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51)
“후퇴한 로렌군이 합류했습니다.”
프랑스 임시 수도방위사령부.
임시로 빠르게 조직된 제1구에 위치한 사령부는 파리시가전을 준비하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참모본부는 진작에 옮겨졌지만, 수도방위사령부에도 꽤 많은 장성들이 남아있었다.
엘랑비탈을 외치며 전근대적인 전투방식을 내지르는 군인들이었지만, 적어도 프랑스 파리함락을 목전에 두고 도망칠 인간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앞다투어 남겠다고 멱살잡이까지 붙잡고 나서야 진정되었다.
“로렌군은 아쉽군.”
“작전대로라면 제6군에 합류했어야 합니다만…전선이 빠르게 붕괴되는 바람에 로렌군의 후퇴가 빨라지면서 분리되어 버렸습니다.”
“제1군을 막아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쉬워.”
제15계획은 진작 실패로 돌아갔지만, 미군장교단의 참호전 교범으로 방어선을 구축한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참호를 믿지못한 부대사령관들이 공세로 전환한 탓에 방어선이 무너져버렸다.
스스로 무덤을 팠다.
그탓에 로렌군은 프랑스 제6군과 합류할 수 없었고, 분리된 상태로 아미앵에서 독일 제1군에게 피터지게 맞다가 뚫린 것이다.
“후…이미 지나간 일은 덮고 당장은 시가전이다.”
이미 독일 제1군은 파리 제16구와 제17구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파리서부는 이미 독일군에게 침입을 허가해버렸고, 시민들이고 군대고 다 달려들어 독일군을 박살내기 위해 총을 들었다.
시가전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건물마다 숨겨진 기관총들은 독일군을 보이는대로 분쇄하고, 도로마다 깔린 철조망들은 독일군의 진격을 방해합니다.”
수도방위사령부에 좋은 소식이라면, 생각보다 시가전이 잘 먹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거점이 뚫리면?”
“설령 거점이 뚫려도, 파리 시내에 자세한 시민들이 지름길이나 숨겨진 길로 파고들어 뒤따라간 군대가 기관총으로 다시 작살낸다고 합니다.”
“하긴. 도심은 반쯤 미로나 다름없으니, 거주민들을 제외하면 우리 프랑스군도 모르는 지형이긴 하지.”
개미굴이 따로 없었다.
파리시의 시민들은 수십년 같은 지역에 살았던 탓에 개미굴같은 지형을 다 본능으로 꿰고 있었다. 지형적으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프랑스군은 시가전에 훨씬 유리했다.
불행하게 독일군에 시민들이 붙잡혀도, 애국주의의 물결에 시민들은 입을 열지 않았고, 자결하는 이들도 속출했다.
심지어 시가전의 지형물들은 건물이니, 건물속에 뭐가 숨어있을지는 프랑스측만이 알고 있었다.
“특히 파리 하수도가 제일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보면, 오래전부터 파리시의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하수도시설이 등장한다. 그만큼 파리시의 하수도시설은 광대했고, 도시보다도 훨씬 미로처럼 꼬여있었으며, 지옥의 지형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측에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파리시민들 중 하수도에 전문적인 이들은 수없이 많이 존재했고, 그들의 지원에 따라 반대로 독일군 군영에 침입해 테러하고 돌아오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파리 하수도는 유명하지. 실종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이기도 하고.”
“예,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이미 600km가 넘어갔으니 말입니다.”
“뭐? 그시절에 600km? 규모가 어림짐작도 안되는군. 개미굴도 그정도는 아니겠는데?”
“사실, 파리 하수도도 양반입니다.”
임시 수도방위사령부.
참모부에서 주로 언급되는 시설이 몇군데 있다. 첫번째는 당연하게도 파리 시가전의 주전장인 도시건축물들과 도로들.
두번째, 파리의 미로같은 하수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타콤(지하무덤).
지하묘지.
파리 카타콤이 진짜 소름끼치는 시설이었다.
“땅굴이죠. 조금 큰.”
“…..카타콤이 조금 크다고 말하기엔 파리지하를 뒤덮고 있는 터널이 아닌가.”
“예, 고작 시신 500만구가 묻혀있는 그저 평범한 땅굴일 뿐입니다.”
소름이 끼친다.
파리의 지하땅굴에 500만구의 유골들이 묻혀있었고, 그 지하땅굴은 로마 식민지 시절에 쓰이던 폐 채석광이었다. 유골들을 땅굴에 묻어놓은 것은 루이 16세 시절이었다.
하수도보다 더 깊이 파고 들어간 카타콤.
지하땅굴 자체는 원래부터 있었고, 기원을 알 수 없었다.
“뭐, 프랑스군에 도움만 되면 되지.”
수도방위사령부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카타콤을 전문적으로 탐사하는 인물들은 적극적으로 프랑스군에 합류해 안내에 협력했고, 카타콤 자체의 공포스러운 광경은 설령 독일군이 침범한다해서 극복될 문제가 아니었다.
공포 흉가체험의 끝판왕이다.
독일군이 어두컴컴한 땅굴에 들어와 대량의 유골이라도 밟으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 거품을 물고 쇼크사할지도 모른다.
단점이라면, 그탓에 프랑스군인들도 쉽게 못들어가는 구역이라는 점이지.
프랑스측 전체로 보면 이만큼 기특한 시설도 없었다.
“그야말로 3중의 요새란 소리군. 파리시는 그 자체로 요새나 다름없구먼.”
“예, 사실상 파리시는 3개로 이뤄져있습니다. 독일군이 설령 지상의 시가전에서 승리해 점거해도, 그들이 하수도와 카타콤을 점령하지 못한 이상, 진짜 ‘파리’를 점령한 것이 아니란 뜻입니다.”
파리만큼 시가전에 까다로운 도시가 또 있을까.
파리라는 도시는 그 존재자체로 이미 요새였고, 미로였고, 미궁이었다.
솔직히 기관총, 참호, 철조망까지 탑재된 파리시의 프랑스군이면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참호전보다도 더 엄청난 교환비를 끌어낼 수 있었다.
“신이 내린 지형이군.”
게릴라전을 위한 신의 안배.
사실, 따지고보면 인간의 지혜가 짜놓은 요새이자 인공지형이었지만, 마치 신의 기적처럼 느껴질정도로 경이로웠다.
독일군을 갈아마실 괴물이 살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파리서부만 뚫렸다.
파리 시민들의 숫자도 많았고, 아직 포위되지 않은 이상, 군병력의 증원은 계속 이뤄지고 있었다.
철도와 공업시설들은 아직 무사했고, 빠르게 뜯어서 철도로 피난시키고 있었다.
“에펠탑이 등뒤에 있어서 그런지, 파리시민들의 전의가 불타오르고 있는 점도 한몫합니다.”
흉물이될 것이라고 철거시위를 하던 시민들.
파리의 에펠탑은 완공전까지 파리시민들에겐 흉물취급을 당해온 비운의 건축물이었다.
하지만 에펠탑은 완공과 동시에 파리 엑스포, 만국박람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1889년 화려한 에펠탑의 데뷔전.
그 이후로 에펠탑은 프랑스의 자존심이 되었고, 선진국이자 열강의 프랑스를 상징하는 상징물로서 프랑스인들의 가슴속에 새겨졌다.
원역사에선 철거예정이던 에펠탑을 시민들이 시위해 강렬하게 철거를 뜯어말릴만큼, 애정이 가득해진 파리와 프랑스의 랜드마크였다.
“저 또한 에펠탑에 독일기가 올라가는 꼴은 두눈뜨고 못봅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군.”
프랑스인뿐이 아니다.
임시 수도방위사령부를 포함한 프랑스군부 전체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전의만큼은 그 어떤 군인들보다도 화끈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프랑스를 지켜라.
에펠탑을 지켜라
파리를 지켜라.
그대, 프랑스인이라면 일어서라.
애국주의가 넘실되는 프랑스, 시민들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애국을 위해 전선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이 여럿 있습니다.”
문제는 사방에서 쏟아졌다.
그것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문제가 말이다.
로렌군이 후퇴한 이후, 망치가 된 프랑스 제6군의 상황이었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결국 후미로 따라붙은 독일 제2군과 조우, 프랑스 제6군은 교전중입니다.
독일 제1군의 후미를 쳐 목숨줄을 끊어야할 프랑스 제6군이 따라잡혔다.
독일 제2군의 기동속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죄송하지만, 프랑스 제6군이 독일 제1군을 분쇄하기엔 한계가 뚜렷해보입니다.”
이미 부대자체도 상태가 안좋았다.
프랑스 제6군은 로렌군과 합류하지 못해, 다른 프랑스 야전군보다 훨씬 약체화된 상태의 부대였다.
다행이라면, 독일 제1군이 파리시가전에서 갈려나가고 있단 사실이었고, 불행이라면, 보급까지 챙긴 강력한 독일 제2군에게 깨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대로면 프랑스 북부도 위험하다.
“사실상 포위된 프랑스 제6군이 버텨줘야합니다.”
독일 제1군이 갈려나간다해도, 프랑스 제6군이 독일 제1군과 제2군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낑겨버렸다는 한계는 존재했다.
독일 제1군이 비실비실해도 일단 독일군이다.
프랑스 제6군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다른 프랑스 야전군은 마른강 후위에서 다른 독일 야전군을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수도방위사령부는 알고 있었다.
이미 마른강 후위의 참호전선은 프랑스군에게 시한부 판정을 내려버렸다.
6주안에 뚫리느냐.
6주까지 버티느냐.
슐리펜 계획의 성공여부는 여기에 달려있었다.
사실상 파리를 포위하는 순간, 독일제국은 슐리펜 계획을 거의 성공했다고 볼 수 있었으니.
“그들이 버텨주길 기도해라.”
프랑스 임시 수도방위사령부.
참모부는 모두가 머리를 맞댄채 필사적으로 신께 기도했다. 정교분리가 완연하던 전쟁전의 분위기는 이미 없었다.
신이라도 믿어야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랑스 시민들께 너무 감사하군.”
남자, 여자, 아이, 노인.
구별없이 시민들 모두가 프랑스 사령부와 협력해 길잡이를 자처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프랑스 결제은행 창고에 물자들은 충분히 쌓여있었고, 시민들까지 무장시킬 여력은 남아있었다.
파리시민들은 자경단을 꾸려 자신들이 소속된 구(아롱디스망)를 프랑스군부와 함께 수호하고 다녔다.
애국주의의 물결 속에서 회피는 사회적 죽음을.의미했고, 프랑스 시민들의 유전자에 박힌 저항의식은 두려움을 몰랐다.
“파리시민들이 저항조직을 조직했다고 합니다.”
“최대한 지원해주게. 그들이 독일군 군영에 훼방을 놓는만큼, 파리는 점점 안전해질테니.”
“예, 시민들이 매우 적극적입니다. 비록 노동연맹과 공산주의자들이 꽤 많이 섞여있는 것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지금 저희가 물불 가릴 때는 아니지 않슺니까.”
공산주의자, 노동연맹.
상당히 불길한 이름들이 튀어나왔지만, 이들은 찬빵더운빵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그들도 파리 시민 아닌가. 프랑스측에서 싸우는 저항세력 아닌가.
그럼 된 것이다.
“그들 스스로 이름도 붙였답니다.”
“이름?”
“예.”
파리를 수호하기 위해 한몸바쳐 저항조직에 뛰어든 애국열사들. 그들은 무력투쟁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프랑스를 위해 목숨을 던졌다.
“레지스탕스(Résistance)라고 합니다.”
원역사와 달리, 슐리펜 계획에 따른 파리침공이 레지스탕스의 출현을 앞당겼다.
그것도 프랑스 임시 수도방위사령부와 프랑스결제은행의 전폭적인 서포트를 받아 훨씬 강력해진 상태로 말이다.
“……거참 불길하게 빨갱이같은 이름이로군.”
***
“그게 사실인가?”
베를린 참모본부.
슐리펜 참모총장을 명령으로 참모들이 한자리에 긴급히 소집되었다. 슐리펜은 회의실로 내무부장관와 함께 들어왔다.
“내무부의 비밀경찰 몇명을 타국에 풀어놓았네. 정기적인 연락을 하라고 해놓았고, 매 시간마다 연락이 들어오고 있었네. 자네들 독일군부도 첩자들을 꽂아놓은 것과 동일해. 단지 우리는 외무부와 손을 합쳤지.”
모건장관의 나비효과였다.
사실 내무부장관이 외무부와 협력해 대외공작을 벌인 원인은 과거 독일제국에서 날뛰던 모건장관 때문이다.
모건장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라는 밀명이 베를린궁에서 떨어졌고, 내무부 경찰국은 타국에 대한 감시망을 외무부와 함께 구축하기 시작했다.
옆나라인 프랑스는 당연히 가시권에 있었다.
그렇게 구축한 정보망이 제 값어치를 해내었다.
내무부장관은 따라온 내무부직원에게 턱짓했다.
“자네가 읊어보게.”
“예, 현재 독일 제1군이 파리서부에 진입했고, 파리 제16구 제17구에서 시가전에 돌입, 교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해당 소식은 잠입한 비밀경찰을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네. 운이 좀 좋았지.”
내무부장관의 콧대가 올라갔지만, 슐리펜은 상관하지 않았다. 군인정신 그자체인 슐리펜에겐 전쟁 외에 중요한 것은 없었다.
그는 곧장 참모부 장교에게 시선을 돌렸다.
“제2군은?”
“프랑스 제6군이 독일군 우익의 꼬리를 끊자마자, 프랑스 제6군의 후미를 물었습니다. 현재 프랑스 제6군과 교전중이며, 파리 북부로 향하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아.”
슐리펜은 지휘봉을 고쳐들고 지도를 내려보았다.
“그럼 남은건 보불전선뿐이다.”
제1군과 제2군은 제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보불전선도 그들과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현 보불전선은 단순하다.
프랑스 제1군부터 제5군까지를 독일군 제3군부터 제7군까지가 밀어붙이고 있었다.
보불전선은 이들이 교전하면서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계획대로군.”
비록 제1군이 더 크게 우회하지는 못했지만, 파리를 타격하고 있었다. 제2군부터 제3군까지 합류하면 파리는 함락할 수 있을 듯했다.
제4군부터는 다른 프랑스 야전군을 전선에 묶어놓는다.
베르됭을 중심으로 부채꼴형태로 쓸어내려가면, 결국 우익이 완전히 접히고, 보불전선의 프랑스군은 완전히 포위당한다.
전멸시킬 기회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파리만 함락하면, 승리가 코앞이다.”
파리를 함락하고, 프랑스군을 포위해 전멸시키면,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게획대로 밀어붙인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아직은 오차범위 내였다.
그대로 속행해도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슐리펜과 참모본부는 계획을 그대로 속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슐리펜은 턱을 쓸었다.
“제1군의 상태가 매우 위태롭다. 계획대로 진행하되, 변수를 추가할 필요가 있겠군.”
제1군이 무너지면 공세는 실패로 돌아간다.
독일 제1군의 상태는 아직 야전군의 규모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정확성이 의심스럽다.
게다가 시가전에 돌입하면, 더 빨리 소모될 위험성이 있었다.
일단 아직 포격은 허용할 수 없었다.
“제1군의 상태를 확인하고, 빨리 그들의 상황을 호전시켜야한다. 숨구멍을 틔워야겠네.”
슐리펜은 펜을 집어들어 파리서부에 표시를 진하게 그려넣었다. 제1군의 표시가 진한 검은색으로 튀어보였다.
“제1군의 숨구멍을 틔우기위해 대공세를 앞당긴다. 제2군과 제3군, 제4군까지 보급을 서두르고 파리를 쓸어버리도록.”
슐리펜은 굳은 눈빛으로 파리를 노려보았다.
“그대들의 마지막 목숨까지 불태우겠다는 의지로 파리를 점령하라.”
대공세.
이후 파리공세로 불릴 독일군 대공세의 명령이 슐리펜의 입에서 떨어졌다.
“드디어다.”
슐리펜의 눈빛에 살기가 맴돌았다.
이제 6주차에 돌입했고, 42일작전은 종장을 앞두고 있는 듯 보였다.
“드디어 독일제국의 승리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독일의 전사들이여.
최선을 다해 프랑스를 분쇄하라.
“대공세를 퍼붓고…”
슐리펜은 덤덤한 목소리로 흥분한 참모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다가온 승리를 거머쥐어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