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85)
“존경하는 의원님들! 지금 벨푸어 총리는 경제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발언하고 있습니다!”
영국의회.
스워드라인(SwordLine)
미국의 철강독점에 대한 안건. 그리고 철강관세에 대한 안건으로 의회는 양분되었다.
자유무역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여당과 야당의 의원들은 흥분에 가득찼고 서로 피튀기는 토론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벨푸어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자유무역론을 펼치는 당신들은 진정 영국을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까? 미국철강과 독일철강을 합치면 시장점유율이 무려 70%에 육박합니다! 영국의 철강산업이 미국과 독일에게 종속된다면 영국의 산업근간이 미국과 독일에게 저당잡히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자유를 되찾아야 합니다!”
자유.
벨푸어는 철강산업 가격정책의 자유를 토로했다. 이대로 미국과 독일에게 끌려다니면 영국철강제조업은 전부 그들에게 종속되어버릴 테니까.
철강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울며겨자먹기로 가격을 올려야한다. 철강제조업의 가격이 오르면 민간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증가된다.
물가상승률이 오르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도래한다.
그러면?
그럼 표가 떨어진다.
“보호무역이 옳다는 말입니까? 악 중에서도 선택적 악이 가장 무서운 법입니다. 선택적 자유란 있을 수 없습니다! 자유는 자유! 국가가 통제하면 그것이 뭐가 자유입니까! 철강산업은 정부에게 목줄이 잡히겠지!”
“그건 궤변입니다! 영국정부는 표를 위해서라도 민생을 걱정하지만 저 야비한 천민자본주의 양키들이 과연 당신네들의 민생을 책임져줍니까? 살인적으로 물가를 올리면 어떻게 하시려고 합니까?”
물가에 대해.
“살인적으로 물가를 올리면 오히려 좋지요. 그때는 영국정부가 국영자산을 투자해서 제철소라도 지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철강가격이 비싸니까 수익률도 끝내주겠군요!”
“기술력은 미국과 독일이 다 가져가 선점할텐데 그럼 어떻게 하실겁니까?”
“기술력이 걱정이라고요? 미국과 독일은 뭐 기술력이 있어서 저렇게까지 성장했답니까! 우리 기술 베껴가서 계속 갱신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우리 제철소 다 빼앗기면 바닥부터 시작해야합니다!”
“왜 없습니까! 비커스사같은 군산복합체는 제철소를 자체적으로 생산합니다! 당신은 영국의 총리 맞습니까?”
기술력에 대해.
창과 방패가 격렬하게 부딪히며 불꽃과 스파크들이 튀어나왔다.
“당장 발틱해운거래소 뒤집힌 것 못봤습니까! 철강독점은 우리를 뒤집어엎을 수 있다고요!”
“지금 말이라고 하셨습니까? 비토권의 존재조차 모르던 총리가 지금 그 말을 입에 담으신 거냔 말입니다!”
“….아니.”
“애초에 영연방이 걸어잠궈서 먹고 살수는 있겠지요. 예. 가능합니다. 그래요, 모두가 서서히 굶어죽어가겠지만 말입니다!”
국가는 개인을 억누를 수 있다.
하지만 그 개인 때문에 국가가 휘둘리는것도 웃기지 않은가?
대체 왜 디트로이트 모건이란 개인 하나 때문에 영국은 수십년전으로 회귀해야한단 말인가. 그냥 손잡고 서로가 서로의 뒤를 봐주면서 잘먹고 잘살면 안되나?
“우리가 왜 자유무역주의로 선회했는데!!!”
비커스를 옹호하는 측.
사실 자유무역으로 철강시장을 완전히 오픈해야하는 측이 훨씬 더 유리했다.
“자유무역은 대영제국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만들어준 1등공신입니다! 벨푸어 총리님, 당신은 지금 자랑스러운 대영제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계십니다!”
증명된 가치였으니까.
벨에포크와 빅토리아 시대는 자유무역주의를 통해서 극적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보수파들도 진보들도 이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벨푸어는 같은 여당에서조차 까이는 차지였다.
“철강산업의 종속! 좋지요.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미국철강과 독일철강이 양분하는 시장 아닙니까. 그들이 가격을 올린단 소리는 국제철강가격이 공평하게 오른다는 의미입니다.”
철강의 가격.
나만 오르나? 다 오른다.
독점시장의 주체가 올리면 다 오르는거다.
하지만 반대로 뒤집으면 끔찍한 결과가 도출된다.
“지금처럼 관세를 걸어잠구고 보호무역을 하면 철강의 가격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만 오릅니다 우리만!”
영국만 오른다.
국제철강가격이 하락할때 영국만 오른다.
“비토권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미국의 회사 아닙니까.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하면 말입니다!”
비토권이 있기야 하지만.
미국이 이판사판으로 이꽉 깨물고 패권을 위해 영국이랑 대거리하기 시작하면 그때는?
그때는 어떻게 되는데?
“영국정부는 지금, 국제적인 철강제조업에서 탈락당하고 싶으신겁니까? 독일과 미국은 저가철강으로 철강을 규모의 경제로 토해내는동안, 저희는 손가락만 쪽쪽 빨겠죠! 왜? 비싸니까!”
자유무역으로 먹고살던 대영제국이다.
그런데 국제철강관련 무역에서 도태된다? 이만큼 치욕적인 순간도 없으리라.
벨푸어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희 영국정부가 대신 걷은 관세로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철강제조업에게 일정부분 지원금을 드리면 해결되는 것 아닙니까!”
지원금.
벨푸어의 말에 의회는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의원석의 모두가 벨푸어를 바라보았다.
벨푸어는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벨푸어에게 반박하던 의원은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를 보냈다.
“벨푸어 당신…..”
“…..뭡니까.”
심성치 않은 분위기.
벨푸어는 뒷목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반박하는 의원의 눈깔이 돌아갔다.
“당신 혹시 빨갱이입니까? 사회주의자에요?”
“예?”
“저 자식 국가가 개입해야된다고 말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벨푸어 저자는 영국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망령에게 가져다바칠 영국의 배신자입니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당 선언의 문구다.
영국의 산업가계층을 공포에 떨게한 문구이자 오래된 러다이트 폭동의 악몽을 되살리는 문구.
이때부터 개싸움이 되었다.
의원들은 벨푸어에게 융단폭격을 날리고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프레임을 씌우며 여당 야당 할것 없이 미친듯이 물어뜯었다.
“그만…그만!!!”
벨푸어는 도망치듯 의회를 빠져나왔다.
***
“젠장!”
쾅-!
벨푸어는 만신창이로 의회를 걸어나오며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저 빌어먹을 작자들은 대체 뭐가 문제인가! 산업계층이면 지원금을 준다고 하면 좋아해야하는 것 아닌가? 왜 공산주의로 몰아가는거야? 사상검증도 안된 애송이 경제인 나부랭이가 뭐가 좋다고!”
그는 거칠게 넥타이를 풀며 마차 좌석에 올라탔다. 그의 비서관이 함께 동승했다.
탁.
“아무래도 비커스사에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겁니다. 가뜩이나 왕립해군예산이 모자른 시점에서 관세로 뒤통수를 쳤으니 미친개처럼 물어뜯는거죠.”
“이미 관계는 끝장났다는 얘기군.”
“비커스사의 덩치를 보십시요. 해군조선사업을 양분하는 강자이자 맥심기관총을 보유하고 생산하는 총기산업까지 먹었습니다. 이외에도 카테고리가 다양하고요. 현재 핫스팟인 발칸반도에선 날고뜁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요.”
일본의 해군이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지금은 공중분해되었지만.
“그건은 어떻게 됐나.”
“디트로이트 모건이 영국의회 의원들과 접촉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말입니까?”
“그놈이 개입했을게 뻔해. 안그러면 내가 이렇게까지 집중포화를 받는 이유가 없을 것 아닌가. 같은 여당끼리도 공격하면 어쩌자는건가!”
쾅-!
주먹으로 문짝을 친 벨푸어는 얼굴을 쓸었다.
이대로면 벨푸어 내각은 1기로 끝이다. 내부적으로 정리도 안된 내각이 얼마나 오래가겠나.
“하지만 디트로이트의 조사결과. 그는 지금까지 계속 독일에 있었습니다. 철강에 대한 독점을 위해 베를린궁과 크루프에게 전면전을 걸었더군요. 영국의회까지 간섭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럼 저놈들은 단순히 내가 싫어서 저러는건가?”
“정확히는 보호무역주의에 경기를 일으키는 겁니다. 산업계층이 뒷배로 있는 자들 아닙니까. 제철산업이라고 해봤자 저들에 비하면 소수입니다.”
미치겠군.
벨푸어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디트로이트의 망령이 영국의회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는 손도 대지 않았는데 벨푸어 자신이 괜히 벌집을 쑤신 바람에 알아서 자멸하는 꼴이라니.
블랙코미디도 이정도면 희극이었다.
“하지만 철강산업이 저들에게 저당잡히면 답이 없네. 오스트레일리아의 철강산업이 있지만, 그것도 디트로이트 놈의 소유아닌가.”
그건 진짜로 못건드린다.
다우닝 10번가가 디트로이트가 무섭다고 그걸 못건드리는 건가?
그건 아니다.
문제는 영국의회다.
사기업을 정부에서 뺏어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건 자유방임주의의 신입부터 죽은 원로들까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을 죽이려 들것이다.
자유방임주의에서 사기업이 대한 ‘박탈’은 역린 그 자체였다.
그걸 건드리면 벨푸어의 정치인생은 그자리에서 작살난다.
“젠장. 이래서야 앞뒤 다 막힌 포위진 아닌가.”
“디트로이트 이사를 굳이 적대할 필요가 있습니까?”
“내가 언제 그를 적대했나. 경계하는거지. 그놈이 영국경제를 집어삼키고 있는게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잖는가!”
“그런데 총리님.”
비서관은 벨푸어를 바라봤다.
“영국경제는 이미 빈부격차가 심각합니다. 굳이 디트로이트 모건이 아니더라도 영국대기업들은 민생을 빨아먹고 있고요. 대영제국의 전성기에 양산되던 중산층이 증발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표는 누가 그들의 위에 군림하건 상관하지 않을겁니다.”
둘다 악마라면.
소속이 뭐가 중요한가.
자신이 굶어죽게 생겼는데.
“게다가 지금까지 디트로이트 모건과의 거래내역을 분석해본 결과. 그가 영국국익에 해를 끼친 적은 없었으며, 오히려 드레드노트를 포함한 국익에 이바지한 기업인입니다. 오히려 훈장이나 기사서훈을 줘도 될 수준입니다.”
“…..”
“막말로 디트로이트 이사 아니었으면 오스트레일리아에 그렇게 많은 석탄과 철광석이 있을줄 알았겠습니까? 그를 불필요하게 밀어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놈이 올리면 어떻게 하겠나. 독일과 손잡고 영국을 박살낼 수도 있겠지. 독일철강도 결국 그놈의 손에 있지 않나.”
“총리님.”
비서관은 잠시 말을 골랐다.
“독일철강독점은 독일투자공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 독일투자공사의 비토권을 우리 영국이 가지고 있고요. 오스트레일리아의 비토권도 우리가 가지고 있습니다. US스틸의 비토권도 로스차일드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
“이걸 저희가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실책이 맞습니다. 디트로이트 모건은 상생을 추구하는 경제인입니다. 우리가 못알아챘을 뿐이죠.”
비서관은 조사자료를 제출했다.
“영국외무부에서 날아온 조사자료입니다. 독일의 영국대사관에서 프로이센경찰의 움직임을 포착했습니다.”
“프로이센 겅찰? 정치범을 잡는 비밀경찰들이?”
“예, 경로를 분석해본 결과, 디트로이트 이사를 감금취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걸로 디트로이트 이사는 독일정부와 완전히 갈라섰다는 걸 알수 있습니다. 그는 오히려 반독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
“게다가 디트로이트 이사는 프로이센과 얽힌 이권을 죄다 포기했습니다. 서독일에 집중하고 있지요. 주요 거점중엔 하노버도 있습니다.”
“….하. 미치겠군.”
“그도 독일에서 비밀경찰에게 한번 당했으니 이제 국가에 대해서도 생각이 좀 바뀌었겠죠.”
푸르릉!
거친 투레와 함께 말발굽소리가 바닥을 푹푹 페었다. 어느새 마차는 다우닝가 1번지 앞에서 멈춰섰다.
비서관은 마차에서 내려 벨푸어를 보좌했다.
“총리님, 디트로이트와는 한번 화해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같습니다.”
벨푸어는 생각했다.
외교는 어렵다고.
독일의 진영과의 불화는 오히려 디트로이트의 사상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늦었어.”
“늦었을 때가 마지막 기회라지요 ”
“…..”
“한번 고려해보시지요. 식민장관인 체임벌린 경은 제가 한번 설득해보겠습니다.”
“…..그런가.”
벨푸어는 고민에 잠겼다.
본래라면 디트로이트의 D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켰을 벨푸어였다.
하지만.
비토권의 존재를 알았고.
디트로이트가 독일제국과 대립각을 세웠다면 얘기가 다르다. 특히 프로이센 비밀경찰과의 대립이라면 더더욱.
게다가 미국은 엄연한 중립국.
잠재적인 앵글로색슨, 영국의 동맹국이다.
“한번 생각해보지.”
벨푸어는 그대로 관저에 들어섰다.
창가로 불이 켜졌다.
그날 총리의 관저의 불은 꺼지지 않았고, 밤새도록 불야성을 이뤘다.
“…..후.”
밤잠을 설친 벨푸어는 검게 물든 얼굴을 쓸어내렸다. 다만 표정만큼은 근심이 덜어진 얼굴이었다.
그는 결심했다.
“한번 산업가들과 만나서 진지하게 얘기해봐야겠군.”
어쩌면.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따르릉-!
“예, 총리님.”
곧바로 똑부러진 대답이 들려왔지만 피곤함을 완전히 감추진 못했다.
“비서관, 지금 총리실까지 올라와줄 수 있겠나? 자네도 밤잠 설쳤을텐데 미안하네.”
“아닙니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그래.”
푹.
벨푸어는 그대로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일단 비커스부터 만나봐야겠군.”
적어도 외교라는 분야에서.
솔즈베리 총리의 후계자로 지목된 벨푸어는 자신이 누구에게 지지않는다 자부했다.
“….항상 깨어있으라.”
그는 마태복음의 구절을 읊었다.
총리관저의 창밖으로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디트로이트에게도 대사관 직원들을 보내봐야겠군.”
***
“거절합니다.”
나는 내 관저로 찾아온 영국대사관 직원들을 내쫓았다.
그들은 의문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 하지만 독일제국과는 이미 틀어지시지 않았습니까. 저희 영국정부와 한번 대화라도 해보시지요.”
“아, 싫다고.”
나는 툴툴거렸다.
‘내가 미쳤냐?’
CDO로 점철된 폭탄속으로 뛰어들으라니 이놈들은 나를 암살하려 온게 틀림없다.
영국과 손을 잡는다고 했지만, 그게 완전히 너네편이란 의미는 아니다.
선긋고 비즈니스 파트너로 지내자고.
제발.
“안녕히가세요.”
덜컥.
나는 문을 걸어잠궜다.
“…..어.”
문밖에 버려진 영국대사관 직원들은 멍청하게 입을 벌렸다.
그들을 다시 맞이한 것은 입구부터 철통방어로 감시하던 미국 비밀경호국의 떡대들이었다.
그들은 험악한 얼굴로 대사관 직원들을 노려봤다.
그들 눈에는 프로이센 비밀경찰이나 이놈들이나 똑같아 보였다.
“일은 다 끝나셨습니까?”
살기가 가시처럼 돋아난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말에 영국대사관 직원들은 숨을 들이켰다.
저 축구공만한 주먹에 한대 맞으면 목뼈가 비틀어질 것만 같았다.
“…..예.”
그들은 얌전히 찌그러졌다.
한번 신뢰에 금이간 영국에게 디트로이트와의 여정은 멀고도 험했다.
탁. 타타탁.
[ 보고서 ]….중략….
디트로이트 모건의 칩거와 심리상태를 보아 프로이센 비밀경찰의 강도높은 취조에 당한 것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 그를 유럽대륙에서 영국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인 것은 확실하다.
….중략….
PS. 독일내부의 이권구조에 대해선 추가적인 심층조사가 필요함. 영국재무부는 필요한 인원들을 시급히 본 대사관으로 파견해주길 바람.
– 주 독일 영국대사관
영국과의 기묘한 관계가 시작되었다.
***
워싱턴 D.C.
백악관.
“……”
루스벨트는 눈앞에 놓인 서류들을 진득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부분이 디트로이트에 대한 서류들이다. 독일제국에서 성취한 결과물부터 그동안 당한 것들까지.
국무부에서 얻어낸 정보들이 백악관의 주인에게로 진상되었다.
“이보게, 비서관.”
“예.”
“현 재무부 장관도 이제 슬슬 은퇴할때가 됐지?”
“예?”
눈을 껌뻑이는 비서관.
루스벨트는 삐걱 의자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의 눈동자 위로 수많은 생각들이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아니, 잊어버리게. 그냥 궁금해서 한번 물어봤네.”
“예….”
하지만 그말과 다르게.
루스벨트의 입꼬리는 쓱 올라갔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미국은 인재를 버리지 않지.”
루스벨트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
그는 아직 텍사스에서 전쟁부장관까지 끌려온 그날을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