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62)
“제임스.”
“예, 도련님.”
영국대사관의 중앙홀.
추도식의 참석객들이 집결한 홀에서 프랑스 외무차관은 오열했다.
독일제국의 대규모 파리포격에 제19구 북부의 지반까지 붕괴해 수십만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해버렸다.
발작하며 오열하는 외무차관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저 외무차관, 얼굴 기억해서 자세한 인적사항과 조사를 정보국에 요청해. 정보를 넘겨받는대로 나한테 넘겨주고.”
“예?”
“프랑스 외무차관이 생각보다 감정적인 모양이다. 애국심에 고취되는 타입인가본데, 저런 타입은 잘만 건드리면 대박이 터지는 법이지.”
나는 속으로 입술을 핥았다.
프랑스는 이미 충분히 미국의 원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더 큰 대가와 족쇄를 프랑스에게 걸고 싶었다. 소모전은 더 길어져야했고, 프랑스는 더 침몰해야했다.
그 방아쇠가 될 인물들의 정보는 목록으로 정리해 가지고 있으면 유용하다.
저정도로 복수심에 가득찬 인물이라면 더욱 수월해지리라.
“하지만 정신이상이나 광기, 집착 등 이상징후를 보인다면 조금 조심해서 다가가야하거든. 가족관계나 트라우마같은 요소들을 파악해서 가져오라고 전해. 실수한번에 영업 나락가는거 일도 아니니까.”
“예, 돌아가는대로 요청하겠습니다.
“좋아.”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챙그랑 깨지는 소리와 함께 다시 유리잔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발작이 들렸다.
독일제국의 대규모 포격도 어느덧 몇주일이 지났다. 민간인 피해따위 안중에도 없이 포격을 미친듯이 쏴재끼니 사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민간인들은 군인들처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는데다,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대량학살.
독일제국군이 행한 짓거리는 학살이라 불리는 전쟁범죄나 다름없었다.
흥분함 프랑스 외무차관에게 영국대사관 직원들이 달라붙었다.
“자, 일단 진정하시지요.”
“내 어떻게 진정하란 말이오! 파리가 가라앉았소! 프랑스의 수도이자 빛의 도시인 조국의 파리가!”
“물 한잔 마셔보세요. 이러다 쓰러지십니다.”
“손 치우게!”
홀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외무차관의 포효.
프랑스 외무부는 공포와 패닉보단 분노에 점철되어 있었다. 공포에 쩌들어있는 모습보단 훨씬 인상적이었다. 이미 이성을 잃었다.
다만 추도식의 에티켓을 지키지 못한만큼,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뭐라하는 사람은 없었다.
파리 제19구.
한 열강의 수도 외곽이 포격에 붕괴해버린 사건은 그만큼 파괴적이었고,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겠다는 독일제국의 의지표명이었다.
지금부터 대화는 없다.
이번 파리포격전은 그런 의미의 포격이었다.
‘일단 프랑스쪽 소스는 체크했고…당장 지금은 영국이 먼저다.’
프랑스엔 이미 충분히 공급망을 뚫어놓았다.
이번거래로 대영제국이 안정화되면, 프랑스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치유되리라.
프랑스 결제은행의 서포트는 아직 유효했다.
“이제 대영제국도 본격적인 총력전을 각오하고 세계대전에 참전하면, 이젠 연합군이라고 불러야겠군.”
“예, 보불전쟁의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독일제국이 제대로 선을 넘었군요.”
우리는 계단을 올랐다.
대영제국의 협상단은 은밀함을 요구했고, 나는 받아들였다. 그들은 추도식이 열리는 틈을 타, 비밀리에 나와 회담을 나누고 싶다고 제안했다.
나는 순순히 그들의 요구에 따라 윗층으로 걸어올랐다.
사실 그들의 요구를 들어준 이유는 명확했다.
‘서비스지.’
어차피 저들은 압도적인 을이다.
불쌍한 대영제국의 협상단들에게 이런 서비스마저 없으면, 그들이 뭐가 되겠나. 나름대로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인 셈이다.
다시 그만큼 뜯어먹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훌륭한 호갱…아니 고객님들인걸.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달칵.
문을 닫았다.
뒤돌아 회의실을 둘러보자, 협상단의 거물들이 다 집결해 있었다.
***
“흠.”
도대체 이곳에 별들이 몇개인지 모르겠다.
장성들과 장관, 차관들은 일어선 채로 다 내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다 모여계셨군요. 다들 반갑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협상단 측에서 긴장감에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을의 입장임을 잘 인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참 반가운 소식이지.
내 미소엔 진심이 담겨있었다.
“디트로이트 도 모건입니다.”
나는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테이블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렇게 협상단의 단원들과 간단히 한명씩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 착석했다.
다들 표정이 굳어있었지만, 나는 태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한 말을 남발하지도 않았다.
“…..”
나는 웃는 얼굴이었지만, 무거운 침묵을 고수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지만,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한 재무장관이 내게 말을 걸었다.
“모건장관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이전보다 훨씬 훤칠해지신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재무장관님의 표정은 어두워보이시는군요.”
“….예, 아시다시피.”
로버트 재무장관은 씁쓸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국본토 대공습에 대한 건은 유감입니다. 저희 미합중국 재무부도 해당 사태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으며, 유럽의 정세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만?”
“영란은행이 전소하고, 시티오브런던이 일부소실되었고, 재무부청사가 폭격을 맞았습니다.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저희 미재무부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
기습적인 일침.
대영지국 재무장관은 단숨에 입의 지퍼를 닫았다. 그의 입은 순식간에 자물쇠라도 채운듯 굳게 잠겨버렸다.
하지만 나는 의미도없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추호에도 없었다.
스피디하게 가자고.
지금은 시간이 최고의 전쟁물자고, 자산이다. 빠른 진행은 서로에게 이득이었다.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당장 예산의 편성, 그 이전에 기존예산의 집행까지 다 올스톱되었다고 저희 미재무부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올스톱되진 않았습니다. 긴급예산으로 투입된 예산과 기존군부의 확대된 예산은 꽤 금액이 큽니다.”
“그건 희소식이군요. 하지만 공군을 대항하기엔 턱도 없이 부족한 재원들이겠죠. 일단 드레드노트 조선소를 복구할 예산은 빼야될 테니까요.”
“…..아니요. 그것들까지 다 들이부을 생각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순간 해군측 인사가 발작하려고 했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해 일어서진 않았다. 다만 죽일듯이 날카로운 눈으로 로버트 재무장관을 노려볼 뿐이었다.
하지만 해군측을 제외한 다른 인사들은 전부 로버트 재무장관의 의견에 찬성했다.
지금은 해군따위보다 공군이 더 중요한 시점이었다.
“음.”
하지만 그래도 공군예산은 한정적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부터 이들에게 바가지를 씌울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저희 영국의 거국내각은 육군항공대부터 시작해, 공군을 별도로 창설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영국본토 대공습으로 인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뭐해.
재무부에 있는돈이 모조리 묶여버렸는데, 그것 복구하는데만 엄청 오래걸릴 걸.
“저희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 예산입니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꽤 유능했다.
지금은 협상으로 시간을 낭비할게 아니라, 하루라도 더빨리 공군을 공급해야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견적을 잡으며 서류를 훑어보았다. 동시에 어느정도로 거품을 부풀릴지 계산했다.
“흠, 그렇군요. 여러분들의 지갑사정은 잘 알겠습니다.”
대영제국의 명성은 어디안가지.
대량의 자금이 묶였음에도 꽤 많은 예산이 남아있었다. 다만, 공군시장으로 한정했을때는 그닥 자금규모가 크진 않았다.
“여러분들은 선택하셔야겠군요.”
그들의 예산안을 바탕으로 계산해봤을 때, 내가 협상을 위해 가져온 옵션들을 다 제공하기엔 어려워보였다.
“선택…입니까.”
“예, 뭐. 좀 추상적인 질문을 한개 드리겠습니다.”
나는 손깍지를 끼고, 목소리를 깔아 분위기를 잡았다. 일순, 회의실의 온도가 내려간 듯 느껴질 정도였다.
“여러분.”
그들은 선택해야한다.
항공산업단지의 제품들은 용도가 두가지로 나뉜다. 물론, 본토대공습이라는 무대에 한정했을 때 얘기였다.
두 트랙을 다 구입할만한 견적은 안나온다.
그럼 선택해야지.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체펠린급의 비행선을 드릴까요? 아니면 체펠린 비행선을 격추시킬 방어수단을 드릴까요?”
“…..!”
내 옵션을 이해한 협상단은 눈을 부릅떴다.
방어수단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선택해야할 옵션의 기능을 이해했다.
그들은 체펠린급 비행선 기술이 미국에 있다는 사실정도만 알고왔을 확률이 크다. 어쩌면 드레드노트를 대여하려 왔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본질은 공군이다.’
육군들은 몰라도, 해군이나 관료들은 내 말의 신용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있었다. 적어도 거래할 고객에게 숨기는건 몰라도 거짓말을 치진 않았으니까.
곧바로 협상단은 옆사람과 토의를 나누며 웅성거렸다.
– 이건…둘다 매력적인 옵션이다.
– 대영제국을 수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일제국에 복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후자는 대영제국의 안보를 위한 정석적인 선택이지만, 전자는 국민들을 공포에서 끌어올릴 프로파간다로 제격입니다.
– 고민스럽군. 돈만 많았으면 다 구매했을 것을…
10분은 금세 지났다.
그동안 꽤 건설적인 대화가 오갔고, 귀가 좋은 나는 그들의 대화내용을 다 귀에 담았다.
하지만 의외로 쉬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 협상단의 모습에 나는 조금 놀랐다.
그들은 헛발짓을 날리고 있었다.
이 간단한 질문에 대체 토의가 왜 필요하지?
“음. 여러분.”
나는 대영제국의 협상단을 향해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휘었다.
“뭐하시면, 차관을 빌리셔도 괜찮습니다.”
둘다 구매하면 되잖아.
차관따위, 국가의 존폐여부와 비교했을때, 저울에 댈 필요도 없는 쉬운 고민이었다.
돈이 없으면 빌려.
너희들이 급박한 만큼, 전쟁과 폭격으로 인해 낮아진 신용도로 이자율은 좀 세게 나오겠지만, 나라 망하는 꼴보단 낫지 않을까?
“저희 재무부와 월스트리트는 항상 열려있거든요. 항상 차관은 환영합니다.”
채권국에서 채무국으로.
나는 대영제국을 향해 유혹의 손길을 내밀었다. 대영제국 앞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줄테니, 다 구매해도 된다.
원래 인간은 마이너스 통장일때, 제일 용감해지는 법이다. 처음엔 두렵지만, 자기합리화가 완료되면 무감해지거든.
마이너스 통장을 물쓰듯 써버릴 용기는 마치 중력과도 같아서, 조금만 밀어줘도 금방 떨어지는 법이다.
“전쟁에 승리하면, 차관따위 금방 갚아버리지 않겠습니까.”
따서 갚아.
전쟁 끝나면 갚으면 돼잖아.
‘조금더 압박해볼까.’
자존심이 걸리는지 아직 망설임이 심하다.
나는 회중시계를 꺼내 탁상위에 덜그럭 올려놓았다. 지금 시간이 몇시인지 초침까지 확인했다.
“결정이 힘드신 모양이군요. 추도식 마무리까지…앞으로 1시간 남았으니, 지금부터 정확히 1시간 드리겠습니다.”
더이상 미소는 없었다.
나는 안면몰수하고 굳은 얼굴로 협상단을 둘러보았다. 어차피 저놈들은 을이다. 내게 대항할 수 없는 압도적인 을.
저들은 내가 세팅해놓은 판에서 그저 춤만 추면 되는 것이다.
“결정하세요.”
1시간.
한 시대를 풍미한 거대제국의 운명을 결정할 시간치고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었다.
다들 숨을 들이켰고, 절망적인 침묵 속에서 초침소리만이 크게 들려왔다.
나는 못을 박았다.
“앞으로 1시간 안에 결정하지 못할시, 이번 회담은 그대로 파투내겠습니다.”
“예?”
내 진심을 느꼈는지, 대영제국 협상단의 동공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상체를 당겨 회중시계를 체크했다.
“이제 5분 지났습니다.”
남은 시간은 55분.
협상단의 얼굴은 점점 새하얗게 질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