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70)
“총리님, 기본적으로 고금리정책을 고수한다는 의미는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우닝가 10번지.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75bp까지 올려버린 비상사태가 벌어지자, 벨푸어총리는 비밀리에 베어링스 은행장을 호출했다.
벨푸어총리는 사실상 외교관 출신인지라, 경제에 대해 자문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베어링스 은행장은 곧바로 총리실로 달려왔다.
현재 베어링스 은행은 재정적으로 벨푸어총리의 지원을 받고 있었고, 을의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로스차일드와는 여러모로 대조되는 대형은행이었고, 시티오브런던을 떠받치는 기둥 중 한 곳이었다.
“로스차일드는 아마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있을 겁니다.”
그들은 로스차일드와는 180도 다른 시선으로 이번 위기를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로스차일드 가문조차 알지 못하는 거대한 폭탄이 시티오브런던의 어둠 속에 파묻혀 있었으니까.
“하지만 저희는 채권시장과 CDO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합니다.”
물론, 로스차일드가 예측한 위기도 닥치지만, 당장 지금의 베어링스와 벨푸어에겐 ‘그 따위’ 문제는 눈에 뵈지도 않았다.
애당초 로스차일드가문은 한 발 빼고 있었고.
반대로 벨푸어총리와 베어링스 은행은 채권시장에 머리까지 담가, 막대한 수익률을 뽑아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미래의 위기?
싹 다 필요 없다.
당장의 위기가 훨씬 중요했다.
그동안 자본의 쾌락에 취한 그들이 매설한 폭탄은 규모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테니까.
“이번 위기의 핵심은 CDO와 채권시장에 있으니까요.”
베어링스 은행장의 표정은 좋지만은 않았다.
“일단…아마 연방준비제도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과열을 막겠다는 의도는 맞을 겁니다. 미국시장의 호황은 분에 넘칠 정도로 치솟고 있었으니까요. 연방준비제도는 일종의 소방수 역할 자처한 거고요.”
“소방수라…”
“예, 하지만 그뿐만은 아닙니다.”
베어링스 은행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고금리정책은 사실상 은행 예금이자를 높인 것이죠. 연방준비제도(FED)는 은행예금에 대한 매력도를 높여, 시중의 돈을 은행 금고로 청소기처럼 빨아들인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단기적으로 채권시장에 충격이 옵니다.”
“충격?”
“예,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이자율이 더 높아질테니, 채권보유자들이 기존 채권들을 시장에 던지는 겁니다. 결국 채권시장에 대량의 매도가 발생하고, 채권가격은 떨어집니다.”
“이런…쯧.”
벨푸어총리는 혀를 찼다.
기본적으로 대영제국의 CDO시장은 기업채권과 국채로 이루어진 거대한 복합채권시장이나 다름없다.
채권 종류도 많고, 시장 규모도 크다.
투자등급채권부터 정크본드까지 온갖 채권들이 쏟아진다. 더불어 CDO로 인해 파생된 채권상품까지 합하면 대영제국의 전 산업계를 망라하는 거대한 채권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이에 따라 채권유통이 활발해지고,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수월해지니, 채권가격도 오르고 기업들의 신용도까지 덩달아 상승해버린 것이다.
자금조달이 쉬워지니, 신용평가기관은 이를 근거로 신용등급을 높여버렸다.
즉…기업의 신용등급이 채권시장이 활발한 정도,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 정도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 되어버렸다.
“저희 대영제국의 채권시장은 이제 거래량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합니다.”
베어링스 은행장은 심각했다.
“채권의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채권시장에 쏟아지는 시장참여자들과 자본이 늘어날수록, 기업들이 살아나고 신용도가 점점 오르는 겁니다.”
신용등급? 문제가 있긴 하지.
벨푸어총리가 트리플 A등급을 마구잡이로 뿌리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 근거는 있는 행위였다는 의미다. 근거가 없으면 누가 자본시장에 참여하겠나.
마개조된 채권시장은 규모가 전부다.
그 규모 자체가 커질수록 채권시장에 포함된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올려줄 수 있고, 기업은 살아나고 자금조달은 더욱 쉬워졌다.
채권시장이 커질수록, 대영제국의 산업계 자체가 성장하게 된다. 나름 긍정적인 선순환을 구축한 것이다.
…이 채권시장의 호황이 계속 이어질 수만 있다면 말이다.
“영국정부와 의회가 CDO를 공인한 이후, 자본가들은 채권시장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채권시장에 부담 없이 진출할 수 있었죠. 심지어 대영제국 정부에서 채권시장에 막대한 지원금까지 쏟아붓지 않았습니까.”
영국정부가 채권시장을 부양한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은 말도 안 되는 피지컬로 채권시장에 차력 쇼를 펼친 것이다. 시장참여자들은 무려 대영제국의 공인인 만큼 마음 놓고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실상은 신용등급 평가기관과 벌이는 세기의 사기극에 놀아나고 있는지도 모른 체 말이다.
하지만 국가 단위의 프로파간다는 사람을 홀린다. 대영제국정부가 각 잡고 채권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온갖 정책들을 쏟아내자, 채권시장은 더욱더 커지고, 그렇게 커진 시장을 보고 다시 투자자들이 빨려든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채권시장의 신용도가 대영제국의 국가신용과 얽혀버린 겁니다.”
일종의 업보다.
채권시장의 과열을 주도한 대영제국정부에 내려진 업보. 정부의 신용도가 나락 가면, 채권시장을 지탱하던 지반이 붕괴한다.
“이곳저곳에 뿌려진 리스크들은 많지요. 어느 하나라도 잡아당겨지는 순간 터집니다. 하지만 경악스럽게도, 리스크에 걸려있는 폭탄까지 큽니다.”
그래, 폭탄이다.
채권시장의 규모확대 자체가 건전하게 이뤄진 확대가 아니었다.
벨푸어총리의 어깨가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제야 좀 눈에 낀 뿌연안개가 가시고, 그에게도 현실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한편, 베어링스 은행장은 덤덤했다.
“부채담보부증권, CDO는 이론상 무한대출을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심지어 신용등급을 마구잡이로 뿌렸으니, 무한대출이 실제로 벌어졌을 겁니다.”
“돈을 빌려주고, 대출자체를 유동화시켜 담보로 삼아 ‘돈을 빌립니다’. 그 돈으로 다시 대출해주고, 다시 유동화시켜 담보로 삼아 ‘돈을 빌립니다.'”
안좋다. 매우 안좋다.
시중은행들이 부실한 CDO를 먹고 자랐으니, 해당 시중은행 자체가 폭탄인 것이다. 점점 돈이 쌓일수록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100바퀴 회전하면, 대출이 100번 쌓인다.
동시에 타금융기관에 빌린 돈까지 100번 쌓인다.
“대출해준 횟수가 천정부지로 솟구칩니다. 파생상품까지 합치면, 100번, 1000번의 수준이 아니라 규모가 점점 까마득해지는 겁니다.”
다 좋다.
대출이 많아지면,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회사채로 이뤄진 채권시장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CDO는 일종의 회사채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팔아재낄때는 즐겁지. 시중은행들도 실적이 늘어나고 매출이 천정부지로 솟구칠 테니까.
다 좋다
….역시 시장의 호황만 유지된다면 말이다.
“오직 채권시장의 호황이 이걸 떠받치고 있습니다. 거품이 점점 커지고 있고, 아무도 이 진실을 보려고 하지 않죠. 다들 말합니다. 채권시장은 임계치에 도달했고, 이걸 넘기면 영원히 오를 일만 남았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이다.
신용인플레는 결국 점점 느슨해지고, 그물에 구멍이 점점 커진다. 신용평가기관은 시중은행들이란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트리플 A를 받으면 안 되는 자산들까지 전부 트리플 A를 줘버린다.
명백한 거품이다.
대영제국의 채권시장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거품이 되어버렸다.
“이 거품이 터지는 순간, 대영제국에 어떤 화학작용이 터져버릴지 아는 사람은 아마 누구도 없을 겁니다.”
재앙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규모조차 짐작되지 않는 재앙이 말이다.
“일단 신용등급만 높고, 부실한 회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갈 겁니다. 자금조달이 쉬워진 만큼 규모확대가 용이해졌으니, 터지는 회사들의 규모도 상당할 겁니다.”
“그다음엔 은행이 터져나가겠죠. 해당 회사와 얽힌 금융기관들은 빨려 들어갈 겁니다. 그럼 금융계는 위기를 인식하고 추심하기 시작하겠죠?”
“추심이 시작되면, 가뜩이나 부실한 회사들은 더욱더 부실화가 가속화되어 파산할 겁니다.”
“그렇게 다 파산하면?”
“대형은행들은 까마득히 쌓인 대출의 원금을 못 돌려받을 것이고, 증권을 유동화시켜 빌린 돈들은 다 못 갚겠죠? 파산입니다.”
문제는.
그냥 파산이 아니다.
“대체 얼만큼의 대출규모가 숨어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억, 십억의 규모 아닙니다. 백억, 천억, 잘못하면 조단위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이런 시발! 조단위라니!”
격분한 벨푸어총리는 의자에서 튕겨 나와 베어링스 은행장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은행장은 켁켁 기침을 토하며 그대로 끌려 올라갔다. 벨푸어총리는 충혈된 눈으로 은행장의 눈을 마주보고 노려보았다.
“대체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일이 이 지경까지 악화된 것이오! 우리는 지금 전쟁을 하는 전쟁국가라고!”
떨리는 목소리.
하지만 불처럼 토해진 사자후는 은행장의 얼굴에 폭사 되었다. 은행장은 눈을 꽉 감았다.
베어링스 은행의 잘못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리스크를 감지하고 첨언해도, 그동안 귓등으로도 안 듣던 벨푸어총리는 항상 더더더 많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을은 서러웠다.
“자네는 대체 무엇이 문제길래 일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온 것인가! 국가신용은 체펠린 비행선단의 전략폭격으로 바닥을 긁고 있고, 채권시장은 연방준비제도가 다 빨아먹고 있지 않나!”
벨푸어총리는 발작하며 길길이 날뛰었다.
멱살 잡힌 은행장은 포기한 눈빛으로 동태눈깔이 되어버렸다.
“이 개자식! 책임져! 네가 책임지라고! 이 씨발! 당장 네가 다 책임지고 수습하란 말이다! 으아아아악!”
베어링스 은행장은 귀를닫았다.
대신 아직 벨푸어총리에게 말하지 못한 진실을 그저 입속으로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벨푸어 장관에겐 말 못 하지만…아마도 연방준비제도(FED)는 대영제국에도 칼날을 들이밀 의도를 가지고 있었겠지.’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었다.
근거도 명확했다.
‘그들은 대영제국을 찌를 생각이다.’
CDS(신용부도스왑).
CDO의 파산위험에 투자하는 보험상품.
미경제계를 틀어쥔 모건장관과 JP모건은행이 대영제국의 멸망에 거금을 베팅했으니 말이다.
베어링스 은행장의 개인 인맥으로 알아낸 진실이었다. CDO, CDS와 가장 깊게 연관된 베어링스 은행장이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별로 알려주긴 싫군.’
그는 입을 다물었다.
왠지 모르게, 벨 푸어 총리에게 만큼은 절대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되돌이키기엔 너무 늦었기도 했고.
심지어 그는 여유로웠다.
애초에 벨푸어총리의 입김으로 떨어진 베어링스의 월급사장었고, 바지사장이었으니까.
베어링스의 은행장은 느긋하게 눈앞에 발광하는 벨푸어총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참에 미국으로 뜰까.’
부담감은 없었다.
양심의 가책도 없었고.
그래서 악몽 같은 현실을 마음껏 지껄일 수 있었다. 자신은 이번 일이 잘못되어도 그냥 사장직 때려치우고 해외로 망명하면 되는 그만인 일이었으니.
‘정당한 대가로’ 축적해놓은 막대한 자산들과 함께 말이다.
‘미리 스위스은행에 비자금부터 빼돌려놔야겠군.’
고생할 대영제국의 국민들?
뭐, 어쩌란 말인가.
투자할 때 제대로 안 알아본 본인들을 탓해라.
은행장은 그들에 대한 죄책감은커녕,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다만, 좀 유감스러울 뿐이었다.
***
“너무 약하다.”
워싱턴 D.C.
나는 중역의자에 앉아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기준금리를 자이언트 스텝으로 높였는데도, 시장의 기대심리를 꺾지 못했다.
며칠동안 채권시장이 설설 기는 척 하더니, 곧바로 튀어올랐다.
해외자본들이 미국으로 유입된 것은 좋았지만, 인플레이션은 확실하게 잡아야했다.
“75bp가 너무 약한 것 같습니다.”
연방준비제도 청사.
나는 연준의장과 뉴욕연방은행 총재와 만남을 가졌다. 대영제국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따위보단 우리 인플레이션이 더 중요했다.
뭐, 영국 그놈들은 패면 팰수록 더 좋고.
CDS에 대량으로 베팅해놨으니, 저놈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면 미국은 오히려 돈을 번다.
“예, 저도 75bp의 영향력이 이정도로 작을 줄은 몰랐습니다.”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혀를 내둘렀다.
뉴욕증시엔 고작 75bp 따위로는 끌 수 없는 불이 화끈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1달은 설설 기는 듯하더니, 치솟아 올라버리니, 원 할 말이 없어졌다.
“모건장관님, 사실 다음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밟겠다는 선언조차도 너무 약한 건 아닐까요. 이참에 100bp 이상 올려버리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아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다음 FOMC까지 2주 정도 남은 시점까지 연준 입장 발표를 연기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원래라면 다음 FOMC에서도 자이언트 스텝을 발표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아 시장에 충격을 줄 계획이었지만, 심상치 않은 시장 움직임에 보류한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뉴욕증시는 한달만에 도로 로켓처럼 치솟아버렸다.
“다음 FOMC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FOMC의 대한 예고편을 찍으면 그만큼 충격적인(Shocking) 발표도 없을 겁니다. 그렇죠?”
“그렇겠지요.”
“2주면 대응하기도 빡센 기간입니다.”
그래, 기습이다.
인플레이션은 슬레지해머로 머리를 깨야하는 현상인만큼 기습적인 한방이야말로 현 미국경제에 필요한 충격(Shock)이었던 것이다.
75bp? 100bp?
너무 약하다.
이대로면 경제 호황이 금본위제랑 충돌해 공황으로 터져버리기까지 얼마 남지 않는다.
공황보다는 슬레지해머가 낫지 않을까.
아직 뉴욕주식시장이 거품까지는 아니었으니, 슬레지해머로 뉴욕증시의 두개골을 가격해도 아마 무죄일 것이다.
“아예 화끈하게 기습을 쳐버리죠.”
“그말씀은?”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다음 FOMC에서 기준금리를 150bp 올립시다.”
2배.
묻고 더블로 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