
프랑크푸르트.
전 독일로스차일드 본점.
독일투자공사 본관의 총재실에서 나는 베이론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대화하고 있었다.
“발칸반도에 불을 지르고. 베를린은행권에 침을 바르고, 서독일경제권을 틀어쥐고, 크루프를 박살내고, 바그다드반 사업권을 뜯어오고…이게 다 철강을 독점하기 위한 빌드업이란 말씀입니까?”
베이론은 순간 피부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 어떤 미친인간이 독점하겠답시고 제국 하나의 경제를 덤핑으로 씹창을 내고,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발칸반도에 불을 지른단 말인가.
베이론은 여전히 이 미친인간의 뇌내구조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만약 슬럼가에서 살아남은 악착같음과 독기가 아니었으면 진작 지쳐 나가떨어졌을 것 같다.
“세계철강의 60%이상을 저희가 집어삼켰습니다. 최대 70% 이상까지도 보고 있죠. 헤지펀드의 신용평가실에서 구체적인 추계와 함께 결산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결과가 나오려면 한 1년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가.”
“확정된 시장점유율만 65%입니다.”
“하하.”
확정된 점유율이 65%.
사실상 전세계 철강가격은 우리가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철강은 이대로 저가에 계속 덤핑하시겠습니까?”
“일단 손익분기점까지 다시 올려. 전세계 철강시장 65%를 먹은 시점에서 이미 끝났어.”
손익분기점.
우리들에게는 손익분기점이겠지만 다른 철강회사들에겐 사망선이다. 적자의 늪에 하우적거리다 죽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
그 누구도 우리들의 가격정책을 따라올 수 없었다.
이 시점에서 승리는 확정되었다.
언제 프랑스-영국이 관세장벽을 내리고 철강협회가 만들어질 지가 재미포인트였지.
“내가 베를린은행권을 잠식하려는 이유 말인가?”
“예.”
“일단 CDO로부터 좀 떼어내려고.”
제1차세계대전을 더 치열한 전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독일의 성장밖에 없다.
독일제국이 이대로 성장해 영국과 프랑스의 뚝배기를 깨놓아야 내가 구상한 판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독일경제가 나락을 간 게 아니다.
독일의 기득권들이 나락을 갔지.
현재 독일경제에 독일결제은행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사실상 비스마르크 이후 최고의 호황기가 시작된 걸지도 모른다.
“저가철강으로 독일제국의 특기인 철강제조업이 떠오르고 있어. 티센크루프가 DWM의 무기산업들까지 집어삼키면서 유럽 내에서의 지위를 확고부동하게 유지하고 있네.”
그런데 여기에 CDO를 끼얹을 생각은 없다.
적어도 세계대전이 시작될 때까지는 걱정 없이 몰아칠 것이다.
“대영제국은 CDO가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어. 그놈들은 솔직히 말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되어가고 있다.”
금융자본으로 자본을 불린다.
그게 시티오브런던의 특기였고, 그들의 돈놀이에 대영제국의 산업들이 목줄 잡혀있었다.
하물며 보험업계에선 파생상품인 CDS의 원시적 형태까지 나온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놈들은 이미 타락했다.
“독일철강이 미국철강과 손잡고 유럽철강시장을 독점해 세계시장으로 재패한다면, 뺏어온 만큼의 철강시장점유율은 그대로 독일경제성장률로 이어진다.”
하지만 독일은 아니다.
19세기 말 급격한 산업혁명의 여파로 산업자본들이 대부분이다.
독일제국은 CDO에 정신팔릴 틈도 없이 투자활동을 해야할 환경에 놓여져버렸다.
행복한 비명이 쏟아져내렸다.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는 유래 없는 호황기를 시작했다. 이건 어제자 차이퉁 신문이다.”
나는 석간 하나를 던졌다.
베이론은 신문을 받아들어 펼쳤다.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평균적으로 주가가 15%이상이 올랐군요. 철강주들과 철강제조업, 금융주, 심지어 왠지 모르겠지만 화학까지 올랐습니다!”
“그래, 어제는 15%. 그저께는 12%가 올랐네. 증권거래소가 폭주하기 시작했어. 이미 독일증권거래소의 거래량은 폭발했고, 너나할 것 없이 주식시장으로 달려들고 있네.”
이제 독일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
독일제국의 재무부가 나를 대우해주는 건 이런 이유들이 겹치고 겹쳐서 나온 결론이었다.
나를 해치는 것은 국익에 옳지 못하다.
베를린궁의 카이저도 내 취급이 반쯤은 계륵이었고.
만약 내가 독일제국에 해가 될 인간이었다면, 베른슈타인 마냥 프로이센 경찰들에게 쫒기고 있었겠지.
“문제는 베를린은행권이다. 그놈들은 이 시류에 올라탈 자본이 없어. 무조건 CDO 손댄다. 무조건. 그래서 먼저 묶어버려야 해.”
물론 채권도 중요하다.
베르타양의 채권도 중요하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계대전을 위해 내가 뿌려놓은 떡밥들일 뿐이었다.
‘베를린은행권은 격렬하게 저항하겠지.’
누가 지분투자와 자본침식을 좋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래서 나는 이 채권을 빌미로 베를린은행권의 발목을 묶어버릴 생각이었다.
‘먼저 나락을 가는 것이 독일이어선 안된다.’
무분별한 CDO는 금융의 핵폭탄이다.
당장 베를린은행권에서 CDO를 빼내야했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려선 아니된다.
그들에게 새로운 먹잇감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독일결제은행이 베를린은행권에 지분투자를 하면서 유동성을 공급한다. 그렇게 되면 베를린은행권도 곧 기업투자활동에 혈안이 될 것이다.”
주식수익률과 지분투자 수익률의 리미트가 풀린다. 재미도 보고 재앙도 피하고.
굳이 자분투자가 아니더라도.
대출만으로도 본전 뽑는다.
이미 대영제국의 금융가는 골로 가기 위해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
“베를린은행권이 우리들의 투자금을 가지고 투자활동을 시작하면…..”
나는 검지를 들었다.
“우리들의 철강독점은 더더욱 공고해진 철옹성을 구축할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나중에 전후 베를린은행권을 집어삼키면 화룡점정. 독일제국의 투자활동은 전후 내 재산으로 치환당할 예정이었으니.
‘너네들이 쳐먹으면 쳐먹을수록 내 배가 부르다.’
이것이 ‘상생’ 아닐까.
베를린은행권의 잠식은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전쟁이 끝나면 독일을 자유주의로 바꾸고 경제전반을 싸그리 집어삼킬 것이다.
“기대되는군.”
차근차근.
모든 것은 계획대로 굴러가고 있었다.
***
대영제국.
벨푸어내각의 공식발표.
“저희 영국의 제조업은 미국철강의 지배 아래 놓이지 않을 것임을 천명합니다.”
영국의회.
영국시민들과 의원들이 빼곡히 모인 광장에서 벨푸어 총리는 연설문을 집어들었다.
“철강수입관세는 현행에서 100% 이상 증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철강은 이제 영국본토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도로 선회할 것입니다. 영국은 자국의 산업을 지켜야 합니다. 경제적 자주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벨푸어는 단상을 콰득 움켜쥐었다.
“대영제국의 해는 지지 않습니다. 저희는 유럽의 정의로운 균형자로서 존재할 것을 다시금 천명하며 보호무역으로 선회할 것임을 밝힙니다.”
시민들이 웅성인다.
사업가들은 미간을 찌푸리고 벨푸어의 연설을 듣는다. 오직 제철소에 관련된 인부들과 관계자들만이 미소를 지었다.
“프랑스로부터 철강연합를 맺고 세계철강시장에서 생존하자는 러브콜이 들어왔습니다. 프랑스는 지역제철소들은 이미 하나의 협회로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제철소.
프랑스 철강협회는 영국의 철강협회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거절했습니다.”
벨푸어는 단상위에서 자랑스럽게 떠들었다.
대영제국의 경제력은 이미 시티오브런던이 검증해주고 있었다.
최근 도입된 새로운 ‘파생상품’ CDO는 빠르게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었고, 투기광풍을 불러오고 있었다.
굳이 프랑스의 도움이 없이도 CDO 몇 번 발행하면 영국기관을 살릴 수 있었다……라는 자신감으로 가득차있었다.
“저희 영국정부는 재정정책과 경제정책의 현행유지 혹은 규제강화를 실시합니다.”
영국의 트롤링.
프랑스와 합쳐도 모자를 판에 부실채권을 양산하듯 뽑아낼 지옥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이것이 영국입니다.”
벨푸어는.
자신감에 차올라있었다.
머릿속으로 디트로이트 모건을 떠올리며 말이다.
“영국의 철강산업은 강합니다(Strong).”
촤륵.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그 뉴스를 접한 내 감상평은 짧았다.
“미친놈들, 한번 뚝배기 깨져봐야 정신차리지. 선민의식도 저 정도면 정신병 말기라니까.”
하여간 CDO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프랑스와 손잡아도 반죽음인데, 자본이 쏟아진다는 ‘착각’속에 빠져버리니 이건 답이 없었다.
‘이거 내가 원하던 전개가 아니다.’
벨푸어의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계산 밖의 광기는 잠재워야한다.
나는 참교육을 위해 큼지막한 몽둥이를 집어들기로 했다.
무기산업이란 이름의 몽둥이를.
덤핑으로 한 차례 영국의 무기산업에 쇼크(Shock)를 일으킨다.
그동안 쌓아올린 독점의 저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일단 맛보기만 보여줘야지.’
영국이 화들짝 놀라게만.
가볍게 잽.
곧 영국무기산업계가 머리에서 피 철철 흘리며 벨푸어를 죽이려 들 때 그는 현실을 깨달으리라.
바야흐로 2번째 덤핑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