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06)
“카를스루에 대학의 프리츠 하버박사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베를린 참모본부.
한 박사의 새로운 개발이 참모본부의 귀까지 올라갔다. 신기술개발같은 건이 아니면 육군최고사령부나 참모본부에 정보가 올라갈 일은 많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카이저는 물론이고 이번엔 슐리펜마저도 흔들릴장도의 신기술이 도마위로 올라갔다.
기체로 사람을 대량살상할 수 있는 화학무기.
독가스였다.
슐리펜은 꽤 향수젖은 얼굴로 해당보고서를 읽어내렸다. 그의 시선은 글자 하나하나를 빨아들이듯 꼼꼼했다.
“크림전쟁에 살포했던 시안화카코딜을 떠올리게 하는군.”
청년시절.
이제 막 슐리펜이 정식으로 군대에 배치되던 시절에 청산가리와 비소의 작용이 섞인 독가스가 크림전쟁에서 살포되었을 때는 정말 혁신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열광하지 않았다.
아니, 열광했다고 해야할까.
이 지독한 기술은 정어리파이를 입속에 욱여넣는 대영제국놈들이 최초로 개발한 대량살상을 목적으로 한 화학전이었고, 화학무기였다.
“시인화코카딜만 해도 군대들이 괴로워하던 기억이 나. 신문기사만 읽어도 독가스에 대한 기사는 간혹 여론에 불을 지폈지.”
“그렇군요.”
“자네는 과소평가를 하고있군. 독가스의 존재는1899년 헤이그에서 금지당할 정도였다.”
그만큼 센세이셔널했고.
사람들을 고통의 도가니로 빠뜨리는데에 특화된 최악의 무기였다.
반대로 말하면 전쟁에는 이만한 무기도 잘 없다는 뜻이긴 했다.
“프리츠 하버박사가 위험한 걸 만들어냈어.”
하지만 슐리펜은 실망하거나 부정적인 아우라를 뿜어내지 않았다. 독일제국군은 현재 서부전선을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지만, 프랑스 집단군의 형성으로 파리함락은 어불성설이었고 베르됭은 철통방어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 약한 부분을 고르라면 당연히 베르됭이었고, 이번 베르됭 공세에서는 하늘의 전략폭격으로 무력화시킬 생각이었다.
“전략폭격이 실패했을 때의 대비책이 없었는데, 박사가 아주 좋은걸 만들어줬어.”
슐리펜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 미소는 커녕 감정이 메말라있던 슐리펜 참모총장이 미소를 짓자 참모들은 얼어붙었다. 슐리펜의 미소는 그만큼 희귀했다.
하지만 슐리펜은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팽팽하게 굴렸다.
“카이저께선 뭐라고 하셨지? 독가스는 기본적으로 전쟁에서 사용금지되어있지 않던가. 카이저께서 허락하시지 않는다면 사용하지 않을 의향도 있네만.”
마음속에도 없는 말이겠지만, FM대로 처리하는 슐리펜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카이저께서 허가를 내리셨습니다.”
“의외군.”
빌헬름 카이저는 카이저는 자존심이나 명예를 챙길 것 같았지만, 독일황실의 신뢰가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자 권위에 위기감을 느끼신 듯했다.
베를린 군부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상황이 어떻게 악화될지 모르는 전장에서 이보다 좋은 무기는 또 없었다.
“방독면은? 전장에서 역풍이 불면 아군이 당할수도 있다. 대비는 해놔야하지 않겠나.”
“활성탄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학공장에서 베르됭공세에 맞출수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합니다.”
“지금 방독면은 어느공단에서 생산하지?”
“바스프(BASF)입니다.”
“…..그래, 방독면을 생산할만 하군.”
프리츠하버와 하버보슈법을 발표한 독일제국의 자랑스러운 화학기업. 하버보슈법의 유출논란으로 불거진 바스프에서 방독면을 생산한다고 하니 조금 꺼림칙했지만, 바스프만한 화학기업이 또 존재하지 않았다.
“…..”
콰득.
슐리펜은 뭔가를 떠올렸는지, 자신의 미간을 과하게 찌푸렸다.
“잠깐.”
“왜 그러십니까?”
“바스프(BASF)가 방독면을 생산한다는 소리는 미국이 이미 방독면 개발기술을 습득하고 있단 소리 아닌가.”
“…..!!!”
온몸으로 벼락이 내리치는 듯했다.
확실히 슐리펜의 말대로였다. 하버보슈법도 가져다바치면서 청문회에 밥먹듯이 들락거리는 바스프인데, 이놈들이 방독면 개발기술을 안줬을리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독일에서 개발한 기술이 맞기는 할까? 바스프가 미국기술을 얻어온 걸지도 모르지 않나.
어떻게되었든 미국에서 화학전을 대비하고 있단 의미가 된다.
“뭐, 상관은 없겠지.”
슐리펜은 느긋했다.
어차피 독가스는 부차적인 수단일 뿐. 장난감을 빼앗긴 느낌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쟁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다는건 헬무트 원수가 직접 설파한 절대불변의 진리 아니던가.
오히려 경각심을 가지게 되서 다행이랄까.
슐리펜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해야할 일이 있다.”
“무엇입니까?”
“일단 카이저께 보고해서 프리츠하버가 속한 독일화학연구소와 바스프를 독립시켜야하네. 프리츠하버의 독가스에 대한 정보가 미국으로 넘어가는건 최대한 막아봐야지.”
“전달하겠습니다.”
“잠시 기다려보게. 끝이 아닐세. 이번 화학전을 대비해 항공지원부대에 폭탄이나 백린탄 물량을 조금 뺀다.”
슐리펜은 전략폭격방식을 조금 수정했다.
물론 공중전은 체펠린 공군대장이 운용하는 부대가 할 일이었지만, 공군도 또한 베를린 합동참모본부의 일부일 뿐이었다.
슐리펜이 꿇으라면 꿇어야지.
“체펠린 공군대장이 거절할수도 있네. 그럴경우엔 베를린 합동참모본부의 권한으로 찍어누르도록.”
“하지만 체펠린 공군대장만큼 공군운용에 특화된 지휘관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대다.”
슐리펜은 덤덤했다.
“체펠린 공군대장을 한번 만나본 적이 있지.”
체펠린 공군대장.
원래 육군중장이었던 체펠린 백작은 꽤 항공전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체펠린 비행선단에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될정도로 인생의 역작을 빚어내는 장인정신이라고 해야할까.
“그분은 공군이 아니라면 세상을 살아가는 낙이 별로 없으신 분일세.”
별로없다 정도일까.
그분에게서 공군이나 체펠린 비행선단을 빼앗아가면 절망하고 자살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평생을 군과 비행선에 파묻혀 살아가던 기술자다.
“하지만 우리는 공군이 없어도, 육군으로 밀어붙이면 되지 않나.”
독일제국군.
이들에게 공군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육군최강국은 어차피 바다도 건널 수 없는 상황에서 공군으로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을 뿐이다.
“공군대장에 미련을 가진건 체펠린 공군대장일걸세.”
슐리펜은 이번 협상에서 체펠린 공군대장이 훨씬 을의 위치에 있음을 확신했다. 참모장교는 심리를 꿰뚫는 슐리펜의 말에 살짝 전율했다.
체펠린 공군대장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자, 참모장교는 베를린 근방에 있는 황실에게 먼저 알리고 와야했다.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하지만 슐리펜은 한가지 놓치고 있었다.
체펠린 공군대장은 독일제국의 군대에 진심인 군인이었고, 독일제국을 위해서라면 군대에 어떤 무기를 활용하던 끄떡도 안하는 철심같은 인간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정도 뿌려서 효과가 있겠나.”
체펠린 비행선을 개발해본 경력이랄까.
체펠린 공군대장은 그 어떤 작전에 있어서도 어중간함을 허용하지 않았다.
“베르됭 요새는 공중전이 취약하다. 기본적으로 요새개발에 있어서 공중전을 고려하지 않고 지어진 요새기 때문이지.”
당연했다.
베르됭 요새가 지어질 무렵엔 공군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게다가 못한다. 대공장비가 맞지도 않는 대공포 뿐인 상황에서 무엇이 가능할까.
심지어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공포의 성능조차 독일제국의 크루프가 훨씬 더 뛰어났다.
쓰레기들이다.
다른무기는 기관총을 하늘로 겨눠 쏘는듯한 대공전력 뿐이었고, 체펠린 공군대장은 대공장비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체펠린 비행선단에서 일부선단은 폭약을 완전히 제거하도록. 비행선단 중 몇대엔 생으로 화학탄만 채워서간다.”
작정했다.
독일제국 비장의 수단. 공중전과 화학전을 하나로 합쳐서 베르됭공세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항공전력으로 화학전을 벌이면 그 누가 이길 수 있을까.
비행선단은 그 폭장량이 압도적이었다.
“참모장교, 자네는 베를린 참모본부로 전언을 전해주게.”
체펠린 공군대장은 살짝 얼굴이 상기되어있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오히려 베를린참모본부에서 파견된 참모장교가 당황했다.
“독일제국 내 화학공장을 모조리 돌리는 한이 있더라도 화학탄을 대량으로 뽑아내달라고. 비행선단에 유의미한 폭장량을 채우려면 부족하다. 물론 공중살포용 전용으로 부탁하네.”
체펠린 공군대장.
의외의 인물이 현대화학전에 풀악셀을 밟았다.
***
빵-! 빠앙-!
“도련님, 독일황실과 베를린참모본부에서 바스프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D.C.
사방에서 크락션소리가 울리는 워싱턴 D.C.. 모건장관의 대규모 투자와 헨리포드의 대량생산, 상하원의회의 초고속 법안승인으로 자동차가 보급될 환경이 갖춰지자, 미국은 대자동차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포드 T 차량 안에선 내가 쇼파위에 늘어지듯 좌석에 앉아있었다.
“젠장, 무슨 쿠페도 아니고 두명만 타고 꽉차는 차량은 불편하군.”
멀미가 난다.
현대에서도 꽤 좋은 차량만 타고다니던 펀드매니저였는데, 20세기초 야생그대로의 완충감은 절대 적응되지 않았다.
엉덩이가 빠개질 것 같았다. 발도 못뻗고.
“헨리포드에게 항의해야겠어. 차량내부를 좀 크게 키우고, 빌어먹을 완충감도 어떻게 해달라고. 젠장 말안장위에 올라탄 것마냥 날것이 따로 없군.”
“참으십시요. 도련님. 저가형차량인데 당연하지 않습니까. 안그래도 방탄성능으로 개발한 차량인데, 여기서 개조가 심해지면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긴 쉽지 않을겁니다.”
“젠장…..정치는 귀찮은 일이 많다니까.”
말은 그러면서도 나는 빠른 속독으로 보고서를 훑어보았다. 슐리펜 참모총장이 가스전이란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소식이 정보국장을 통해 전해졌다.
독일화학연구소 내에도 우리쪽 프락치가 침투해 안정적으로 심어져있는만큼, 정보전에선 우리의 압승이었다.
“설퍼 머스터드.”
프리츠하버의 연구실에서 개발된 독가스.
오직 대량살상에만 특화된 겨자가스의 탄생이었고, 이제 곧 있을 베르됭공세에 현장배치될 운명이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놈들, 숨길생각이 전혀 없어보입니다.”
“그래?”
“체펠린 공군대장의 의뢰로 베를린참모본부에서 허가를 내린 작전으로 현 군수장비를 생산하는 화학기업들은 일제히 화학탄을 미친듯이 쏟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바스프는?”
“저희쪽 화학기업들은 방독면 생산을 명분으로 죄다 거절했습니다. 돌릴 공장라인이 없다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하! 머리가 잘굴러가네?”
아주 좋다.
누가 인수한 화학기업인데 이정도는 해줘야지. 다만, 방독면 생산으로 공장라인이 부족하단 말은 사실일 것이다.
아마 독일제국군 최전방의 부대들에게 보급할 방독면만 생산해도 공장라인을 총동원해야할테니 말이다.
슐리펜 성격상 할거면 확실하게 생산을 명할 사람이었다.
“다만 슐리펜 참모총장이 한마디했답니다.”
“그래, 오히려 좋아. 이런 좋은 불화설은 신문기사로 퍼날러. 이런식으로라도 전범타이틀은 최대한 회피하라고.”
“당장 언론사에 뿌리겠습니다.”
“그래.”
푹-
나는 의자에 기댔다.
방독면 물량은 충분하다. 이미 프랑스 임시수도인 보르도 미국수화물창고로 보내놓았다. 하지만 아직 판매하진 않았다.
독가스가 활용될지도 미지수인 전장에서 일단 방독면부터 파는 놈이 어딨나. 한번 독가스 좀 맞고 울며불며 바짓가랑이를 븥들을때, 물량을 방출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 곧 베르됭공세가 시작된다.”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사실 정보국장을 통해 얻은 정보만으로도 유추가능했고, 나는 속으로 베르됭 요새에 주둔해있을 프랑스의 명복을 빌었다.
***
“이건 뭡니까?”
베르됭방면, 서부전선.
온갖 포병대들이 야포들로 포탄을 하늘에서 비처럼 뿌리고, 밤에도 유성처럼 궤적을 그리며 참호곁으로 쏟아지는 지옥같은 전장.
365일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조명탄과 폭발로 밝아지는 베르됭의 전장은 그 어떤 전선보다도 혹독했다.
“이건 비행선단을 표시한 표식입니다. 체펠린 비행선단이 독일제국 본토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베를린 참모본부에서 파리방면 혹은 저희방면으로 전략폭격을 계획하고 있는 중 같습니다.”
프랑스 제2군 사령부.
필리프 페텡은 야전군 사령관으로 폭풍진급해 어느새 야전군을 지휘하고 있었다. 페텡은 수염을 쓸었다.
“그렇단 말이지.”
페텡은 비행선단이 영 마음에 걸렸다.
공중에서 폭탄을 비처럼 뿌리는 비행선단 1000척은 베르됭전선 입장에서도 엄청난 위협이었다.
“전투기로 구성된 보르도의 항공지원부대는 어떻게 되고 있나.”
“현재 보르도 격납고에서 출발해 서부전선쪽으로 이동중입니다.”
“도착시간은?”
“아무래도 프랑스철도 사정상 파리를 한번 경유해 와야한다는 듯합니다.”
“그런가.”
아니다. 이게 아니다.
페텡은 전투기가 있어서 안심해야할 상황에서도 결코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상한 불길함이 끈적하게 페텡의 전신을 옭아메는 느낌이었다. 이대로면 안된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야간에도 정찰병은 반드기 활용하도록. 하늘을 지켜볼 눈이 필요하다. 언제올지 모르니까 대비는 확실하게 해야해.”
“예!”
그럼에도 안심이 안된다.
알수없는 미지의 찝찝함이 페텡을 옮아메기 시작했다.
***
“1시방향! 체펠린 비행선단 발견! 다들 참호로 숙여!!!”
야간작전.
체펠린 비행선단이 전선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제공권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프랑스군 입장에선 재앙이 따로 없었다. 참호의 병사들은 빠르기 이동하며 참호속으로 꼭꼭 숨었다.
펑-! 퍼엉-!
곧 사방에서 쏘아올린 조명탄이 폭발하며 하늘에서 궤적을 그리는 붉은 빛이 천천히 쏟아져내렸다.
“비행선단! 총 50여기! 고공에 비행하는 추가물량이 더 있을지 모르니까 대비해!”
참호내부로 장교들과 병사들이 어수선하게 움직였다. 조명탄 사이로 비추는 체펠린 비행선단의 실루엣은 확실하게 보였다.
그순간부터 참호전 내부로 어떻게든 숨으려는 병사들과 장교들의 고군분투가 시작되었다.
“하악….하악….”
심장이 펌핑질한다.
공중에서 비처럼 흩뿌리는 폭탄만큼 참호에게 고통은 없었다. 귀를 막는다. 폭탄이 터지는 굉음은 정신을 나가게 하는 효과가 있었으니.
더 깊숙이.
더 깊숙이 참호 내부로 숨어들었다.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 조명탄에 붉어진 동료병사들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쏴아아…..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내린 것은 폭탄이 아니었다. 다만 폭탄보다 더 무서운 죽음의 숨결이 그들을 어루만지기 위해 지상으로 낙하했다.
“…..겨자냄새?”
당장의 반응은 없었다.
겨자냄새로 가득찬 참호내부는 일상과 별로 달라진 점은 없었다. 당장 피부위로 뭔가 올라오는 것도 없었고, 숨도 제대로 쉬어졌다.
하지만 프랑스군은 이것이 독가스라는 상상자체를 못했다.
대량살상을 위한 화학전이라는 것도 말이다.
다만, 몇가지 악랄한 술수가 숨어있을 뿐이었다.
첫번째, 겨자가스는 대기보다 무거워 참호내부를 겨자가스로 가득채운다는 점. 폭격을 피해 참호로 깊게 숨어들수록 공기는 줄어들고 겨자가스가 점점 늘어난다.
폭격을 피해 숨어들수록 목숨은 사라져간다.
두번째, 무색의 겨자가스는 공중에서 살포되어도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 더욱이 24시간안에 발병하는 겨자가스의 성질상 당장 몸에 반응이 오는 경우는 희귀했다.
“허억….허억….”
그들은 독가스인줄도 모른체.
겨자가스로 충만해지는 참호속으로 파고들어갔고, 더 많은 겨자가스를 폐부로 호흡해 전신을 노출시켰다.
24시간안에 발병하는 겨자가스의 숨결은 점점 그들의 숨통을 조여갔다. 본인들은 겨자냄새만 맡는사이, 죽음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참호의 어딘가.
밤공기를 찢어버리는 참혹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24시간내에 발병할뿐. 당장 겨자가스에 반응하는 병사들은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살려줘!!! 살려….으…아아아악!!!”
수포가 올라온다.
온몸의 피부가 거품처럼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죽음보다도 더 끔찍한 고통이 겨자가스에 반응이 빠른 병사들을 옥죄이기 시작했다.
의무병이 달려오는 동안, 병사는 물고기처럼 펄떡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아악!!!”
화학전.
베르됭 전선방면. 독일제국은 세계대전 처음으로 대량살상을 위한 화학전의 방아쇠를 당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