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57)
쾅-!
프랑스국경은 다소 까다로운 지형이다.
요새들이 즐비하고 곳곳에 방어할 수단들은 널려있는 곳이었다. 유리한 지형이 있으면 꼭 매복과 요새들이 축성되어 있었고, 독일군은 매번 갈려나갔다.
그동안은 말이다.
하지만 역으로 독일군이 프랑스육군을 포위한 이상, 그 요새들은 이제 독일군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콰캉! 쾅! 쾅! 콰캉!
더불어 독일보병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포병대는 크루프(Krupp) 중포와 야포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심지어 포격전술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살상력을 자랑했다.
중포와 야포의 정확하고도 적절한 운용방식은 프랑스육군을 포탄의 세례로 분쇄했다.
“남은 프랑스육군은 전부 베르됭으로 패퇴했습니다. 베르됭엔 대략 2개 야전군과 소수의 보병사단 규모만 남았고, 나머지는 전멸했습니다.”
슐리펜의 결단 이후 한달뒤.
프랑스육군은 사포에 쓸리듯 완전히 갈려나갔다. 독일육군은 한달동안 개전이후 5개월동안 퍼부은 포탄보다 더 많은양의 포탄을 포위망에 쏟아부었다.
쾅-! 콰쾅! 쾅! 쾅!
———!
쾅.
“으아아아아악!!!”
포탄으로 초토화된 프랑스군 참호를 향해 독일군은 달려갔다.
퍽-!
“왜 안쏴!”
“죄, 죄송합니다! 포탄이 부족합니다!”
독일군도 문제가 없진 않았다.
물론 대량의 포탄공세로 보급물량은 완전히 바닥나기 직전까지 갔고, 보급되는 포탄보다 소비되는 포탄양이 더 많아지는 지경까지 갔다.
“하아아악! 아아아악!”
“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
“이곳에서 탈출할 거야! 으아아아아!!!”
“탈출하게 해줘!!!”
하지만 프랑스군의 피해는 괴멸적이었다.
프랑스군은 살아남아도 끊임없이 한달, 24시간 쏟아지는 포탄에 정신이 나가버렸고, 셸쇼크로 발작하는 환자들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착검!”
프랑스군은 쏟아지는 기관총들의 세례를 눈앞에 두고, 소총의 첨단에 검을 끼워넣었다.
미쳤다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이제 더이상 총알은 없었으니까.
참호전을 수행하려해도, 포위당해 보급물량은 미국의 수송열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 오더라도 금방 소모된다.
부족한 물자에 허덕이는 참호는 독일군의 포탄에 쓸려버렸다. 참호가 아무리 훌륭해도 보급이 없으면 기관총의 탄환수와 포의 포탄량은 한정되어 있었다.
“돌겨억!!!”
포병대의 지원도 없이 달려나간다.
독일군의 포탄이 쏟아진다.
그래도 그나마 덜 쏟아지는 시간대를 선정했으니 그나마 나으리라.
자살행위라 해도 할말은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가만히 않아서 죽기보다 달려나가서 죽는것이 더 가치있었으니.
쾅! 쾅! 콰캉! 쾅! 콰앙!
“크아악!”
포격에 맞은 보병들은 산산조각으로 폭발했다.
연대, 사단, 군단, 야전군.
규모를 구별할 것 없이 몰살당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야전군 사령부는 개별적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똑같은 명령을 내렸다.
프랑스육군은 죽는한이 있어도 항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남는다.
돌파구는 오직 한곳.
베르됭이었다.
“제1군은 베르됭으로 철수한다!”
야전군 2개군과 잔류한 보병사단들이 합류했다. 이미 프랑스육군의 야전군 3개군은 해체되어 갈려나갔다. 몇몇 보병사단만을 남긴채 모조리 재로 산화했다.
“그대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모든걸을 바쳐! 프랑스를 위해 헌신하라!”
“으아아아아아!!!”
“프랑스여 영원하라!!!”
“영원하라!!!”
베르됭.
프랑스국경의 포위전은 마지막 종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결국 이렇게 되는군.”
워싱턴 D.C.
모건장관은 의자에 앉아 재무부정보국장의 보고를 받았다. 프랑스국경의 육군부대는 예정대로 분쇄당했고, 베르됭으로 향했다.
프랑스육군의 소모도 엄청났지만, 독일군의 소모도 최대한으로 끌어냈으니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독일군의 기조가 요즘 좀 이상합니다.”
“기조?”
“예, 조금 더 억척스러워졌다고 해야할까요. 점점 손속에 정도가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자세히 말해보세요.”
나는 귀를 열고 경청했다.
현 독일육군에 대한 정보를 제일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정보국장이었다. 내가 아는 정보래야 원역사의 움직임 뿐이였으니 말이다.
“독일결제은행으로부터 올라온 보고들입니다.”
하지만 정보국장은 내게 하극상을 펼칠 수 없었다. 일단 내가 하는 업무량을 보고 학을 뗀 것이 첫번째 이유요. 정보국장은 적성에 맞아 현재 직책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 둘째요.
독일측 정보탐색에 제일 중요한 협력자, 독일결제은행의 대주주가 나란 것이 마지막 이유였다.
“독일결제은행의 어떤 계열에서 왔습니까.”
“크루프(Krupp)와 선이 연결된 대형은행입니다.”
“….크루프.”
엄청 살벌한 동네였지.
하지만 이젠 크루프와의 관계도 그들이 철강을 계열분리해 매각하면서 나쁘지 않게 합의했으니, 꽤 고급진 정보들이 들어온다.
프로이센 출신의 군수사령부 장성들과 영관급들이 수뇌부로 앉아있으니 정보가 들어올수밖에 없었다.
이젠 완전히 군산복합체 그 자체였다.
‘뭐, 아직 각국이 본격적인 정보전을 펼치는 것도 아니고, 미국의 정보력이 제일 높다.’
“요즘 크루프에서 내부감사를 살벌하게 한다던데, 고생하셨네요. 일단 정보부터 듣도록 하죠.”
“예.”
정보국장은 옆구리에 끼고 있던 보고서를 펼쳐들었다.
“크루프에서 생산되는 야포와 중포, 그리고 포탄량이 최근 4, 5배로 격상했다는 보고입니다. 추가물량을 찍어내기위해 공장라인도 증설중이라더군요.”
매출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크루프가 쓰는 철강은 다 독일결제은행의 철강회사들이 제조한다. 포에 쓰이는 철강들도 전부. 이외에도 독일결제은행의 금융까지 끌어가니 제법 독일경제에 침투하고 있었다.
속된 말로 빨대.
그래, 빨대를 꼽았다.
“당연한 사실 아닌가요? 프랑스 포위전을 하려면 그만큼 포탄과 포가 많이 소모될테니까요.”
“아닙니다.”
정보국장의 표정이 굳었다.
“이미 프랑스 포위전에 공급할 물량은 라인이 정해져 더 뽑아낼 물량까지 다 계산된 이후입니다. 또한 파리공방전, 파리외곽에 쓰일 포탄까지 군수사령부네서 일일히 다 계산하는 모양입니다.”
“…..치밀하군요.”
“예, 그런데 증설된 공장라인은 그 숫자에 맞지 않습니다.”
“우연 아닙니까?”
혹시 몰라서 던져봤지만, 정보국장은 정색하고 부정했다.
“절대 아닙니다. 적어도 독일군부, 그중에서도 군수사령부의 계산은 절대적이고 완벽합니다. 오차범위가 이정도로 크게 벌어지는 상황은 불가능합니다.”
하긴 독일육군의 군수파트는 유명하다.
사관학교졸업생 중 우수생들만 기차역으로 뽑아가고, 열차시간표 짜다가 쓰러지면 정신병동에 이송시킨다는 말이 있을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좀 과장해서 강박증 환자들의 집합체였다.
“그럼 그 물량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남는 곳은 하나밖에 없잖습니까.”
“……”
나는 할말을 잃어버렸다.
정보국장의 말대로 크루프가 뽑아내는 포탄이 갈 전장은 하나밖에 없었다. 독일놈들, 생각보다 훨씬 참을성이 부족한 군인들이었다.
어쩌면 감이 좋은 것이다.
슐리펜도 슬슬 이번 전쟁이 보통 전쟁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싫어도 체감하고 있을 터였다.
길어진다.
하지만 슐리펜의 입장에선 재앙이다.
전쟁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슐리펜의 의도가 엿보였다.
그만큼 파격적이었다.
“파리(Paris)입니다.”
독일군은 파리포격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
“이건 스스로 지옥불로 들어가는 수준인데?”
아무래도 수도를 없애면 프랑스인들이 항복할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저들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본토 전체가 빼앗겨도 영국에 망명정부를 세울정도로 소울이 강한 인간군상들이다.
절대 항복 안하지.
미국만큼 자유에 발작하는 프랑스인들에게 잘도 통하겠다.
“방해할까요?”
“아니요. 냅두세요.”
눈갈아간 놈들이 무슨 말을 들을까.
게다가 어차피 파리를 포격하는건 금방 멈출 가능성이 높았다.
파리는 포격에 최악인 도시였으니까.
‘지하동굴이 그렇게 거대한데, 잘도 포격하겠어.’
포격을 계속하다간 파리가 무너질 것이다.
독일놈들도 그것을 깨닫겠지. 그들이 원하는 건 파리의 물리적인 붕괴는 아닐테니 말이다.
파리가 붕괴하는건 파리를 점령하고 불태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폭력이다.
독일제국은 외교적으로 건너선 안될 강을 건너진 않을 것이다.
건너면….뭐 나야 좋지.
독일제국의 선넘은 폭력과 고립은 공포의 재림이었고, 이는 곧 세계대전의 확대였다.
소모전의 확대였고.
일단 먼 얘기고, 나는 정보국장을 밖으로 물렸다.
포옥-
푹신한 의자에 파묻혔다.
‘뭐, 일단 이번 프랑스포위전이 먼저다.’
나는 우선순위를 세웠고, 다시 프랑스포위전으로 생각을 환기했다. 결과적으로 독일이 실행한 이번 포위전은 미국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결과물을 가져왔다.
“독일도 적당히 자존심 챙겼고, 소모전도 보급을 계속 찔끔찔끔 넣어주면서 질질 끌었고. 우리는 전쟁특수 제대로 누리고. 만사형통이군.”
사실 찔끔찔끔은 아니다.
미국소속의 철도를 통한 열차수송으로 프랑스군영에 보급물자를 수송했지만, 야전군 5개군을 커버칠만한 분량을 수송할 순 없었다.
보급에도 정도가 있고, 일정한 선을 넘으면 독일제국이 발작할 것이 틀림없었으니까.
적당히 신경을 긁을 정도로 보급을 주려면, 꽤 까다로운 것이다.
‘심지어 프랑스군은 계속 이동하니까 보급이 도착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뭐, 다 상정범위 내였다.
어차피 포위당한 상황에서 제대로된 보급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파리때는 서부만 독일 제1군에 잡어먹힌 상황이라 보급을 충분히 해줄 수 있었는데, 완전히 포위당한 이번 작전은 얘기가 달랐다.
프랑스의 매몰비용은 커졌다.
이걸로 프랑스는 전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번 소모전으로 독일은 점점 버거워지기 시작할것이다.
그래서 승리를 주었다.
희망을 뿌렸다.
독일의 전쟁의지는 매몰비용이 쌓일때까지 꺼져선 안됐으니까. 독일제국은 이번 프랑스포위전에서 벌어들이는 승리를 양분삼아 머릿속에 꽃밭을 가꿔야했다.
이정도면 가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결국 베르됭으로 향했나.”
1차 세계대전의 소모전 3대장.
마른전투, 솜전투 그리고 베르됭전투.
포위전의 종장을 찍을 무대는 과연 남달랐다.
파리공방전에 이어 베르됭에서도 또다시 대학살의 전조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나는 지도위에 올려진 또하나의 체스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크게 미소를 지었다.
“이젠 너희 대영제국도 따라가야지.”
대영제국.
또하나의 플레이어가 데스매치의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4개의 말이 프랑스본토로 올랐다. 제법 유능한 킹(King)과 함께 말이다.
“그래, 꽤 유능한 인물들도 붙어있으니 더 치열해지겠군.”
최고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나는 숨을 들이키고는 손에 쥐고있던 체스말을 꽈악 틀어쥐었다. 뚝 부러진 체스말이 책상위로 투둑 떨어졌다.
“좋아, 기대돼.”
유럽대륙은 점점 수렁에 빠지고 있었다. 나는 양손의 손바닥을 맞대 비볐다.
“어디 한번 가보자고.”
***
“….목적지는 베르됭인가?”
영국원정군.
포위된 프랑스군의 유일한 희망. 프랑스본토로 파견된 4개 영국야전군 중 2개 야전군이 베르됭을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대영제국의 야전원수.
이번 영국원정군의 총사령관으로 영전된 인물은 과연 환영받을만 했다. 그는 인도 총사령관에서 영전된 대영제국의 전쟁영웅 키치너 육군대장이였으니까.
그는 영국원정군에 임명받는 동시에 야전원수로 진급되었다.
“‘”와아아아아아아!!!”””
바스노르망디에 상륙한 그는 프랑스인들의 뜨거운 함성과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영국원정군의 사기만큼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다만, 전쟁의 진행상황만큼은 그리 희망차지 못했다.
“음…”
북부프랑스, 영국원정군 본영.
키치너 야전원수는 대략적인 전선상황과 프랑스군의 동원상황, 베르됭으로 결집하는 양국 대군들의 양상을 관찰한 뒤, 단번에 콱 미간을 찌푸렸다.
“전쟁이 길어지겠군.”
그는 유일하게 이번 전쟁을 본질을 꿰뚫어보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