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2)
1898년 2월 11일 금요일.
뉴욕증권거래소.
“호외요, 호외!”
오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두 번째 호재를 실어나르자, 뉴욕증권거래소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불티나듯 팔려나갔다.
투자자들은 너나 할 것없이 전부 기대감에 젖어 월스트리트저널을 구매해 신문지를 펼쳤다.
적어도, 이제 월스트리트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모르는 개인 투자자는 없었다.
촥-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개인투자자들은 다우존스 산업지수(DJIA)와 다우존스 운송지수(DJTA)부터 확인했다.
+1.4%
+2.3%
“와아아아아!!!”
펄럭-
개인 투자자들은 흥분에 가득차, 신문지를 허공으로 던졌다.
도대체 얼마만의 푸른색이냐.
1893년 이후로 몇 번의 호재 외에는 전혀 오를 낌새조차 보이지 않던 철도주다. 믿고 있던 철도 5강의 우량주조차 바닥을 설설 기고 있어 낙담하던 때, 이런 대박이 터져나왔다.
철도의 5강구도.
해리먼의 유니온퍼시픽 철도, 밴더빌트의 뉴욕철도들, 조지굴드의 대륙횡단시스템, JP모건의 노던퍼시픽철도, 그리고 힐의 그레이트 노던 철도.
이외에도 주립철도들과 수많은 우량철도들이 있었지만, 위 5강구도가 그동안 뉴욕증권거래소를 후끈하게 달구는 공신들이었다.
그마저도 1893년 이후론 침체기를 겪었지만, 최근 다시 불장이 시작되었다.
신기한 일이었지만, 아무도 그 내막이 무엇인지는 신경쓰지 않았다.
JP모건의 이름이 간판이자 보증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JP모건은행에서 발표 없나? JP모건은행에서 관리하는 철도가 한 두 개가 아니잖아. 무려 8800km라고!”
“월스트리트저널 2페이지를 펼쳐보게!”
촤락-
월스트리트저널 2페이지를 펼친 개인투자자들은 기사를 읽어내리는 동안 얼굴이 화사하게 펴졌다.
[ JP모건은행, 1차 재정지원대상으로 뉴욕센트럴철도, 노던퍼시픽철도, 이리철도, 그레이트노던철도, 4사로 확정. ] [ 추가로 2차 지원대상 검토 중. ]“와아아아악-!”
“우량철도주들이 거의 다 들어가 있다고! 뉴욕센트럴과 이리, 그레이트노던, 노던 퍼시픽은 5강의 철도회사들 아닌가!”
“1 티어(Tier) 철도들에게 재정지원이라니, 오늘도 뉴욕증시는 불장 확정이다!”
호재다. 대형 호재.
그들의 시선은 다시 2차 지원대상으로 흘러갔다. 2차 지원대상이 있다는 말은 3차 지원대상도 있을 수 있다는 의미.
그들의 행복회로는 과열되어 터지기 직전까지 맹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모두가 뉴욕증시의 불장을 고대하며 뉴욕증권거래소의 정문만을 빤히 쳐다보고 있을 때.
쾅-!
대형철도회사들의 이사회도 뒤집어지고 있었다.
“JP모건은행에서 재정적지원의 검토가 아니라 확정이 떴답니다.”
“저희 노던퍼시픽철도 뿐만 아니라 밴더빌트가 잡고 있는 뉴욕센트럴과 이리철도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그레이트노던철도는 또 왜 들어가 있는 거지? 그들은 재정적 지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나가는 회사 아닌가?”
대형철도회사들의 이사회가 긴급소집되고 회의가 진행되었지만, 갑작스러운 JP모건은행의 확정발표로 인해 대혼란이 찾아왔다.
“JP모건은행에게 정확한 지원일자와 지원규모에 대해 문의해! 지금 당장 급한 건이다!”
“뭐? JP모건은행에서 차후에 알려준다고만 하고 대답을 차일피일 미룬다고? 자네에겐 발이 없나, 손이 없나? 발품팔고 와! 당장!”
“발이 멈춰있잖아!”
갑작스러운 발표에 대혼돈에 빠진 철도업계였지만, 그들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좋다. 너무 좋다.
1893년 이후로 죽만 쓰던 회사실적이다.
대주주나 소액주주들에겐 매일같이 항의서한이 날아오지, 니네들은 개돼지네 뭐네 하며 이사회를 갈아치우라고 협박하지, 심지어 회사 본사까지 찾아와 아예 드러누워 버리는 미친놈들까지.
철도회사의 번영과 건전화에 관심이 많은 철도회사의 이사들은 이 기회에 재정을 건전화시키기 위해 고뇌하고 있었다.
하지만 철도회사의 썩은 물이자, 철도회사를 돈 벌어다주는 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보는 이들의 미소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었다.
악취가 풍겼다.
특히 철도재벌 가문들은 더더욱 심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꾀어낸 재무이사들을 소집해 더러운 협잡질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JP모건은행에서 나오는 재정적 지원들, 어떻게 우리 가문으로 빼돌릴 수는 없을까?”
“아마 JP모건은행 본사에서 철도이사들과 재무이사들이 파견 나올 예정이라, 대놓고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네도 재무이사 아닌가? 자네는 뭐 어렵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려고 고용된건가? 회사거래처로 우리 가문에서 운영하는 철도부품회사나 부동산 회사로 일감을 몰아주면 되지 않나!”
“거, 검토해보겠습니다!”
대형철도회사들, 뉴욕증권거래소, 철도재벌 가문들, 대형은행들, 등 월스트리트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장하겠습니다.”
대망의 뉴욕증시가 개장했다.
그리고 대략 3분 뒤, 뉴욕증시의 우량철도주들의 주가가 토네이도 마냥 지붕을 뚫고 솟구치기 시작했다.
***
헤지펀드 비서실.
나는 제임스와 함께 광기어린 월스트리트의 환호성을 들으며,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헤지펀드 본사의 위치는 뉴욕증권거래소 정문이 보였다.
제임스는 콧잔등을 긁었다.
“거짓말에 놀아나는 뉴욕증권거래소의 개인투자자들을 보니 기분이 묘해지는군요.”
“거짓말? 무슨 거짓말.”
“JP모건은행에서 재정적 지원을 검토한다는 발표는 거짓말 아닙니까?”
제임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긴 헤지펀드의 비서실이나 회계팀에서 일 한다면, 제임스처럼 생각하는게 보통이겠네.’
우리가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이나 대형철도회사들을 낚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긴 했다.
공매도 리포트부터 시작해서 면밀하게 작전을 짠 제임스같은 경우라면 더더욱.
하지만 JP모건회장과 내가 조율한 의견은 조금더 치밀했다.
거짓말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나는 JP모건회장과의 대담을 떠올리며 손에 식은땀을 흘렸다.
“재정지원은 거짓말이 아니야. 그리고 저들이 생각하는 만큼 적당한 금액도 아니고. 대규모로 융단폭격하듯이 재정지원을 퍼부을 텐데?”
“…그럼?”
“다만, 그 이전에 분식회계사건이 터지면 어떻게 되겠나? 분명 투자자들은 JP모건은행에서 대규모 지원계획을 전면 백지화 한다고 생각하겠지.”
한마디로 시간차 공격이다.
철도회사들의 분식회계 게이트가 터지면, 모두가 재정지원이 물거품이 된다고 착각하게 돼버린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도 썰물 빠지듯 빠질 것이다.
뉴욕증시의 철도주들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겠지.
“폭락하겠군요.”
“그래, 그렇게 대형철도주들이 골로 가면 JP모건은행에서 빅배스로 부실자산들을 한꺼번에 털어내고, 그 후에 대규모 지원계획을 실행할 예정이네.”
“과연, 거짓말은 어디에도 없네요.”
허나 뉴욕증시가 붕괴되면 안 된다.
그리고 지금의 뉴욕증시는 아직 JP모건은행이 운용하는 400억 달러로 충분히 커버칠 수 있는 규모였다.
붕괴되기 직전의 뉴욕증시에 JP모건은행이 대규모 재정적 지원을 융단폭격처럼 퍼부은다면 월가의 투자자들에겐 우리가 구원의 천사처럼 보이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거짓말은 안했다고.”
거짓말은.
***
어느 철도회사의 이사회.
“헤지펀드의 비서실에서 나온 베이론이라고 합니다.”
무차입 공매도를 위한 협상테이블이어야 할 회의실은 어느새 철도회사의 이사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마치 베이론이 발표를 하고, 나머지 이사들이 발표를 듣는 모양새.
베이론은 중역회의실 한가운데에 서서, 이사들 한명 한명과 시선을 마주쳤다.
‘많군. 그리고 시선들이 거만해. 아직 자신들의 처지를 모르고 있어.’
베이론은 상당히 불쾌했지만, 웃는 얼굴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오늘 자신은 이들을 파멸로 몰고가기 위해 온 저승사자였으니까.
이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어이.”
그 중 재무이사가 거만한 손짓으로 베이론을 불렀다.
“월가의 하이에나들은 멍청한데다 무식하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아 물론 자네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네. 그저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비웃음을 머금은 재무이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베이론의 철갑같은 포커페이스는 한 치도 무너지지 않았다.
재무이사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무차입 공매도 계약이라. 그것도 700만 달러 규모군.”
재무이사는 오물이라도 만지는 듯, 공매도 계약서류의 종잇장을 펄럭 펄럭 넘겼다.
“혹시 귀가 안들리시거나 청각장애라도 있는게 아닌가? 아니면, 설마 밖에 저 뉴욕증권거래소의 환호성이 들리는데도 우리에게 공매도 계약서를 들고온 건가? 에이 설마 그정도로 멍청이일까.”
재무이사가 이죽였다.
하지만 베이론은 재무이사는 지멋대로 떠들게 무시하고 회의실 내부를 쭉 서칭했다. 상대를 파악해야 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모건 이사님이 그랬지.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회의실은 두 계파로 나뉘어 있군.’
한쪽은 오너가문의 계파.
이들은 철도재벌들로, 이 철도회사를 구렁텅이로 쳐넣고 자신의 배만 불리는 부정부패의 본산이고.
다른쪽은 JP모건에게 붙은 계파.
이들은 JP모건은행 소속은 아니지만, 철도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몇 없는 실질적인 실무자들이다.
‘전자는 간신들. 후자는 충신들.’
그리고 간신들을 조져야 한다.
결국 베이론이 부숴야할 대상은 오너가문의 이사들이였고, 마침 자신을 도발하고 있는 재무이사도 그쪽 계파였다.
일이 재밌게 돌아간다.
‘이 두 계파는 현재 철도회사의 지배지분을 가운데 두고 피터지는 싸움을 하는 상태. 그리고 나는 캐스팅보트로 이 싸움의 승자를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자고.’
완벽하다.
베이론은 살짝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갈라치기 딱 좋은 판도군.’
분열하여, 통치하라.
언젠가 제임스 비서실장이 자신에게 말해준 ‘디바이드 앤 룰’ 전략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일단 판부터 깨볼까.’
베이론은 돌연 싹 웃음기를 안면몰수했다.
“재무이사님. 계속 그런식으로 나오시면 무차입 공매도 계약건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뭐?”
“모르시겠습니까? 지금 제가 들고 온 무차입 공매도 계약은 겉무늬일 뿐. 진짜 내용물은 지배지분을 얻을 수 있는 블록딜 계약입니다.”
“……!!!”
어느 쪽도 우위에 있지 않다.
철도재벌의 계파와 JP모건의 계파는 서로 비등비등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철도회사의 의결권을 위해 피 터지는 싸움을 하고 있었고.
베이론에겐 그 지분이 있었다.
미래에 따서 갚을 지분이었지만.
“재무이사님이 계속 그렇게 나오시면, 저희 헤지펀드는 7백만 달러 규모의 지분을 JP모건은행 쪽과 계약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약 건 파하시죠.”
쾅-!
베이론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고 성난 발걸음으로 이사회실을 빠져나왔다.
뒤에서 베이론을 붙잡는 고함소리들이 들렸지만, 베이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사회실 문을 쾅 닫았다.
딸깍-
베이론은 이사회실 문 밖에 등을 기대고 회중시계를 꺼내들었다.
딱 5분.
베이론의 예상으로는 거만한던 이사회의 재무이사가 5분 이내에 튀어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 5분은 재무이사가 자신이 놓인 현실을 파악하고, 거만함을 버리고, 초조해지는 시간이었다.
베이론은 초침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째깍째깍.
초침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고, 나온지 5분이 넘어가자, 누군가 이사회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쾅-!
‘역시.’
“자, 잠깐 가지말고 우리말 좀 들어보게!”
거만한게 이사회실 의자에 앉아있던 재무이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그는 베이론이 눈앞에 서있자 귀신이라도 본 마냥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 자네?”
“아, 벽에 전화기가 있길래 방금 막 통화를 마쳤습니다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토, 통화? 자네 지금 누구랑 통화했나! 설마 JP모건은행은 아니겠지? 아니라고 말 좀 해주게!”
재무이사는 베이론의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달려들어 울며불며 사정했다.
‘이대로 지배지분을 JP모건은행에 빼앗기고 철도재벌 가문으로 돌아갔다간, 나는 죽은 목숨이다.’
베이론은 슥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당연히 JP모건은행이었죠?”
“…..!!!”
재무이사의 눈알이 뽑힐 듯이 커졌다. 베이론은 부가설명을 붙였다.
“700만 달러 중, 우선 100만 달러만 계약하자고 방금 이야기했습니다.”
“그, 그럼 나머지 600만 달러는…..!”
“네, 아직 제 수중에 남아있습니다. 혹시 계약하실 마음이라도 생겼습니까?”
베이론은 실눈으로 웃음을 지으며 무차입 공매도 계약서류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재무이사의 눈은 베이론의 손을 따라 움직였다.
“무, 물론일세! 나에게 팔게. 5%, 아니 프리미엄을 10% 얹어주겠네! 부디 내게 팔아줄 수 있겠나? 내가 이렇게 사정함세. 제발! 사람 목숨 하나 살리는 셈 쳐주게.”
재무이사는 무릎을 꿇고 베이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됐군.’
베이론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울며불며 사정하는 재무이사를 내려다보았다,
“물론, 가능하지요.”
마치 사탄과 같은 속삭임으로 베이론은 재무이사에게 무차입 공매도 계약서류를 내밀었다.
그렇게 베이론은 마지막 철도회사까지 무차입 공매도 계약을 완료했다.
***
딸깍.
재무이사가 연신 감사인사를 남기고 자신의 파벌 이사들과 사라지자, 베이론은 이사회실의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뚜르르르-
딸깍.
– 베이론인가?
“예, 모건 이사님. 마지막 철도회사까지 무차입 공매도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총액 7500만 달러입니다.”
– 고생했군. 이쪽도 월스트리트저널(WSJ) 본부와 공매도 리포트를 배포할 준비를 완료했네.
뿌득-
공매도 리포트를 뿌릴 준비가 되었다니, 베이론은 식은땀이 흐르는 손으로 수화기를 부서질 듯이 쥐었다.
전화기 너머로, 디트로이트 모건 이사의 서늘한 음성이 베이론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 내일 월스트리트는 공포에 빠지겠지.
그리고 뉴욕증시는 철도회사들의 대규모 분식회계라는 대악재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게.
딸깍.
통화가 종료되자, 베이론은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드디어 내일인가.”
***
그리고 대망의 토요일 아침이 밝아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