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91)
“미국대사관에게 전달하세요. 지금 당장 추도식을 열 준비하고, 대규모 예산을 들여서라도 성대하게 치뤄야한다고. 장례식도 국가장으로 준비하라고 해주세요.”
뉴욕금융서비스국.
나는 정보국장에게 명령을 내리면서 복도를 빠르게 걸었다. 수많은 정보국 직원들이 내 뒤를 따르고 있었고, 미국대사관의 정보국 직원들과 연계를 취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급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미국인 임산부가 죽었더군요.”
“잉글랜드에서 중소은행을 경영하던 부부였고, 둘다 은행의 대주주였다고 합니다. 둘다 은행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었고요.”
대단하네.
원래 금융쪽은 여성들이 일하기 훨씬 어려운 직종이다. 일단 은행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남성들이 대부분이었고, 남성들은 은연중에 여성직원들을 배타하는 경우도 많았다.
“업계소문을 들어보니 상당한 악바리입니다. 장관님도 아시다시피, 금융권은 남성조차도 보통 멘탈로는 연명할 수 없는 업종이잖습니까.”
“예. 동의합니다.”
뭐, 나는 전생에서 시위대로 뛰쳐나온 임산부를 군경이 방패로 두들겨패는 경우를 기사로 접한적이 있었다.
노동운동, 운동권, 그외에도 각종 군부정권시대의 시위대들. 현대에서도 서울외곽으로 나갔을 때, 블랙기업들이 고용한 용역들에게 얻어맞아 중상을 입는 경우도 존재했다.
“다만, 단순히 업무를 보러갔다가 시위대 인파에 휩쓸렸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본래 웨스트민스터궁 근방은 GOGGS라고 중앙청사들이 집결되어있는 행정블럭이니까요.”
“아. 파산한 상태였다면, 행정부처에서 처리할 업무가 많았겠군요. 금융관련 업무를 처리하다가 시위대에 휩쓸렸을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 무고한 미국인 임산부를 때려죽인 국가헌병대. 이건 영국정부를 덫으로 물어버린 대형사고입니다.”
명분은 절대적으로 미국에게 있었다.
범상치않은 사이즈의 사건인만큼, 규모를 키울수록 우리에게 유리해진다. 언론사들에도 뿌려놔야지.
다행스럽게도, 남편측은 미국대사관에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뭐든지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라고 한다.
아주 현명하다.
그들이 제공한 명분만 가지고도, 충분히 국가유공자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일단 국무장관님께는 미리 제가 언질할테니, 당장 미국대사관과 연계해 빠르게 절차를 밟아주시길 바랍니다. 백악관도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예!”
정보국장은 힘차게 대답한 뒤, 정보국 직원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제임스.”
“예, 도련님.”
이제 명분으로 미국이 질 일은 없었다.
“연방준비제도에 전달해. 채권매도 프로그램을 시작하라고.”
채권매도.
말그대로 연방준비제도가 채권을 매도해서 시중의 통화량을 대량으로 빨아들이는 정책. 연방준비제도는 이로서 긴축을 할 수 있었다.
“놈들, 목을 졸라버려.”
우리는.
이제 조금 더 용감해질 수 있었다.
***
“본토함대에서 더 차출하시오. 해군성이 드레드노트만 움직이니까 식민지들이 꿈쩍도 안하지 않소!”
병원에 입원한 벨푸어총리는 발작했다.
사무실처럼 개조된 병원에서, 머리에 붕대를 칭칭 두르고 다우닝가10번지의 소식을 계속해서 수집했다.
하지만 드레드노트를 보냈음에도, 식민지의 총독들을 꺾는건 쉽지 않았다. 일단 입항금지는 물론이고, 드레드노트가 바다를 점령하고 해병대가 투입되어도, 육상에선 다같은 영국군이다.
총독 휘하의 군대와 해병대가 서로를 죽일 수는 없는 법 아닌가.
대치상황이 계속되자, 벨푸어총리는 어떻게든 상황을 끝내기 의해 추가로 군대투입을 포효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 채권을 뿌려대기 시작했습니다. 시중의 달러가 또다시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외환위기를 또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또?”
“저희가 금괴로 확보한 달러로는 임시처치만 했을 뿐입니다. 외환위기는 아직 극복되지 않았고, 달러가 부족해지면 다시 외환보유고가 바닥날 겁니다.”
“하아아아…진짜 모건장관 이 개자식은 왜 나한테만 그러는거냔 말이다!!!! 진짜아아악!!!”
벨푸어총리는 발작했다.
대체가 모건장관이 손하나 휙 움직일때마다 벨푸어총리는 지옥과 불지옥을 오가는 느낌이었다.
“일단 국가헌병대가 미국인 임산부를 방패로 후려친 시점에서 저희가 훨씬 불리해졌습니다. 임산부는 사망했고, 미국은 국가장과 성대한 추도식을 열고 있습니다.”
“이미 열고 있다고?”
“예, 삼일만에 추도식과 장례식 준비를 다 마친 모양입니다. 오늘 미국대사관에서 약식으로 장례식을 끝냈고, 미국으로 시신이 송환되면 국가장을 치뤄준다고 합니다. 근데…”
보좌관은 입을 오물거렸다.
벨푸어총리는 보좌관의 머리를 한대 후려쳤다. 그는 싸늘해진 표정으로 보좌관을 노려보았다.
“아악!”
“말해. 뜸들이지 마라.”
“예, 예. 에드워드 7세 폐하께서도 추도식에 참석하셨다고 합니다. 추도사를 읽어주셨고, 3시간동안 머물다 내일도 오겠다고 선언하신 뒤, 가셨다고 합니다.”
“할데인은.”
“할데인 국무장관을 포함한 주요자유당 의원들은 아예 오늘 추도식장에서 24시간넘게 지낼 모양입니다.”
보좌관을 신문지를 내밀었다.
[홍콩총독부, ‘이번 국가헌병대의 과잉진압은 독재자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준다. 희생자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하겠다.’] [아프리카총독, ‘다음은 누구차례인지 모른다. 국가헌병대로 본토시민들까지 수십명 학살하는 작자들이 식민지를 곱게 보겠나?’] [인도총독, ‘드레드노트로 해안선을 점령하고 내륙지방으로 쳐들어온 왕립해군의 해병대, 수도 캘커타로 밀고 들어와. 미국처럼 독립전쟁이 벌어질수도 있을 것. 대비하라.’]“총독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임산부 하나 죽었다고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무려 총리인 나는 머리에 돌맞고 병원에 입원해있는데? 생명의 가치는 무게가 다르다고!”
쾅-!
벨푸어총리는 발길질로 트레이를 걷어찼다.
어째 풀리는 일이 하나없었다.
“저….”
“왜 그러나.”
“아직 기사 남아있습니다.”
“뭐?”
촥촥.
벨푸어는 다시 신문지를 펼쳐들어, 기사들을 읽어내렸다. 그러다 턱 어느구간에 시선이 멈춰섰고, 동공이 세차게 떨리기 시작했다.
상상조차 못한 인물의 발표가 개재되어있었다.
[로마교황청, ‘이번 사태는 시대를 관통하는 중대사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한 임산부, 아니 한 여인과 아이의 희생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교황 비오 10세. ‘내가 교황청의 폐단을 없애고자 하니, 하느님께서 세대의 폐단을 없애시려 하고 계신다. 제국주의의 종말을 내 두 눈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기적같은 일을 직관함에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예언과 기적의 교황, 살아있는 성인으로 대접받는 교황 비오 10세. 이번엔 제국주의의 종말을 예언하다.]“이…이이….이이!!! 커억!”
벨푸어총리는 눈을 까뒤집었다.
덜덜 경련을 일으킨다. 충격적인 세력의 등판에 벨푸어총리는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교황 비오 10세, ‘직접 미국정부의 장례식에 방문하여 두 눈으로 이 슬픔과 기적을 보려고 한다.’]교황이 움직인다.
그것도 자신의 실책을 존재자체로 질책하기 위해서. 그날, 가톨릭 신자들은 전부 벨푸어총리에게서 등을 돌렸고,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그에게 적대적으로 돌변했다.
벨푸어총리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교황 비오 10세, ‘하느님께서 본인의 임무를 완수한 그분의 종을 친히 불러들이셨다.’]참고로.
죽은 미국인 임산부는 가톨릭신자였다.
***
“와…이건 나도 예상못했는데?”
뉴욕금융서비스국.
백악관이 뒤집어졌다. 국가장이 치뤄지는 미국에서 교황성하의 장례미사가 거행될 수도 있다니, 대성당부터 섭외해야되서 난리도 아니었다.
“해군부도 뒤집히고.”
해군부는 당장 드레드노트 함대를 편성해 지중해로 보낼 준비를 마쳤다. 왕립해군은 가뜩이나 식민지에 드레드노트를 보낸 통에, 미해군까지 견제할 힘은 없었다.
무제한 잠수함 작전에서 교황을 보호해야했기에, 그냥 밀고 들어갔다.
“무려 교황의 장례미사라니. 심지어 기적과 예언으로 성인대접을 받는 성 비오 10세가?”
뒤집어질만 하지.
미국 가톨릭계는 천지가 개벽할 일이라며 온종일 신문기사는 비오 10세에 대한 얘기로 도배되었으며, 가톨릭 신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워싱턴 D.C.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히려 좋아.”
내 입장에선 더할나위 없었다.
에드워드 7세에 교황 비오 10세까지 등판한 이상, 이번 싸움은 절대적으로 미국에게 유리하다. 루스벨트 대통령 입가에 피어오른 함박 미소를 나는 보았다.
그래도 교황이라 그런가.
본래라면 가톨릭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개신교도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간다.”
아니지.
예언과 기적으로 칭송받는 교황이라 그럴지도. 미국인들은 특히나 더 이상하게 오컬트나 음모론에 환장하는 족속들이니.
아무튼.
내게 손해될 건 없었지만, 나는 교황을 적대하거나 이용하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괜히 헛짓거리하다, 나중에 어머니한테 혼날지도.”
전생.
내 어머니의 종교가 가톨릭이었으니까.
조금 아련한 떨림을 느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예상밖의 인물.
교황 비오 10세가 미국을 방문하였다.
본격적인 장례식인 국가장에 참석하기 위해 국가귀빈으로 참석하였고, 미국은 교황에 대한 예우로 성당에서 직접 장례식을 거행하였다.
국가장의 절차를 조금 바꾸었고, 교황의 장례미사와 위령미사로 장례절차가 조금 바뀌었다.
교황 비오 10세 본인의 요청이었다.
장례미사가 거행되었다.
미국역사상 가장 거대한 장례미사가 시작되었고, 사실상 개신교의 본거지에서 천주교의 장례미사가 거행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되었다.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의식에 전세계 외신들도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미사는 수만의 인파에도 불구하고 소음 하나없이 조용히 거행되었다.
침묵의 미사.
교황 비오 10세는 기적스러운 미사를 마쳤다.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이 성스러운 의식에 열광했고, 비오 10세가 직접 움직인 원인을 알고 싶어했다.
미국 가톨릭계는 뒤집어졌고, 주교들과 추기경은 최선을 다해 비오 10세를 보좌했다.
바티칸에서 나온 성직자들만 해도 어마무시하게 많았지만, 미국가톨릭계가 전부 동원된 탓에 가톨릭 관계자들만 해도 운동장 하나는 꽉 채울 수 있을 듯했다.
“교황 성하. 무사히 미국으로 도착하셔서 다행입니다. 지중해와 대서양 해역은 현재 독일제국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이 펼쳐지고 있어서 걱정했습니다.”
“하하, 이것도 다 하느님의 뜻이겠지요. 귀국의 드레드노트 호위함대 덕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성공적으로 미사를 마친 교황 비오 10세는 미국 연방정부의 고위공직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먼저 비오 10세와 만남을 가졌고, 비오 10세는 흔쾌히 대화에 올라탔다.
“일단, 현지에 방문할 수 없는 제 입장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번 희생자의 국적은 미국인입니다. 조국인 미국에서 국가장을, 본인이 믿고있는 가톨릭의 수장, 교황 성하께 장례미사를 받을 수 있었으니, 아이와 함께 좋은 곳으로 가셨을거라 생각합니다.”
“하하, 그래도 아쉬움이 조금 남는건 어쩔 수 없군요. 나중에 위령미사라도 영국에서 지내고 싶긴 하지만, 전쟁이 끝나질 않는군요.”
“슬픈 일이죠.”
로마교황청.
현재 삼국동맹으로 엮어진 이탈리아의 수도에 위치한 교황청은 사실상 이탈리아와 외교적인 줄다리기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영불협상의 영국에 방문했다가 무슨 폭탄이 터질지 몰랐으니, 국가장이 진행되는 중립국 미국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오늘은 영원히 역사서에 기록될 대사건으로 기록되겠지요. 제국주의를 끝낼 파도가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에겐 좋은 일이겠군요.”
“감사합니다.”
교황 비오 10세.
루스벨트와 악수를 나누었다.
‘비오 10세인가. 거물이구나.’
나는 내내 역사적 위인을 보는 기분이었다.
성 비오 10세.
그는 20세기 가톨릭 역사상 가장 중요한 교황으로 평가받으며, 부조리로 문란해진 가톨릭 내부를 쇄신시킨 일종의 개혁가였다.
다만, 전통주의는 고수하는 모습으로 사실상 현 21세기 가톨릭의 이미지가 정립되었다.
‘후광이 비치는 것 같네.’
뭔가 알수없는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이윽고 깊이를 알수없는 비오 10세의 눈빛이 고위공직자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멈칫. 시선이 멈췄다.
교황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흠?”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교황 비오 10세는 정확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