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69)
“75bp라니…제정신이랍니까?”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연준이사 7명과 지역별 연방준비은행 총재 5명으로 구성된 금융위원회. 공개시장활동을 감독하며 미합중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로, 사실상 8번의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기관이다.
“미재무부에서 판단하고 연준의장인 제게 요청을 넣었습니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님도 비슷한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찬성합니다. 제가 담당하는 뉴욕지역의 증시를 보고 있으면, 요즘 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은 이상수준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금본위제 국가에겐 너무 뜨겁습니다.”
기준금리.
미합중국의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미국통화시장의 기준이 되는 대표적인 금리를 일컫는다. 보통 시중은행들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은 이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금리를 잡기 마련이다.
“….예, 뭐. 일단 인플레이션은 확실하게 잡히겠군요. 미쳤다고 고금리정책이 예상되는 긴축시장에서 가격이 높아질 순 없을테니까요.”
FOMC 위원들은 당황했다.
보통 bp단위(1%의 1/100)로 적게적게 움직이는 것이 보통인데, 무려 75bp를 움직이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니.
“이건 완전히 슬레지해머로 머리깨는 소리군요.”
25bp만 움직여도 시장이 요동친다.
퍼센티지로는 0.25%인데, 사실상 기준금리의 인상은 대출금리의 인상과도 직결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제2금융권까지 내려가면 0.25% 올라가는걸로 대출금리가 상상을 초월하게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제1금융권도 만만치 않다.
말그대로 경기과열을 잡는 통화정책이었다.
못버티는 수준은 아니다.
FOMC 위원들은 머릿속으로 맹렬하게 시뮬레이션을 회전하고 미래를 예측했다. 처음 들었을때는 75bp라는 수치에 놀라긴 했지만, 계산을 하나둘씩 따져보자, 결과적으로 75bp수준은 떨어뜨려야 인플레이션이 잡힐 것 같긴 했다.
“뉴욕증시는 공황이나 전쟁발발 전후로 일시적인 폭락을 제외하곤 5년이상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아주 이례적인 상승세였고, 쌓인 인플레이션 수치가 상상이상입니다.”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진지하게 발언했다.
확실히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이렇게 각잡고 때려잡은 적이 몇번 없었다. 심지어 최근 물가상승률은 심상치 않은 수준이었고, 긴축이 필요한 상황이긴 했다.
“생각보다 합리적인 수치입니다. 모건장관님께서 시의적절하게 75bp인상을 요청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때도, 시장이 조금씩 움직여선 효과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연방준비은행 총재들도 거들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은 컸다.
그럴수밖에.
사실상 금본위제의 인플레이션은 공황의 전주곡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과격하게 말하자면, 미리 미국시장의 대가리를 깰 슬레지해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리 예방주사를 맞는 격이다.
“나쁘지 않은데요?”
FOMC의 다른 위원들도 찬성했다.
물론, 연방준비제도가 반대한다고 모건장관의 ‘요청’이 무시될 일은 없었지만, 모건장관은 그들의 토론과 자문을 언제든 환영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이를 뒷받침할 탄탄한 근거자료들로 검토가 이뤄진다.
일단, 연준은 단순한 도구는 아니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연방준비제도는 모건장관에게 이용할 도구라기 보단, 일종의 필터에 가까웠다.
모건장관은 이들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았다.
“그럼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선 기준금리 75bp인상을 결정하고, 통과하도록 하겠습니다.”
땅땅땅.
정례회의를 마친 연방준비제도는 곧바로 연준의장의 발표를 통해 새롭게 인상될 기준금리를 시장에 발표했다.
미국시장은 갑작스러운 자이언트 스텝에 당황했지만, 연방준비제도는 확 치솟아오르는 시장의 불만을 합리적인 근거들로 일일히 반박하며 망치로 머리를 부쉈다.
일단 연방준비제도의 발표가 있던 다음날, 뉴욕증시는 올해 처음 5%이상 폭락장을 맞이했다.
“안돼!”
그래도 미국시장은 좀 양호한 편이었다.
대영제국의 재무부와 영란은행 이사회, 그리고 총리실의 반응에 비하면 말이다.
“연방준비제도(FED) 이 개자식들이 뭔 짓거리를 해놓은 거야!”
벨푸어총리.
다우닝가 10번지엔 때아닌 괴성과 부서지는 굉음이 터져나왔다.
***
충격(SHOCK)
자이언트 스텝은 거인의 발걸음답게 전세계 금융시장이 쇼크를 일으켰다.
“기준금리를 낮추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쳐올리다니, 연방준비제도는 대체 서민들의 지갑사정은 생각하고 있는건가?”
“나는 어제 주식시장에 들어갔다고! 왜 내가 들어올때만 기준금리를 인상해! 왜! 세상이 나를 싫어하는게 틀림없어!”
“운명이니…받아들이게.”
곳곳에서 격한 반응들이 터져나왔다.
일단 미합중국의 시장은 급격한 금리인상에 대출금리로 앓는소리가 절로 터져나왔으며, 이제 파티장이 끝날 시간이라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분노했다.
뉴욕증권거래소.
뉴욕증시, 목요일 주식시장은 FOMC의 긴축정책 발표이후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대장주들과 우량주들은 천천히 떨어졌지만, 모험적인 주식종목들은 줄줄이 미끄러졌다.
“자동차관련 종목은 그래도 좀 버티는군.”
“자동차산업은 이제 막 성장하는 유망한 분야니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하락장이군.”
FOMC는 찬물을 끼얹었다.
불처럼 타오르던 뉴욕증시는 일시적으로 얼어붙었고, 목요일부터 시작된 하락세는 다음 FOMC 정례회의의 결과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함께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시중은행들의 금리가 동결되었습니다. 급등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오름세가 크진 않네요.”
미재무부.
정보국의 회의실.
나는 연방준비제도 소속 뉴욕연방은행 총재와 함께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뉴욕연방은행은 연방은행들 중 대장급이다.
꽤 입김이 커, 연방준비제도에 끼치는 압박이 가공할만한 핵심적인 인사였다.
“아마도.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정책 긴축기조가 이번 한방으로 끝날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예, 저도 연준의장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예상치못한 충격이 미국시장의 판단능력을 저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라이만 연준의장도 합석하고 있었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라이만 게이지 연준의장의 의견에 동조했다.
나는 곰곰이 듣다가 콜라 든 유리잔을 내려놓았다.
“흠. 한마디로 연방준비제도가 X으로 보였나보군요.”
연방준비제도가 만만해보인 것이다.
재무부에 파묻혀 아직 제대로된 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호구처럼 보였나본데, 연방준비제도의 체면을 좀 세워줘야할 것 같았다.
“하하. 조금 표현이 거칠긴 하지만, 틀린 표현은 아닌것 같습니다.”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의 안습한 결과물에도 다들 딱히 우울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원래 이번 작전의 의의는 미국내부의 인플레이션 잡기가 이니었으니까.
진짜 의도는….따로 있었으니 말이다.
“대영제국의 총리실이 진짜 발작에 발작을 하는군요. 이번주에만 재무부 발표만 12회, 총리발표만 3차례 나왔습니다.”
대성공.
대영제국의 재무부의 의표를 제대로 찔렀다.
[대영제국 재무부, ‘연방준비제도의 의도가 심히 의심스럽다. 하필 이 시점에 긴축정책을 펼치는 저의는 무엇인가.’] [로버트 재무장관, ‘연방준비제도의 정책방향성은 자국의 인플레이션 규제에 있다고 분석. 과열된 미국시장에 대한 경고로 보여. 과대해석은 금물.’] [벨푸어총리, ‘미재무부와 미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의 야합을 의심 중. 대영제국의 금융중심지 지위를 넘보는 듯한 모습에 유감을 표해.’]“발언 수위가 높습니다. 대놓고 미국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걸 보면 영국정부도 발등에 불떨어진 것 같습니다.”
“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시작이니까요.”
아직 여파는 대영제국까지 뻗어나가지 않은 시점. 진짜 충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대영제국은 지금 지레 겁먹고 날뛰는 중일 뿐이다.
“아.”
나는 손뼉을 마주쳤다.
FOMC를 통해 또다시 충격을 줄 생각에 광대가 올라갔다. 왠지 이대로 끝내기는 심심했거든.
그래, 이걸로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조질거면 제대로 조져야지.’
활황 막바지의 미국에서 좀 곡소리가 나야, 영국이 찢어지는 절규를 토하고, 뒤틀린 곡성을 울부짖겠지.
“일단 3주뒤, 이번 FOMC 회의록이 공개되면 또 한번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전에 한번 더 충격을 주고 싶군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이쪽은 수익률 문제였지만, 저쪽은 생존이 걸린 문제였으니 말이다.
“바로 내일, 연준의장님은 다음 정례회의에서도 75bp 이상의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하세요. 진지하게 이번 기회를 틈타 인플레이션도 잡을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나는 입꼬리를 들썩였다.
“대영제국에 투자한 해외자본에게도 당근 좀 더 격렬하게 흔들어봅시다. 월스트리트 금융권으로 좀 오라고.”
재밌구만.
이제 대영제국에 어떻게 뒤집힐지가 관건이다.
나는 속으로 팝콘을 꺼내들고 관람모드로 전환했다.
“재미있을 것 같군요.”
“하하하!”
기대되네요.
비밀회동의 회의실로 작은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
“해외자본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시티오브런던 자치위원회.
라이오넬 시장의 요청으로 자치위원회는 긴급소집되었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은 생각지도 못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자치위원회가 소집되었지만, 사실상 상황실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티오브런던은 유동인구는 압도적이지만, 거주민들은 몇 없는 금융중심지, 사실상 대영제국의 금융은 이곳에서 시작돼서 이곳에서 끝난다.
“각자 상황들 보고해주세요.”
“지금 문제가 심각합니다! 해외자본들 뿐만 아니라 영국자본들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현금화하거나 미국자산을 사들이는 세력들이 많아지고 있단 말입니다!”
대형은행들은 비명을 질렀다.
시중은행들의 주고객층은 민간인들의 예금들도 많았지만, 실상은 큰손들이 은행예금을 꽉 붙들고 있었다.
몇몇 VIP들이 움직이는 대규모 자본은 금융지도를 개편하고, 뒤집을 정도로 막대한 금액을 자랑한다.
“저희같은 대형은행의 주고객층은 소수의 VIP들과 기업고객들이 꽉 잡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떠나면 지급준비금부터가 부족합니다. 그럼 바로 파산입니다.”
파산이슈.
시티오브런던의 상황은 VIP들의 뱅크런이 우려되는 정도로 악화되었다. 그만큼 대형은행들의 VIP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았다.
벌써부터 이탈하는 고객층들이 늘어가고 있었고, 흔들리는 은행들도 하나둘씩 튀어나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소형은행들은 이번분기도 못견디고 파산할수도 있습니다. 중형은행들부턴 일단 안전하겠지만, 잠시뿐입니다. 소형은행들이 파산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겉잡을 수 없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지게 됩니다!”
“이미 전략폭격의 피해로 골골대던 소형은행 몇곳은 파산신청을 냈습니다.”
순간 회의실의 얼어붙었다.
은행권의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뉴욕대형은행들이 일제히 예금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기존 영국은행의 VIP들을 청소기처럼 빨아들이기 위해 본사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업고객들에겐 대출혜택까지 걸고 빼가고 있으니, 비상도 보통 비상이 아닙니다!”
“흠…”
라이오넬은 의외로 침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렇게 나올걸 이미 알고 있었다. 모건장관이 얌전히 넘어갈리가 없었고 모종의 계략을 펼칠것이란 각오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격은 생각보다 훨씬 투박했고, 훨씬 강력했다. 대영제국은 아직 금리인상의 태풍이 불어닥치기도 전에 뿌리채 흔들리고 있었다.
“때로는 단순함이 더 무서운 법인가.”
아직 상륙조차 하지 않은 시점, 대영제국의 산업계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어쩔 수 없었다.
전쟁물자를 뽑아내기 위해 뉴욕대형은행들에게 대출을 빌렸는데, 앞으로 대출이자가 쑥쑥 늘어날 전망이었으니 벌써부터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대출이자가 늘어나면 금융권 뿐 아니라 산업계도 흔들리게 됩니다!”
금융권의 VIP들은 죄다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산업계는 막대한 부채가 점점 불어나 파산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다.
무엇보다도.
산업계와 금융계가 흔들리면, 뱅크런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건실한 은행들도 뱅크런 러쉬에 줄줄이 파산할지도 모른다.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없고…..”
라이오넬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베어링스 은행세력이 걱정되었다. 산업계가 흔들리고 파산으로 줄줄이 무너지면, 거품붕괴는 우르르 무너질 것이고, 대영제국의 시티오브런던 자체가 파산할 위험이 있었다.
해결할 수 있나?
아니, 적어도 대영제국엔 해결책이 없었다.
“…..금본위제는 이걸 해결할 수 없다.”
꿀꺽.
라이오넬은 침을 삼켰다.
이대로면, 금본위제의 금태환을 중지해야할 상황까지 전제하고 있어야한다.
그럼….
금본위제를 중지하면…어떻게 되지?
‘위험하군.’
순간 벼락처럼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머릿속을 스친 소름끼치는 예감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고, 평소 침착하던 라이오넬도 이반엔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대영제국의 기틀이 무너진다.’
안된다.
이대로면, 파운드 스털링의 기축통화 지위가 무너진다. 대영제국을 이루는 기둥 하나가 뿌리채 뽑힌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미 늦었다.
라이오넬은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이게 모건장관의 노림수였나….”
모건장관의 흉계는 깊었고.
대영제국의 발목을 쥐고 열강의 권좌에서 진흙탕 속으로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대영제국의 파운드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으득.
씹은 입술에서 피가 흐른다.
시티오브런던은 이미 침몰하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