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08)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거래소는 박살났다.
흥분한 월스트리트의 은행들은 연방준비제도에서 대출해준 루블화를 한아름 가슴에 안아들고 증권거래소에 투하해버렸다.
무차입공매도, 차입공매도, 주식전량매도, 온갖 수단을 다 사용해가며 증시를 긁어내렸다.
“더 긁어내려! 더! 언제 폐장할지 모르니까 더 긁어내리라고!”
“우리은행의 러시아발 자산가치 폭락한 거 몰라? 만회하려면 이악물고 공매도 긁어! 더!”
[-43%]투자자와 브로커들은 혈안이 되어 일주일간 러시아증시를 미친듯이 긁어내렸다.
일주일만에 -43%밖에 떨어지지 않은 것은 오히려 기적이라 부를만한 일이었다.
물론 러시아상류층의 압력에 의한 결과였다.
“러시아재무부 산하 거래위원회부터 구워삶아야합니다. 그놈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거래소를 틀어쥐고 있어요.”
“그놈들만 우리측으로 포섭할 수 있으면 당장 증권시장을 셧다운할 수 있는건가?”
“러시아재무부의 최종인가가 있어야하겠지만, 당장 셧다운 시키는건 가능합니다.”
“그럼 당장 거래위원회를 포섭해서 와! 폐쇄시키고 나서 비테장관을 설득하든 경질시키든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거래소의 주식시장은 러시아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들의 재산들이다.
증권거래소가 무너지면 재산의 기둥이 무너져버린다.
독점자본가들은 있는돈 없는돈 더 끌어와 증권거래소의 매도세를 방어하는데 전념했다.
기업주가가 떨어지면 기업활동에 엄청난 장애물로 전락한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군.”
뉴욕주.
신설 금융서비스국.
나는 국장실에 상주하며 제임스와 함께 러시아제국의 증시상황을 계속 중계받고 있었다. 미국대사관의 전보를 통해 계속해서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월스트리트, 시티오브런던과 러시아상류층이 칼싸움을 하는동안.
나는 자그마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련님, 프랑스 중앙은행에서 저희 경고를 수용해보겠다고 합니다.”
“경고를 수용? 아니지. 아직 때가 아니군. 이건 프랑스가 아직 러시아경제상황을 덜 파악했다는 증거다.”
당장 발바닥에 불난 심정으로 탈출해도 모자를판에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러시아제국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그런가.
“프랑스계 은행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시장에 있었나?”
“소시에테제네랄이 제일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아, 그놈들.”
청제국에서 같이 작업했던 은행이다.
로스차일드의 산하 은행이라 여타 다른 프랑스은행들보다 반응속도가 빠르다.
영국계 로스차일드에게 진실을 들었을려나.
[일주일만에 몰락한 러시아의 경제. 그레이트게임의 무자비한 승리.]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시장을 파멸로 몰아간 공매도. 상상을 초월한 영미권의 경제력에 경악한 유럽대륙.] [프랑스 중앙은행, ‘사태파악중.’] [독일제국의 막스 재무장관, ‘독일은행들이 러시아제국에 제공해온 대출상품들에 대해 전면재검토를 들어갈 예정.’] [네덜란드 재무성, ‘사실상 20세기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올해 최악의 경제스캔들.’]“지금 전세계가 패닉에 빠져있습니다. 프랑스 중앙은행도 사태파악에 집중하는 분위기군요.”
“그놈들이 지금 뭘 할 여유가 있진 않으니까.”
러시아제국에 제일 큰 차관을 제공한 프랑스.
이들의 결정이 곧 결정타가 될 것임은 자명했다.
“일단 펀드기금을 조성해서 구제금융 준비해. 러시아제국이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국부펀드도 동원할까요?”
“어, 일단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은 다 끌어와.”
이건 러시아제국에 빨대를 꼽을 수 있는 기회다.
만약 구제금융을 받기 싫다고 한다면, 나는 이보다 더한 충격을 선사할 준비도 되어있다.
“러시아제국이 전쟁을 걸어오진 않을까요? 이정도면 사실상 선전포고와 함께 라시아경제를 조진셈인데.”
“전쟁?”
발트함대가 아무리 막강해도 드레드노트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망망대해의 바다로 나올 순 없다.
인도제국으로 남하하려고 해도 제국의 무덤, 아프가니스탄이 막고 있다.
동아시아?
북청제국은 독일제국의 권역이라 괜한 벌집쑤시기에 불과하고. 대한제국은 먹어봤자 간에 기별도 안간다. 일본제국은 또다시 바다로 가로막혀있고.
제2차 크림전쟁?
전쟁할 상대는 영미권인데 오스만제국과 전쟁해서 뭐하려고.
게다가 범게르만주의와 범슬라브주의는 발칸반도에서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일촉즉발의 상황.
뭐, 그상태에서 독일제국과 어떻게 해결할지도 모르지.
‘항상 역사는 예상치 못한 기쁨을 안겨주지. 어떤 화학작용이 날까. 기대되는군.’
국제외교상.
포위망의 울타리가 올라갔다.
“도련님?”
“제임스, 지금 러시아제국이 영미권과 전쟁을 벌이는건 무의미해. 다 무시하고 발트함대가 무지성 북해돌격해봤자, 유틀란트를 빠져나가기도 전에 수몰당할텐데 전쟁은 개뿔.”
직접 닿으려면 다른 세력들과 전쟁을 벌여야한다. 진짜 영국놈들 혐길리답게 머리 잘썼다니까. 아프가니스탄에 악몽이 있는 러시아제국이 당장 중앙아시아를 남진할 가능성은 적다.
“뭐…개인적인 의견을 묻는다면, 나는 오히려 전쟁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어떻게든 다른 세력과 부딪힌다면 이또한 다른 전쟁의 불씨가 될수도 있었다.
부딪히지 않고 손을 잡아도.
이또한 명분이 될 수 있었다.
러시아제국이 이성을 잃으면 세계대전까지 금방이지.
사실상 제1차 세계대전도 러시아의 총동원령이 지대한 역할을 했으니까.
미국은 나쁘지 않지.
대서양의 광활함과 드레드노트의 광포함을 체감하고 싶다면 누구나 환영이다.
“다 좋아.”
나는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어느쪽이든 좋다.
덤벼라.
“다른 애들이 러시아를 쥐어팰동안, 우리는 우리식대로 침투해보자고.”
남들보다 한 발자국 더.
다른애들이 시선을 돌리는 동안, 우리는 다음단계로 넘어간다.
일단 펀드자금을 조성한 뒤, 러시아재무부에 구제금융을 제안해본다.
‘당장은 세레메테프 백작을 통해 움직이고 있다.’
백작은 이번에 증권거래소가 무너질때 내 조언으로 탈출할 수 있었고, 반쯤 광신도같은 분위기를 흘리기 시작했다.
좀 소름끼치긴 하지만, 그의 파벌은 믿을만 하다.
설마 본인만 내빼고 살아남진 않았겠지.
아무튼 제안은 러시아재무부 비테장관의 귀까지 무사히 들어갈 것이다.
첫제안은 거절하겠지.
몇번 더 거절할 것이다.
하지만 점점 사태가 심각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덫에 점점 깊이 빠져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구제금융을 받아들일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될수도 있는것이다.
애초에 지금 증권시장 박살나서 신음하고 죽어가는건 과반수가 상류층들이었으니.
나는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받아들일지도 모르지.”
안 받아들이면….
아직 우리에겐 사용하지 않은 무기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나는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안 받아들이면 어쩔 수 없고.”
러시아제국…얌전히 입벌려라.
프랑스까지 손절하면 어떻게 버티려고.
***
“뭐야 이거…”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거래소.
주식시장엔 영미권의 투자자들만 존재하는건 아니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국가들 출신들도 많이 거래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들은 프랑스의 투자자들이었다.
[-43%]일주일만에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작살났다.
계산된 종합주가지수가 [-43%]에서 더 떨어지지 않은 것은 별 이유 없었다. 어차피 종합주가지수가 더 떨어지면 증권거래소는 파멸이니, 운영위원회에서 러시아재무부의 허가없이 폐쇄시켜버렸다.
예상은 했다.
물론 프랑스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공격한 이들이 그동안 칼을 갈았단 사실은 신문기사들을 통해 알고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이게 대체 무슨 아포칼립스냔 말이다…”
대표적인 프랑스의 투자기관.
소시에테제네랄(Société Générale).
청제국에서 중국결제은행과 손을 잡고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소시에테제네랄 은행이사는 장대비처럼 쏟아지다 폐쇄당한 주식시장을 바라보며 충격에 휩싸였다.
아포칼립스.
성경의 요한의 묵시록이 떠오를만큼 상트페테르부르크 증권거래소는 무너져내렸고.
찢어지게 절규하는 비명들이 증권거래소의 벽을 차며 소름끼치게 긁어내렸다.
“으아아악! 으아아악! 이건 꿈이다…지독한 악몽이다….이럴리가 없어. 내 자산이 반토막이 나다니 이럴리가 없다고!!!”
“당장 재무부에 연락돌려! 비테장관도 이걸 그냥 넘어갈 순 없을 것이다…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 개자식은 보드카로 머리통을 깨부숴버릴것이야…”
“…..회사공금으로 투자했는데, 다음달 채무변제는 어떻게하지? 이…이걸 어떻게 전달해야 되는거지?”
대규모 공습이나 다름없다.
몰락한 이들의 대부분은 상류층 자산가들이었다. 담합과 독점으로 러시아제국의 부를 잠식한 부르주아들. 그런 부르주아들과 손을 잡고 개인재산을 축적해간 귀족관료들.
러시아제국을 좀먹는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파멸을 맞이하고 있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은행가들은 인근의 호텔에서 머무르며 추후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은행이사급들은 머리에서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프랑스 본국에 연락을 넣어야하는데….”
소시에테제네랄의 투자자들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전세계 금융가의 탑 2.
시티오브런던과 월스트리트가 손을 잡고 러시아제국을 미친듯이 두들겨패니 나락을 가는구나.
‘디트로이트 도 모건. 또 그자가 개입했구나. 그렇다면 절대 이걸로 끝나지 않을것이다.’
모건장관의 행보는 늘 그랬다.
오늘의 사건은 전세계에 뒤흔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러시아제국은 그냥 제국이 아니다.
유럽계 해외자금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유럽의 채무국이었지.
“프랑스 본국이 이걸 믿을까요? 일주일만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증시 절반이 날아갔다는걸….”
“절반?”
직원의 말에 이사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자네의 눈에는 저게 절반으로 보이는건가?”
“예, 예? -43%면 증시의 절반이 날아간 것 아닙니까?”
“재개장 일주일만에 절반이 날아가고 증권거래소가 다시 폐쇄당했네. 첫날에만 20%가 날아갔지. 이말이 무슨 말인지 아는가? 이건 시작에 블과하네.”
“시…시작이라면…”
“실시간으로 무너지는 러시아제국의 경제를 유럽은행들이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을까?”
“아!”
소름이 돋았다.
다행스럽게도, 프랑스 투자자들은 예상을 어느정도 하고 있었고, 소시에테제네랄 본사에서 파견된 이사는 모건장관의 행보를 지켜본 경험이 있었다.
만약 그들의 대처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소시에테제네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소시에테제네랄 본사의 이사는 말하고 있었다.
모건장관.
그가 키맨이고 우린 그를 관찰해야한다.
“자네들, 모건장관이 일본제국을 무너뜨리고 일본국으로 해체시켰을때, 어떤 카운터를 먹였는지 알고 있는가?”
“도쿄조약 아닙니까?”
“도쿄조약도 맞지. 하지만 결정적인 치명타는 따로 있었어.”
금본위제.
소시에테제네랄의 이사는 떠올렸다.
“일본대장성에 검은 마차열을 이끌고가 금태환을 요구했지. 그리고 다음날 일본제국은 금본위제를 포기했네.”
“…..미친.”
“러시아제국에 이정도로 폭격을 퍼부을지는 몰랐네. 하지만 폭격이 이정도로 가능하다면, 아마도 대량의 루블화를 가지고 있을 것이 틀림없네.”
대량의 루블화.
19세기부터 이미 금본위제를 채택했던 러시아제국. 이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일본제국에서의 그 전철을….다시 되풀이한다는 말씀입니까?”
“금본위제는 금태환을 중지한 그 시점부터 포기한다고 선언을 하는걸세. 러시아제국이 감당하지 못할만큼 루블화를 쏟아붓는다면, 금본위제는 나락으로 떨어질걸세.”
“이사님은 그들이 금본위제를 포기시킬만큼 루블화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계시는군요.”
“그렇네.”
러시아제국의 명운은 이미 기울었다.
경제의 생사여탈권이 영미권으로 돌아간 지금, 러시아제국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좁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존심 버리고 항복선언을 해 영미권과 협상을 시도하던가.
해외자금들을 묶어놓기 위해 경제를 전면폐쇄하던가.
전자를 선택하면 경제는 반쯤 죽더라도 모양만큼은 살아난다.
후자를 선택하면…
“전쟁을 하던가. 구석기시대로 회귀하던가.”
***
프랑스 중앙은행.
주주총회.
쾅.
“저희도 이제 선택할 때가 되었습니다.”
거대한 홀.
200개의 가문에서 대주주의 자격이 있거나 대리인의 자격이 있는 권리자들의 모임. 프랑스 중앙은행의 수만명 주주들 가운데, 대략 200명만이 차출된 주주총회.
프랑스 경제계를 틀어쥔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미국의 모건 재무장관과 프랑스 소속의 소시에테제네랄에게 러시아제국의 상황을 상세히 전달받았고. 우리는 선택할수밖에 없는 기로에 놓였습니다.”
중앙은행 회의실은 살이 에이는 것 같았고.
공기가 얼어붙을 듯 차가웠다.
상황이 초단위로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었고.
러시아경제가 맞은 파멸의 전주곡은 예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이대로 러시아공황에 빨려들어가면 프랑스 또한 러시아경제 못지않게 파탄날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 여러분들의 신중한 한표한표가 프랑스의 운명을 결정지을 겁니다.”
세기의 표결.
앞으로 20세기의 운명을 가를 프랑스 중앙은행의 주주총회가 표결을 앞두고 있었다.
이사회가 남아있지만, 주주총회의 힘이 조금 더 막강하다.
“그럼 표결하도록 하죠.”
땅땅.
중앙은행 총재가 무섭게 눈을 가라앉혔다.
“러시아제국을 죽일지. 살릴지 말입니다.”
러불동맹.
그 동맹의 고리가 10년도채 지나지 않아 흔들릴 위기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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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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