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43)
“아르덴공세와 로렌공세가 예정되었다는 정보입니다.”
“예측하고 있지 않았나.”
베를린.
독일군 참모본부.
슐리펜은 들어오는 보고들을 처리하며 담배를 태웠다. 프랑스군은 그들의 예측대로 제 15계획을 충실히 따르며 로렌과 아르덴으로 공세를 결정한 모양이다.
슐리펜은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좌익의 제6군과 제7군을 보고 있었다.
“독일제국군의 제6군은 바이에른군이었지.”
“예.”
“흠. 로렌으로 쳐들어올 프랑스군은 제1군과 제2군일테고. 좌익이 유인을 잘 해줘야할텐데.”
슐리펜계획은 급조된 듯해도, 기본적인 골격은 대몰트케의 생각에서 이어받은 계획으로, 보불전쟁 전후로 프랑스에 대한 고찰이 들어가있는 계획이었다.
슐리펜 계획은 그에 더불어 프랑스군이 로렌방향으로 공세해올 것을 예측하고 계속 덧붙여나가는 계획이기도 했다.
“제6군 바이에른군이 걱정되는군.”
바이에른군은 기본적으로 독일제국에 포함되는 왕국군이기는 하나, 반발심이 강할 수 있고 다른 독일제국군 부대와 갈등을 일으킬 요소들을 지니고 있었다.
차별대우는 물론이고, 반발심까지 걱정되는 바이에른군이었으니, 슐리펜은 그쪽에 고심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이에른도 기본적으로 독일인이었고, 수천년동안의 비애를 잘 알고 있는 독일인이기도 했다.
“제6군에게 전하게. 그대들의 작전목표는 ‘유인’이라고. 절대 그 이상으로 공세를 취해선 안된다고 경고하게.”
슐리펜은 알고 있었다.
프랑스군은 절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프랑스군의 총동원령은 가공할만한 전력을 국경으로 쏟아붓고 있었다.
사실상 사람숫자 자체는 비슷하기 느껴질 수준이었으니, 지형이나 다른 요소들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임은 자명했다.
그럼에도 독일군이 우세하다.
독일군은 프랑스군보다 더 뛰어난 중포를 소유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군사적인 훈련도 자체가 프랑스군과는 격차를 두고 있었다.
유인전으로 전환한 이상, 지형도 어느정도 유리하기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걱정돼.”
슐리펜은 걱정했다.
“돌격해오는 프랑스군을 너무 격파해버리다간, 우리군에 이상한 바람이 들지도 모른다. 각 군 사령관에게 한번더 유인이라는 작전목표에 대해 귀에 피가날 정도로 일러두게.”
프랑스군이 너무 약할까봐.
독일제국군이 너무 프랑스군을 갈아버려서 프랑스군이 전의를 상실하거나, 슐리펜 계획대로 유인당하지 않거나, 혹은 독일군의 사기가 너무 높아져 공세로 전환해달라고 아우성칠까봐.
슐리펜은 걱정되었다.
“예, 저희도 걱정됩니다.”
참모본부의 모두가 독일군의 압승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만도 했다. 이미 프랑스 제7군단이 뮐루즈에서 머리가 깨지고 후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프랑스군은 전의를 오히려 불태웠고, 더욱더 유인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유인. 오직 유인이다. 좌익은 유인! 그 이상은 결단코 허락하지 않겠다!”
좌익에 공세는 없다.
그럴수밖에. 로렌방면은 프랑스군과 독일군 양측 모두가 요새화를 마친 ‘악의 지대’. 서로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순간, 악으로 점철된 지형과 함정들이 덮쳐올 수 있기 때문이다.
로렌은 전략적 요충지에다 ‘국경’이다.
양측 모두 이악물고 달려가는 상황에서 공세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함정을 향해 달려가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며칠뒤, 독일군 참모본부로 전보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제6, 7군 사령부에서 날아온 전보들은 슐리펜의 걱정을 더 심화시킬 뿐이었다.
승전보였다.
하지만 비교적 압도적인 승전보였다.
“……허.”
전보는 꽤 충격적이었다.
치고들어온 프랑스군이 단기간에 비교적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 제13보병사단은 도농산으로
프랑스 제13군단과 제8군단은 바이에른 제1군단 쪽의 자르부르로
프랑스 제26보병사단은 시레이로.
그렇게 프랑스군은 진격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폭우 속에서 프랑스군은 독일군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독일군을 말이다.
“애초에 저희 군이 유인책으로 후퇴하지 않았으면 프랑스군은 진격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 말은 옳다.”
슐리펜도 인정했다.
제6군의 바이에른군이 프랑스군에 밀린 것은 밀린 것이 아니라 일부러 유인을 위해 끌어들인 결과다.
독일제국군은 프랑스군을 점점 내부로 유인하고 독일군이 유리한 지형을 먼저 점했다.
중포의 긴 사거리와 미리 준비한 엄폐물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애초에 프랑스 제1군과 제2군은 분산되어 전화로 작전을 논의하고 진격을 한 반면, 독일군은 제6군과 제7군은 일시적으로 합쳐져 단일한 참모부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즉, 독일군의 의사소통이 훨씬 더 빨랐고, 충돌할 일도 적었다.
모든 요소들이 독일군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허나 믿기지 않는군.”
슐리펜은 눈썹을 찌푸렸다.
이번 전투에서 슐리펜이 느낀것은 승리에 대한 기쁨도, 앞으로에 대한 불안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슐리펜은 느껴버리고 말았다.
전쟁의 세대가 바뀌었고, 더이상 라인배틀이 먹히지 않는 전장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새로운 시대가 점점 도래하는 보인다.
“중포와 기관총의 위력이 이토록 강할줄이야.”
프랑스군을 갈아버린 원인.
미리 선점한 유리한 지형과 엄폐물도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저 멀리서 군인들을 떼거지로 죽이는 중포, 달려드는 군인들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갈아마실 수 있는 기관총.
프랑스 제26보병사단이 밀고 들어온 시레이방면은 유독 피해가 심했다.
군기를 내세우고, 군악대가 연주하고, 전열보병이 총검을 들고 돌격했다.
심지어 ‘평지’에서 말이다.
라인배틀시대의 ‘용맹한 돌격’이 그대로 이어졌고, 독일군의 기관총과 중포 앞으로 힘차게 달려들었다.
“다 갈려버렸군.”
결론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중포에 터지고, 기관총에 갈려나가는 프랑스군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농담이 아니라 한번에 1000명씩 증발해버린 전장이 펼쳐진 것이다.
참모본부의 참모진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승전을 즐겼다. 하지만 그들을 지휘해야할 슐리펜만큼은 즐기지 못했다.
슐리펜의 믿음 하나가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꽈악.
슐리펜은 평소처럼 굳은 표정으로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결국 같은 인간이었나.”
기관총으로 식민지를 학살하던 때, 열강들은 생각했다. 자신들의 기관총은 우수하다고, 식민지에서 기관총을 갈기기만 해도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학살이었고,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열강들끼리 서로 그 기관총을 마주대면 무슨 참사가 벌어질지 말이다.
허나 슐리펜은 그 편린에 노출되었다.
지독한 악몽의 파편이 슐리펜의 머릿속으로 날아들어 깊숙이 푹 꽂혔다.
만약 독일군이 같은 조건에서 평지로 돌격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할 것도 없었다.
프랑스군의 기관총에 갈려나갈 뿐이다.
슐리펜의 덜덜 떨리는 주먹에서 핏물이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이딴 개같은 진실은 알고 싶지 않았다. 깨달은 자신의 머리를 부숴버리고 싶었다.
잊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동요는 그뿐이었다.
슐리펜은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비교적 좁은 서부전선에서 학살극을 피하려면 오직 하나만 목표해야한다.
오히려 슐리펜의 생각은 더 굳어졌다.
“파리를 점령한다.”
슐리펜계획을 더 충실히 따라 파리를 독일군의 손아귀에 하루라도 빨리 집어넣는다.
학살극이 예정된 전장에서 슐리펜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하루라도 더 빨리.”
그래야 독일군이 한명이라도 더 산다.
차라리 동부전선이 낫겠군.
슐리펜은 천천히 의자에 앉아 기뻐하는 참모부 장교들을 바라보았다.
“……”
지금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
다음번엔 즐길 수 없을지도 모를터이니.
결국 슐리펜의 예상은 적중했다.
안좋은 의미로.
며칠뒤, 제2차 뮐루즈 전투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베를린 참모부는 침묵에 휩싸였다.
뮐루즈로 진격한 독일보병이 프랑스 제7군단의 ‘기관총’이란 분쇄기에 한낱 고깃덩어리처럼 갈려나갔다는 패전 소식이었다.
슐리펜의 표정이 굳었다.
“……쯧.”
이것으로 확신했다.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단 절망적인 사실을.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버렸다, 최악의 방향으로 말이다.
****
“아르덴 공세까지 막혀버렸나.”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청사 정보국 회의실.
솔직히 재무부 정보국이 너무 일을 잘해주고 있었다. 베네수엘라때부터 시작해서 러시아공황까지 겪은 재무부 정보국은 점점 베테랑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실 전전직 군인에 전직 핑커톤인 베테랑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국가간 정보전에 전문적인 정보기관으로 본격적으로 투입된 것은 이들이 거의 처음일 것이다.
아직 영국의 SIS가 출범되었단 소식은 듣지 못했다. 아직 전쟁에 참전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하지.
“정보국 요원들은 안전하지?”
“아직까지는요.”
뭐, 프랑스와 독일로 파견된 정보국의 요원들은 미국으로 전보를 매시간 날리고 있었다.
사실, 적성국도 아닌 제3자의 중립국 입장에서 하는 첩보작전이다.
본격적으로 상대방 조지기 위해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한 정보는 잘 다루지 않는다.
다루긴 하는데, 굳이?
즉, 대략적인 전선의 상황만 파악하고 있었다.
“활동비가 그렇게 많은데 위험하기도 힘들 겁니다. 정치인 몇명만 매수해도 들어오는 정보의 질이 달라지니까요.”
물론 매수는 대놓고 매수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럴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사교비용이다. 간접적으로 꽂아주면서 점점 친해지는거지. 첩보요원이 거물처럼 비추기엔 돈지랄이 최고니까.
그래….프랑스도 독일도 못하는데 어떻게 했냐고 묻는다면….돈이다.
최신기술은 물론이고, 정보를 얻어낼 활동비를 압도적으로 꽂아주고 있다보니, 꽤 고급의 정보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사실 정보전은 정보요원들의 전문성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가 돈이다.
결국 돈이지.
하지만 환호해라.
미국최고의 부호가 정보국의 뒤를 봐주고 있으니 말이다. 돈이 모자를 일은 없다. 만약 내가 돈이 모자라서 재무부 정보국의 예산을 끊는 일이 생긴다면, 그날은 미국이 파산하는 날이다.
사실, 내가 원역사를 알고 있는 덕에 정보를 수집해 취합해오면, 정리가 가능하기도 했다.
“아르덴 공세는 운이 안좋았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물론 안좋은 쪽은 프랑스다.
프랑스 제3군과 제4군이 아르덴공세를 향해 진군했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독일군의 중앙은 훨씬 강력했고, 무려 10개 군단과 마주쳐버린 것이다.
바로 대가리깨지고 프랑스 제3군은 말그대로 갈려나가 버렸다.
프랑스군은 아르덴공세를 포기하고 그대로 후퇴해버렸다.
“국경전투는 프랑스의 완패다.”
로렌공세는 진작 막혀버렸다. 아니, 점점 유인당하고 있었다. 독일군에게 완전히 놀아나고 있었다.
“……슐리펜이 지휘하니까 다르긴 하네.”
만약 소몰트케가 지휘했으면 좌익은 진작 공세로 전환해 좌우양익기동으로 틀어버렸을 것이다. 아니, 그전에 로렌공세에서 한번 돌격했다가 한번 개같이 깨졌을 것이다.
하지만 슐리펜은 끝까지 유인, 유인, 유인 원툴이었고, 독일군은 비교적 적은 피해로 전략목표를 달성하고 있었다.
슐리펜 계획은 점점 종막을 향해 달려가며, 파리를 포위해 나가고 있었다.
드륵ㅡ
정보국 회의실에서 영국방면 정보부장이 일어섰다.
“영국원정대가 편성되고 있습니다.”
결국 빅4 회계법인의 폭격기같은 로비에도 불구하고 영국의회는 전쟁을 결의했다.
사실 영국도 어쩔 수 없었다.
영국은 반드시 이번전쟁에 참전해 프랑스를 구출해야했다. 물론 프랑스에 대한 호감은 진작 장어젤리에 파묻어 씹어먹어버렸으니 그것은 아니다.
“그렇겠지. 안그러면 고립될테니까.”
러독 불가침조약.
독일제국과는 유럽 1위를 다투는 철천지원수였고, 러시아제국과는 공황의 금융공격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독일제국과 러시아제국이 아웃된 상황에서 영국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몇개 없었다.
삼국동맹은 논외고.
프랑스와 오스만.
특히 프랑스를 잃으면 유럽대륙에 더이상 영국과 친교를 맺으려는 열강은 없어진다. 완전히 고립되어 버리는 것이다.
혐성의 대가였고, 영국 입장에서 프랑스는 반드시 살려내야했다.
무슨일이 있어도.
“하지만 늦었어.”
원역사처럼 영국원정군이 아미앵에 도착할수나 있을까? 내가 보기엔 그전에 마른강에서 전투가 일어날 것 같았다.
마른강은 파리의 코앞이다.
마른전투에서 패배하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 파리함락이 가시권으로 들어온다.
“일단 로렌군은 아미앵으로 갔을것이고…쯧.”
프랑스가 너무 블리하다.
이대로면 압도적인 격차로 파리를 함락당하고 보르도까지 밀려난들 압사할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래선 프랑스군을 완전히 삭제할 수가 없다.
“독일군의 우위는 파리함락까지다.”
탕-!
나는 탁상을 내리쳤다.
아무래도 프랑스군의 파리함락 이후의 시나리오에 내가 가세를 해야할 것 같았다.
직접간다는 얘기는 아니고.
“돈지랄을 좀 해야겠어.”
프랑스에겐 항전할 물자를 지원해야겠다.
지금 미리 프랑스 외곽을 마경으로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조건으로 참호를 파라고 해야지. 싫어도 파게될테지만 이왕이면 유리하게 시작하면 좋지 않아.
싫으면 꺼지고.
절대 싫다곤 못한다.
군대가 항의해도 정치권이 찍어누를걸.
그럴 형편도 못되고.
“당장 뉴욕병기국의 공장가동률 높이고, 창고에 쌓아둔 물자들 다 풀어버립시다. 프랑스에게 차관이랑 함께 물자들을 좀 지원해야겠으니. 그리고……”
독일군은 일드프랑스의 파리만 함락해도, 어깨가 치솟을 확률이 높았다. 러시아제국과의 전쟁은 시간문제기도 했고.
러시아제국이 재기하고 재무장할 동안, 프랑스에서 독일군을 묶어놓기도 해야한다.
즉, 프랑스가 너덜너덜 걸레조각이 될때까지 어떻게든 재활용해야한다. 피해규모를 더 키우고, 전쟁을 더 키워야한다.
난 총력전의 1차세계대전을 원한다.
영국은….시한폭탄을 들고 있으니 굳이 조질필요도 없고.
아직 무제한 잠수함 작전도 없다.
어쩌면 상륙작전으로 반전을 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뭐, 자세한건 군부에서 잘 처리해주겠지.’
잘할 필요도 없다.
개짓거리를 해도 좋다.
소모전이 많아질수록 나는 좋다.
남부프랑스가 존속할수록, 더 격렬하고 소모적인 전투가 지속될수록 좋다. 결국 미국의 이익으로 환산되어 영수증에 찍힐 테니까.
그저 일찍 전쟁이 끝나지만 않는다면 나는 좋다.
드르륵ㅡ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프랑스대사관으로 전화연결하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