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87)
미합중국 재무부.
백악관과 연방준비제도와 더불어 미국경제를 책임지는 트로이카 중 한 축. 사실상 공개시장조작으로 시장을 움직이는 연방준비제도와 달리 재무부는 미국재무를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그렇다고 미국재무부의 권한은 약하지 않다.
당장 미국 국세청(IRS)의 악명높은 위상만 보더라도 재무부의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었다.
의외로 무력도 막강하다.
현 1903년 시점에는 ‘미국해안경비대’도 미국 재무부 산하의 밀수감독기관인데다 ‘비밀경호국’이 재무부 소속이었으니, 사실상 군대까지 소유한 조직이나 다름없었다.
재무장관이 작정하고 확장하면 해군조직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은 아니었다.
예산만 더 편성해주면 되는 일이니까.
재무부의 국세청도 사실상 강제집행하는 무력조직을 소유하고 있었고, 아직 연방수사기관인 FBI가 존재하지 않았으니 무력의 독립성도 어느정도 챙길 수 있었다.
물론…전문 무력기관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 아니겠나.
행정절차 등과 같은 문제일뿐.
불가능은 아니었다.
“자네가 재무장관으로 임명되면 자네의 신변따위는 우리가 걱정할 필요도 없어지네.”
그야 그렇겠지.
내가 생각해봐도 이정도면 과장 좀 많이 보태서 미국연방정부가 쿠데타를 걱정해야할만큼 막강한 전력이었다.
그만큼 미국 재무부는 독립전쟁부터 이어져내려온 유서깊은 행정기관이었고, 강력한 권한들을 휘두르는 유력기관이었다.
“추가로 군인출신들이나 자네들이 사랑하는 핑커톤의 경호원들도 자네 호위로 등용시키는걸 고려하고 있네.”
이 포인트에서 나는 루스벨트가 상당히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나를 노예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진심도….물론 있었지만, 핑커톤에 학을 떼는 루스벨트가 핑커톤을 포용한 시점에서 나를 진심으로 기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쯤 되면 거절하기가 더 힘들어지는데.’
물리적으로.
루스벨트의 진심은 반대로 뒤집으면 강제집행할 각오까지 되어있다는 뜻.
그리즐리가 눈물을 머금고 큼지막한 철퇴를 질질 끌어와 내 트러스트 하나를 본보기로 머리 깨버릴지 모를 일이었다.
“일단 상원의회는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백악관이 인준동의안만 제출하면 이후엔 일사천리일세.”
미국의회로 백악관이 제출하면 상원의회는 해당 소관의 상임위원회로 회부시켜 예비조사부터 인준청문회까지 실시한 뒤, 상원의회에 표결을 붙인다.
결국은 상원의회가 장관임명권의 최종결정권을 들고 있는 셈.
그런 상원의회가 공화당 텃밭이라면 장관임명까지는 스무스하게 흘러갈 공산이 크다.
‘루스벨트의 지지율이 70%가 넘어갔었지.’
메킨리가 모든 업보를 끌어안고 암살당했고.
루스벨트는 메킨리 시기에 심은 열매가 꽃피우는 시기에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루스벨트가 당선되자마자 대형철도회사들이 일제히 지주회사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고, 미국전역은 축제분위기로 광란의 파티가 벌어졌었다.
일본국의 투자금도 슬슬 흑자전환이 시작되었고, 막대한 배당금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당연히 배당수익이 대한 세수도 증가했고, 경상수지도 미친듯이 상방으로 폭주하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독일에서 독일결제은행을 설립함으로서 국부펀드도 활성화되었으니, 루스벨트는 경제대통령으론 역대급으로 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나를 재무장관 시키고 싶어하는 이유가 요기있었네?’
사실상 자충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내 발에 도끼를 찍은 셈이다. 하하, 도X는 자유가 필요해요.
하지만 도X의 자유 따위, 그리즐리가 존중해줄 리 만무했다.
심지어 그냥 그리즐리도 아니다.
지지도 70% 이상의 초절정 인기 대통령이라면 상원의회도 예스맨이 될 공산이 컸고, 내 재무장관은 이 시점에서 반쯤 확정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이제 내가 믿을 건 공화당의 반역표와 민주당의 반대표, 그리고 내 나이와 인종에 대한 차별 뿐인가.’
심각해졌다.
이 기세대로라면 진짜 루스벨트의 도X가 되어 재무부에서 갈려나갈 판이었으니.
이제 믿을 건 내 나이와 인종에 대한 차별, 그리고 민주당의 반대표와 공화당의 반역표 뿐이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래도 상원의회에 민주당도 있고, 반역표도 나올 수 있으니 제가 재무장관으로 임명되는건 모를일 아닐까요? 제 나이도 어리고, 인종도 그렇고.”
반역표가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내 말에 루스벨트와 아버지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불길한 미소를 징그럽게 지었다.
아니 뭐야. 표정이 왜 그래.
괜히 보는 사람 무서워지게.
루스벨트는 눈을 반개하고 나를 향해 히죽 웃었다.
“뭐, 보면 싫어도 알게 될걸세.”
이건 또 뭔소리야.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졌다.
***
[라이만게이지 재무장관 사임. 백악관은 새로운 재무장관 후보를 물색하는 중.] [월스트리트 출신 게이지장관의 사임, 월스트리트와 백악관 간 불화의 신호탄일까?] [대통령 임기중의 갑작스러운 재무장관 교체, 경제대통령 루스벨트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JPMorgan, ‘루스벨트 대통령의 극적인 스텐스변화는 없을 것. 시장의 섣부른 판단은 금물.’] [뉴욕증시, 다우교통지수 3%, 산업지수 2% 하락으로 장 마감.]– 월스트리트저널(WSJ)
갑작스러운 재무장관의 사임.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제성과들이 최절정기를 달리고 있는 지금,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인식에 라이만 게이지 장관은 천사나 다름없었다.
사실상 루스벨트급으로 국가경제를 살린 월스트리트의 위인급으로 추앙되는 지금, 라이만게이지의 사임은 월가 투자자들이 물음표를 띄우기 충분했다.
“라이만 게이지 장관과 불화설이 사실이라면, 루스벨트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에 슬슬 제동을 건다는 소리일까?”
“루스벨트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에 견제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지금 미국경제는 역대급으로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사실 이전부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서 재무부를 통해 나오고 있었어. 테이퍼링이나 긴축에 들어가도 이상하진 않긴 해.”
“하긴 금본위제에서 환율고정을 안정화시키려면 인플레이션은 꼭 잡아야되긴 하지.”
인플레이션.
이제 왠만한 투자자들은 다 알고 있었다. 절제되지 않은 광풍과 열기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왔고, 인플레이션이 절정을 이루면 어김없이 재앙이 찾아왔다.
공황.
미국은 과거 수차례 공황을 겪어왔고, 금본위제를 유지하려면 인플레이션의 규제는 필수였다.
모든 투자자가 알고 있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하지만 왜 굳이 지금인데? 왜 내가 이제 막 상승장에 타려니까 긴축을 하겠다는 건데?!”
인플레이션은 나중에 잡아도 되지 않나.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에겐 국가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통장이 더더욱 중요했다.
뉴욕증시에 매수주문을 넣은 이들은 하방으로 마무리된 장에 침울해진 상태였다.
“잘생각해봐. 루스벨트 대통령은 원래 반독점파의 선봉장이었어. 독점기업들이 너무 커지니까 이걸 쪼개려고 준비하고 있는 거 아닐까?”
“에이 설마…독점기업이라면 US스틸이나 철도트러스트다 제일 유력한데 그걸 쪼개겠어?”
“하긴 US스틸을 루스벨트가 포기하진 않겠지.”
“혹시 몰라.”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루스벨트의 행보에 집중했다. 미국재무부의 움직임에 집중했고, 백악관 발표와 월스트리트저널의 조간 석간을 기다리며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뉴욕은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쪽은 반쯤 패닉이었다.
“아직 별다른 소식없나? 백악관이 갑자기 게이지 장관을 내리다니, 게이지장관은 성공적인 경제대통령이라는 루스벨트의 마스코트같은 존재 아닌가.”
“백악관은 묵묵부답입니다. 아직 상원의회에도 인준 동의안이 발송되지 않은 상태라 의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습니다.”
“설마 재무부에 비월가인 그것도 비경제인을 앉히는건 아니겠지? 반기업인사라면 골치아파진다고.”
그동안 월스트리트가 누려온 특권들이 다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직 그들이 믿을 연방준비제도는 이제 막 신생으로 탄생한 조직이다. 루스벨트가 이 악 깨물고 정부조직접을 의회에서 수정한다면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도 거세세킬 수 있었다.
실제로 의회엔 반기업인사들이 만만찮게 차지하고 있었으니 완전히 위기가 없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었다.
루스벨트가 실실 웃으며 ‘이정도면 경제는 살렸지.’ 따위의 발언과 함께 철퇴를 들어 월가에 피바람이 몰아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뉴욕은행들은 바짝 엎드렸다.
그동안 해오던 국세청의 분기별 세금처리도 성실하게 이행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에게 감사를 의뢰하고 연신 언론에 청렴하고 깨끗한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물론 뉴욕의 최상위 대형은행.
모건계열, 멜론계열, 록펠러계열의 대형상업은행들은 백악관의 언질로 알고 있었지만 죽고싶진 않았기에 침묵을 고수했다.
이것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의도한 그림 그 자체였다.
“이쯤 했으면 기강은 잡혔겠지. 이걸로 자네의 재무장관 인선에 대해 말나오지 않을걸세.”
루스벨트의 의도.
그것은 반독점파의 재무장관 기용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이었다. 뉴욕월스트리트와 미국산업계를 초토화시킬지 모른다는 암시와 공포로 이들을 바짝 엎드리게 하는 것이다.
“디트로이트, 자네가 어리고 인종이 그렇다는 프레임은 이걸로 없애버렸네. 이제 자네에게 남은 페르소나는 ‘친월스트리트’, ‘친독점’의 프레임만이 잔존했지.”
루스벨트의 배려.
내가 어리고 인종이 아시아계란 편견을 공포로 씻어버렸다. 루스벨트는 월스트리트와 산업계에게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만약 ‘내’가 재무장관직에 앉는 것이 불만이라면, ‘반독점’, ‘반트러스트’인사들을 앉힐 수 있다는 살벌한 경고.
더 무서운 점은.
루스벨트가 진심이라는 점이다.
‘이 인간. 만약 내가 재무장관이 못되면 진짜로 반독점의 철퇴를 들고 반대하던 세력들을 일소시킬 생각이다.’
물론 나야 안전하겠지만.
월스트리트와 산업계에게 이만한 공포도 없었다.
지지율 70%짜리 대통령의 의지다.
한번 작정하고 철퇴들면 누가 꺾어 이걸.
이후부턴 일사천리였다.
[백악관, ‘친월스트리트’, ‘친독점’ 인사. 디트로이트 도 모건을 재무장관 후보로 상원의회에 인준동의안을 제출.] [백악관 대변인, ‘만일 이번 후보가 경질된다면 민중의 의지를 반영해 반트러스트를 앉힐 의사도 있어.’ 경고.] [디트로이트 후보. ‘법인세 인하와 특별보호관세 등, 친기업 정책들에 대해 논의해보겠다.’ 친트러스트 후보에 열광하는 월가와 산업계.] [뉴욕증시, 상방 11%로 장 마감. 뜨겁게 달아오르는 월가.]“””와아아아아아아!!!”””
디트로이트 도 모건, 재무장관 후보에 대한 열화와 같은 성원들이 쏟아져내렸다.
그렇게 몇달뒤.
상원의회는 재무장관 후보에 대한 안건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 상원금융위원회는 해당 안건에 대한 후보자 예비조사를 실행.
– ‘디트로이트 도 모건’ 재무장관 후보, 상원 인준청문회 출석 요구서.
상원의회.
대망의 인준청문회의 날짜가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