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64)
“항공기 생산공장, 항공기술은 절대로 반출할 수 없습니다.”
현시점 항공기술은 미합중국의 제일큰 군사적 자산이나 다름없다.
독일공군과 함께 기술협약 및 기술개발을 위해 자본을 쏟아붓고 있지만, 독일공군은 막대한 자본으로 숟가락을 얹었을 뿐, 대부분의 기초토대는 항공산업단지에서 조성했다.
사실상 최신 항공기술의 메카는 항공산업단지가 위치한 미국의 디트로이트 공업도시였고, 현 최고의 최첨단 항공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항공산업단지는 롤스로이스, 다임러, 마이바흐, 라이트형제, 보잉 등 항공기산업의 올스타들을 갈아넣어서 뽑아낸 최고의 아웃풋이다.’
3년만에 1차세계대전급 전투기들을 뽑아내고 있었으니 말 다한셈이다. 하지만 아직 전략폭격기는 나오지 않았다. 원역사 독일제국 육군항공대의 고타 G IV같은 폭격기가 곧 나올 예정이긴 하다.
개발과정에서 연구인력과 자본을 쏟아넣으니, 시험비행할 넓은 부지까지 있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미육군과 해군에서 모의훈련까지 해줄 정도였으니, 항공기 개발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번 독일육군의 영국본토 폭격으로 미군장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었지.’
격변한 미서전쟁과 일본봉쇄를 겪은 미군은 원역사와 확연히 달라진 상태였다.
요청하지도 않은 모의훈련계획이 3배로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군부의 정보기관이 더욱 빡세게 정보관리에 들어간 것도 한몫했다.
지금 항공산업단지는 사실상 뽑아낸 대부분의 항공기 물량을 미해군과 미육군이 필사적으로 서로가 가져가려고 이를 드러내면서 물어뜯는 투기장이 되어 있었다.
“항공기 기체를 미국에서만 뽑아내겠단 말씀이십니까?”
“예, 미국에서 생산해서 해운으로 운송해드리겠습니다.”
“아니…잠시만요.”
영국협상단은 갑작스러운 내 발언에 당황했다.
“미국에서 뽑아낸 물량이 대영제국으로 도착하려면 대략 며칠의 기간이 걸립니까?”
“빨라도 한달 남짓입니다.”
“한달? 지금 한달이라고 하셨습니까?”
협상단은 미간을 콱 찌푸렸다.
독일제국의 육군항공대에게 무려 1달이나 더 쳐맞아여야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대영제국 입장에선 재앙이겠지만, 나랑 뭔 상관인가.
나만 아니면 돼.
게다가 대영제국은 방금 나를 등쳐먹으려했고, 나는 그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전혀 쥐꼬리만큼도 느낄 수 없었다.
혐성놈들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다.
“대체, 대체 왜 이러십니까.”
설마 몰라서 묻는건가.
하지만 나는 혀에 기름칠을 하고 그럴싸한 명분을 읊어내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기술도난의 위험이 있습니다. 여러분 영국정부가 비록 청렴할지라도, 암스트롱휘트워스나 비커스같은 대형방위업체에서 기술을 빼돌릴 위험이 있는 이상, 반출을 허가할 수 없습니다.”
“그건 모건장관님의 개인적인 의견이십니까?”
“아니요.”
탁.
나는 책상위에 허가서를 올려놓았다.
밑에는 백악관의 서명과 해군부, 전쟁부, 국무부, 상무부, 법무부, 의회의 군부 관련 상임위의 서명들이 다 기재되어있었다.
이거 받아내려고 꽤 힘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나는 이 기술을 절대 반출할 생각이 없었다.
기술협약을 맺은 독일이라면 몰라도.
사실 독일제국이 항공기술과 기술진들의 원형을 제공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특혜였다.
“기술의 반출은 절대 불가. 대신 저희가 미국에서 제조해 운송해드리겠습니다.”
“말도 안됩니다. 그렇게 되면 독일제국의 육군항공대는 무려 1달의 기간을 더 가지게 됩니다! 그동안 영국본토는 어떤 위험에 빠질지 잘 아시는 분들이 왜이러십니까!”
순간 영국대사가 욱했는지,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영국본토가 1달동안 불바다가 되건, 2달동안 불바다가 되건 내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영국본토? 불바다되면 그야 힘들겠지.
하지만 격렬한 소모전을 원하는 내 입장에서 전략폭격으로 발생할 사상자의 숫자는 껌에 불과했다.
체펠린 비행선으로 전략폭격 해봤자 참호전에서 하루동안 쏟아지는 사상자의 숫자가 훨씬 많을 테니까.
‘전략폭격은 그저 미국이 돈을 벌어들일 수단이지, 세계대전의 소모전을 위한 수단은 아니다.’
오히려 전략폭격은 영국의 징집을 더욱 가속화할 엑셀같은 존재였다. 내 입장에선 영국본토가 전략폭격을 맞아야 더 이득인 셈이다.
‘나는 대영제국의 아군이 아닌데…허 참.’
지금 영국협상단은 자신들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살려달라고 빌고 있는 꼴이었다.
사실상 나는 독일만큼 영국인들을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여러분.”
하지만 그렇다고 또 핑계가 없진 않았다.
“항공기 공장 세워봤자 뭐합니까.”
“예?”
“현재 독일제국의 폭격은 2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체펠린 비행선을 벌써 250여대가 넘게 뽑아냈지요. 점점 증가하는 비행선의 숫자는 영국본토 폭격의 반경을 넓히고 있습니다.”
전략폭격을 시작한지 한달 반 남짓.
독일제국의 육군항공대는 체펠린비행선을 납품받는대로 전선에 투입하고 있었다. 2달동안의 전략폭격은 막대한 정보들을 쏟아내었고, 체펠린 비행선은 점점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진화했다.
체펠린 비행선은 이제 공포의 상징이다.
폭장량은 더욱 늘어나고, 비행선의 크기는 점점 커졌다. 속도도 빨라지고 관련기술들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으니까.
대영제국의 본토를 더욱 유린하기 위해 악랄한 수단이란 수단은 다 추가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있다.
과거, 런던 대화재를 겪은 대영제국의 건축물들은 현재 석조로 이루어진 건축물들이 대부분이었고, 목조건축물에 비해선 백린탄에 강했다.
하지만 백린탄 대신 고폭탄을 대량으로 던지면, 공장이고 뭐고 다 작살난다.
“공장을 대영제국 본토에 세워봤자, 뽑아내기도 전에 독일제국의 육군항공대에게 박살날 뿐입니다. 항공기를 뽑아내야 뭐 방어를 하든 할텐데, 그걸 뽑아낼 항공기 공장이 불타버리면 다 끝 아닙니까.”
궤변이다.
하지만 당장의 대영제국은 돈이 부족했다. 공장에 대한 투자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고, 대영제국의 특수한 상황이 이 억지논리에 신빙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게다가 비행기 제조공장은 비싸다.
“체펠린 비행선 몇대값이 전략폭격의 출격 한방에 날아가버리면 참 유쾌하겠군요.”
영국협상단은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
그들이 생각해봐도 전략폭격으로 공장이 날아가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영국 방위업체들이 어느정도 투자에 개입하고, 보험회사들이 리스크를 분산시켜주면 가능하겠지만, 나는 둘다 허가해줄 생각이 없었다.
누가봐도 기술유출되기 딱 좋은 환경이었으니까.
‘게다가 나는 목줄을 틀어쥐고 싶다.’
공장이 미국에 있으면, 미국마음대로 수출물량을 조절할 수 있었다. 납품단가를 올려도 되고, 수출관세를 높여도 되고, 여러가지 목줄을 영국의 목에 걸어잠구고 싶었다.
‘이놈들이 더 부족한 자본에 허덕였으면 좋겠다.’
영란은행.
나는 현재 불바다가 된 시티오브런던의 상태가 더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영란은행의 복구가 최대한 늦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독일제국의 폭격이 더 길어져야한다.
독일제국의 폭격이 길어질수록 영국과 미국의 저울은 더욱 기울어질 수 있었다.
나는 영국이 더 나락으로 떨어지길 바랬다.
“애초에 파일럿은 있으십니까?”
침묵.
내 말한마디에 영국협상단은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여기서 견적을 이미 뽑았다. 대영제국은 항공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맨몸으로 돌진해왔다.
어쩔 수 없긴 했다.
당장 런던은 불바다가 되고 있었고, 공군에 대한 기술정보들은 미국과 독일이 독점해서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호구를 등쳐먹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대영제국은 파일럿을 할 인재들을 선별해 미국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가 그들을 교육해서 영국으로 송환해드릴테니 말입니다.”
“…..잠깐만요. 파일럿들의 교육은 얼마나 걸립니까?”
음. 일단 겁부터 줘볼까.
“정석적으로 간다면 입문과정 11주, 기본과정 35주, 고등과정 35주입니다.”
“…..예? 몇주요?”
“자잘한 과정들까지 다 합쳤을 때, 대영제국으로 송환되기까지 대략 1년 반에서 2년이군요.”
영국협상단은 자신들이 잘못들었나 싶어 귀를 후볐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미국 항공산업단지의 파일럿들은 3년동안 목숨을 건 실전 테스트 비행을 통해 단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숴먹은 기체만 100여대가 넘어가고, 비행도중 사상자만 30명을 넘어간다.
독일제국의 파일럿들은 기본적으로 최소 반년, 최대 1년의 교육 끝에 파일럿으로 투입되었다. 반년짜리 파일럿들은 세계대전이 시작된 직후에 교육에 들어간 파일럿들이었다.
체펠린 백작이 칼을 갈았지.
하지만 그건 체펠린 비행선이라 가능한 것.
하지만 체펠린 비행선보다 전투기 파일럿들이 더 고되다. 체펠린 비행선보다 더 고속으로 기동해야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이 더 힘든건 당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은 파일럿 자체가 없었다.
독일제국은 체펠린 비행선의 파일럿을 추가훈련 후 콕피트에 꾸겨넣으면 되지만, 영국은 그럴 파일럿도 없었다.
“최소 1년입니다.”
“…..”
예상치 못한 복병에 협상단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봉해버렸다. 파일럿의 육성기간이 1년이라면, 1년동안 영국본토는 계속해서 유린되어야한다는 말이었으니까.
“물론 속성으로 몇주만에 콕피트에 꾸겨넣어도 되긴 합니다. 소중한 고가의 항공기 기체들과 함께 추락해 폭사해버려도 된다면 말입니다.”
“아.”
털썩.
영국대사는 현실의 벽을 느끼고, 제자리에 무너져버렸다. 1년이란 기간동안 본토가 유린당하게 둘 수는 없었다.
독일제국의 항공전력은 점점 크게 불어나고 있었고, 비행선의 기술력은 점점 빠르게 진화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 폭장량에 더 큰 폭격이 더 자주 쏟아질 것이 틀림없었다.
“안돼.”
물론 대영제국도 나름 경보를 울리고 대피소를 만들었지만, 쏟아지는 폭격 앞에서 장사없었다.
하지만 영국대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파일럿이 없지는 않았으니까.
“모건장관님, 미국의 파일럿들을 영국에 파병해주실 순 없으십니까? 중립의 입장을 고수해야하는 입장은 잘 알고 있으니, 정규군이 아닌 용병신분으로 파병해주실 순 없으십니까?”
“흠.”
나는 턱을 쓸었다.
사실 나쁘지 않은 발상이다. 미국파일럿들을 영국으로 파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아무래도 미국파일럿들은 테스트비행은 많이 해봤어도, 실전경험이 미천했다. 그들의 실전경험을 쌓아줄 전장은 귀중하긴 했다.
하지만 그냥 줄 수는 없지.
“일단 군에 소속된 파일럿들을 원하신다면, 전쟁부나 해군부에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그쪽 인사문제는 제 관할이 아닙니다.”
전쟁부나 해군부는 권한에 굉장히 민감하다. 내가 자문위원회라는 목줄로 틀어쥘 수는 있었지만, 영국따위를 위해서 군부와 척을 지고 싶진 않았다.
일단 군부 파일럿들은 토스.
‘이놈들은 계륵이다.’
하지만 단언컨데, 이놈들은 까다롭다. 영국에 파견을 한다손 쳐도, 지휘권을 뜯어오기 위해 악착같이 들러붙을 것이 틀림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협상하는데만 1달이 넘게 걸릴 수 있었다.
파투나면 끝이고.
“그럼 남는 건 민간 파일럿들인데…”
사실 이쪽이 더 까다롭다.
일단 민간인 신분이었으니까.
“미합중국은 자유의 나라입니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억지로 전쟁터로 보낼 순 없습니다.”
전쟁을 위한 파일럿들이 아니다.
물론 전투기 기체를 몰기는 하지만 살상의 목적이 아닌 먹고살기위한 생계형 파일럿, 혹은 연구용 목적을 위한 테스터 파일럿들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무소속의 민간인들을 전쟁터로 등떠밀을 수는 없습니다.”
이건 팩트다.
미합중국의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리였다. 미국이 전쟁하는거라면 얄짤없이 너 징병이었겠지만, 영국이잖는가.
파일럿들에겐 아무런 의무도 없었다.
“설령된다고 하더라도, 파일럿들의 안전은 보장해주셔야합니다. 그들이 죽을 위기에 처한다면, 작전목표보다 생존을 더 우선시해야한다는 조건입니다.”
“……”
“약조할 수 없다면, 저희는 민간인 파일럿들을 파병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계약서에 서명해주신다면, 입법부에 발의해 민간군사기업을 설립할 법을 재정하겠습니다.”
민간군사기업(PMC).
사실상 파병을 좀더 합법적인 법안으로 명문화하겠다는 뜻이었다.
개인의 자유에 맡기고, 유사시에 기업이 소속된 미국에서 개입할 껀덕지도 만들 수 있고, 반대로 칼같이 끊어낼 수도 있었다.
일단 세금도 걷을 수 있고.
어떻게든 내 입김이 닿도록 만들겠다는 진의를 파악한 영국대사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지요.”
협상단은 꾸역꾸역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파일럿을 파견해주지 않으면, 1년동안 항공기 기체만 보유한채 독일제국에게 쳐맞아야하는 상태에 놓일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었다.
바다를 제패한 대영제국의 왕립해군이 물에 둥실둥실 떠오른채 멍청하게 하늘만 바라보는 이 상황 자체가 굴욕이었다.
바보가 된 기분이었고, 바보가 된 것이 맞았다.
“하지만 저희가 이정도로 편의를 봐드렸으니, 꽤 높은 청구금액을 책정할 것입니다. 이는 1년을 줄여드리는 대가이니, 금액에 대한 각오는 해두셔야할 겁니다.”
꿀꺽.
영국협상단은 긴장했다. 공군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회담에 참석한 그들은 내게 멱살잡혀 휘둘리기만 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더이상 없었고, 이젠 목으로 들이밀어질 기요틴같은 청구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삭 사사삭.
나는 대략의 견적을 냈다. 올림은 할 수 있는 만큼 끌어올리고, 넣을 수 있는 항목이란 항목은 다 때려넣었다.
체펠린 비행선과 전투기, 생산공장설비, 인건비, 파일럿 중개비용, 행정처리비용, 세금처리, 운송비 등.
부풀릴 수 있는 항목은 최대한 부풀렸다.
당분간 영란은행도 폐쇄라고 했다.
최대한 빠르게 파일럿이 파견되고, 기체가 운송되어도 최소 2달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독일제국에 폭격이 이어진다면, 영란은행의 복구는 점점 멀어지리라.
그동안 빚쟁이로 만들어버려야했다.
‘괘씸죄다. 이자식들아.’
감히 내게 부동산사기를 치려고 했던 괘씸죄의 무게는 무거웠다. 점점 쌓여가는 비용들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없이, 그리고 가차없이 청구서로 쏟아부었다.
개자식들, 양키산 엿 좀 먹어봐야 정신차리지.
사삭….탁.
나는 펜대를 내려놓았다.
“대략의 견적서입니다. 확인해보시죠.”
나는 견적서를 그들에게 내밀었다.
재무적 권한을 가진 로버트 재무장관이 견적서를 받아들었다. 그는 안경을 쓰고 꼼꼼히 항목들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
로버트 재무장관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적혀있었다.
현 한정된 영국정부의 긴급예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기재되어 있었다. 새롭게 편성될 공군에 들어가는 비용이 웬만한 드레드노트 몇척을 뽑을 규모로 산출되었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금방이라도 실신할 듯,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었다.
“왜 그러나.”
탁.
옆에서 청구서를 낚아챈 영국대사도 곧 거무죽죽하게 얼굴안색이 죽어버렸다.
“이, 이건. 이건 대체 무엇입니까.”
“청구서지요.”
나는 초승달로 눈매를 휘었다.
입술에 침한번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내뱉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 튀어나왔지만, 뭐 어떤가.
먼저 나를 등쳐먹으려던 놈들, 멱살잡고 척추를 뽑아 골수까지 뽑아낸 것에 불과하거늘.
나는 죄 없다.
인과응보만이 있었을 뿐.
“대영제국을 구원할 비용인데, 이정도면 싸게 먹히지 않았습니까?”
나는 제국의 파멸을 원한다.
대영제국이 불바다에 유린되고, 소모전에 군대를 갈아넣는 파멸을 원한다. 제국주의 질서를 파괴하고, 새롭게 미국중심의 질서를 구축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뭐…싫으면 그만두시던가요. 저희는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아쉬울게 하나도 없었다. 쫄리면 뒈지시던가.
“…..아….아아.”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어간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1시간 이내에 결정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협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들은 한시가 급했다.
벼랑 끝에 선 영국협상단은 결국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댕- 댕- 댕-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
추도식이 끝나고, 곧 협상단에게 주어진 1시간이 종료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