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03)
“한 차례 충격을 줘. 그리고 이걸 답장으로 보내도록 하게.”
워싱턴 D.C.
재무부.
나는 편지봉투를 동봉해 비서관에게 건넸다.
편지봉투의 수신지를 모스크바가 아닌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수기했다. 그곳은 세레메테프 백작이 마무르는 수도의 저택주소지였다.
“우체국에 넣을까요?”
“아니.”
하지만 나는 이걸 우체국에 맡길 생각은 없었다.
“자네가 직접 내 대리인으로 가게. 재무부 직위는 당분간 해제일세. 자네를 민간은행의 이사직함으로 제정러시아로 파견할거야.”
“저를…말입니까.”
“평생 재무부 비서관으로 썩을 생각은 아니지? 만약 그렇다면 말해주게. 당장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줄 수도 있으니까.”
“아닙니다!”
비서관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이건 내 임시 비서관에게 주는 기회다. 능력검증도 할겸, 신뢰도 검증도 할겸 시켜봤다.
이번 프로젝트가 딱 적임이었다.
틀어져도 영국이란 방패가 있으니 꽤 안전하고, 곧 제임스가 돌아오면 비서관 자리도 대체된다.
“그보다 장관님. 충격이라니, 어떤 충격입니까?”
“상트페테르부르크 증시에 한차례 공매도를 투하할거다. 이번 작전에 들어갈 자본의 10%를 한번에 투하해버려.”
“하지만 저희는 아직 러시아국적의 주식이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아니 왜 없어. 10%정도면 있지.”
나는 검지를 들었다.
“헤지펀드에 있는 러시아주식을 전부 던져버려.”
철도펀드와 공매도펀드는 전세계 주식들을 포트폴리오에 넣고 있는 광범위한 액티브펀드다.
하지만 덩치가 너무 커져, 사실상 주가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처럼 되버리긴 했지만, 그만큼 러시아 우량주는 꽤 보유하고 있었다.
“내가 스타트를 끊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증시가 한번 패닉에 빠지면 백작도 나름 다급해지겠지.”
도이체증권 옵션사태라는 것이 있다.
주식시장에 한번에 충격을 줘 옵션쇼크를 일으킨 도이체방크 홍콩지점의 주가조작사건. 무려 2조원을 10분만에 퍼부어 주식시장과 옵션시장을 패닉으로 몰고갔다.
그만큼 단기간 쇼크는 여러가지 부수효과를 창출하는 법이다.
‘보통이라면 회복은 금방되겠지만, 디플레이션이 진행될대로 진행된 러시아는 어떨까?’
물론 현재는 옵션시장이 없다.
하지만 괜찮다. 내 목적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거래소를 한차례 흔들어놓는 것이지. 본게임은 아니었으니까.
추락장일수록 오너가문의 부르주아나 귀족들은 꽁꽁 싸맬 것이다. 자신들의 경영권인데다 싼 가격에 내놓고 싶진 않을테니까.
“추락장이 확실시되면 오히려 주식대여는 쉬워질수밖에 없어. 공매도를 긁을수록 매도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테니까. 지불불이행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계산이지.”
“그것도 그렇군요.”
“게다가 대여수수료를 좀 챙겨주면 돼.”
나는 내 명함을 비서관에게 쥐어줬다.
“이걸 뉴욕 헤지펀드 본사로 가져가서 주식에 대한 증서를 가져가게. 제정러시아로 넘어가면 그 주식들을 전부 팔아치우고.”
“주식증권이 미국에 없군요?”
예리한 질문이 날아왔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러시아 주식은 보통 러시아 은행창고에 보관해 놓는 편이야. 그편이 주식 거래하기에 수월하고 운반할때 리스크가 줄어드니까.”
“그럼 증서를 들고 어디로 가면 됩니까?”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은행. 제정러시아에서 2번째로 큰 은행이다.”
“알겠습니다.”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되어있으니 알려줄게. 찾기는 쉬울거야.”
마찬가지로 주식증권들은 각 국가들의 은행들에 수납해놓는 편이다. 믿을만한 은행이 없다면 은행을 설립해서 보관하는 편이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은행은 세르게이 비테장관의 컨트롤 아래에 있으니 나름 믿을만한 은행인 것이다.
“그럼 부탁하겠네.”
“예.”
“주식매도할 때는 꼭 브로커들 이용하고.”
“확실히 입막음 해 놓겠습니다.”
“그럼 더 좋고.”
나는 나가는 비서관을 향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아침 문안인사 한번 시원하게 올려드리라고.”
***
몇 달뒤.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거래소.
재정러시아의 수도이자, 러시아 우량기업들이 한곳으로 모이는 이곳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거래소다.
전국의 투자자들이 모여 주식을 거래하는 장소.
“이곳인가.”
재무부 비서관은 모건장관의 명령에 따라 직접 러시아로 입국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우체국으로 편지봉투를 붙였다.
‘편지봉투는 우체부의 손을 타고 며칠 뒤 세레메테프 백작의 저택으로 도착하겠지.’
그 며칠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증시를 추락시켜야하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은행에서 주식들을 전부 인출했습니다. 의뢰주님.”
핑커톤 전미탐정사무소.
모건장관님이 자신에게 붙여준 민간탐정사무소였다. 그들은 의뢰에 따라 어제 하루만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은행에 잠들어있던 주식들을 전부 인출해냈다.
“차명계좌에 익명으로 잘 인출했겠죠?”
“아무도 저희라는 사실을 모를겁니다. 중간에 빼돌리는 놈들도 없도록 분산시켰고요.”
브로커에 브로커에 브로커에 브로커.
몇겹으로 브로커들을 고용했는지 하루 인건비로만 수만달러가 삭제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만전의 상태에 기하고 있었다.
“곧 장이 시작하겠군요.”
비서관은 빠르게 모자를 눌러쓰고 증권거래소로 입장했다. 백수십명의 손길을 타 분산된 주식들을 곧 증권거래소로 쏟아질 예정이었다.
자신은 그 감시역이다.
탐정들도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수도 있는 오흐라나를 의식하는 듯했다.
비서관은 증권거래소 내부로 걸어들어갔다.
“북적이는군.”
사실상 백수십명의 브로커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고용되어 증권거래소 내부로 들어왔다. 누가 진짜 고용주인지도 모르는 그들은 머릿속에 주식을 팔아치울 생각밖에 없었다.
두근두근.
이일이 오흐라나에게 들키면 최소 사망에 고문은 사은품으로 따라온다.
비서관은 내심 방망이질하는 심장소리를 느꼈다.
제발 빨리 끝나기를 속으로 바라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숨막히는군.’
비서관은 2층에 올라가 밑을 내려다보며 작게 침을 삼켰다. 증권거래소 창구로 슬금슬금 브로커들이 모여들었다.
투자자들 대부분이 그러고 있었다.
개시하기까지 수십초 남은 상황에서 다들 창구로 달려가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다들 그랬기에 브로커들은 딱히 튀지 않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두근두근.
심장이 더 격하게 두근거린다. 그 긴장감들을 끌어올려 전부 시력에 집중한다.
‘마치 멀미가 나는 것 같다.’
두근두근.
브로커들의 얼굴에 땀방울까지 보일정도로 신경이 예민해졌다. 흘러내리는 식은땀이 천천히 바닥으로 낙하한다.
숨이 막힌다. 점점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후……
몇초를 남겨놓았다.
한번에 주식을 던지면 어떻게 되는거지? 상트페테르부르크 증시는 폐쇄되는걸까? 자신은 들키지 않고 이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을까?
온갖 의심들이 휘몰아쳤다.
‘해낼 수 있을까?’
째깍.
째깍.
째깍.
“아니 해내야한다.”
땅-!
망치로 심장에 종이 쳤다.
“장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개시와 동시에 함성을 지르는 민중들은 다함께 창구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창구들은 고객들의 난장판으로 우글우글 몰렸다.
“…시작이다.”
비서관은 손으로 난간이 으스러지도록 강하게 쥐었다.
중절모 그림자 속 안광이 날카롭게 빛났다.
“1000주 매도.”
“10000주 매도.”
“4000주 매도.”
“100000주 매도!”
귀족투자자들은 대리인을 파견하고, 부르주아들 또한 대리인에게 전권을 위임한 뒤, 자신이 있는 2층 난간에서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물들만의 공간에도 뜨거운 열기가 솟구친다.
아무리 대리인에게 맡겼다한들 그들의 재산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과정을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왜 매도만 쏟아지는거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주식창구로 몰려들어간 브로커들이 각자 서류케이스를 열어제끼고 매도물량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콰아아.
마치 해일과도 같았다.
미친듯한 매도물량이 창구를 휩쓸자 증권사 직원들은 진땀을 흘리며 매도주문들을 받아들였다.
“뭐, 뭐야! 매도 주문이 왜이렇게 쌓이는거야!”
“대체 자네들 뭐하고 있는겐가! 매도물량이 이렇게 쌓이면 매수물량이 감당할 수는 있는건가?”
“10000주 매도!”
“13000주 매도!”
“매수주문이 거의 없어!”
장시작 후 10분만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거래소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지옥의 사자들이 강림해 매도폭탄을 정신차릴 틈도 없이 마구잡이로 던진다.
파라라라락-!
주가현황판의 판넬이 미친듯이 화전하기 시작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증시의 투자자들은 난생처음보는 광경에 입을 쩍 벌리고 현황판을 목도했다.
‘미국에선 나름 자주있는 이벤트지만, 이놈들은 다르구나.’
면역이 거의 없다.
공황에.
“으아아아아아악!!!”
그때 투자자 한명이 비명을 지르며 주가현황판의 티커들을 가리켰다. 그 손가락은 수전증이라도 걸린듯 미친듯이 떨려왔다.
하지만 아무도 뭐라하는 사람은 없었다.
[ -15% ]난생처음보는 광경.
상트페테르부르크 주가현황판의 티커는 공포를 선사했다. 투자자들은 제자리에 멈춰서 얼굴을 새하얗게 탈색했다.
자신들의 주식재산이 방금 15% 날아갔다.
단 10분만에 벌어진 참사였다.
“매, 매도해!!!! 매도해!!!”
창구에 또다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손에 쥔 주식증권들은 땀에 젖어 미끌거렸다. 하나라도 더 팔아야된다는 공포에 집어삼켜진 이들은 창구 직원들의 멱살을 잡았다.
“빨리 매도하라고!!! 더 늦어져서 가격 더 떨어지면 네책임이야!!!”
“으아아아악!!!”
주가현황판은 또다시 휘리릭 태풍이 몰아치듯 판넬들이 날아다녔다.
뿐만 아니라 2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대리인들의 주인들은 분노에 휩싸여 집기들을 집어던졌다.
“이 빌어먹를 식충이들이 내재산으로 손해를 봐? 당장 매도해 다 청산해버려!!!”
비서관은 고개를 돌려 난간을 바라보았다.
귀족들과 부르주아들은 실시간으로 삭제되는 재산에 정신이 나갔고, 눈에 혈안이 되었다.
이들은 귀족들 중에서도 오너가문은 아니다.
주식을 쉽게 처분할 수 있는걸 보면 이들은 주식을 재산으로 가진 이들이었다.
“메도!! 매도해줘!! 제발!!!”
“이건 꿈일거야! 꿈이어야한다고!!!”
포트폴리오라는 개념도 없는 시절이다.
적정선이 없는 광란의 매도주문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증시를 정신없이 긁어내렸다.
-15%에서 시작된 공포는 심연까지 추락했다.
[-30%]검은 목요일.
태양을 가리는 어둠이 드리우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엔 최악의 날이 도래했다.
***
[상트페테르부르크 증시, 충격의 검은 목요일.] [한 창구에서 한번에 쏟아진 대량매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증시의 패닉.] [비테 재무장관, ‘조사결과, 신원미상의 브로커들이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 진원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은행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수사자료가 부족. 죄송하다.’] [로마노프 황실은 묵묵부답. 굳게 닫힌 차르의 목소리.]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은행, ‘차명계좌를 통한 인출을 확인. 창고에 보관하던 주식의 2배가량이 매도되었다는 사실을 파악. 지속해서 수사중.’]쾅-!
“이게 말이나 되는가!”
러시아재무부.
세르게이 비테 재무장관은 얼굴을 울그락붉으락 붉히고 있었다. 가뜩이나 국채이자와 디플레이션때문에 골이 터질 것 같은데, 증권거래소에서 예측치 못한 사고가 터져버렸다.
주가의 15%가 하루만에 날아갔다.
니콜라이 차르께선 매도세력에 불편함을 여과없이 표출하셨고, 부르주아와 귀족들은 동요하고 있었다.
“대체 인력을 얼마나 고용했길래 3중으로 뜯어내도 아무것도 안나오는 거지? 브로커가 브로커를 의뢰한 구조만 벌써 3중이야. 내막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고 그 오흐라나가!”
“인해전술로 밀어붙인 것 같습니다. 워낙 파편화되어 사전에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요.”
“하, 설마 한번에 주식이 인출되었다는걸 보고받기도 전에 주식시장에 던져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은행은 대량인출이 확인되면 재무부로 곧장 보고가 올라간다.
국제은행의 명의는 과반수가 차명계좌다.
정체를 알수없는 돈들이 상당수 잠들어있었다.
그런 주식들이 한번에 인출되었고.
미친놈들이 그 인출한 주식들을 시장에 한번에 던져버렸다.
증권거래소는 -30%까지 내려갔다가 -15%로 회복했다.
“후….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이정도로 끝난게 어딘가. 하마터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시장 자체가 붕괴할 뻔했네.”
비테는 하루만에 얼굴이 10년정도 늙어버린 것 같았다. 시베리아횡단철도만을 보고 너무 멀리 달려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후…내무부장관이 또 싫어하겠군. 이번 수사가 끝나면 오흐라나도 당분간 부탁하지 못하겠어.”
세르게이 비테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차르의 후광을 빌려 이번 사건수사에 내무장관의 오흐라나를 동원했지만, 그 핏줄 일어선 살기넘치는 내무장관의 얼굴을 떠올려보면 더이상 오흐라나는 이용하지 못한다.
“…..그전에 암살부터 걱정해야겠군.”
이시기 제정러시아는 암살이 횡행하고 비소독살이 유행하던 시절이다.
내무장관이 마음속으로 칼을 갈면 오흐라나가 자신의 목을 따는건 일도 아닐 것이다.
설령 차르의 비호를 받는 자신이라도 말이다.
오히려 그 차르의 후광이 자신의 족쇄가 되어 목을 조르고 있다는 사실을 비테는 인식하고 있었다.
“….외통수로군.”
푹.
비테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파묻었다.
자신은 무방비했고.
오흐라나 없는 러시아경제또한 무방비였다.
“맙소사.”
비테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금 공격받으면….러시아는 아작난다.
***
며칠 뒤, 상트페테르부르크.
세레메테프 백작의 저택.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수행원이 한창 바쁘게 서류작업을 진행하던 백작에게 다가갔다. 백작은 최근 벌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 검은 목요일 탓에 눈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질법도 한데, 세레메테프 백작은 오히려 머릿속이 상쾌해지는 듯했다.
‘그래 이거다.’
자신이 예견했던 공황이 펼쳐졌다.
아니, 앞으로 펼쳐질 것이다. 고작 -15%로 마무리될 공황이 아니다
러시아경제는 그정도로 탄탄하지 않다.
공황은 온다.
“백작님.”
수행원의 부름이 백작을 사색에서 끌어올린다.
“아, 그래. 편지가 왔다고 했었지. 누구로부터 온 편지인가?”
“모건장관으로부터입니다.”
“…..뭐?”
순간 세레메테프는 소름끼치는 것을 느꼈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황이 끝난 그 시점에 바로 자신에게 편지가 왔다는 사실도 문제였지만.
더 큰 충격은 장소였다.
“그 편지, 주소지가 어디로 되어있지?”
“상트페테르부르크 저택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어디 머무르고 있었지?”
그제서야 수행원의 얼굴도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입니다.”
“그럼 모건장관은 내가 이 시기에 이 장소에 있을것이라는 확신을 몇달전부터 가지고 있었단 얘기겠군.”
“아니….그럴리가 없습니다!”
신이 아니고서야 그런일이 있을리가.
수행원은 사색에 질렸지만, 세레메테프 백작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모건장관의 경제적인 식견은 두려울 정도다. 설마 공황을 이리 정확히 예측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파트너로 삼기엔 더할나위없이 좋은 상대다. 엉덩이가 달아오르는군.’
세레메테프 백작은 모건장관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나, 대충 편지봉투의 내용이 짐작이 가기 시작했네.”
“예?”
“아닐세. 그저 혼잣말이네. 일단 한번 꺼내서 자네만 먼저 읽어보게. 입으로 읽지 말고 속으로.”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툭.
수행원은 편지봉투를 뜯었다. 그리고 내용을 읽었다.
“뭐라고 답장이 왔나.”
“그….”
“아니다. 내가 한번 맞춰보지.”
백작은 눈을 감았다.
진지한 분위기에 입속으로 단어를 신중히 골랐다.
만약 자신이 모건이라면, 이렇게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한 모건이라면, 과연 어떤 답신을 보냈을까. 자신의 몸값을 잘 아는 모건장관이라면 과연 어떠한 답신을 보냈을까.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문제였다.
백작은 답은 금방 유추해낼 수 있었다.
이거다.
백작은 눈을 떴다.
“혹시 거절한다..고 적혀있지 않나?”
수행원은 눈을 부릅떴고.
백작은 입가에 짙은 미소를 띄웠다.
“하하 이런 건방진 애송이 같으니라고. 마음에 쏙 들어.”
백작은 기꺼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수행원에게 손짓했다.
“편지봉투를 준비해라. 답장을 보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