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32)
엘리제궁.
복도부터 심상찮은 기류가 흐른다. 쥐죽은듯한 침묵을 걸어다니는 공무원들. 말도 걸지 않는 삭막한 분위기. 각 방마다 시끄러워야할 회의실은 웬일로 조용했고, 엘리제궁의 복도로 소름끼치는 바람이 스산하게 불었다.
“……”
델카세는 검은 정장을 갖춰입었다.
고급양복의 브랜드제가 아닌 수수한 일반정장차림. 정치인이 유세를 나설때 시민들과 함께하는 정장 몇벌 중 한벌을 꺼내왔다.
오늘같은 분위기에 정치인이 눈치없이 브랜드제를 입었다간 다음날 옷벗을지도 모른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 프랑스 내각으로 폭탄처럼 떨어졌다.
그 증거로 델카세는 쉴새없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었다.
“분위기가 개판이군. 은퇴에 은자도 뻥긋 못하겠어.”
초조한 빠른 발걸음.
굳고 직선적으로 휘적이는 구둣발은 규칙적으로 바닥에 부딪히며 또각또각 소리를 냈다. 자로 잰듯한 발걸음에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은 델카세가 얼만큼 의식하고 있는지 알려주었다.
“불가침조약이라니.”
불길한 예측은 부메랑처럼 진실이 되어 날아왔다. 익명통화는 진실이었고, 프랑스 외무부 정보부서가 개떼처럼 달려들어 전화를 쥐잡듯이 추적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거짓이길 바랬다.
그냥 평온하게 미국으로 은퇴하고 싶었다.
하지만 익명통화는 자신의 계획을 철저하게 박살냈고, 이미 핵심관계자로 점찍어진 지금 재무부 청사 창문을 부수고 탈출했다간 델카세의 머리가 부서질 차례였다.
애초에 출국허가조차 나지 않으리라.
미래가 암담하다.
델카세는 자조적으로 썩은 미소를 지었다.
“독일제국이 프랑스를 담구려고 작정했군.”
독일제국이 불가침조약을 맺은 이유는 뻔했다.
양면전선.
오직 이 한단어로 설명이 된다.
독일제국이 선천적으로 가진 지리적 약점이자, 무섭게 치고올라오는 독일제국을 견제할 수 있었던 구도. 그것이 양면전선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제국이 이악물고 프랑스 엿먹이기 위해 유럽대륙에 미친개를 풀어버렸다.
“자충수다.”
처음엔 불가침조약이 맺어지지 않을것이라 예견했다. 하지만 러시아제국의 차르는 생각보다 감정적이었고, 러시아제국의 재무장관은 상상이상으로 계산적이었다.
미국의 구제금융을 최대한 빨아들여 러시아제국을 부활시키는 김에 프랑스도 조지겠다는 그 블타오로는 집념이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제국에 과연 좋은 일인가?
아니다. 러시아제국과 독일제국은 언젠가 국가의 명운을 건 전쟁을 벌일 사이였다.
범게르만과 범슬라브가 공존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독일제국만 키워주는 꼴이다.
프랑스 곡창지대와 공업시설들을 독일제국이 독식하면 러시아제국이 견딜 수 있을까?
“하지만 러시아제국 내각은 이미 독일제국을 이길 수 있는 수를 고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구제금융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러시아제국의 차르에게서 암군의 씨앗이보인다고는 하지만, 그가 거느린 장관들은 유능한 인물들이 꽤 있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을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안돼. 프랑스가 멸망할 루트밖에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델카세는 고개를 털었다.
자신은 아직 엘리제궁의 복도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이 복도의 맨 끝으로 다다르면 자신을 호출한 대통령이 회의실에 앉아있을터였다.
불길한 예감따위 떠올려봐야 좋을 일은 없었다.
차라리 생각을 비우자.
후 심호흡을 한 델카세는 어느덧 회의실 문앞에 당도했다.
꿀꺽.
문틈으로 내부의 스산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소름끼치는 감각을 최대한 무시하고 똑똑 노크를 두드렸다.
안에 누가 앉아있을까.
아니, 사실 그것도 다 알것 같았다.
“델카세 재무장관입니다.”
“들어오게.”
에밀 루베.
프랑스 대통령의 목소리가 문을 뚫고 들려왔다. 심호흡을 하고 문손잡이를 잡았다. 내부에서 회의하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러니까 불가침조약입니다. 불가침조약! 조약을 맺은 독일제국이 어떻게 나오겠습니까? 이건 세살배기 애기에게 물어도 바로 답할 겁니다.”
“흐음…”
“외무장관은 확실하게 확인해본 겁니까?”
“포츠담에서 관련보고가 본국으로 전해지자마자 프랑스대사관의 인력을 대대적으로 풀었습니다. 교차검증은 이미 다중으로 이뤄졌습니다!”
끼익.
문을 열자 이미 필요한 인원은 다 있었다.
외무장관, 전쟁장관, 프랑스 중앙은행, 등 굵직한 행정부처의 수장들이 집합했다.
내가 들어가자마자 회의실은 순간 쥐죽은듯이 조용해졌다.
대통령은 델카세를 올려다봤다.
“어서오시오. 재무장관.”
“늦어서 죄송합니다.”
FM대로 죄송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 착석하는 동시에, 회의실의 공기가 팽팽해지며 열띤 토론이 부활했다.
“하…외무장관. 외교를 아는 사람이 전쟁을 그리 쉽게 말하면 안됩니다.”
“전쟁장관은 일을 너무 가볍게 보고 계시는군요.”
“당신보단 무겁게 봅니다. 자, 봅시다. 우리가 막말로 총동원령을 내려서 전국의 젊은피들을 징집한다고 해보자고요.”
“젊은피들은 프랑스를 위한 명예로운 죽음을 원할 것이오. 기피할 이들은 이 자랑스러운 프랑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야 그렇겠지요. 하지만 말입니다. 미안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총동원령을 내리면 먼저 준비가 끝나는 쪽은 독일제국입니다.”
전쟁장관이 진지한 얼굴로 프랑스 외무장관의 얼굴에 일침을 박았다. 전쟁장관이라고 전쟁을 피하고 싶겠나. 하지만 먼저 지고들어갈 전쟁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은 것이다.
프랑스 대육군의 머저리들은 엘랑비탈을 외치면서 돌격만을 연호할테지. 돌격밖에 모르는 바보들이니까.
하지만 전쟁장관은 정치인이자 민간인 신분이다. 판을 크게 볼 필요가 있었다.
“우리에겐 독일제국보다 먼저 무장을 마칠 수단이 필요합니다.”
아직 독일제국은 총동원령은 커녕 불가침조약서에 잉크조차 마르지 않았다. 오늘은 불가침조약을 위한 회담의 2일차. 아직 회담은 포츠담에서 열리고 있었다.
불가침조약만 딱 맺고 오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독일제국과 러시아제국의 관계를 세부적으로 설정하는 작업이 남아있었다.
그러니 그 시간내에 프랑스 수뇌부는 결정해야한다. 이 전쟁위기를 어떻게 대처할지 말이다.
델카세는 손을 들었다.
“재무장관. 발언해도 되겠습니까.”
“발언하시오.”
“감사합니다. 일단 보급문제는 재무부와 외무부에서 해결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게 정말인가?”
“얘, 미국은 재무장관회의를 선착순으로 수락하는 조건으로 석탄과 석유수출제한을 완화해주기로 협상했고 이건 확정사항입니다.”
델카세는 덤덤했다.
이미 은퇴는 저세상으로 날아갔다. 미국으로 뜨기도 글렀다. 본인의 발로 지옥불에 입장했다. 이제 나갈 순 없다. 조국을 지키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일은 명확했다.
일단 살고 보자.
설령 이 자리의 모두가 혐오스럽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프랑스정부가 좀더 로비한다면 식량제한완화도 한번쯤 시도해볼 법 합니다.”
“그건 다행이군.”
프랑스는 아직 석유한방울 나지않는 국가다.
주요 에너지원인 석탄도 독일제국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모자르다. 전쟁을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일단 열차를 움직여야하니, 석탄은 반드시 필요했다.
해군을 위한 석탄까지 말이다.
‘하지만 석탄도 별 걱정은 없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석탄지원정도는 해주겠지.’
영불협상은 살아있다.
설마 영국이 손절하진 않겠지. 돌아가는 판도를 읽을 수 있다면 절대 그럴리가 없었다.
대통령은 진지하게 턱을 괴었다.
“남은건 총동원령을 독일제국보다 먼저 끝마칠 방법이군.”
제일 어려운 문제다.
대체 어떻게해야 티나지 않게 총동원령을 준비할 수 있을까. 일단 독일제국은 최대한 유리한 조건에서 개전을 하고 싶을 것이다. 비축을 쌓아놓고, 예비군까지 기본적으로 훈련시킨 만전의 상태로 프랑스를 쓸어버릴 작정이겠지.
게다가 총동원령이 내려지는 순간 독일제국의 무장속도는 거대한 기계처럼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인다.
멈출 순 없지만, 프랑스보다 훨씬 빠르게 완료될 것은 안봐도 뻔했다.
몰래 해야한다.
하지만 연막을 칠 명분이 없었다.
프랑스는 이 대책을 찾기 못하면 엄청난 디메리트 속에서 전쟁을 치루게 되리라. 회의실의 면면은 죽을상이 되어 고민했다.
이미 전쟁은 기정사실이었다.
“일단 전쟁부에게 계획은 있습니까?”
“있다마다, 어젯밤 호출받기 전에 언질받고 최고위 장성들과 함께 밤샘회의를 가졌습니다.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왔지만, 공통적인 의견이 있었습니다.”
“공통적인 의견?”
대통령이 상체를 당겼다.
제법 흥미가 돋은 얼굴이었다.
“예, 알자스로렌과 사르(자를란트)지역을 프랑스가 먼저 점령하는 것입니다. 독일제국의 석탄은 다 이곳에서 생산됩니다. 게다가 독일서부는 거대한 공업단지. 공업시설들은 전부 전쟁지원시설이고, 탈취하면 프랑스의 것입니다.”
선공필승.
오로지 알자스로렌만을 보고 닥치고 돌격하자는 말을 고상하게 포장하고 있었다. 델카세는 전쟁장관도 제정신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저놈은 이미 엘랑비탈의 돌격정신에 오염되어 있었다.
범인의 생각이 아니다.
정신병동에 쳐박아야하지 않을까.
“옳은 말이긴 하지.”
옳긴 개뿔.
알자스로렌에 쳐들어가면 전쟁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독일제국육군이 포위해 되찾으면 그만이다. 보불전쟁에서 미친듯이 깨지고 한다는 발상이 이따위 것들이라면 프랑스의 미래는 상당히 암울하다.
그래도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프랑스 전체가 이사람들처럼 머릿속 꽃밭이라 용맹함 만큼은 미친듯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프랑스가 무슨 민족인가.
무려 프랑스 왕의 목을 단두대로 친 혁명의 국가아닌가. 반골정신 정도는 이미 본능화되어 척수반사로 나오는 무지막지한 국민정서를 공유하고 있었다.
마지막 하나가 죽을때까지 싸울 용맹한 청년들은 많았다.
프랑스의 홍복이지.
델카세는 침묵했다.
그렇다고 이들을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 속으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내몰긴 싫었다. 프랑스가 잘못되도 어른의 잘못이지 갓 사회초년생의 청년들이 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델카세는 청년들을 전장에 내몰수밖에 없는 현실을 저주했다.
“있습니다.”
델카세는 손을 들었다.
좌중의 시선이 델카세에게로 단숨에 집중되었다.
“있다니?”
“독일제국에게 명분을 둘러대면서 총동원령을 그나마 빨리 마칠 수 있는 동원방법이 제게 있습니다.”
델카세는 이럴때만큼은 자신의 정치인생과 연륜, 관록을 사랑했다. 잡지식과 요령만 늘어서 문제긴 하지만 효과는 꽤 있어보였다.
연막으론 최고의 명분이 하나 있었으니.
“종교전쟁입니다.”
“…..?”
그게 뭔 개소리야.
회의실은 침묵에 잠겼다.
***
델카세의 의도를 제일 먼저 알아챈건 대통령이었다. 본인이 관련된 정책입안자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대통령은 중얼거렸다.
“라이시테로군.”
라이시테.
정치적으로 해석하자면 정교분리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겠다는 의미. 가톨릭이 뼛속까지 종교계를 지배하는 상황에선 가톨릭과 교황에게 선전포고를 날리는 행위다.
눈앞의 에밀 루베 대통령은 1905년 올해에 프랑스 정치에서 종교를 완전히 분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종교시설들을 다 국가에서 몰수하고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려는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종교전쟁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종교끼리의 전쟁은 아니다.
국가와 종교의 전쟁이지. 하지만 이미 프랑스 내부에서 가톨릭의 영향은 약해지는 추세였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아무리 프랑스가톨릭이 독립적이라 한들 교황청의 영향은 받을 수밖에 없었고, 가톨릭계의 교황청은 이탈리아에게 정복당해 위상이 흔들리고 있었다.
정치에서 종교를 털어낼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일괄적으로 처리하면 전국적인 반발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전국적인 가톨릭계의 시위나 테러행동, 방해공작들이 벌어질 공산이 큽니다. 설마 사제들이 살상은 안하겠지만 열혈한 광신도들은 얼마든지 있고, 종교를 정치로 활용하는 협잡꾼들은 밭에 뿌린 씨마냥 사방에 존재하지요.”
가톨릭의 탈을 쓴 정치꾼들.
이놈들이 제일 큰 문제였다. 드레퓌스 사건때만 해도 작은사건 하나로 온 프랑스가 뒤집혀버렸다.
유대계와 반유대계가 서로 죽일듯이 물어뜯으며 싸웠고, 육체적인 폭행들도 이따랐다.
집단린치는 기본이다.
그런게 이상황에서 정교분리? 가톨릭?
가톨릭 입장에선 프랑스 신도들이 미쳐날뛰어도 할말이 없는 폭거였다.
“계엄령을 선포하고 정교분리에 의한 종교적 폭도들을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비공식적 징집을 시행하면 됩니다.”
그들을 이해해줄 여유는 더이상 없었다.
프랑스의 명운이 걸린 이상, 물불 가리지 않고 승리만을 위해 달려가는 일만이 남은 것이다.
전력질주만 해도 이미 부족한 지경이다.
그 증거로 전쟁장관과 대통령의 눈은 이미 밤하늘의 별처럼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우욱.’
델카세는 그 눈빛들이 역겨웠지만 꾹 눌러담았다. 아름다운 은퇴를 위해서라면 전쟁이든 나발이든 일찍 끝나야한다.
누가 암살시도 한번 해주지 않으려나.
살아남는다는 전제하에 은퇴할 수 있을텐데.
“억지처럼 보인다 하신다면 인정합니다. 저도 하룻밤만에 머릿속에서 짜낸 비루한 아이디어니까요. 하지만 하루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목적 아닙니까? 더 나은 작전이 있다면 제발 좀 건의해주십시요.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제발.
진심이다.
누구라도 좋으니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수단을 가져와줘. 델카세는 이 정책이 자신의 이름으로 입안되도 되지않아도 상관없었다. 그저 은퇴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전쟁이 빨리 끝나야한다.
‘대략 1년도 안돼서 끝나겠지.’
보불전쟁도 1년도 되지 않아서 끝나지 않았나. 1년만 버티면 자유가 찾아온다. 그정도 인내력은 가지고 있었으니.
설마 전쟁이 4년넘게 이뤄질리도 없지 않나.
‘1년만 버티자.’
델카세는 그나마 핑크빛 미래를 꿈꿨다.
1년 이내에 은퇴하길 간절히 희망하면서, 왠만하면 프랑스가 멸망하지 않는 미래를 꿈꾸며 말이다.
‘딱 1년만 버티고 미국으로 도망쳐야지.’
이제 인생의 목표는 은퇴로 고정되었다.
***
“라이시테? 참신한데?”
워싱턴 D.C.
재무부 청사.
나는 재무부 정보국장의 보고를 들으며 눈을 빛냈다. 프랑스가 어떻게 대처할지 너무 궁금했는데, 계엄령이라니 꽤 살벌하지만 그럴싸한 임시방책이었다.
종교전쟁이라면, 독일제국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역사적으로 지들도 비스마르크 재상 때, ‘문화투쟁’이란 이름으로 가톨릭이랑 한판 뜬 경험이 있거든.
프랑스가 그걸 좀더 폭력적으로 한다는데, 독일제국이 이에 불만을 낼 자격은 없었다.
“계엄령도 그럴싸해.”
결국 계엄령을 내려도 군대가 움직인다. 군대의 징집을 계엄령과 동시에 내려도 딱히 상관없다는 것이다.
무려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대통령 직권의 무지막지한 권력인데, 누가 이를 막겠는가.
명분도 훌륭했다.
종교 훌리건들이 얼마나 지독한지는 유럽대륙의 역사만 봐도 명확해지지 않나.
“이거면 충분하겠네. 델카세장관이 일을 잘하는데?”
프랑스의 기물로 쓰는 델카세가 상당히 유능했다. 앞으로도 종종 애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영웅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었다.
이미 프랑스군의 보급은 미국에 저당잡혔기 때문이다.
“제임스, 내가 재무장관회의 선착순으로 석유석탄수출금지를 푼다고 얘기했었지?”
“예, 도련님.”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지.”
“그렇죠.”
“하지만 나는 얼만큼 완화할지는 언급하지 않았어.”
“……아!”
제임스는 탄성을 내질렀다.
맞다. 그냥 수출금지완화만 해준다고 했지 얼만큼 완화해준다고 명시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지원보급을 더주고 덜주고는 미국의 마음대로다.
이미 러시아제국은 선착순 탈락했고, ‘공교롭게도’ 영국과 프랑스만이 ‘계약상’ 미국의 원조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무제한으로 퍼줘도 되겠네?”
밸런스패치.
유럽대륙으로 향할 보급선의 노즐은 미국이 틀어쥐고 있었다. 이제 유럽대륙의 전윤의 절반정도는 미국이 통제할 수 있게되었다.
프랑스는 독일제국의 힘을 빼놓는 역할이다. 스트로폼마냥 쳐부서지는 역할이 아니라.
제임스는 소름이 돋은 얼굴로 대답했다.
“예, 가능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나는 턱을 쓸며 미소를 지었다.
유럽대륙의 판도는 딱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만 매우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거 재밌게 흘러가는데?”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당분간 신문보는 재미가 있겠어. 나는 신문지 한부를 꺼내들었다.
“제임스.”
“예, 도련님.”
“프랑스가 계엄령을 선포하는 순간.”
“예.”
내가 운을 띄우자, 제임스는 잔뜩 긴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제임스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말했다.
“대전쟁의 시작이다.”
20세기는 인류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계대전의 전장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세대의 변곡점.
계엄령은 그 시작을 끊어줄 스타팅 포인트였다.
“그럼 나도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여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