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73)
– 디트로이트, IMF건은 백악관에서 잘 처리하겠네. 국제적인 문제라 대통령인 내가 끼어들지 않으면 온갖 거치적거리는 놈들이 다 몰려들걸세.
IMF를 창설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해야할 일도 있어서 일단 IMF건은 백악관에 맡겨놓고 뒤로 미뤄놓았다.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IMF를 설명하자, 국제적인 금융기관의 형태로 타국을 압박할 수단은 언제나 환영한다고 했다.
애초에 나혼자 운영할 생각도 아니었고, 여차하면 백악관의 서포트도 필요했으니 나쁜 선택지는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당장 할일이 있었다.
“예금을 그렇게 올려도 되는겁니까?”
디트로이트 투자은행.
사실상 IB(투자은행)업무에 집중화된 은행이지만, 소매금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디트로이트 투자은행 이사회에게 예금금리를 높이라고 명령했다.
디트로이트 투자은행 이사화는 긴급소집 이후, 고금리정책에 힘입어 예금금리를 6% 올려 10%대까지 끌어올렸다.
“적군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한다. 뭐, 뉴욕10대은행의 행장들은 다 진의를 꿰뚫어보겠지만 어중간한 은행들은 다 불살라지겠지.”
나는 블라인드를 올려 뉴욕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디트로이트 투자은행의 본부 중 한곳은 월스트리트에 위치해있었고, 나는 이사회실에서 제임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다우 대표에겐 뉴욕10대은행들의 금융전쟁으로 프레임을 짜라고 지시해놨어.”
뉴욕10대은행들의 금융전쟁.
사실상 예금금리를 살인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시장점유율을 빼앗기 위한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1주일조차 지나지 않은 현재, 벌써부터 흔들리는 중소형 은행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백악관에는 다 말해놨으니 걱정말고.”
“굳이 미국내부적인 금융전쟁으로 프레임을 씌우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아무런 의도없이 이런 일을 벌어시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
제임스의 말이 맞다.
예금금리로 치킨게임을 벌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디트로이트 투자은행이 소매금융을 먹어도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었으니까.
하지만 대영제국이 살아있는 꼴은 절대로 보지 못하거든.
“나는 대영제국을 어떻게든 죽일 생각이다. 하지만 미합중국이 직접적으로 영국을 조질 순 없으니, 내부항쟁에 휩쓸려 뒤진것처럼 위장할 수밖에.”
“내부항쟁은 뉴욕은행들의 치킨게임이겠군요.”
“이까짓 치킨게임? 뉴욕10대은행들은 거뜬하게 버티지. 왠만한 뉴욕대형은행들은 이번 호황으로 막대한 현금을 쓸어모았어. 다 창고에 그득그득 쌓여있지.”
“버틸 여력은 충분하겠군요.”
“하지만 영국은 달라, 전쟁특수에 대출까지 끌어와 쏟아붓고 있지.”
영혼까지 끌어모아 전쟁비용으로 탈탈 털어넣었다. 기본적인 해군예산만으로 대영제국의 허리뼈가 뿌드득 비명을 지른다.
하물며 공군예산까지 받아간데다, 예금인출이 즐즐이 이어지는 지금.
대영제국의 체력이 제일 약해진 시점이었다.
절호의 기회.
대영제국의 숨통을 끊어버릴 기회는 지금밖에 없었다. 다만, 중립국인 미국은 전면전을 펼칠 수 없었고, 루스벨트 대통령도 직접적인 공격방식은 선호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식이 바로 예금금리의 치킨게임이다.
“영국정부입장에서 전쟁산업은 한번 돈이 들어가면 다 매몰비용이다. 은행들은 아마 대규모 자금을 전쟁특수에 꼴아박았을 거야.”
“그말씀은….”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내가 왜 새삼스럽게 예금으로 공격을 시작했을까? 디트로이트 투자은행은 그동안 거들떠도 안본 소매금융까지 굳이 끌어온 이유.
“어, 대영제국의 대형은행들. 지금 지급준비금도 없어. 쓴돈만 많고, 은행에 돈이 없다고.”
대량인출을 유도한 것이다.
미국내부에서도, 또한 대영제국에서도. 미국은행들은 미재무부나 연방준비제도가 나중에 살려줄 것이다.
이번 고금리정책에 따른 역레포거래로 연준이 쌓아둔 현금이 상당하거든.
하지만 대영제국은? 너네만 죽습니다.
“이게 치킨게임이지.”
소를 희생해 대를 취한다.
나는 미국은행 몇개로 대영제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생각외로 불길이 거셌다.
***
“당장 재무부장관을 불어들이게. 로버트 재무장관과 협의해야할 일이 많아. 로버트 재무장관이 모건장관에 대해 가장 자세한 인물 아닌가. 그가 아니라면 지금 대영제국을 구원해줄 인물이 없어!”
영국총리실.
벨푸어총리는 갑작스러운 금리전쟁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디트로이트 투자은행이란 미꾸라지가 고금리정책에 올라타 시중은행에 치킨게임을 선포하자, 뉴욕은행권 전체가 개떼처럼 몰려들어 시장점유율 전쟁에 뛰어들었다.
예금금리는 살인적으로 올랐고, 뉴욕대형은행들을 제외한 미국은행들은 대형은행들에게 인수합병당하고 있었다.
“뉴욕대형은행들이 덩치를 불려나가고 있어. 전쟁이라고 팻말에 적어놓은 주제에, 사실상 파티를 하고 있단 말이다!”
쾅!
책상을 내리쳤다.
뉴욕대형은행들은 고금리정책에 힘입어 치킨게임을 걸었다. 하지만 중소형은행들을 싸그리 흡수시키면서 규모의 경제를 키워나가고 있었고, 대출금리보다 높아질 예금금리에도 살아남을 체격을 만들고 있었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아직 미국에 있답니다. 영국협상단과 합류하지 않고 영국대사관에 남아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 중요할때에 대체 왜 그런 짓거리를 하는거야! 강제소환시켜! 대영제국까지 고속선박을 이용하면 한달도 걸리지 않으니 늦지 않아!”
“예, 그럼 일단 강제소환시키겠습니다.”
벨푸어총리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베어링스 은행의 폭탄처리작업을 해야할 골든타임이 미국금융권의 전쟁시작으로 다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있었다.
베어링스 은행을 조각조각내고, 분식회계까지 다 시켰지만, 아직 인수할 은행들을 물색하고 있었다.
청제국의 은행들과 접촉하고 있었고, 발칸반도나 오스만제국의 몇 대형은행들과 이미 계약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스만제국은 어차피 삼분할할 계획이었으니, 오스만제국을 파산시킬 계획까지 세워놓았는데…계속 미국이 발을 거는군.’
“뉴욕10대은행의 평균 예금이자율이 벌써 10% 위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영제국의 대형은행들은 무사하지만 중소형은행들이 빠르게 지반을 잃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10%이상의 예금이자를 준다면, 나라도 미국에 예금하겠네! 고금리정책을 쓸때부터 모건장관의 싹수를 알아봤어야했는데 젠장!”
벨푸어총리는 서류철을 집어던졌다.
벽에 부딪혀 박살나는 서류철의 모습은 마치 현 대영제국의 중소형은행들과도 같았다.
자본유출을 막을 순 없다.
기본적인 금융거래를 막는것은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농담이 아니라 그날로 내각불신임과 의회해산권이 발동되어 거국내각은 산산조각으로 산화하리라.
하지만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그….”
“뭔가.”
“예금금리가 올랐으니….자본유출 외에도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우뚝.
벨푸어총리는 제자리에 멈춰섰다. 돌처럼 굳은 자세로 숨을 들이켰다.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예금이자가 높아지면 당연히 높아지는 금리가 있지 않나.
“뉴욕10대은행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인상시켰습니다. 아마도…담합으로 보입니다.”
명분은 훌륭하다.
대놓고 상업적인 이유였고, 치킨게임이었다.
하지만 뉴욕금융권은 전쟁의 흐름을 이용해 대놓고 대영제국의 금융권을 저격하고 있었다.
대출금리가 10% 이상으로 껑충 뛰어오른단 소리 아닌가.
벨푸어는 고통스럽게 머리채를 쥐어뜯었다.
“아아아악! 미치겠군.”
모건장관.
그는 한숨도 쉴 틈을 주질 않는다.
“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대체 대영제국을 왜그리 싫어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쾅-!
총리실로 한명의 비서관이 다급하게 뛰쳐들어왔다.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니 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았다.
“초, 총리님.”
말까지 더듬는다.
벨푸어총리는 귀를 다 싸매고 듣고싶지 않았지만,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대응해야한다.
아직 판매처도 다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청제국 대형은행들에게 베어링스은행의 물적분할 자회사들을 인수하라고 티저레터를 보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제발. 제발. 감당할 수 있는 일이어라.
“비서관. 제발 부탁이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보라고 말해주게. 대영제국이 버틸 수 있는 문제라고 제발….제발 말해주게.”
전쟁으로 투입될 비용까지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런던이 불타오른 이상, 전쟁을 멈출 수 없었다. 거국내각까지 구축했는데 뒤를 빼는 순간, 시민들에게 총을 맞을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독일제국에게 꼬리를 보인 영국총리! 따위의 헤드라인이 장식되겠지.
최악이다.
“….죄송합니다.”
“제발…제발….”
“그….”
비서관은 심호흡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이 위험합니다.”
대영제국의 빅5 상업은행.
그중 한곳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이 휘청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리고? 또 뭐가 있는건가? 제발 아니라고 말해주게. 제발!”
벨푸어총리는 애원했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비서관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점점 숙였다. 하지만 입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스코틀랜드에서 뱅크런이 터졌습니다.”
털썩.
벨푸어총리는 그대로 무너졌다.
***
“도련님, 스코틀랜드 은행권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시티오브런던은 잘 견디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약한 스코틀랜드에서 터진 모양입니다.”
뉴욕 상황실.
제임스와 나는 뉴욕 금융서비스국에 상주하며 미국전역의 은행들 상황을 브리핑받고 있었다.
현재 은행들은 살아남기 위해 인수합병을 서두르고 있었고, 중소형은행들 몇개가 합쳐져 하나의 거대한 은행으로 합쳐지는 등, 적자생존이 계속되고 있었다.
파산한 은행들은 해체당해 은행들에게 팔려나갔고, 은행들은 몸집불리기에 들어갔다.
“슬슬 끝나가겠군요. 스코틀랜드왕립은행은 대영제국에서 4손가락안에 드는 거대한 은행입니다. 사실상 스코틀랜드 중앙은행급인데, 여기가 무너지면 스코틀랜드가 무너집니다.”
“뭐?”
“예?”
“끝은 개뿔이 끝이야. 이제 시작이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임스는 순간 자신이 무엇을 들었는지 의심했지만, 점점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예?”
“이제 시작이라고.”
나는 신문지를 던졌다.
헤드라인이 크게 적혀있었다.
[멜론은행의 선전포고, 시티은행을 말려죽일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멜론은행의 걸프오일, 시티은행의 스탠더드오일. 석유메이저들의 전쟁예고.] [소매금융이 아닌 기업금융으로 옮겨붙은 치킨게임의 불길.] [대규모 지각변동이 시작된다.]-월스트리트저널(WSJ)
스탠더드오일과 걸프오일.
두 석유메이저가 은행을 위시한 거대한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서열정리를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석유회사라는 캐쉬카우는 막대한 현금을 뽑아낸다.
그 현금동원력을 가진 두 대형은행이 각잡고 머리부딪히면 진짜 끝까지 가는 수가 있었다. 너무 과열되면 미재무부와 백악관, 연방준비제도가 제지시키면 될 일이니, 딱히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제발 대영제국이 말라죽을 때까지 전쟁을 밀어붙여줬으면 좋겠다.
예상외로 걸프오일이 압도적으로 불리하진 않았다. 스탠더드오일에게서 보호받는 텍사스는 성지였고, 텍사스유는 사실상 걸프오일과 석유공사가 독점한 시장이었으니까.
온갖 수단을 이용해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대출금리가 오르고, 예금이자가 오르고, 고객들을 유출되고, 지급준비금은 말라가고, 왕립해군은 석유로 전환하고 있고. 석유는 부족하고. 하지만 석유회사란 캐쉬카우는 현금을 뽑아내야하고.”
대영제국은 총체적 난국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대영제국이 제정신을 차릴 수 없을때까지 때려줄 파이터들이 링 위로 올라왔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말이 은행의 금융전쟁이지 사실상 석유메이저들의 머리박치기였다.
“은행권의 싸움이 에너지시장으로 옮겨붙었으니, 이제 유가가 요동치겠네. 유가에 영향받은 석탄시장도 출렁일테고.”
“예? 대출시장, 소매금융시장, 석탄이랑 유가까지 요동치면···어···”
“그래.”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고작 스코틀랜드의 금융권이 흔들린다고? 아니, 나는 이쯤에서 끝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내 목표는 그딴 귀여운게 아니지 않나.
간접적으로 죽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다.
“대영제국에게 죽음의 레이스는 이제 시작인 셈이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