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13)
“베를린 참모본부에서 총력전체제를 최종승인했답니다.”
독일제국 제8군 사령부.
파울 폰 힌덴부르크 사령관은 루덴도르프 참모장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이번 총력전 체제에서 제일 중요한 지역이 동부전선인만큼 관련소식에는 예민했다.
“베를린궁과 독일제국의회의 인준은 이미 받았고, 전시체계를 더 과감하게 돌릴 예정이라고 제국정부에서 공식문서가 내려왔습니다.”
“총력전?”
“베를린궁 카이저와 독일제국의회 귀족들이 합의한 새로운 전시체제라고 합니다. 독일제국의 총력을 전쟁에 모조리 때려박는 체계입니다.”
“거 화끈해서 좋군.”
“아무래도 러시아제국을 의식한 전시정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동계공세군이 200만명이라는 정보가 있었지 않습니까. 러시아제국군은 총동원령에만 적어도 500만명 이상은 동원될거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총력전 없이는 힘들어보이는군.”
힌덴부르크 사령관은 시가를 꺼뜨렸다.
노구를 이끌고 차기참모총장으로 낙점된 자신이 야전군 사령관으로 부임해온 것이다.
독일제국이 대승을 거둔 테넨베르크 전투로 인해 힌덴부르크 사령관의 철십자 훈장은 이미 예약되었지만, 언제든지 나락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염두해두어야했다.
“하필이면 제8군을 맡았군.”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예로운 자리아닙니까. 방어만 성공해도 전쟁영웅으로 추대되실 운명일텐데요.”
“자네도 함께 말이지.”
제8군이 방위해야할 범위가 까다로웠다.
독일제국 제8군이 주둔한 프로이센 왕국은 융커들의 고향이자 정신적인 지주. 이곳이 함락되면 사실상 전쟁영웅의 타이틀은 끝날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중앙정계의 정치괴물들.
그들이 소유한 대지주 자산들이 살아숨쉬는 마굴이었으니까.
“현재 언론사들에는 프로이센 비밀경찰들이 몰래 숨어들어 프로파간다를 조성하고, 반체제적인 기사들을 감시하고 있답니다.”
“그렇겠지.”
힌덴부르크 사령관은 심드렁했다.
그저 독일제국의 새로운 징집병들이 동부전선으로 배치된다는 소식만이 머릿속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러시아제국군들과 싸울 병사들이 필요했다.
지금 상황에서 독일제국의 패색을 조금이라도 노출시키는 언론따위는 귀찮고 방해만 되고 그의 입장에선 전혀 필요없었다.
독일제국의 승리를 위해선 프로파간다가 필요했다.
“독일제국 전체를 전쟁으로 갈아넣어야할 판에 제대로된 언론보도로 국가를 휘어잡을 수 있겠나. 당연한 조치일세.”
“당장 신문인쇄소를 제국정부가 국유화시킬 수 있다고 신문사들에게 공문을 돌렸답니다.”
제국정부의 언론통제.
프로파간다의 확산, 그리고 독일제국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여러가지 정책과 홍보들이 곳곳에서 쏟아져나왔다.
또한 전시경제를 위해, 생필품을 제외한 제조업 생산공장들은 전부 군수물자를 뽑아낼 군수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총력전이라는 새로운 전시체제를 위한 조치라고 하더군요.”
“허, 전쟁기계가 따로없군.”
치익-
성냥으로 시가를 태웠다.
힌덴부르크는 노구를 의자에 눕혔고, 시가를 뻑뻑 태우며 서류들을 하나둘 살펴보았다.
손을 휘휘 내저었다.
“뭐, 다 겉껍질 뿐일테고. 총력전을 촉발시킨 트리거는 따로 존재하겠지. 한번 들어보게 싹 다 불어봐.”
“석유입니다.”
촤르륵-
루덴도르프는 작전지도를 펼쳤다.
대충 책상 위를 뒤덮는 지도위로 발칸반도와 동부전선이 표시되어 있었다. 제8군이 아닌 다른 독일제국 지원부대가 오헝제국군과 함께 동부전선을 방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턱도 없어 보였다.
일단 러시아제국이 공업화를 이룩하면서 우크라이나에 깔아놓은 철도체계가 러시아군에게 빠른 기동성을 제공해주었다. 덕분에 북서전선군과는 달리, 남서전선군은 파죽지세로 오헝제국의 카르파티아 산맥까지 밀어붙이고 있었다.
“석유?”
“예, 우선 저희 독일 제8군은 테넨베르크 전투로 러시아제국의 북서전선군을 밀어내버렸습니다만, 오헝제국군과 지원부대는 남서전선군에게 그대로 밀려버렸습니다.”
“제1군이 후퇴할때, 남서전선군은 카르파티아 산맥까지 밀려버렸다고 들었지.”
“예, 그때는 러시아제국군과 루마니아군이 카르파티아 산맥까지 밀어버렸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잠깐.”
힌덴부르크 사령관은 미간을 찌푸렸다.
루덴도르프 참모장의 말에서 묘한 위화감을 잡아낸 것이다.
“그때는?”
과거형.
전선의 형태가 더 달라졌다는 의미다.
“지금은 다르다는건가?”
“예, 현재는 루마니아군과 러시아제국군이 카르파티아산맥을 넘어갔고, 헝가리왕국령의 갈리치아 지방과 트란실바니아 지방을 거의 상실했습니다.”
“쯧. 그래서 석유군.”
갈리치아와 트란실바니아.
둘다 오헝제국의 주요한 석유지대였다. 현재는 루마니아군 점령지란 소리고. 베를린 참모본부는 그래서 루마니아를 의식한 것이다.
“그보다 루스키놈들, 루마니아군 점령지라고? 뻔히 보이는 수작을 부려놓는군.”
고기방패전술.
루마니아군 점령지라 부르면 좋아보이겠지만, 사실상 루마니아군을 고기방패로 앞세운 것에 불과하다.
“루스키놈들, 상남자랍시고 병째로 보드카를 들이키는 주제에 간담은 콩알만하군.”
하지만 영악해.
해당 ‘유전지대’ 점령지를 루마니아군 점령지라 명명해버리면 해당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선 루마니아왕국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설령 불리해져도 ‘타국’에 ‘지원부대’를 파견했을 뿐인 러시아제국군은 루마니아군을 고기방패로 지연전을 펼치며 후방부대가 올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었다.
그때까지 루마니아군은?
고기방패로 쓰여지다 버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루마니아군 점령지를 잘 지켜내기만 한다면, 전후에 루마니아령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무려 유전지대입니다.”
“그래서 고기방패를 자처한 거겠지. 루마니아 국왕이 독일혈통임에도 연합군에 가담한 이유가 있는 법이지.”
“게다가 러시아제국이 그렇게 나올법도 합니다.”
루덴도르프는 도청한 러시아제국 전보내역을 쭉 뽑아 리스트업했다.
텅-
두꺼운 서류철이 책상에 올려졌다.
“현재 러시아제국은 내부적으로 칼질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강상태가 유지된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칼질? 숙청이라도 한건가?”
“시베리아지방에 건설한 ‘굴라그’에 40년이상 수형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형량이 40년 이상.
이건 숙청이라고 봐야한다.
“사령관님. 무려 40년 이상입니다. 러시아인 평균수명과 수형자들 평균연령을 따져보면, 사실상 숙청입니다.”
“하지만 참모장, 러시아제국은 대체 군부대를 어떻게 숙청한거지?”
루덴도르프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군국주의자인 그들에게는 조금 참을 수 없는 내막이 러시아제국군 내부에 있었다.
“내부고발입니다. 내무부 오흐라나가 전쟁부를 기습적으로 감찰해 부정부패자들을 색출해냈다고 합니다.”
“감히 내무부가 전쟁부를 감찰해?”
군국주의자들에겐 경악스러운 행태.
러시아제국군은 그동안 부정부패자들을 대규모 숙청하면서, 정화작업을 서두르고 있었다.
“믿을수가 없군….”
“예. 다만 이걸로 적폐세력 뿌리가 뽑힐 일은 없을겁니다. 로마노프황실도, 러시아제국정부도, IMF 국제통화기금도 전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요.”
루덴도르프는 눈을 빛냈다.
“여기서 중요한건 IMF입니다.”
“IMF. 뭔지는 알고 있네.”
“예, 항간에는 러시아제국 내무부를 후원하고 있는 세력 중 한곳이 미국재무부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뭐?”
조금 놀랐다.
지금까지의 보고를 들으며, 감정의 동요 하나없던 힌덴부르크의 눈이 점점 커졌다.
“하지만 러시아제국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전주가 IMF인 이상, IMF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하겠지요. 세르게이 베테 총리도 IMF에게 눈치를 본다고 합니다.”
IMF 국제통화기금.
만약 해당 소문이 사실이라면, 내무부가 오흐라나란 칼로 러시아제국군을 도려낸 뒷배는 전부 IMF의 지시사항일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사실일 확률이 높습니다.”
오흐라나는 어느순간부터 공산주의자들을 사냥하는 사냥꾼들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으니까.
“세상이 미쳐돌아가는군.”
“예, 하지만 IMF총재는 모건장관으로 현 OPEC의 이사회 일원이기도 합니다. 이번 독일제재망을 공표한 인물이죠.”
“모건? 잠깐, 어디서 들어봤는데….”
“예.”
꿀꺽.
루덴도르프 참모장은 답지않게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
“일전, 프로이센왕국의 비밀경찰이 납치감금해 암살하려고한 미국의 현 재무장관입니다.”
“…..!!!”
툭.
힌덴부르크의 턱에서 흘러내린 식은땀 한방울이 책상으로 떨어졌다.
암막을 들춰내자 그곳엔 괴물이 있었다.
***
“실수요?”
워싱턴 D.C.
OPEC 국제기구 중앙본부.
국제적인 석유기업들이 전부 가입되어있는 석유수출기구는 오늘도 독일 제재망 구축을 위해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왕립해군과 미해군의 해군장교들도 심상치 않게 복도를 지나다녔고, 각국 대사관 직원들은 숙식이라도 해결할 기세로 머무르고 있었다.
그중 독일대사는 계속 접촉을 시도해왔지만, 중앙본부 이사회에서 거절했다.
“어, 트란실바니아까지는 좋아. 하지만 갈리치아를 루마니아에게 점령지로 넘겨준건 솔직히 실수였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긴해. 어차피 루마니아왕국도 연합군의 일원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
21세기, 갈리치아 유전지대는 이미 무분별한 석유개발로 인해 현대에 와선 사실상 없어진 유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갈리치아 유전지대를 놓치고 있었네.’
하지만 현 갈리치아 유전지대는 오헝제국을 국제적인 산유국으로 끌어올려준 주역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러시아제국 남서전선군의 활약으로 연합국이 빼앗아왔다.
큰 문제는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잖습니까. 갈리치아 유전지대를 무색하게 지워버릴 바쿠유전, 베네수엘라유전, 텍사스유전, 스탠더드오일같은 유전지대만 보다보면 저라도 햇갈릴 것 같습니다.”
“그렇지?”
“예, 아무리 갈리치아 유전지대 생산량이 많아도 비빌수가 없으니까요. 특히 텍사스 유전지대랑 비교하면, 통계수치상 절사당할 수 있는 수준의 생산량이고요.”
“하지만 독일제국이 루마니아를 더 노골적으로 노리게되어버렸어.”
루마니아군 점령지.
발칸반도의 주요 유전지대를 루마니아가 다 차지하고 있는 셈이었다.
“유사시엔 루마니아 점령군이 유전지대를 자진해서 파괴해버리겠다고 합니다.”
“걔네들은 원래 유전지대를 애증의 관계로 보는 경향이 있어. 산유국으로 경제적 풍요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탓에 타국에게 계속 노출되거든.”
원역사에서도 유전지대를 파괴해버렸다.
독일제국이 신중하게 다가가지 못하면, 발칸반도의 유전지대는 싹다 파괴되어버릴 운명이었다. 솔직히 지켜낼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루마니아군이 버틸수 있을리가 없지.”
“꽤 악랄한 수법이군요. 루마니아 왕국을 희망고문하는 것 아닙니까.”
“대신 루마니아왕국이 버틸수만 있다면, 유럽대륙에서 손꼽히는 산유국이 될 수 있겠지.”
“근데 러시아제국은 왜이렇게 전쟁을 복잡하게 가져갑니까?”
“어쩔 수 없지. 북서전선군이 졌잖아.”
세르게이 비테.
러시아제국의 고기방패로 쓰겠다는 전략은 순전히 세르게이 비테 총리의 눈칫밥이었다.
IMF 국제통화기금에 반드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쳐놨는데, 북서전선군은 말그대로 개박살이 나서 돌아왔으니까.
“세르게이 비테장관은 IMF에게 말하고 싶은거야. 해당 영토는 루마니아군이 점령한 땅이고, 러시아제국은 루마니아왕국을 지원해줄 뿐이라고.”
“허….집단군을 보내놓고 말이죠.”
“이번 동계공세엔 200만명을 갈아넣는다더군.”
“미친놈들이군요.”
“영악한 거지.”
세르게이 비테 총리의 계산이었다.
전쟁 후반부에 지쳐서 스스로 나가떨어질 루마니아왕국군이 토해낼 유전지대를 그대로 러시아제국이 꿀꺽하자고.
“지금 당장은 북서전선군이 패전하지 않았나.”
“아. 그랬지요.”
“그래, 러시아재정이란 돈줄을 쥔 IMF에게 눈칫밥을 먹고 있는거다.”
하지만 나중엔 달라지겠지.
지금 당장은 러시아제국이 적극적으로 전쟁에 나설 순 없어도, 동원령으로 쏟아내는 장병 숫자들이 점점 많아지면, 후반부에는 가능하다.
그때 본격적으로 전선에 나서서 루마니아가 토해낸 점령지를 러시아제국의 영토로 합병해버릴 생각이었다.
“내가 아는 어떤놈이랑 똑같은 짓거리를 하는군.”
“어떤놈이요?”
“있어. 불곰타고 다니는 놈.”
게임 참 더럽게 하네.
침을 묻히면서 깔짝거리다가, 때가왔을때 군대를 밀어넣어서 한번에 합병해버리겠다는 전략.
객관적으로 루마니아 왕국군이 독일제국군을 이길 수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루마니아왕국 바로 아래엔 발칸반도의 프로이센으로 불리는 불가리아왕국도 존재했다.
“전쟁을 시작하자마자 남서전선군이 크림반도부터 먹어버린 것도 쯧. 아니다.”
“갈리치아는 좀 진짜 아깝긴하군요.”
“음. 뭔가 오해가 있네.”
나는 손톱으로 이마를 긁었다.
제임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해, 오해요?”
“그래, 내가 갈리치아지방을 까먹었던건 인정. 그건 내 실책이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아깝다거나 불리하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아?”
“현실을 보라고. 결론적으로는 러시아제국이 먹지 못했다. 게다가 독일제국은 석유에 눈깔이 뒤집혔잖아. 격전지로 변모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예, 그렇죠.”
“그말은 즉슨, 누구도 못먹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지.”
씨익.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거 잘만하면 이번 세계대전 전후에 IMF 임시통치령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기회 아닌가?”
UN 신탁통치령 같은거지.
다만, 신탁통치와는 달리 IMF가 직접 통치하는 구조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루마니아왕국은 곧 나가리될 예정이고, 러시아제국은 잘못돼도 어차피 구제금융 중이잖아.
우리가 압도적인 갑이라고.
“꿀꺽···.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미친.”
맙소사.
이걸 노린다고?
제임스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근데···.또 아예 불가능해보이진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이었다.
왜 될 것 같냐.
“아니, 그러지말고 한번 들어봐. 가능할 것 같다니까? 설령 실패하더라도 쏠쏠하게 챙길 수 있는 이권들도 많아.”
분쟁지역이 될 확률이 90% 이상이다.
UN에도 평화유지군 있잖아.
석유뿐만이 아니다. 이 계획엔 또 나름대로의 미래를 위한 생각이 있었다.
끝